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감귤

귤 드시러 옵서예

제주도 감귤

귤 드시러 옵서예

추운 겨울날 따뜻한 방바닥에 앉아 이불을 덮고 까먹는 귤. 이 꿀 같은 귤 맛을 마다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게다가 귤은 한번 까먹기 시작하면 멈추기가 힘들다. 한참을 까먹다 문득 정신을 차리면 손이 노래져 있곤 한다. 예전에는 겨울에만 귤을 먹을 수 있었지만, 요즘엔 하우스 감귤부터 시작해 귤의 친척이라고 할 만한 여러 종류의 만감류들이 시즌별로 시중에 나온다. 그래서 일 년 내내 새콤달콤한 맛을 즐길 수가 있다. 귤이라 하면? 제주도다.

다양해진
귤의 종류

귤을 좋아하다 못해 얼굴이 노래질 정도로 먹는 친척 동생이 있다. “언니 나 이제 발까지 노래졌어.”라는 동생의 말을 비웃은 채 그녀의 발을 보았는데 진짜 노래진 발바닥을 보고 폭소했다. 그 동생은 앉은자리에서 삼십여 개의 귤을 까먹는다. 숙모는 동생을 위해 귤을 상자째로 주문하시곤 한다. 또 한 명의 지인은 맛있는 귤을 먹고자 제주도에서 직접 배송을 받거나 어쩌다 제주도 여행이라도 가면 시장에서 귤을 몇 상자씩 산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귤은 사실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과일이었는데, 요즘엔 하우스 감귤이라 해서 여름에도 당도가 높은 귤을 언제든지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천혜향, 한라봉, 레드향 등 만감류라 불리는 귤의 친척 꼴인 과일도 제주도에서 많이 재배된다. 제주도가 귤이 유명해서 제주도산 귤을 많이 먹긴 하지만 도대체 왜일까? 땅이 좋아서, 농사가 좋아서 제주도로 이주하여 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 부부를 만나 제주도 귤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INTERVIEW 

아날로그감귤밭 이은주 · 신창준 부부

제주도에서 귤 농사를 시작하신 이유가 있나요?
남편이 흙을 만지고 농작물을 기르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신기하죠(웃음). 농작물을 기르는 건 전망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농사를 처음부터 지었던 사람들이 아니어서 아직도 배우는 단계예요. 그리고 원체 제주도를 좋아했어요.

처음에는 귤 농장 위주로 시작하셨다고요. 카페 공간은 쉬는 공간으로 만드신 거고요.
감귤밭을 운영하다 카페를 만든 이유는 감귤 농사와 체험이 겨울에 이루어지는데 손님들이 체험을 하러 오셨을 때 따뜻하게 쉴 공간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어요. 귤로 만든 차도 만들어 드리고요. 귤이 없는 시즌에는 체험을 안 오실 거 같아서 카페도 팝업 스토어처럼 열려고 했어요. 그래서 여름에는 문을 닫으려고 했는데, 카페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요(웃음). 감귤 농장 체험이라는 건 아예 모르시고 그냥 카페인 줄 알고 오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겨울에는 물론 체험객들이 훨씬 많지만요.

제주도 귤의 종류가 아주 많더라고요.
감귤을 포함해서 한라봉, 레드향 등 종류가 다양하죠. 만감류라고도 하는데, 각자 재배되는 시즌이 달라요. 정말 거의 일 년 내내 쉬지 않고 여러 종류의 귤이 나와요.

제주도 토종 귤은 어떤 종류가 있나요?
당유자라고 불리는 과일이 제주 토종 귤에 속해요. 한라봉의 외관과 비슷하고 껍질이 딱딱하다고 해요. 쓴맛이 강하고 시고 쌉쌀해 바로 먹지는 못하고 청을 만들어 차로 마셔요. 겉껍질은 약재로 쓰이거나 민간에선 숙취 해소에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어요. 주로 서귀포지역에서 많이 재배되는데 재배면적이 작아 이전만큼 쉽게 접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초록색으로 된 청귤이란 것이 있더라고요. 처음 들어봤어요.
사실 청귤이라는 제주도 재래종이 있는데, 지금은 몇 그루 안 남았어요. 거의 없다고 봐야 해요. 지금 나오는 초록색 귤은 ‘풋귤’인데 감귤의 미숙과예요. 보통 7월 말에서 9월 중순까지만 먹을 수 있어요. 시기가 너무 이르면 안 익어서 먹을 수가 없고 1~2주만 지나도 익어버려서 귤 맛이 나요. 먹을 수 있는 기간이 짧죠. 판매 가능한 날도 보름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대단한 수입원이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풋귤이라는 것을 좀 더 알리고 싶어요. 사실 풋귤은 올해부터 정식적으로 판매할 수 있게 바뀌었어요. 작년까지는 굉장히 말이 많았거든요. 감귤의 미숙과라서 상품이라고 보지 않아 유통할 수가 없었던 거예요. 하지만 먹을 수 있는 과일이라면 판매하지 못할 이유가 없잖아요.

