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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재료의 산책
Soy Milk
두유
여럿이 함께 간 카페에서 혼자만 소이라테를 주문한다거나, 아침부터 유기농 콩 100퍼센트의 두유를 챙겨 마시면 유난스럽다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기호식품일 뿐인 두유가 어떤 이에게는 치료의 식품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두유는 ‘유당불내증’을 가진 아이들에게 영양을 보충시킬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채식주의자들에게도 두유는 빼놓을 수 없는 영양식품이다. 물론 별다른 이유 없이 그 맛이 좋아서 먹는 이들도 많다. 두유에는 무언가 모를 특별함이 풍겨온다. 콩국수의 걸쭉함은 나이가 들어야 그 맛을 알 수 있다 하지 않는가. 두유가 사랑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RECIPE 01
두유에 푹 익은 아보카도를 으깨어
파스타를 만들다
건강을 생각해 무작정 두유를 들이켜는 것은 재미없으니 두유를 사용한 요리법을 생각해보자. 까다로울 것 같아도 재료들을 조화롭게 묶어보는 연습을 하면 전혀 어렵지 않다. 우유가 진한 고소함이라면 두유는 부드러운 구수함이다. 여러 가지 향신료로 우려내는 차이라테는 부드러운 두유로 끓여야 자연스러운 맛이 나온다. 팬케이크를 만들 때에도 밀가루가 아닌 현미 가루나 메밀가루로 구워보고 싶다면 우유 대신 식물성인 두유로 반죽을 해보자. 두유의 뒤를 이어 최근에는 아몬드 밀크, 코코넛 밀크 등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모르고 있었다면 보지 못하고 무심코 지나쳤을 것들에서 뜻밖의 인연이 시작되기도 한다. 심심하지 않을 날들을 위해 끝없는 호기심과 유연한 마음가짐을 기억하며 살고 싶다.
재 료
파스타 2인분: 두유 200~250ml, 아보카도 1개, 새우 적당량, 병아리콩 적당량, 마늘 2~3개, 달걀 2개, 카레 가루 약간, 그라나 파다노 치즈 적당량, 파스타 면 2인분, 올리브오일 2Ts, 소금, 후추
* Ts(테이블스푼), ts(티스푼)
만드는 법
아보카도의 과육을 발라 볼에 넣고 포크로 잘 으깬다. 병아리콩은 미리 삶아 놓는다. 마늘은 얇게썰고 베이컨을 넣게 된다면 잘게 썰어 준비한다. 냄비에 물을 끓여 소금을 한 줌 넣고 파스타 면을 넣어 삶기 시작한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마늘(과 베이컨)을 넣어 약한 불에서 향을 낸다. 마늘 색이 변하기 전에 새우를 넣어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새우가 익으면 두유와 아보카도, 병아리콩을 넣고 중간 불에서 1~2분간 저어가며 끓인다. 곱게 간 그라나 파다노 치즈와 카레 가루 약간, 소금과 후추를 넣어 간을 맞춘다. 파스타 면을 건져내어 소스에 넣고 잘 버무린다. 접시에 담아 기호에 따라 달걀노른자를 올리고 치즈, 후추를 갈아서 뿌린다.
RECIPE 02
두유와 두부를 곱게 갈아
티라미수를 만들다
고등학생 때부터 줄곧 하루빨리 삼십 대가 되고 싶었다. 삼십 대가 되면 고상한 말들을 능숙하게 쓸 줄 알고, 빠릿빠릿하게 전문적인 일을 하며, 성숙한 사랑을 하고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이제 그토록 꿈꿔왔던 삼십 대가 목전인데 나는 여전히 말을 서툴게 하며, 뚜렷한 직업도 없고, 그려왔던 연인도 없다. 마치 실내 수영장에서 허리에 거대한 튜브를 낀 채 파란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느낌이다. 예전보다 시답잖은 장난에 서툴러지고 이유 없는 사랑에 무뎌졌다. 심지어 사는 곳은 십 년 전보다 공기도 나빠지고 사람도 많아졌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주위에 ‘주어진 내 명을 다하기 전에 분명 지구가 먼저 멸망 할거야.’라고 말해왔는데 진담의 비율이 점점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꿈을 꾼다. 사십 대가 되면 꽃에 대해 잘 알고, 멋진 그릇을 많이 갖고, 시끄럽지 않은 맛의 요리를 할 수 있고, 녹색이 많은 곳에서 살고 싶다. 아, 고양이가 두 마리쯤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정말로 이루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사십 대의 나는 콧방귀를 끼며 비웃으려나.
재 료
두유 100ml, 두부 1모(300g), 요거트 300g, 스펀지케이크 적당량, 커피 적당량, 설탕 3Ts, 코코아 파우더, 레몬 1/2개, 럼주
* Ts(테이블스푼), ts(티스푼)
만드는 법
요거트와 두부는 각각 망 위에 키친타월을 깔고 올려 물기를 빼놓는다. 믹서에 요거트, 두부, 두유, 레몬즙, 럼주를 약간 넣고 두부 덩어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곱게 간다. 커피는 에스프레소, 더치, 드립, 믹스커피 등 가능한 것으로 준비한다. 스펀지케이크의 준비가 어려울 때는 카스텔라나 조금 두꺼운 플레인 쿠키를 사용해도 괜찮다. 케이크를 틈새가 없도록 그릇에 평평하게 깔고 커피를 골고루 부어 촉촉할 정도로 적신다. 갈아놓은 두부 커스터드를 2센티미터 가량 평평하게 깔고 그 위에 다시 케이크 층을 쌓고 커피를 적신다. 마지막으로 두부 커스터드를 평평하게 깐 뒤 망을 이용하여 코코아 파우더를 골고루 곱게 뿌린다. 냉장고에서 한두 시간 차게 하여 먹는다. 말린 과일(무화과, 살구, 베리 등)을 럼주에 절여 두었다가 같이 곁들여 먹으면 좋다.
내가 처음 요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이유는 ‘먹는다’는 행위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몇 년 동안 거식증과 폭식증에 시달리면서 음식에 두려움과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였다. 그래도 살고 싶었다. 내일 또 눈을 떠야 한다면 음식을 피할 수는 없다. 평생의 숙제로 마음먹은 지 이제 딱 7년이 되었다. 답은 아직도 모르겠다. ‘왜’ 먹어야 하는지 문제를 풀었다 싶으면 이번엔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의 문제가 줄을 잇는다. 배가 고프니까 먹고, 살기 위해 먹고, 매일같이 먹던 것을 의심 없이 먹고. 이제 와서 본능적, 전통적, 사회적인 문제에 의문을 던지는 건 분명 허무한 짓이다. 게다가 ‘당연한’ 세계에서 한발 물러나 생각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당연히 있어야 할 것들이 당연히 없어야 하기도 한다. 그래도 나의 상처에 계속 손을 대고 있으면 타인의 상처 또한 느낄 수 있다는 사실만은 알겠다. 상처가 없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으며 그 깊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려 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 외롭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도망 다녔다면 지금쯤 소리 내어 우는 법조차 까먹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모든 것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한다 한들 상관없다. 지금도 여전히 함께 살아가고 싶으니 그거면 되지 않을까 싶다.
* 2013년 5월부터 함께 해주었던 요나 씨의 ‘재료의 산책’이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3년 4개월간의 여정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감각 있는 레시피와 사진, 공감 가는 이야기로 어라운드 매거진을 빛내주신 요나 씨께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요나 씨를 응원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에디터 김건태
글·사진 요나 일러스트 최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