제주 바다 스노클링

제주 바다 스노클링

물속을 천천히 구경하기

물 위에 둥둥 떠서 그 안쪽을 들여다보는 일은 무척이나 즐겁다. 뭐 상상해 본 적 없는 생물이 연속 등장한다거나 반전 드라마가 펼쳐지진 않지만, 어쨌든 낯선 풍경이 나름 평화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그걸 찬찬히 지켜볼 수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이번에 찾은 제주에서는 동쪽 해안가를 따라 이동하다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물에 들어갔다. ‘평화! 행복!’ 어찌나 흥분했던지 머릿속이 온통 그런 단어들로 채워질 정도였다.

동그란 다이빙의 섬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제주는 정말 멋진 섬이다. 공항이 있는 곳이나 몇몇 관광지는 매일 붐비긴 하지만, 그곳을 벗어나면 언제나 한가한 골목과 우거진 풀, 깨끗한 바다를 만날 수가 있다. 수영을 좋아하는 나와 내 친구들은 제주를 찾을 때면 즉흥적으로 바다에 뛰어들 때가 많은데, 다행히 해안가 근처에는 게스트 하우스나 민박집이 꼭 있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고 나서도 별다른 어려움을 느껴본 적이 없다. 착각일지 모르지만 젖은 채로 돌아다니는 우리를 다들 정상으로, 어쩌면 일상으로 받아들여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은 너무 추운 날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약간 후회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맨발로 찾아온 우리 일행을 위해 난로에 불을 지펴 준 카페가 있었다. 철이 안 들었다고 혼나기만 하던 우리는 제주 전체에 퍼져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언제나 사랑했다.

그런 제주에 이번에는 스노클 장비를 가지고 찾았다. ‘언젠가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느 때처럼 여행이 갑작스레 시작된 것이다. 수영하기 좋은 온도와 평일의 항공운임, 맑게 이어지는 날씨, 사실 모두 다 갖춰지지 않았어도 불만이 없었을 텐데,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된 듯한 상황은 어쩐지 불안할 정도의 행복이었다.

우리는 큰 배낭을 각자 짊어지고 들뜬 마음을 누르며, 도시에서 공항으로 하늘에서 다시 동그란 섬으로 이동했다.어두워진 뒤에야 제주 공항에 도착해 지난번 여행 때 눈여겨본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 묶은 후 다음 날 곧장 세화와 함덕의 바다로 향했다. 해안 도로를 따라 운전하며 창문 너머로 수영하기 좋은 지점을 찾았다. 파도가 없고, 너무 얕지 않은 곳, 수심이 깊은 파란색 부분과 하얀 모래가 있는 하늘색 부분이 잘 섞여 있는 곳, 다이빙할 만한 방파제나 언덕이 있는 곳을 찾았다. 사실 동쪽으로 길게 이동하며 스노클링을 하기 좋은 장소를 찾아 친절히 설명해 줄 생각이 있었는데,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미끄러운 바위에서 넘어지는 것만 조심한다면, 제주 동북쪽의 거의 모든 바다는 스노클링 포인트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였다. 세화, 함덕, 월정, 평대, 김녕, 어디든 깨끗한 바다가 펼쳐져 있고 접근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특별히 어딘가를 향해 이동할 필요 없이, ‘더운데 지금 어때?’ 그런 식으로 서로 물어본 뒤 주변을 둘러보면 되는 것이다.

잊어야 더 좋은 ‘쉼 쉬기’

큰 물안경과 스노클Snorkel(숨 쉴 때 쓰는 플라스틱 호스를 말한다)을 착용하고 본격적으로 물에 들어갔을 때 다들 호흡에 익숙지 않아 몇 번은 짠 물을 마시곤 한다. ‘캑캑’ 소리가 난 다음 바다를 향해 욕을 퍼붓고 다시 웃으며 물속으로 들어간다. 

3년 전인가, 지리산 계곡에서 처음 스노클링을 해 봤는데 나는 그전까지 기다란 스노클 안에 있는 공기로 숨을 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스노클의 역할은 고개를 들지 않고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데 있었다. 둥둥 떠다니며 차분한 마음으로 물속을 오래 구경하는 것, 그게 바로 스노클링인 것이다. 간혹 호스 안으로 우연히 물이 들어오거나 잠수를 하고 난 뒤에는 입으로 힘껏 바람을 불어 스노클 안에 있는 물을 뱉어 내면 다시 원활하게 호흡을 할 수가 있다. 

