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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rot 당근
재료의 산책
Carrot
당근
하노이에 방문했을 때 베트남 요리전문점에서 깜짝 놀랄 만큼 많은 당근을 먹었다. 스프링 롤부터 수프, 메인 요리, 심지어 소스에 이르기까지 이곳 저곳 주황색 꽃이 만발해 있었다. 뭉근히 오랫동안 끓이는 스튜나 계피 향이 진한 케이크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은 했지만 생 당근이 이렇게 맛있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최근에는 디톡스 주스나 그린 스무디가 유행한 덕분에 건강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건강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색색의 채소들에게 이목이 집중된다는 소식이기도 하다. 바야흐로 당근의 시대였다.
RECIPE 01
당근과 고추를 볶아
매콤고소한 크림소스로 만들다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의 ‘Love Me Tender’라는 노래를 반복재생하며 이 요리를 만들었다. 사랑을 하고 있지 않을 때에도 사랑 노래를 들으면 그저 행복하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부러웠다. 그러고 보면 요리를 잘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요리는 단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으니까. 요리에 비해 노래와 기타는 내가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도 들려줄 수도 없는 실력이다. 타고난 재능이 없어서 평생 찍기 힘든 드라마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요리해주고 들려주고 싶은 사람이 생길 때까지 연마할 생각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를 위해 무엇을 한다는 자체가 살아갈 힘을 주기 때문이다. 사랑을 찾아 헤매고 사랑으로 이뤄가는 삶은 의존적이어서 불안하지만 또 그만큼 달콤하다.
재 료
(2인분) 당근 2개, 고추(할라피뇨 또는 페페론치노 등으로 대체 가능)1~2개, 마늘 2개, 카넬리니 콩 150g, 생크림 500ml, 흰밥 300g, 올리브오일 2Ts, 홀그레인 머스타드 1ts, 파르메산 치즈, 소금, 후추
* Ts(테이블스푼), ts(티스푼)
만드는 법
당근은 잘 씻어 2~3mm 두께로 얇게 썬다. 냄비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마늘과 잘게 다진 고추를 넣어 약한 불에서 향을 낸다. 마늘 색이 변하기 시작하면 당근을 넣고 볶다가 노릇하게 익으면 불을 끈다. 볶은 채소를 믹서에 넣고 덩어리가 없어지도록 곱게 간다. 중간중간 생크림을 조금씩 넣어 부드러워지도록 도와준다. 같은 냄비에 간 채소를 넣고 남은 생크림을 모두 붓는다. 머스타드와 파르메산 치즈 적당량을 갈아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불을 올려 치즈가 녹을 때까지 끓인다. 농도를 조절하고 싶을 때는 육수나 우유를 조금 넣어준다. 흰 밥과 카넬리니 콩을 넣어 잘 섞어가며 조금 더 끓인다. 파스타로 할 경우엔 삶은 파스타 면을 넣는다. 까넬리니 콩이 아닌 완두콩이나 양송이버섯을 넣어도 좋다. 그릇에 담아 파르메산 치즈와 후추를 갈아 올린다.
RECIPE 02
아삭한 당근에 향긋한
고수와 요거트를 발라
토르티야로 감싸다
만화나 드라마를 보면 가끔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결말을 만날 때가 있다. 자고 일어났더니 모두 꿈이었다며 한 순간에 이제까지의 흥미를 청소기로 빨아들이는 경우 말이다. 엄마는 일 년에 한두 번쯤 빼먹지 않고 “있잖아, 죽으면 어디로 가?”라고 묻는다. 우리도 죽었다 눈을 뜨면 모든 게 꿈이었다며 다시 새로 삶을 시작하게 되는 건가? 이미 이건 우리에게 몇 억만 번째의 삶일지도 모르겠다. 혹시 그렇다면 조금 더 느긋하게 살고 싶은데. 낮잠도 한 시간씩 더 자고, 샤워도 이십 분은 더 들여서 하고, 맛있는 것도 두 배로 먹어야지. ‘인생은 한 번뿐!’ 이라는 말에 촉박해지지 않도록 스스로 최면을 잘 거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으면 좋겠다.
재 료
(2인분) 토르티야 2장, 당근 1개, 적 양배추 1/4개, 쿠스쿠스 100g, 페타 치즈 100g, 고수 20g, 요거트 50g, 큐민 1/2ts, 레몬
1/2개
* Ts(테이블스푼), ts(티스푼)
만드는 법
당근과 적 양배추는 잘 씻어 얇게 채 썬다. 쿠스쿠스는 삶는다. 이때 버터, 소금 약간과 함께 조리하면 더 맛있다. 고수 10g을 잘게 다지고, 힘껏 짠 레몬즙과 큐민을 요거트에 넣고 잘 섞는다. 토르티야 위에 당근, 적 양배추, 페타 치즈, 요거트 소스를 올려 김밥을 말듯 둥글게 말아준다. 프라이팬 위에 올려 위아래를 노릇하게 굽는다. 기호에 따라 으깬 아보카도나 바나나를 함께 넣어도 좋다.
에디터 김건태
글·사진 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