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과 되감기 사이

안성호·이교빈ㅡ전축·카세트

같은 듯 다른 두 공간을 소개해주세요.

성호 저희는 세 명이 함께 바 ‘전축’과 카페 ‘카세트’를 운영해요. 같은 건물의 2층과 3층에 자리 잡고 있죠. 지금 제 옆에 앉아 있는 교빈 님이 브랜딩과 디자인을 맡았고, 다른 건축가 친구가 설계를 담당했어요. 각자의 강점을 살려 만들었달까요. 원래 전축만 운영했는데 감사하게도 낮에 방문하고 싶다거나 커피도 즐기고 싶다는 손님들의 요청이 있었어요. 그때 마침 교빈 님이 파리로 제빵 유학을 다녀온 참이었고, 전축 위층이 비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렇게 카세트를 시작했어요. 전축과 카세트. 이름부터 형제 같은 느낌이 들게끔 했어요.

 

두 공간 모두 아날로그 음악을 취급한다는 공통점이 있죠. 각각 어떤 음악을 틀어요?

성호 전축에서는 주로 재즈를 틀어요. 그중에서도 스윙 재즈나 쿨 재즈. 굉장히 하모닉하고 편안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중간중간 케이팝이나 영화 음악을 넣어서 환기를 시키기도 하고요. 익숙한 음악도 하이파이 오디오로 들으면 또 다른 느낌이 들거든요.

교빈 카세트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슈게이징 음악을 많이 트는 편이에요. 몽환적인 기타 사운드가 특징인 록 음악인데, 지금 나오는 곡도 그중 하나예요. 또, 이곳을 처음 만들 때 영화 〈접속〉(1997)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 90년대 한국 음악을 틀고 싶어 〈가요 톱 텐〉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기도 했어요.

 

평소 두 분의 음악 취향은 어떤가요?

성호 각자 취향이 확고했는데 전축과 카세트를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영향을 많이 주고받게 됐어요. 제가 원래 좋아하던 장르는 클래식이나 어쿠스틱 재즈예요.

교빈 저는 1세대 밴드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언니네 이발관, 3호선 버터플라이…. 록 페스티벌도 종종 다녀요. 그래서 항상 이 친구를 놀렸죠. 저는 산 자들 음악 듣는데 너는 죽은 자들 음악 듣는다고(웃음). 하지만 요새는 취향이 많이 넓어졌어요.

 

카세트에 들어오자마자 릴 데크가 눈에 들어와요.

성호 저희가 빈티지 오디오 수집하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이 릴 데크는 자주 가는 오디오 가게 전면에 디스플레이 되어 있었는데, 보자마자 마음에 쏙 들어서 가져왔어요. 이런 오픈 릴 데크는 과거 방송국에서나 음반 레코딩 마스터테이프로 쓰던 거예요. 아날로그 매체지만 음질이 풍부하고 깨끗해요. 저희 카세트의 대표 아이콘으로 손색이 없죠.

 

이 건물이 지어진 지 60년이 넘는 고택이라고요. 인테리어에서는 어떤 부분을 신경 썼어요?

성호 석 달 넘게 공간을 찾다가 여기를 발견했어요. 마음에 들어서 음악 감상에 최적화되도록 전부 손봤죠. 빈티지 오디오는 조합이 아주 중요하거든요. 어떤 앰프, 어떤 스피커를 조합하는지에 따라서 소리가 달라져요. 아래층 전축은 목조로 된 큰 탄노이 스피커와 매킨토시 앰프를 놓아서 오래 들어도 귀가 아프지 않아요. 와인 한 잔 하면서 몇 시간씩 앉아 있어도 괜찮죠. 카세트에서 쓰는 건 같은 탄노이 스피커인데 스튜디오 모니터링용으로 나온 모델이에요. 훨씬 알차고 귀에 딱 꽂히는 소리예요. 스피커를 일부러 좌우로 나눠서 배치했고요. 잘 들어보면 양쪽에서 오는 사운드가 더 공간감 있게 들릴 거예요. 또, 카페에서 대화할 때 너무 목소리가 울리면 불편하잖아요. 그걸 방지하기 위해 천장 모서리마다 방음재를 붙였어요.

 

또 소개하고 싶은 디테일이 있다면요?

성호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수집한 레퍼런스를 이 공간에 잘 담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빈, 파리, 도쿄, 뉴욕 등 서구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동시에 한국의 고풍스러운 감성도 더하고 싶었죠. 벽에 있는 액자 속 사진들도 다 직접 찍은 거예요. 라이카 M3 필름 카메라로 찍었답니다.

교빈 또 한 가지 소개하고 싶은 건, 전축에서 매달 여는 라이브 재즈 공연이에요. 저희만의 차별점이라면 바로 사장이 직접 공연에 참여한다는 것인데요. 성호 님이 테너 색소폰을 연주해요. 일반적인 재즈 바처럼 늦은 시간이 아닌 오후 시간대에 공연해서 부담 없이 올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다음에 꼭 보러 올게요(웃음). 마지막으로, 이곳이 손님들에게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나요?

성호 음악을 그냥 듣는 것과 감상하는 건 다르다고 생각해요. 감상은 연주자와 매체를 선택하고, 알맞은 오디오와 공간을 찾는 총체적 경험이죠. LP나 카세트 테이프 같은 아날로그 매체는 감상의 경험을 풀 패키지로 누릴 수 있어요. 앨범 커버들을 보면 눈도 즐겁고, 안에 수록된 해설을 읽고 음악가의 마음을 상상해볼 수도 있죠. 전축과 카세트가 이 모든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음악적 본거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지트처럼요. 아른거리는 불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잖아요. 그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는 레코드를 보고 있으면 누구나 감상에 젖는 거 아니겠어요. 이곳은 그래도 되는 곳이에요. 

H. instagram.com/cassette.seoul, instagram.com/jeonchuk
A. 서울 중구 충무로 23 2, 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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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정지윤

Photographer 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