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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주니어
전 세계 아이들과 함께 꾸는 꿈,
네버랜드
동화책이 꿈과 희망만 있는 세계는 아니다. ‘빨간 머리 앤’은 깊은 우울을 지나왔고, ‘네버랜드’로 간 웬디는 시련과 고통, 죽음, 이별을 겪어냈다. 때때로 의문투성이에 누구도 답하지 못하는 질문을 던지더니, 그림에 숨어 있는 이야기로 문제를 푸는 길을 안내한다. 대개 이 여정은 혼자하기 마련인데, 사실은 여러 갈래의 길이 나도록 조심스레 다져 놓은 이들이 있다. 시공주니어는 어린이가 책으로 자라는 모든 길에 동행한다. 인생의 기쁨과 고통의 순간을 함께한 동화책이 있다면, 우리는 모두 그들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
(주)시공사의 어린이책 브랜드인 시공주니어는 1993년 단행본 그림책 《작은 집 이야기》로 어린이와 함께하는 긴 여정을 시작했다. 당시 어린이 책이라 하면 위인전이나 훈계를 강조한 전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린이들이 책을 통해 세상의 여러 면을 보고 살아있는 메시지를 전달받기를 바랐다. 부모의 마음으로 좋은 그림책을 찾기 시작했고, 100년이 넘게 많은 어린이의 사랑을 받는 영미권의 그림책들을 보며 “왜 우리나라 아이들은 이런 책을 못 볼까?” 하는 안타까움이 생겼다. 그림책이 주는 감동과 가치를 통해 어린이들이 다양한 세계에서 꿈꾸길 바라는 간절함이 ‘네버랜드 세계의 걸작’ 시리즈를 탄생시킨 셈이다.
시공주니어가 어린이 곁에서 함께 자라온 지 25년이 흘렀다. 엄마가 된 독자도 있고 이제 갓 그림책을 접한 어린이도 있다. 이들에게 시공주니어는 ‘네버랜드’로 통한다. ‘네버랜드 세계의 걸작 그림책’,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등 많은 책들이 ‘네버랜드’라는 이름으로 묶였기 때문이다. 김문정 주니어사업본부장은 《피터 팬》 속 ‘영원히 동심을 잃지 않는 나라, 네버랜드’가 어린이들이 시간을 잇고 공간을 넘어 상상 속 인물들과 교감하며 모든 가능성을 펼치기를 바라는 그들의 소망을 잘 담아내는 단어라고 말했다.
INTERVIEW
김문정
주니어사업본부장
“책 한 권을 낼 때마다 모두 부모의 마음이에요. 사회적으로 한 생명을 키워가는 건 똑같아요. 저희는 그걸 책으로 하고요.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껴야 할 가장 보편적인 것을 책으로 만나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있어요.”
시공주니어는 한국 어린이책의 단행본 문화를 이끌어왔어요. 1993년 출간한 첫 그림책이 《작은 집 이야기》예요. 처음으로 꼽은 이유가 있을까요?
《작은 집 이야기》를 출간했을 때가 이 책이 나온 지 50년쯤 된 무렵이에요. 책을 보면 주변의 어떤 상황이 변해도 작은 집은 늘 그 자리에 있잖아요. 환경이 변하고 시간이 흐르고 독자가 바뀐다 해도 그 자리에 있던 작은 집처럼, 이 책이 시공주니어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또 그림책을 이야기와 디자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예술 작품이라고 본다면, 《작은 집 이야기》가 대표적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당시 어린이책의 대부분이 전집이나 위인전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단행본 그림책은 새로운 시도이자 기획이었는데 반응이 어땠나요?
신문에 어린이 섹션이 없었고 대형 서점에도 어린이 코너가 없었어요. 낱권씩 다른 디자인과 판형으로 나오는 책을 선호하지 않았죠. 시도는 우수하고 훌륭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독자들에게 닿기까지는 힘들었어요. 출판 관계자들이 기자나 서점 관계자들에게 이런 책을 진열해 달라, 소개해 달라 움직였고 편집자들은 계속 책을 만들었기에 자리매김할 수 있었죠.
