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삶을 사는 사람들

미니멀 라이프와 맥시멀 라이프

가상의 인물이지만, 완벽한 미니멀리스트와 맥시멀리스트를 안다. 사춘기 시절 나의 감수성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던 만화책 《꽃보다 남자》에는 완벽한 미니멀리스트가 등장한다. F4 중 한 명인 루이네 집엔 침대와 텔레비전이 전부다. 손님이 앉을 의자나 방석조차도 없다. 그는 조용하고 생각도 단순하다. 미국 시트콤 ‘프렌즈’의 모니카는 정리정돈의 여왕이다. 그녀는 집 안의 모든 물건이 꼭 제자리에 있도록 관리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청소한다. 하지만 모니카에게는 ‘비밀의 방’을 갖고 있었다. 항상 잠겨있던 방문 뒤로 온갖 잡동사니를 마구잡이로 몰래 쌓아 놓은 것이었다. 그녀는 확실한 맥시멀리스트였다.

미니멀 라이프를 사는 사람들

선혜림
홈 스타일링 브랜드 레브드홈 대표·《처음 시작하는 미니멀 라이프》 저자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한 이유 원래부터 미니멀 라이프를 살았던 것은 아니에요. 신혼 초에는 소품으로 가득 찬 맥시멀한 삶을 살았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특히 많은 소품에 쌓인 먼지를 거의 청소하지 못 했거든요. 정리도 잘 안 되었고요. 불현듯 머리를 스쳐 지나간 것이 미니멀 라이프였어요. 인테리어를 하는 사람으로서 소품 처분에서 겪은 어려움 저희에게 꼭 필요한 소품이나 제품을 알아가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고 시간도 오래 걸렸어요.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고 생긴 긍정적인 변화 가장 좋은 건 청소시간이 줄었어요. 남편과 저는 정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그것도 확연히 줄었죠. 시간이 절약되다 보니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서 더 생각하는 것 같아요. 또 그 계기로 책도 썼으니, 제 삶에서는 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나만의 미니멀 인테리어 방법 저와 남편은 디자이너여서 예쁘게 꾸려놓고 사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필요한 제품을 구매할 때, 조금 가격이 비싸더라도 마음에 드는 제품을 사요. 한 제품을 오래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절약되더라고요. 미니멀 라이프라고 해서 아무것도 없이 사는 것이 꼭 전부는 아닌 것 같아요. 저희는 음악 듣는 걸 좋아해서 오디오 구매할 때 신경을 많이 썼어요. 또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티슈케이스도 깔끔한 색으로 씌워두면 보기에도 깔끔해 보이거든요. 처음 준비하실 때 주된 색을 정하고 시작하면 훨씬 수월한 것 같아요.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6개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거로 생각해서 버렸어요.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들은 사진으로 찍는 등 기록으로 남겨두면 평생 보관할 수 있어요. 집에서 가장 미니멀한 공간 거실이요. 버리지 못하고 남겨둔 소품 남편과 저를 닮은 인형 세트와 여러 여행지에서 사 온 냉장고 자석이요.

탁진현
미니멀 라이프 지침 사이트 심플라이프 운영자·강사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 4년 정도 되었어요. 당시는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던 때였는데, 일과 건강, 인간관계 등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문제가 생기면서 ‘비워내기’를 시작했어요. 원래 10년 정도 일간지 기자로 일했었는데, 많은 업무량에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집에 서류 상자 9개를 쌓아놓고 지냈죠. 어느 날 그런 것들을 비워냈는데 너무나 홀가분한 거예요. 건강이나 관계에서도 나를 괴롭히고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내기 시작했죠. 가장 긍정적인 변화 내 삶의 주인이 되었어요.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찾은 것 같아요. 삶의 여유도 많이 생겼죠. 전 직업상 수많은 정보 속에 파묻히고 시간에 쫓기며 살았어요. 모든 것이 과도하게 넘치는 환경이었거든요. 미니멀 라이프를 만나고 ‘이게 내 삶이다’라고 느껴졌어요. 삶의 여러 문제가 개선되었으니까요. 소비습관도 굉장히 바뀌었고요. 나만의 미니멀한 삶의 방식 물건을 비우는 최종 목적은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시작은 어떤 계기라도 괜찮아요. 인테리어 면에서 시작해도 좋고요. 단지 그건 시작일 뿐이고 훨씬 더 좋은 결과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물건을 비움으로써 과거에 괴로웠던 마음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비워낼 수 있거든요. 어려웠던 점 처음엔 소비습관을 바꾸는 과정이 어려웠어요. 다이어트 요요현상처럼 계속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사고 싶었어요. 비워내기까지 걸린 기간 아직 비우는 중인 것 같아요. 물건은 줄일 수 있을 만큼 줄였죠. 그런데 마음을 비워내는 일은 끝없이 연장되는 것 같아요. 제일 마지막에 비운 것 책이요. 300권 정도가 있었는데, 대부분은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 팔았어요. 소중한 물건들은 몇 가지 남겨뒀어요. 미니멀 라이프라고 해서 삭막하게 산다는 의미는 아니거든요.

