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의 산책

토마토

Tomato

토마토

우리의 삶 곳곳에는 토마토가 조용히 숨어있다.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 안에 들어있는 한 장의 토마토부터 시작해 각종 요리의 소스에, 심지어 동네 빵집의 소시지 빵에도 빨갛게 케첩이 되어 묻어 있다. 그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토마토가 사라지는 세상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지구인 한 명은 일 년에 평균 약 1킬로그램의 토마토를 소비한다고 한다. 세계인이 가장 많이 섭취하는 채소 토마토는 시금치, 적포도주, 귀리, 연어, 머루 등과 함께 10대 건강식품에 꼽힌다. 토마토가 영양을 한가득 품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으며 지금은 5,000가지가 넘는 토마토의 종류 중 우리나라에서도 20여 종이나 재배되고 있다. 

하지만 토마토 요리를 논하기란 쉽지 않다. 마치 몇 개월 동안 학원에서 배운 영어 실력으로 영국인과 대화를 시도하는 기분이다. 토마토의 분류가 일반 토마토와 방울토마토로 나뉘었던 시대에서 이제는 생식용이냐 가열용이냐를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러나 잘 익은 토마토에 리코펜Lycopene(잘 익은 토마토에 존재하는 일종의 색소. 항암 작용을 하며, 성질은 카로틴과 비슷하다)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이 토마토가 어떤 요리법이 최적인 종자인지는 어쩌면 우리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정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몸에 좋다는 리코펜 또한 열에 쉽게 분해되지 않으므로 생토마토보다 오히려 농축해 만든 케첩이나 페이스트에 더 많은 양이 들어있다. 

즉 햄버거나 감자튀김에 케첩을 듬뿍 찍고 토마토 주스를 한 잔 마시는 것으로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일상의 분주함과 건강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은 엄청난 요리의 기술도 배경지식도 아닌 골고루 먹는 식습관일지 모른다.

RECIPE 01
토마토를 말려
올리브오일에 볶다

채소를 말리는 일은 어떤 이에게는 쉽고 어떤 이에게는 귀찮은 일이다. 그 기준은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보다, ‘시도해 본 사람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있다. 가지, 호박, 당근, 버섯 등의 채소들은 말리면 수분이 빠져 그 보존기간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맛이 농축되고 열전달도 빨라져 조리시간이 단축된다. 한 팩을 사서 주워 먹고 요리해 먹다 남은 방울토마토는 반으로 잘라 햇빛과 바람이 지나가는 곳에 가만히 말려보자. 하루에서 이틀 정도 말려서 아직 수분기가 있다면 올리브오일에 담가 보관하고, 바짝 말린 건 그대로 보관하거나 냉동해서 보관할 수 있다. 샐러드 위에 올리고 오일에 볶아 파스타와 섞어보고 볶음밥에도 볶아서 넣어보자. 말려만 두면 이보다 편한 재료가 또 없다.

재 료

말린 방울토마토 100g, 그린 올리브 50g, 안초비 2~3조각, 마늘 1쪽, 월계수 잎 1장, 올리브오일 3Ts
* Ts(테이블스푼)


TIP 토마토 말리기 방울토마토는 반으로 잘라 소쿠리 위에 단면이 위로 오도록 펼쳐놓는다. 소금을 뿌리고 30분 정도 후에 키친타올로 물기를 닦아내면 더 빨리 말릴 수 있으나 담백한 맛을 원한다면 자른 그대로 말린다. 햇빛과 바람이 잘 드는 곳이라면 방안이나 베란다 어디도 상관없다. 습기가 너무 많은 곳에서 말리면 곰팡이가 필 수 있으므로 최대한 건조한 곳에서 말리자. 시간을 더 절약하고 싶다면 110~13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1시간 반~2시간가량 구워준다.

만드는 법 

말린 방울 토마토와 안초비, 그린 올리브와 마늘을 잘게 다진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마늘과 월계수 잎을 넣어 약불에서 향을 낸다. 마늘 향이 나면 남은 재료를 모두 넣고 잘 볶는다.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잘 구운 빵에 치즈, 양상추, 닭고기, 아보카도 등과 함께 올려 샌드위치로 만들자.