‘네버랜드 세계의 걸작 그림책’ 시리즈는 어떤 선택과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나요?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책을 만들고 노하우가 쌓이니까 해외 협력사가 많아졌어요. 신간이 나오면 서로 자료를 공유하고, 관심 있는 책들은 종이나 판형, 전체적인 걸 따져 봐요. 국제 도서전에 참여하면서 세계 동향도 살피고요. 책도 운명을 가지고 있거든요. 당시에는 출간까지 이어지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운명적으로 출간되는 책들이 있어요. 그래서 예전에 반려했던 책들도 다시 검토하기도 하죠. 여기에 시공주니어의 다른 책들과 조화가 괜찮을까, 이질감을 주진 않을까 등 콘텐츠간의 조화를 살피면서 출간을 결심해요. 매주 한 번씩 모여서 도서들을 검토하고 출간을 결정하는 편집회의를 해요. 출간이 정해지면 해외 출판사와 계약을 해서 번역 및 편집을 하고 있어요.
시간이 지나 탄생의 운명으로 바뀐 책은 무슨 책인가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존 클라센의 《내 모자 어디 갔을까?》가 그 경우예요. 마지막 장면에서 곰이 태연한 표정으로 토끼를 잡아먹어요. 그 때문에 많은 출판사들이 선뜻 이 책을 내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시대가 변하고 있지만 부모가 되면 보수적 측면이 생기나 봐요. 이런 장면을 무서워하거나 기괴하다고 생각하죠. 우리도 3년을 고민하다가, 이 즈음 이면 다양성과 표현성이 열려 있는 일부 부모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또 성인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 조심스레 출간을 결정했죠. 책이 나온 후에 무섭지만 재미있다, 기발하다, 재치있다는 의견이 많았어요(웃음).
한 편의 그림책은 해당 시기와 문화적 교감을 이뤄야 걸작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외국에서 상을 받은 책이 무조건 좋은 책은 아닐 수 있다는 의문이 생겨요. 번역 그림책을 소개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조형적인 아름다움, 기법, 색감, 구성력은 기본적으로 다 살피죠.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의무가 숨겨진 보석을 끄집어내서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큰 고양이, 작은 고양이》의 작가 엘리샤 쿠퍼가 그 경우예요. 그 작가의 작품을 처음 계약했는데, 마침 올해 《큰 고양이, 작은 고양이》가 칼데콧 상을 받아서 곧바로 출간해 호응을 받았어요. 동화책의 경우에는, 계속 뉴베리 상 작품을 보다 보니까 5~6년 전부터는 흐름이라는 게 읽히더라고요. 상을 받은 책 중에 미국 중심적인 식민사관을 강조하거나 아이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역사적 사실을 담은 책들이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수상작도 반려하는 경우가 생겨요. ‘로알드 달’이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책을 만들면서 아이들이 유머 코드가 있고 재미와 통쾌함을 주는 책들을 얼마나 원하는지 알았어요. 요즘은 아이들의 트렌드에 맞춰 책을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중이에요.
책을 만드는 일은 수고스럽고 노동 강도도 센 편이죠. 열정이나 목표의식 없이는 오랜 시간 이어가기 힘든 작업일 텐데요.
거창한 목표를 새기며 일하진 않아요(웃음). 책 한 권을 낼 때마다 편집자, 마케터, 종사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 부모의 마음이에요. 사회적으로 한 생명을 키워가는 건 똑같아요. 저희는 그걸 책으로 하고요.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껴야 할 가장 보편적인 것을 책으로 만나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있어요. 또한 어린이를 바라보는 마인드와 자세가 편집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해요.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봐주는 어린이 문학이 좋은 책이라 생각해요. 그런데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장면이 책에 나온다며 꺼리는 경우가 있어요. 인생이 모순투성이 같고 논리적으로 설명 안 되는 면도 많죠. 세상은 늘 선이 이기는 건 아니에요. 누군가에게는 선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선이 아닐 수도 있고요. 그런 현실을 책을 통해 알려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원고를 검토하며 작가들과 이야기할 때도 형식적인 기승전결 안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나거나 말도 안 되는 개연성으로 ‘동화적인 결말’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싶지 않아서 늘 경계해요. 동전의 앞면에 있는 숫자뿐 아니라 뒷면, 옆면 다 보여줘서 입체물, 조형물로 바라보게 해주어야죠. 그런 노력들이 있기에 명작을 함께 쌓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그림책으로 시작해 차근차근 읽기물을 만들고 청소년 문고까지 경계를 넓혀왔어요.