서동희
빈티지 가구 아파트먼트 쇼룸 카우니스 코티 대표·《도쿄 숍》 저자

아파트먼트 쇼룸의 정체성 제가 사는 공간이면서 제가 수집한 빈티지 가구들을 전시해놓은 쇼룸이에요. 본업은 가방 디자이너예요. 그러면서 빈티지 가구 컬렉터인 셈이죠. 빈티지 가구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클라이언트 미팅 장소 겸 전시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평범한 아파트에서도 북유럽 빈티지 가구로 이런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죠. 라이프스타일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고요. 그래서 이런 공간을 만들게 되었어요. 카우니스 코티의 뜻 핀란드어로 ‘행복이 가득한 집, 아름다운 집’이란 뜻이에요.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생각 패션 계통에서 일하다 보니 워낙 복잡한 세상에서 활동하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삶을 간소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런 빈티지 가구를 다루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기도 해요. 디자인공부에 도움도 많이 되고 여행도 가게 되고요. 북유럽을 다섯 번 정도 갔는데, 갈 때마다 느껴지는 것이 달랐어요. 알바알토Alvar Aalto를 좋아해서 그 집에도 방문했었는데, 내부는 굉장히 소박하면서 실용적이에요. 화려하지 않죠. 그것이 진짜 북유럽의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블랙&화이트로 꾸며진 것 보다는 자연적이고 따뜻한 느낌이 나는 소재의 미니멀적인 것을 추구해요. 원목 가구의 매력 원목 가구가 오래되면 색이 바래는데, 그런 가구는 공간과 잘 어우러져요. 새 가구와는 다르죠. 가구를 모으기까지 걸린 시간 5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지금도 계속 모으고 있고요.

취향이 드러나는 맥시멀리스트

이지은
패션 디자이너

모으는 소품의 종류 자잘하고 아기자기한 소품 모으는 걸 좋아해요. 종류도 엄청 많아요. 가장 많은 소품 플레이 모빌이요. 곳곳에 있거든요. 인테리어 콘셉트 분위기가 복합적이죠(웃음). 워낙 히피 스타일을 좋아해서 그런 분위기의 천도 많이 샀어요. 해외 직구로 구매하기도 하고 여행 가서 사오기도 하고요. 옷도 많고, 신발도 많아요. 신발장 3개 정도에 신발이 꽉 차 있는데 작업실에도 더 있거든요. 빈티지 안경이나 선글라스도 좋아해서 모으다 보니 몇백 개 되는 것 같아요. 또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카메라도 몇 개 샀고…. 보통 수집을 하면 뭔가 한 가지에 꽂히잖아요. 새로운 것이 좋아지면 기존의 모으던 취미는 버려야 하는데, 저는 종류를 추가해서 다 모으는 것 같아요. 뭐든 다 많은 것 같아요(웃음). 물건을 구매하는 곳 해외 직구나 여행할 때 많이 사요. 옷 같은 경우에는 제가 키가 커서 한국 옷 사이즈가 잘 안 맞아요. 그래서 직구를 많이 이용해요. 나만의 정리법 특별할 건 없지만 나름 저만의 공식이 있어요. 물품별로 모아두거나 최근 사용하는 것들은 꺼내놓고 나머지 물건들은 장 안에 넣어두는 정도예요. 그런데 제가 정리를 해도 아무도 정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웃음). 여기저기 붙은 폴라로이드 사진 폴라로이드 찍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한 번에 필름을 대량 구매해서 많이 찍어요. 필름 유통기한이 지나면 빛바랜 느낌 그대로 찍어요. 수집에 걸린 시간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너무 싫어하셔서 모으질 못했어요. 혼자 자취하기 시작하면서 모은 것 같아요. 미니멀리스트가 된다면 안될 것 같은데…. 그래도 카메라나 신발은 꼭 남겨두고 싶어요. 최근에 빠져 있는 물건 양초요. 원래 초를 싫어했어요. 향 때문에 멀미가 나기도 했거든요. 지금 작업실이 지하인데, 향초를 켜 놓으니 훨씬 낫더라고요. 얼마 전부터 사기 시작했어요.