RECIPE 02
토마토를 통째로 넣고
밥을 짓다

추운 날 버섯과 채소, 닭고기나 생선 등을 밥과 함께 넣고 짓는 일본요리 타키코미고항炊き込みご飯을 자주 해먹곤 했다. 여러 재료와 다시마, 간장 몇 방울을 함께 넣고 취사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볶지 않고도 볶음밥 같은 한 그릇이 만들어지니 중독되지 않을 수 없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나는 한여름이면 사실 되도록 가스 불을 쓰고 싶지 않은데 그럴 때는 토마토를 통째로 넣고 토마토 타키코미고항을 만들어 본다. 잘 씻은 쌀 위에 꼭지를 도려낸 토마토를 살포시 얹고 채소도 썰어 넣고 버섯도 찢어 넣는다. 다 지어진 밥솥의 뚜껑을 열고 토마토를 으깨어 밥과 함께 뒤섞어 줄 때면 어딘가 모르게 금단의 행동을 하고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곤 한다.

재료

쌀 2컵, 토마토 1개, 올리브오일 2ts, 소금, 후추 등
* ts(티스푼)

만드는 법 

밥솥에 쌀을 잘 씻어 넣고 평소대로 물의 양을 맞춘 뒤, 토마토의 수분을 고려하여 6큰술 정도의 물을 덜어낸다. 토마토의 꼭지를 따서 얹는다.(토마토의 껍질이 신경 쓰인다면 넣기 전에 토마토에 십자로 칼집을 낸 뒤 끓는 물에 한 번 담가 껍질을 벗겨낸 뒤 넣자). 잘게 다진 양파나 당근, 버섯 등을 같이 넣거나 참치 통조림이나 베이컨 등을 기호대로 넣자. 조금 더 진한 맛을 원한다면 토마토 주스나 토마토 퓨레를 넣거나 콘소메를 풀어 넣어도 좋다.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취사한다. 취사가 끝나면 주걱으로 토마토를 으깨 밥과 함께 뒤섞어준다.

RECIPE 03
토마토를 끓이고
걸러 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식으로 먹기에 적합한 토마토가 주로 재배되기 때문에 토마토소스를 직접 만들어 먹는 일이 쉽지 않다. 껍질을 벗기고 씨앗을 제거한 뒤 다지거나 갈아야 하니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하지만 제철을 맞아 오동통하게 살 오른 여름 토마토라면 힘 한번 빼볼 만큼의 가치가 있다. 때를 노려 햇살의 단맛을 잔뜩 머금은 토마토를 천천히 끓이고 걸러 고가의 퓨레Puree(각종 채소나 곡류 등을 삶아 걸쭉하게 만든 것)로 만들어 놓고서, 토마토 통조림과 반씩 섞어 파스타 소스로 만들거나 바나나, 당근과 함께 갈아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으로도 만들어도 좋다. 남은 걸 냉동실에 넣어 겨울에도 여름을 맛보는 ‘사치’를 즐기는 건 어떨까.

재료

토마토 퓨레
토마토 적당량, 소금, 식초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
토마토 퓨레 4Ts, 바나나 1/2개, 양파 1/4개, 당근 1/6개, 올리브오일 2Ts,식초 2Ts, 소금과 후추 적당량
* Ts(테이블스푼)

만드는 법 

토마토 퓨레
토마토의 꼭지를 따고 6~8등분으로 잘게 썬다. 냄비에 토마토를 넣고 약불에서 가끔 눌러붙지 않게 저어주며 뭉근하게 끓인다. 껍질이 벗겨지고 열매의 형태가 없어지면 불을 멈추고 망에 거른다. 거른 토마토는 냄비에 다시 담아 졸여 수분을 날린다. 소금과 식초로 간을 한다.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
양파, 당근을 잘게 썰어 모든 재료를 믹서에 간다. 밀폐용기에서 1주일가량 보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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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전진우

글·사진 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