95년, 저작권이 풀려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부터 《샬롯의 거미줄》,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나니아 연대기》 같은 걸작들로 읽기물을 엮기 시작했어요. 낱권 기획을 해서 새로운 판형과 디자인으로 실험적인 편집물을 내보였죠.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나이에 따라 무슨 책을 골라야 하나 고민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연령별 읽기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섹션도 나누었고요. 2005년부터 중학생이 된 독자들을 위해 청소년 문학도 출판했어요. 어린이 문학 출판사로서의 인지도가 자리 잡아갈 즈음, 어린이들에게 지식 정보 책도 필요하겠다 싶어 논픽션 분야에도 새롭게 뛰어들었어요. 어린이 교양서도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책들을 냈어요. 그게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린이들이 좀더 다양한 책으로 동기부여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숙제는 여전히 안고 있어요.
강경수 작가님도 ‘코드네임’ 시리즈로 새로운 도전을 했어요. 기존의 시공주니어에 없던 장르라고 들었어요.
아이들에게 오락적인 재미를 주면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어 많이 고민하고 공부했어요. ‘이게 만화야? 읽기책이야?’ 혼선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보려고요. 그렇게 만든 ‘나무 집’ 시리즈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어서 반갑고, 이 시장을 끌고 가야 할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이런 믹스 장르를 잘 소화할 수 있는 우리 작가로 《거짓말 같은 이야기》로 라가치 상을 탄 강경수 작가님이 떠올랐어요. 만화가 출신이라는 걸 알아 ‘나무 집’ 같은 시리즈를 하나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어요. 작가님도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상상력도 확장되어 적기 같다고 흔쾌히 수락하셨어요. 그 기획들이 《코드네임X》로 이어지면서 작년에 첫 권이 나왔어요. 다행히 편집자, 마케터, 작가가 삼위일체 되어서 초반부터 독자들을 잘 만날 수 있도록 다져놨어요. 아직은 ‘나무 집’ 시리즈만큼의 성과는 아니지만 이 책을 기다린다는 독자들의 전화가 걸려 와요. 그런 전화를 받을 때 무척 보람차요.
시공주니어에서 국내 그림책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번역서는 똑같이 공을 들인다 해도 상대적으로 물리적인 시간은 덜 들어요. 하지만 직접 기획해서 우리 작가들과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일은 1~4년 정도 걸려요. 시공주니어도 이제 국내물과 국외물의 비중이 6대4에서 7대3까지 이르러요. 예전에 비해 출간 총수는 많이 줄었지만, 한 권에 들어가는 품은 더 많아지고 있어요. 현재 국내물들은 대만, 프랑스, 중국, 스페인 등으로 수출되었고, 해외에서 강경수 작가, 경혜원 작가, 박연철 작가, 황선미 작가 등의 책을 찾아서 문의하는 경우도 있어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아쉬운 점은 수상작과 판매량에 의존해 독서를 한다는 점이에요. 패기 있게 다양한 실험을 하는 책들에 반갑게 손을 좀 내밀어 주면 좋겠어요.
우리 사회가 책의 가치를 전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어요. 단순한 정보들은 모바일이나 웹으로 충분히 습득하고 있죠. 이런 흐름 속에서 출판사들은 어떤 노력하고 있나요?
텔레비전이나 모바일 게임은 일방통행이잖아요. 책도 물론 다 만들어진 걸 보긴 하지만 누구와 보든 스킨십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요. 도서정가제 이후 동네 책방이 늘어나고 강연 문화가 생겼어요. 사람들이 모여서 책에 관한 강연을 듣고 어린이와 작가들이 만나 그림을 그리기도 하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임을 꾸리기도 하고요. 이런 호흡을 느끼고 기운을 받으며 책을 만들고 싶어요. 좀더 고민하고 노력하고 치열하게 만든 책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듯해요. 이제는 한 해에 출산된 아이가 30만밖에 되지 않아요. 뻔하지만 더 좋은 책을 기획해서 출판사, 독자, 작가가 함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정석이지 않을까요?(웃음)
Publis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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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김문정 주니어사업본부장
할머니가 남긴 선물
글 마거릿 와일드 | 그림 론 부룩스 | 옮김 최순희 | 시공주니어
“어릴 적 영화나 동화책을 읽으면서 죽음이 뭘까 하는 의문이 계속 있었어요. 엄마가 없는 게 죽음이라고 생각한 거 같아요. 이 책은 죽음을 준비하는 것, 남겨진다는 것을 부드러운 캐릭터와 수채화풍의 회화적인 장면으로 잔잔하게 풀어줘요. 마음속에 늘 있던 궁금증이 해소되는 느낌이었어요. 아이들도 저와 비슷한 감정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서영옥 영유아팀장
조개맨들
글 신혜은 |그림 조은영| 시공주니어
“한국전쟁 이후 아빠와 헤어진 아이가 아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책이에요. 2~3년 전부터 우리나라와 일본의 역사를 그림책으로 품는 ‘평화 그림책’들이 나오고 있어요. 우리 그림책은 대개 아이들의 일상을 소재로 한 게 많아요. 이 책은 다소 무거운 소재를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한 실험적인 책이에요.”