이선윤
만물상인·디자이너

이 공간의 정체성 작업공간이자 사는 공간이에요. 당신의 정체성 좋아하는 것을 모아요(웃음). 빈티지 컵부터 장갑, 연필, 마시는 차 등 무엇이든지요. 물건을 사면 제 SNS에 사용한 사진을 그냥 올려요. 물건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면 판매도 하고요. 한번은 제 마음에 드는 가죽 코트가 없어서 만들어봤거든요. 입고 다닌 사진을 SNS에 올렸는데, 다들 굉장히 좋아해 주시고 물어봐 주셔서 팔고 있어요. 원래 시각디자인을 공부했어요. 학교 다닐 때 성실한 학생은 아니었지만, 제 눈에 아름다운 물건들을 모으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아요. 길거리 지나다가 의자도 줍고 그래요(웃음). 물건들을 볼 수 있는 곳 숍이나 마켓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고요. 그냥 제 눈에 예쁜 다양한 물건들을 사고, 수요가 보이면 파는 거예요. 인스타그램(@leeddoll)에 주로 상 사진을 올려요. 물건을 구매하는 곳 여행 가서도 많이 사고요. 한국에서도 이런저런 물건에 관심이 많아요. 그냥 지나다니다가 사요.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빈티지한 소품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태국에 갔을 때 사온 자물쇠가 있어요. 굉장히 옛날 물건 같은데 진짜로 열쇠로 잠그고 열 수 있어요. 그런데 딱히 어디에 사용하진 않아요(웃음). 여행지에서의 시장 구경을 굉장히 좋아해요. 만물상으로서의 삶 제 눈에 예쁘면 그냥 다 모아요. 색감이 예쁘거나, 느낌이 좋거나, 반하면 사요. 제가 테이프도 좋아하는데요. 색깔이랑 사이즈 별로 많이 모았어요. 무엇이든지 꼭 필요해서 사는 건 아닌데, 나중에 사용할 일이 생기더라고요. 테이프는 여기저기 붙이기도 해요. 예를 들어 어떤 상자나 수납함의 상표가 붙어 있으면 그 위에 예쁜 색테이프를 붙이죠(웃음). 크레파스나 유화로 그림도 그려서 벽에 붙여놓고요. 요즘 좋아하는 것 제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꽃 시장에 가서 다양한 꽃을 사와요. 손이 커서 엄청 사와요. 겨울이라 식물이 좀 줄어든 거예요. 따뜻하면 밖에 내놓아도 되니까 더 많이 사와요. 나만의 정리법 사실 그냥 얹어두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툭툭 두는 거죠. 벽에도 여백이 없어요. 뭘 막 걸어놔서(웃음). 벽에 걸 수 있는 빈티지한 고리 모으는 것도 엄청 좋아해요.

한창헌
tvN 마케터

집에 가장 많은 소품 LP가 300장 정도 있어요. 옛날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대학교 때는 CD를 사고파는 일도 했었어요. 국내에서 안 파는 음반을 수입해서 팔았죠. 그런데 2004년에 제대를 하고 나니 CD는 죽은 매체가 되어 있더라고요. 이후에는 여행 가서 좋아하는 음악의 LP가 있으면 그냥 사들였어요. 턴테이블도 없었지만 아무 생각 없이 기념품처럼 샀죠. 재작년에 60년 된 턴테이블을 인수하게 돼서 그때서야 듣기 시작했어요. 음악을 하진 않지만, 음악 관련 일을 계속했어요. 첫 회사도 엠넷Mnet이었고요. 평소에 즐겨 하는 일 LP를 모으고 가끔 친구가 하는 바이닐 펍에서 턴테이블로 LP를 틀어요. 가장 좋아하는 음반 파라디Paradis라는 프랑스 가수 음반인데, 프렌치 디스코 같은 장르예요. 모으고 있는 다른 물건들 음악이나 가수에 관련된 포스터나 액자도 많아요. CD도 들을 수는 없어도 그냥 가지고 있죠. 노트북에 스티커도 많이 붙여놓았죠? 제가 빈 곳을 못 참아요. 여행 트렁크에도 많이 붙여놨어요. 많은 물건을 정리하는 나만의 방법 정리법은 따로 없어요. 최근에 가구의 위치를 옮기면서 정리를 좀 하긴 했죠. 아! LP를 넣어두기 위해 이케아에서 ‘LP장’으로 유명한 장을 사서 정리했어요. 미니멀리스트가 된다면 물건은 못 버릴 것 같아요. 다 필요한 거예요. 매일 만지지 않더라도 언젠가 다 사용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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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정혜미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