풋귤이 감귤 농사를 짓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거네요?
그럼요.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죠. 그런데 풋귤을 판매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요. 귤은 나무에 달려 있으면 계속 솎아주기를 해야 해요. 너무 작은 과실들은 골라내야 하거든요. 그래야 영양분이 나뉘지 않고 좋은 과일이 더 잘 열려요. 그런데 솎아주는 과정에 버리는 과일을 풋귤로 속이고 판매를 하는 상인들이 생기는 거죠. 잘 자랄 수 있는 귤 중에 풋귤을 골라서 판매해야 하는데…. 풋귤도 어느 정도 크기가 있어요. 노지귤이 되기 바로 직전이니까요. 그건 농부의 양심적인 문제죠. 그래서 법적으로 규제가 있 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귤 농사를 한 해 짓고 다신 안 지을 생각이 아니라면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사지 못하는 판매자는 바로 탄로 나지 않을까 싶어요.

귤도 유기농으로 많이 재배되는 것 같아요.
전국적으로 유기농 농작물이 많이 재배되는 것 같아요. 제주도 감귤 농사의 경우, 관심이 많은 어르신이나 저희같이 제주로 이주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무농약으로 농사를 지어요. 아직도 농약을 많이 치는 농장이 있기는 해요. 그런데 사실 옛날에는 그런 개념이 없었던 터라 한 번에 바뀌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귤 농사에 관해서는 무농약 약이 생겼다가 없어졌다가 매년 바뀌어요. 그해에 허가된 무농약 약이 있는데, 그렇게 약을 바꾸는 시점에서 나무들이 힘들어서 죽기도 해요. 적응 기간이 필요하죠.

감귤 체험을 하는 농장들은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는다고 생각해도 되나요?
무농약 농사는 인증번호가 있어요. 친환경 마크나 무농약 마크만 있으면 진짜 무농약이라고 보기 어려워요. 꼭 인증 번호가 있어야 해요. 인증번호와 무농약 마크를 받는 것이 굉장히 까다로워요. 인증번호는 매년 새롭게 받아야 해요. 갱신이 아니라 검사를 매년 다시 받는 거죠. 토양검사부터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서 매년 새롭게 인증을 받아야지 나오는 번호에요. 그래서 마크만 있으면 그건 무농약이 아닐 수도 있는 거죠.

체험 농장을 운영하시면서 언제가 제일 뿌듯하세요?
비가 많이 내리거나 정말 추운 날에도 오셔서 우비 입고 농장 체험을 하러 오는 손님이 있어요. 그럴 때 진짜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죠. 직접 귤을 따서 그 자리에서 먹는 것이 처음이고, 방금 딴 귤이 이렇게 맛있을 줄 몰랐다고 말씀해주시면 저희가 노력하는 것에 대해서 보상받는 기분이 들죠. 겨울에 체험하면 저희가 모닥불을 피워서 귤을 구워드려요. 그럼 귤 차 같은 맛이 나요. 추운 날 모닥불 앞에 모여서 구운 귤을 먹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어요. 제가 처음에 제주도 와서 좋아했던 것들을 오시는 분들도 다 좋아해 주시는 거죠. 그래서 무농약 재배가 힘들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서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하죠.

당도가 높으면서도 산미가 적당한 귤을 고르는 방법이 있나요?
겉껍질이 얇고 울퉁불퉁할수록 달아요. 배꼽이 노랗고 꼭지 부분이 노란색일수록 당도가 높고 녹색일수록 신맛이 강할 수 있어요. 또 꼭지가 싱싱하지 않고 검고 말라 있으면 저장 기간이 오래된 귤이라 당도가 떨어지고 수분이 적을 수 있어요.