박진희 아동청소년팀장
피터 팬
글 제임스 매튜 배리 | 그림 메이블 루시 애트웰
옮김 김영선 | 시공주니어
“《피터 팬》 하면 네버랜드로 떠나는 신나는 꿈과 모험의 나라를 연상하잖아요. 그런데 네버랜드는 꿈과 희망의 나라가 아니더라고요. 그 안에 사람이 거쳐야 할 고통, 절망, 죽음과 이별을 맞는 모든 과정이 관통되어 있었어요. 삶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게 아니잖아요. 편집자로서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된 네버랜드를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해준 책이에요.”
김동준 마케팅팀장
질문 상자
글 요슈타인 가아더 | 그림 아큰 뒤자큰 | 옮김 김영진
시공주니어
“누구나 의문을 가지지만 아무도 쉽게 답하지 못하는 철학적 질문들이 몽환적인 삽화와 어우러져요. 이 책을 읽고 아이가 ‘꿈속에서 겪는 일보다 깨어 있을 때 겪는 일이 더 사실일까?’라고 의문을 갖는다면,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요? 또 다른 재미는 오른쪽 삽화만 따로 떼어 읽으면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에요.”
하나의 이야기가 엮은
다섯 세상
《작은 집 이야기》는 시대가 흐르면서 겪어야 하는, 변하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10대 어린이부터 70대의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세대가 《작은 집 이야기》와 만났다. 다섯 독자가 전하는 ‘나의 작은 집 이야기’를 소개한다.
주예슬 | 초등학교 3학년
나한테는 시골이 무척 낯설지만 ‘빨간 머리 앤‘을 상상하며 걸으면 내가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아서 좋다. 시골에선 “찌르르, 야옹, 왈왈, 꺄르르!!” 이런 소리가 날 것이다. 시골에 있는 아름답고 아담한 집은 더 바랄게 없는 집이었지만 점점 도시로 변해가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살아왔는데…. 가족을 잃은 만큼 슬펐을지도 모른다. 그 작은 집이 슬프고 외로웠을 때 다시 시골로 돌아와 낭만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새로운 것도 좋지만 예전 것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애슝 | 일러스트레이터
언제부터였을까, 창문 밖의 회색 거리와 그리 멀리까지 비추지 못하는 하늘을 보며 사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이미 대도시의 만연한 삶 속에 표류해버렸고 달과 별을 볼 수 없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아간다. 꿈을 꾸자는 표현도 어쩌면 이미 만연해진 한숨과도 같을지 모르겠다. 최근 도시의 수많은 네모들 중에서 빈방을 찾아 이사한 지 이제 막 한 달이 되었다. 고양이를 기르도록 허락된 집을 찾는 것도 어렵던 탓에 평화로운 봄으로 돌아간 끝맺음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내렸다. 지금의 집을 사람과 사랑이 살고, 보살핌을 받는 집으로 만들고 싶다. 나와 내 고양이를 포근하게 덮어줄 그런 집으로.
김나영| 문학평론가
책의 제목은 <작은, 집 이야기>로도 보인다. 작은, 그러니까 사소한, 누구나의 집에 관한 이야기. 집은 무엇보다도 사람이, 사람의 시간이, 마음과 기억이 ‘머무르는 곳’이다. 머무른다는 것은 시간을 허비하고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책은 머무름이야말로 세상의 모든 가치 있는 변화를 몸소 겪어내며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일의 한 방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어떻게든 계속해서 움직이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와 불안에 사로잡힌 채, 자기의 눈과 코와 입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잊은 채 남들을 따라 삶을 흉내내기에 급급한 오늘의 사람들에게 작은 집 이야기는 결코 작지 않은 충격을 준다.
