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의 산책

Mugwort 쑥

Mugwort
쑥

단군신화의 곰은 백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고 사람의 몸을 얻는다. 얼핏 인내의 시간 끝에 소원을 이루는 그림으로 보이는 듯하나 곰은 쑥을 먹는 백일 동안 사실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꿀떡을 먹을 때는 흰떡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쑥떡의 쟁탈전이 시작된다. 음식의 효능만을 얻기 위해 쓰고 맛없는 약초를 억지로 먹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다. 쑥은 감사하게도 맛도 효능도 뛰어나다.

쑥은 황사나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가는 우리 몸을 정화시키고 냉기를 몰아내어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잡초의 특성상 먹는 용도뿐만 아니라 의식주 전반적으로 쓰임새가 있어 ‘힐링’이라는 키워드 전반에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방향제, 화장품, 천연염료, 가축의 영양제까지. 피가 날 때는 생 쑥을 비벼서 상처에 붙이면 지혈의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지천에 수줍게 숨어있는 수더분한 외모의 그녀는 팔방미인 의사선생님이다.

RECIPE 01

쑥의 향으로
밥을 뜸 들이다

얼마 전 본 영화의 ‘사랑을 하면 세상이 모두 재스민향이다.’라는 대사가 머릿속을 빙빙 맴돈다. 아침 일찍 가게에 나가 어스름한 주방에서 닭 가슴살을 마리네이드하면서도 소리 없이 생각한다. 아무리 집중을 해보아도 닭을 절인 손끝에선 레몬과 타임의 향이 흐를 뿐이다. 아무래도 나는 지금 사랑을 하고 있지 않은가 보다. 한 살 두 살 먹을수록 살아가는 요령은 불어만 가는데 사랑에 관해서만은 점점 더 서툴러진다. 여분의 생각과 느낌들이 사랑으로 흘러들어가는 수문을 막아버리는 탓이다. 투명하고 부서질 것만 같았던 재스민향의 설렘을 더 또렷하게 기록해 놓지 않았던 지난날의 게으름이 밉다.

재 료 

쌀 2컵, 쑥 적당량, 당근 30g, 불고기용 소·돼지고기 4~50g, 말린 표고버섯 한 줌, 설탕 1Ts, 소금 1ts, 간장 1Ts, 미림 1Ts, 청주 1Ts, 식용유 1Ts, 물

* Ts(테이블스푼), ts(티스푼

만드는 법 

쌀을 흐르는 물에 잘 씻어 한 시간가량 불려 놓는다. 말린 표고버섯도 물에 불려놓는다. 당근과 불린 표고버섯을 잘게 썰어 준비한다. 쑥은 잘 씻어 3~4센티미터 길이로 썬다. 냄비에 쑥 이외의 모든 재료를 넣고 표고버섯 불린 물을 약간 섞어 양을 맞춘다. 평소 밥을 짓는 것과 같이 불에 올려 취사한다. 밥이 다 지어질 때쯤 손질한 쑥을 넣고 뜸을 들인다.


* 전기밥솥으로 지을 경우 처음부터 쑥을 함께 넣고 짓는다.
* 조금 질게, 죽처럼 먹는 것도 부드러운 향을 느낄 수 있으므로 물의 양은 취향에 맞게 조절한다.

RECIPE 02

쑥을 쌀가루에 버무려
부드럽게 찌다

한두 번 겪어온 일도 아닌데 겨울의 한창때에는 이대로 봄이 돌아오지 않을까 두려워진다. 추위에 웅크린 어깨가 심장을 압박하여 마음에 자리를 펼 곳이 없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현관문을 열었을 때 봄내음이코끝을 스치는 날이 있다. 다시 돌아왔다는 안도감과 바보 같은 의심을 했었다는 죄책감이 아우러져 웃음이 나온다. 요가수업에서 배운 것인데 사람은 생각이 많아지면 머리 쪽으로 열이 몰려 혈액순환이 안 되고 어깨와 목이 굳는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러 몸의 열을 배의 아래쪽으로 모아주는 동작을 많이 하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수업이 끝나면 정말로 머리가 하얗게 비어 있다. 봄이 오고 몸의 긴장이 풀리면 마음의 매듭도 풀려 둥실둥실 떠다니는 마음과 비슷한 원리이지 않을까. 봄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계절이다.

재 료

쑥 100g, 쌀가루 2컵, 고구마 1개, 설탕 1~2Ts, 소금 1/2ts

* Ts(테이블스푼), ts(티스푼)

만드는 법 

고구마를 원하는 크기로 썰고 쑥은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털지 말고 촉촉한 상태로 둔다. 쌀가루에 설탕, 소금을 섞는다. 볼에 쑥, 고구마, 쌀가루의 반을 넣고 고르게 범벅한다. 찜기에 면 보를 깔고 범벅한 쑥과 고구마, 쌀가루를 넣은 다음 나머지 쌀가루를 골고루 뿌린다. 면 보를 덮고 20~25분가량 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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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건태

글·사진 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