제주도 귤이 특별히 맛있고 유명한 이유는 자연조건 때문인 것 같아요.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기온, 물이 잘 빠지는 토지에서 재배해야 당도가 높아져요. 제주는 화산섬이라 물이 잘 빠지는 토양 조건을 갖췄기 때문에 감귤 농사를 짓기에 좋은 환경이죠. 경사진 땅에 있는 감귤나무가 특히나 물이 잘 빠져 더 당도가 높은 편이에요.

감귤을 포함한 만감류를 한 번에 살 수 있는 공간이 있나요?
제철 만감류를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은 제주 동문시장, 서귀포 올레시장, 제주시 오일장시장 등이에요. 요즘은 인터넷에서도 모두 구매할 수 있긴 하나 직접 맛도 보고 싱싱한 제품을 살 수 있는 곳은 제주의 재래시장들이죠. 그런데 풋귤은 아직 시장에서도 찾아보기 힘드실 거에요. 저희를 포함해 풋귤을 판매하는 곳들이 있어요. 풋귤은 기간이 짧아서 미리 신청을 받아놓고 시기가 오면 바로 따서 출하해요. 그래야 딱 그 맛을 즐길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제주도에서 귤 농사를 지으며 사는 건 어때요?
감귤 농사가 상황이 좋지 않아요. 원래도 귤 값은 쌌지만,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요. 보통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판매해요. 그런데 작년에 또 눈이 굉장히 많이 내렸거든요. 그래서 농사가 더 힘들었어요. 요즘은 수입 과일이 너무 저렴해서 한국 과일의 경쟁력이 떨어지거든요. 사실 제주도 최상급 귤은 정말 맛이 있는데, 소비자분들이 그런 만큼의 값을 지불하고 귤을 사진 않잖아요. 구매를 할 수 있는 경로도 많이 없고요. 그리고 제주도 자체에서 귤 농사를 짓는 농가들에 직접 도움을 주는 경우가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 새로 와서 농사를 짓거나 아니면 대를 이어서 감귤 농사를 이어받아야 하는데 그런 사례는 거의 드물고요. 그래서 수익이 안 나니까 귤 농장을 다 밀어버리고 다른 것을 짓는 거죠. 계속 이런 현상이 일어나면 제주도의 감귤이 정말 희귀상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해요. 저희의 마지막 꿈은 저희와 뜻이 맞는 사람들과 협동조합 같은 단체를 만들어서 제주도의 감귤을 더 알리고 보존하는 거예요.

일 년 내내 즐길 수 있는
제주도의 귤들

감귤류

조생노지감귤 

10~1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겨울에 먹는 귤이다.

금귤

3~4월. 낑깡이라고 불리는 작은 귤. 껍질째 먹을 수 있고 새콤한 맛이 특징이다.

하귤

4~5월. 여름에 나오는 귤이어서 하귤이라 한다. 쌉싸래하여 그냥 먹지는 못하고 보통 청으로 담가 차로 만들어 마신다.

하우스감귤

5~9월. 비닐하우스에서 인위적으로 온도를 높여 재배하는 방식으로 껍질이 얇고 당도가 높다.

청귤(풋귤)

7~9월. 감귤의 미숙과로 감귤보다 기능성 물질이 다섯 배는 많다. 청을 만들어서 음료 형태로 많이 즐긴다.

영귤

9~10월. 아주 작은 크기의 귤. 영양이 풍부하나 쓴맛이 나서 생으로 먹을 수는 없고 청으로 담가서 먹는다.

만감류

한라봉 

11~3월. 만감류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과일. 새콤달콤한 맛의 균형이 좋아 인기가 많다.

레드향

12~3월. 과육의 색이 진한 편이고 비교적 단단하여 씹는 맛이 일품이다. 새콤달콤하면서도 당도가 높다.

천혜향

1~4월. 천 가지 향이 있다 하여 이름이 천혜향이며 부드러운 단맛이 특징이다.

한라향 

4~8월. 새콤함은 적고 단맛이 강하다. 한라봉의 아삭한 식감을 닮은 만감류이다.

황금향 

7~12월. 과육이 매우 부드럽고 과즙이 풍부하다. 한라봉보다는 당도가 덜하지만, 특유 향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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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정혜미

포토그래퍼 안가람 일러스트 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