김민정 |음악 스튜디오 ‘CLAP’ 대표
언덕 위 춤추는 사과나무 옆 빠알간 작은 집이 콧노래라도 부르며 웃고 있는 것 같은 표지를 넘기면, 세월을 거치며 작은 집이 견뎌야 했던 변화들이 하나하나 드러난다. 나 또한 작은 집 마당에서 꽃과 풀, 과일나무와 놀며 자라서인지 책 속 작은 집이 바퀴 달린 판 위에 옮겨져 도시를 빠져나갈 땐 작은 안도의 탄성을 질렀다.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자연이라는 것에 동감하는 모든 도시의 부모에게 울림이 있는 책이 아닐까?
정석희 |소설가
어린 시절에 살던 시골의 오두막집을 떠올리면서 눈시울이 시큰했다. 동네의 맨 꼭대기 언덕에서 동쪽으로 향한 집인데 뜨는 해와 달을 맨 먼저 보는 집이었다. 할아버지, 어머니와 살던 그 집에 나는 맨드라미, 봉선화, 국화 등을 심었고, 집 뒤란에 작은 닭장을 만들어서 병아리도 키웠다. 집이 초라해서 다른 친구를 한 번도 초대하지 못했지만 그곳은 사랑이 있고 잠을 잘 수 있는 보금자리였다. 여덟 살에 한국전쟁을 피해 살았고 서른 살 즈음에 이사를 하면서 그 집은 빈집이 되고 몇 년 안 가서 대나무 밭이 되고 말았다. 일흔 중반의 나이를 살아온 나에게 꿈과 희망을 키우던 어린 시절과 지금은 세상에 없는 어른들의 사랑을 추억하게 해준다.
작은 집 이야기
글·그림 버지니아 리 버튼 | 옮김 홍연미
| 시공주니어
시공주니어와 함께한 작가들
시공주니어는 어린이에게 묻고 책으로 답해 오는 25년의 길을 걸으며 많은 작가와 함께했다. 그중에서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의 첫 책에 그림을 그린 한병호 작가와, 《무지개 물고기》 시리즈로 유명한 마르쿠스 피스터 작가를 소개한다.
한병호Han Byoung-ho, 한국
독창적이고 정감 있는 도깨비 캐릭터를 창조하셨어요. 작가님 작품에는 사람보다 자연이 더 자주 등장하곤 해요.
제가 일러스트레이션을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서양의 그림책 기법을 많이 선호했어요. 제 전공인 동양화와 잘 어울리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도깨비가 떠올랐어요. 그림책 원화 전시에 도깨비 그림을 출품했는데 반응이 좋았죠. 그 이후 자연스럽게 도깨비 그림을 그리게 되었어요. 연구 자료를 보면 한국의 도깨비 형태는 정해진 게 없어요. 저는 한병호식의 도깨비를 그리고 싶었어요. 한국의 도깨비로 대표되는 것은 아니고요. 제 그림으로 인해 우리나라 전통 소재가 그림책에 등장했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도깨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자연은 제가 좋아하는 소재예요. 동식물 모두 늘 가까이 하고 키우고 있어요. 어머니의 품처럼 평안하고 따뜻한 소재예요.
‘그림은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문제’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생각은 어디서 오나요?
일을 하다 보면 빠져들고 싶은 것, 오래 하고 싶은 것, 관심 있는 것이 있어요. 특별히 제 상상의 세계가 넓은 건 아니고, 관심 있는 것을 계속 생각하고 생각해서 그림으로 옮겨 놓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생각이 그림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흐지부지 되기도 하죠. 쌓아 놓은 생각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게 《새가 되고 싶어》와 《수달이 오던 날》이에요.
국제적인 그림책 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일러스트 부문에 한국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작가의 삶과 작품 전반에 대해 시상하는 상이므로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일 텐데요.
처음 후보 소식을 접했을 때 무척 당황스러웠어요. 후보 선정을 계기로 그동안 해온 작업을 쭉 훑어봤더니, 출간작은 상당히 많았는데, 여러 모로 부끄러움과 아쉬움이 남았죠. 제가 더 잘했으면 더 좋은 결과물을 우리나라 출판계에 남겨줄 수 있었을 텐데, 하고 생각하니 독자들과 저를 선정해 준 분들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요. 그후 독자와 제 자신에게 좀더 떳떳하고 멋진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가슴에 남을 작가님의 작품을 꼽아주세요.