캑캑거리는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을 때, 친구들은 각자 원하는 방향으로 흩어져서 바다를 구경했다. 사진을 찍던 나도 처음엔 이래저래 바다가 움직이는 대로 끌려다니다가 나중에는 몸에 힘을 빼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언젠가부터 스노클로 호흡하는 게 익숙해졌는데, 아마 시야가 넓어진 순간, 꿀렁거리는 바다의 소리가 들린 순간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바다의 골목

확실히 물속을 보는 것은 수면을 바라보거나 파도가 만들어지는 걸 바라보는 일과는 다르다. 바다의 몸속으로 고개를 집어넣어야 비소로 펼쳐지는 세계가 있는 것이다. 수면의 안쪽은 정말이지 바깥과는 백 퍼센트 다른 색깔과 소리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잠깐 낯선 세계에 반응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눈이 커지고 호흡도 가빠진다. 꿈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팔과 엉덩이와 다리를 따로따로 움직이기도 하고. 숨을 안정적으로 쉴 수 있는 동안엔 모든 행동이 그저 즐겁다. 

나는 시장을 돌아다니듯, 숲길을 걷듯, 바닷속 보이지 않는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갑자기 바다에 뛰어든 우리 눈치를 보는 물고기를 따라다니고, 숨을 참고 2~3미터까지 들어가 조개껍데기를 줍거나 괜히 바닥을 짚고 헤엄을 쳐봤다. 그러는 동안 무한했던 바다가 문득 커다란 사람의 몸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왠지 이 거인과 나 사이에 기분 좋은 친밀감도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바다의 몸에 들어왔구나!’ 뭐 그런 식의 짜릿함이랄까. 하지만 그렇다고 ‘바다의 입속에 들어가 식도를 구경했구나’, 혹은 ‘내장기관을 봤구나’라는 식의 생각은 당연히 들지 않는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바다의 배를 베고 누워 있었구나’ 정도의 여운, 내게 스노클링은 그런 걸 느끼게 해줬다.

‘언제나 물속을 구경하고 싶다.’ 해변을 따라 걷는 것, 멀리서 바라보는 것, 소리를 듣는 것, 수영하는 것, 냄새를 기억하는 것, 배를 타는 것, 이제껏 바다를 경험했던 수많은 방법들이 있지만, 내게는 물속에 머물렀던 몇 번의 순간들이 가장 그럴싸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혹시 아주 친한 친구들과 함께라면, 물속에서 입고 있는 옷을 모두 벗어보길 바란다. 이런 식으로 글이 마무리되는 건 어쩐지 찝찝하지만, 알몸으로 수영하던 순간의 행복을 떠올려 보면, 그다지 부담되는 일도 아니다. 한 겹 남은 옷을 벗어 물안경 뒤 고무에 대충 고정해 놓고 우리는 물속으로 들어가 오래 수영했다. 해가 지는 중이어서 물 밖으로 나와보면 아주 조금씩 주변이 빨갛게 변해있었는데, 다들 아주 완벽하게 웃고 있었다.

스노클링 장비 고르는 법

마스크Mask
렌즈 부분이 플라스틱이 아닌 강화유리로 된 것이 내구성도 좋고 뚜렷한 시야를 제공한다. 또 얼굴에 닿는 고무 부분이 부드럽지 않으면 오래 사용하기 힘드니, 꼭 확인할 것. 

스노클Snorkel
입에 무는 부분이 너무 크지 않고 부드러운 것이 좋고, 물었을 때 숨 대롱의 끝이 머리끝 또는 그보다 조금 위까지 오는 것이 적당하다.

핀Fin
사실 깊지 않은 물에서는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걸 느꼈다. 다만 핀을 착용하면 손이 보다 자유롭기 때문에 사진을 찍거나 무언가를 운반할 때 편리하다. 스킨스쿠버를 하는 게 아니라면 크기가 작고 가벼운 것을 고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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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포토그래퍼 전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