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따라 걷는 사람

이수지 — 그림책 작가

일과 삶에서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내달려본 사람을 만났다. 어디에 가닿을지는 정확히 알 수 없어도, 즐거워 보이는 길이라면 일단 걸어본 사람. 두려움은 없었는지, 힘겹지는 않았는지 물어도 미소 지으며 고개를 내저을 뿐이다. 그림책 작가 이수지를 용감하게 만든 건 앞서 재미 좇아 살아간 사람들이 일궈 놓은 더 넓은 세계, 그리고 실패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마음이었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에서 나는 재미의 꼬리를 밟는 인생의 실체를 보았다.

한국인 최초로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하셨는데요. 인정과 주목을 받으면서 더 좋은 작업물을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어요? 

없었어요. 격려를 받은 느낌이었죠. 여태 해오던 대로 계속 나아가도 된다고 누군가 손을 들어준 거라고 생각했어요. 부담감을 느끼는 건 미련한 일이에요. 왜 그런 생각을 하죠? 제 아이들이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외모에 관심도 많아지고 모든 사람이 자기를 다 쳐다본다고 생각하더라고요. 하지만 아무도 쳐다보지 않잖아요. 그래서 제가 “사람들은 너한테 관심 없거든!”이라고 이야기하면, 아이들은 “알거든! 내가 좋아서 하는 거거든!”이라고 해요. 그런데 그 말이 맞아요. 수상은 내가 좋아하는 작업을 사람들과 같이 누리고 축하하는 자리일 뿐이에요. 나한테 부끄럽지 않고 재미있는 작업을 하면 누군가는 나와 같은 마음으로 볼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창작자의 태도는 그때 당면한 문제를 첨예하게 맞닥뜨린 다음, 열과 성의를 다해, 솔직하게, 즐겁게 작품을 만드는 거예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그럼 창작이라는 일을 꾸준히, 오래,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도 글을 쓰는 사람이니 꼭 묻고 싶었어요. 

에디터님은 언제 글이 잘 써져요? 

 

음… 전달하고 싶은 바가 명확하게 떠오를 때요. 

그렇죠. 어떤 걸 써야 할지 내가 알고 있을 때. 그러니까 상황을 장악하고 있는 때죠.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가 있어야 해요. 그런데 아이디어를 얻어도 실제 작업에 돌입하면 할 일이 많아요. 저는 그림을 그리고 나면 책 모양도 고민해야 하고, 단가가 맞는지도 살펴봐야 해요. 스파크가 튀었을 때만 재미있고 나머지는 다 재미없는 일인 거죠. 그런데 그 스파크를 현실화하고 싶어서 이 일을 하는 거잖아요. 내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잊지 말고,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불씨가 튀었던 첫 마음으로 자꾸 돌아가고 또 돌아가면서 나를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힘들면 좀 쉬고요. 다시 스파크가 튀면 불씨를 잘 살려가면서 또 하나 만드세요. 장대하고 숭고한 무언가를 향해 나아간다는 결심보다는 작은 성공을 해내면 일단 칭찬하세요. 그다음 또 다른 작은 성공을 향해 가는 거죠.

늘 ‘이수지 작가님 마음 자세’로 글을 써야겠어요(웃음). 

(웃음) 힘들 때는 뭐, 징징거리면서 하는 거죠. 그런데 재미가 있어야죠. 무언가를 하고 싶은 사람들만이 가진 눈빛이 있어요. 인상적이고 매력적으로 기억에 남은 사람들은 모두 그 빛이 있었죠. 

 

저도 그 빛을 오래 갖고 싶네요. 아직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한 어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찾아야 돼요. 찾는 건 원래 어려워요. 그렇다고 좋아하는 일을 못 찾는 나를 부정할 필요는 없어요. 중요한 건 희미할지라도 맞다고 생각하는 것, 재밌어 보이는 것을 좇아가 보는 거예요. 그 길의 끝에 가면 또 다른 길이 열려요. 계속된 선택을 하면서 나아가는 거죠. 어느 지점까지 왔으니 두 갈래 길이 나오는 거지, 안 가면 몰라요. 아직 좋아하는 일을 모르겠다는 분들은 나아가 보지 않고 제자리에서 걱정만 하는 경우가 많아요. 가끔 나는 그림을 못 그리는데 그림책 작가가 될 수 있는지 물어보는 분들이 있어요. 저는 괜찮다고 절대 조언하지 않아요. 다음 선택을 할 수 있는 기본 실력까지는 가야 해요. 일단 가보세요, 그래야 다음 길이 열릴 테니까. 가다 보면 어딘가에 닿아 있겠죠. 그럼 그 길이 맞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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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차의진

포토그래퍼 임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