《새가 되고 싶어》와 《미산 계곡에 가면 만날 수 있어요》란 책이에요. 《새가 되고 싶어》는 올곧이 제 이야기를 담았어요. 비슷한 고민을 아이들도 했을 거라 생각해요. 《미산 계곡에 가면 만날 수 있어요》를 만들 때는 제가 민물고기에 푹 빠져 있었어요. 민물고기를 실제로 보면 정말 예쁘게 생겼는데, 당시 우리나라에서 살아 있는 민물고기의 아름다움을 담은 책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자연보호는 그림책 작가이니 그림책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림책 형식으로 엮어놓으면 자연보호에 관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닿을 거라 여겼어요. 만드는 데 10년이 걸렸어요. 정말 고생했지만, 보람 있던 작업이었어요.
그림책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그림책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궁금해요.
그림은 배워서 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기술이 아니거든요. 때때로 그림을 전혀 안 배운 친구의 그림에서 감성을 자극하는 울림이 나와 저를 자극하기도 해요. 많은 사람들이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려고 하면 대개 그림에만 신경을 쓰는데, 사실 그림 그리는 이에게는 글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 꼭 필요해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정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보다 잘 그리려고 하는 데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어요. 자신의 감정을, 생각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리는 게 좋아요. 상대에게 맞춤한 그림이 아닌 자신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지 알면 좋겠어요.
수달이 오던 날
글 김용안 | 그림 한병호 | 시공주니어
한병호 작가가 수년간 수달을 취재하며 그림을 그린 책이다. 아기 수달 초롱이가 홀로 보호센터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넓은 세상으로 돌아가는 1년의 이야기다. 초롱이가 엄마를 잃은 슬픔을 위로받고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모습은 흐뭇하고 감사하다. 초롱이가 혼자서 살아가야 할 세상을 보면서 우리가 훼손하고 있는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 초롱이에게 조금만 내주어도 충분히 행복할 텐데.
빈집
글 이상교 | 그림 한병호 | 시공주니어
사람들이 이사를 간다. 다 데리고 가면서 집은 그냥 두고 간다. 그래서 다락, 툇마루, 문지방, 댓돌은 슬프다. 남겨진 집의 구성원이 보는 빈집의 시선을 그렸다. 어느 날 쓸쓸해진 빈집에 길고양이, 들풀, 들꽃들이 하나둘 살러간다. 그리하여 시커먼 빈집은 고양이가 웃고 예쁜 들꽃들이 꽃을 피우는 생명의 공간이 된다. 서로를 챙기고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살가운 손길을 느낄 수 있는 따스한 책이다.
새가 되고 싶어
글·그림 | 한병호 | 시공주니어
고층 빌딩에서 기다란 밧줄에 매달려 페인트칠하던 아저씨는 생각한다. “날개가 있다면 편할 텐데.”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가 되기를 꿈꾸던 다음 날 아침, 날개가 돋아 있다면? 모두의 꿈에는 이유가 있고, 때론 비현실적이고 허황되지만 꿈을 꾸는 삶은 가치 있는 법이다. 수묵 담채 그림은 시적인 글과 어우러져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나의 꿈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이 되기를 바라며 하루를 살고 있는 걸까?’
사랑 나무
글 김향이 | 그림 한병호 | 시공주니어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소나무와 ‘누군가에게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등나무는 겉으로 보기엔 잘 어울리는 한 쌍 같았다. 하지만 등나무는 악착같이 서로를 옭아맸고 결국 소나무는 앙상하게 말라 죽고 만다. 얼마 후 죽은 소나무가 남긴 솔방울에서 싹이 튼다. 등나무는 어린 소나무에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을까? 간결한 글과 긴장감 있는 그림이 촘촘히 얽혀 자연의 순환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아이들과 나무를 만나면 그들이 가진 이야기를 상상해보자. 나무의 몸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도 눈여겨보게 되지 않을까.
마르쿠스 피스터Marcus Pfister, 스위스
《무지개 물고기》는 한국 어린이들에게 가장 많이 읽힌 외국 그림책 중 하나예요. 이 책이 나온 지 26년이나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저도 정말 놀라워요. 《무지개 물고기》는 저의 17번째 책이에요. 제 인생에서 이렇게 중요한 책이 될 줄은 전혀 몰랐어요. 26년 동안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여행해 왔어요. 여러 가능성을 열어줘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해요. 또한 시공주니어 덕분에 이 아름다운 나라에서 2백만 부 이상의 책이 독자들과 만난 것도 참 고마운 일이죠.
홀로그램을 활용한 대표적인 캐릭터를 개발했어요.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요?
저는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책을 내기 전부터 이미 그래픽 아티스트로서 여러 프로젝트를 작업했기에 홀로그램 기술이 익숙했어요. 《무지개 물고기》에서 물고기를 독특하게 만들기 위해 뭔가 특별한 것이 필요했죠. 그때 이 방법이 떠올랐어요. 이야기는 반짝이는 비늘로만 이루어져요. 이 두드러진 효과가 없었다면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아마도 이 책을 발표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하나의 발상이 책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책마다 다르기 때문에 설명하긴 어려운데요, 때때로 제 아이들에게 영감을 받았어요. 거리에서 관찰한 것이 아이디어가 되기도 하죠. 박물관에 가는 걸 좋아하고 새로운 기술에 호기심도 많아요. 저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기 때문에 영감의 가능성이 많은 편이에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책과 장면을 하나만 꼽아주세요.
《무지개 물고기》를 가장 좋아해요. 이야기뿐 아니라 단순화한 예술작품이 마음에 들어요. 그다음엔 물고기 이야기 시리즈 중 세 번째 책인 《무지개 물고기와 흰수염고래》예요. 색이 아름다워요. 이야기는 형과의 추억을 바탕으로 썼어요.
네 명의 자녀가 있다고 알고 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겪은 경험과 그림책을 만드는 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나요?
책이 나온 1992년에 제 아들들은 다섯 살과 세 살이었고, 첫딸이 태어났어요. 아들은 유치원에서 처음으로 다른 아이들과 경험을 쌓아갈 때였죠. 그때 친구들과 작은 문제로 논쟁을 벌였어요. 《무지개 물고기》 시리즈에 영감을 준 건 바로 제 아이들이었어요. 딸과 아들은 지금도 제 일에 관심이 많아요. 자식들과 새로운 이야기와 아이디어, 예술작품에 대해 의논할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워요.
당신의 그림책이 독자에게 어떻게 가 닿기를 바라나요?
그림책은 몇 분 동안 부모와 아이들을 함께할 수 있게 하는 완벽한 기회예요. 가족은 하루를 마무리하며 속도를 늦추고 긴장을 풀잖아요. 부모가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은 눈을 크게 뜨고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모의 말에 귀 기울이죠. 이보다 더 좋은 게 뭐가 있을까요? 그 전에 저는 아이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야겠죠. 부모들에게도 기쁨이 되는 예술작품을 찾아야겠고요.
다음 작품이 궁금해요.
내년 봄, 어린이들이 교감할 수 있는 탐정 이야기를 발표할 예정이에요. 리듬감 있는 이야기를 썼는데 독자들의 반응을 고대하고 있지요.
《무지개 물고기》 외 7권
글·그림 마르쿠스 피스터 | 옮김 공경희 외 | 시공주니어
아름다운 빛깔로 반사되는 비늘이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총 8권 중 《무지개 물고기》, 《날 좀 도와줘 무지개 물고기!》, 《무지개 물고기와 흰수염고래》, 《용기를 내, 무지개 물고기!》, 《길 잃은 무지개 물고기》, 《무지개 물고기와 신기한 친구들》, 《무지개 물고기와 특별한 친구》는 물고기의 우정과 모험을 다루고 《무지개 물고기야, 엄마가 지켜줄게》는 어린 무지개 물고기의 분리 불안과 엄마의 깊고 부드러운 사랑을 보여준다. 일상 속에서 흔히 벌어지는 싸움, 따돌림, 외로움, 두려움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아이들은 물고기에 쉽게 자신의 감정을 이입한다. 또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담담한 과정은 아이들에게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이겨낼 힘을 준다. 어찌 보면 너무 평범해 보이지만, 우리 가족과 사회, 복잡한 세상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기본이자 따뜻한 방법은 ‘함께’, ‘같이’, ‘더불어’, ‘연대’하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며 미술 놀이를 하기에도 흥미로운 책이다.
에디터 김현지
포토그래퍼 Hae Ran, 김현지 일러스트레이터 손은경 자료협조 시공주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