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의 산책

병아리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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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KPEAS
병아리콩

병아리의 머리와 부리를 닮아 ‘병아리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말하면 열에 아홉은 못 믿겠다는 눈치다. 우리 주변에서도 종종 샐러드나 수프 속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그건 맛보기에 불과하다. 인도에서는 병아리콩의 가루인 ‘베산Besan’을 튀김가루나 과자 반죽에 사용하기도 하고, 중동 지방에서는 삶은 것을 갈아 크로켓으로 만든다. 병아리콩 가루는 보습효과가 좋아 인도에서는 민감 피부용 비누 생산에도 사용한다고 한다. 어떤 요리를 해도 그 끝에는 부드러운 맛을 끌어 내주는 신기한 콩이다.

수프, 튀김, 찜 요리, 과자 등 각종 조리법으로 머릿속이 빽빽한 가운데 병아리콩 요리를 두 가지만 고르는 것은 정말이지 땀이 나는 일이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 높아지면서 렌틸콩, 퀴노아, 치아시드 등과 함께 급부상하고 있는 병아리콩은 그 인기 덕에 인터넷이나 슈퍼에서도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다소 어색한 요리에 다가가기 어렵다면 밥에 넣고 지어보아도 금세 그 고소한 매력에 빠질 것이다.

RECIPE 01

삶은 병아리콩에
올리브오일을 넣어 부드럽게 갈다

치과에서 충치 치료를 받을 때는 항상 보고 싶은 사람을 떠올린다. 옛 친구일 때도 있고,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일 때도 있다. 조심스럽게 웃는 옆모습, 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손가락. 기억을 되살려 보거나 상상을 그려보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치료는 마무리 되고 있다. 오늘은 치료 도중에 6년 전 함께 모로코 여행을 떠났던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병아리콩을 삶아서 부드럽게 갈아 만든 요리 ‘후무스Hummus’도 그해 겨울 모로코에서 처음 먹어보았다. 어떤 음악을 들으면 소중했던 사람이 떠오르는 것처럼 각 음식에도 방대한 양의 기억들이 배어있는 듯하다.

재 료 

병아리콩(삶은 것) 200g, 레몬 1/2개, 마늘 1쪽, 올리브오일 2Ts, 소금 1/2ts, 물 적당량, 향신료 적당량

* Ts(테이블스푼), ts(티스푼)

TIP

병아리콩 삶는 법: 잘 씻은 병아리콩을 물에 담가 하룻밤 동안 불린다. 불린 콩을 냄비에 넣고 소금 한 꼬집, 콩 3배가량의 물을 넣고 삶는다. 거품을 걷어내고 물이 팔팔 끓지 않도록 찬물을 조금씩 부어준다. 수프에 넣는다면 조금 딱딱하게, 샐러드에 넣는다면 부드럽게 될 때까지 40~50분가량 삶는다.

만드는 법 

레몬은 짜서 즙을 내어 놓는다. 마늘은 큰 덩어리가 씹히지 않도록 잘게 다진다. 믹서에 병아리콩, 레몬즙, 다진 마늘, 올리브오일, 소금, 큐민이나 파프리카 파우더 등의 향신료를 약간 넣고 갈아준다. 중간중간 고무 주걱으로 잘 섞어 골고루 갈리도록 한다. 어느 정도 갈리면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부드럽게 만든다. 빵에 발라 먹으려면 물을 넉넉히 넣어 부드럽게, 채소 스틱에 찍어 먹는다면 조금 식감이 남을 정도로 거칠게 만드는 것이 좋다. 물 양은 병아리콩의 수분기에 따라 맛을 보아가며 조절한다.

RECIPE 02

병아리콩과 호박을 구워
치즈를 뿌리다

어느 날 친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아무리 노력해도 웬만해선 가슴이 설레지 않는단다. 나 또한 마음의 움직임이 둔탁해질 전망이라는 경보음이 들려오는 요즘이다. 설렘을 찾아서 매일 하는 요리에 소심한 변화를 주어본다. 항상 삶아만 먹던 요리를 구워도 보고, 동그랗게 썰던 채소를 세모로도 썰어본다. 그러다 문득 설렘으로 인해 마음의 균형마저 깨지는 건 아닐까 하는 바보 같은 걱정을 한다. 노래를 태그로 골라서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열어 ‘Calm’과 ‘Love’를 입력했다. 마음도 이렇게 태그로 지정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게 참 어렵다.

재 료 

병아리콩(삶은 것) 200g, 단호박(작은 것) 1개, 적양파 1/4개, 방울토마토 5개, 치커리 적당량, 페타 치즈 적당량, 올리브오일 4Ts, 와인 비네거/발사믹 식초 1Ts, 큐민 1ts, 소금, 후추 

* Ts(테이블스푼), ts(티스푼)

만드는 법 

오븐을 200도로 예열한다. 단호박은 잘 씻어 껍질째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볼에 병아리콩과 호박을 넣고 올리브오일 2큰술, 큐민 1작은술 뿌려 골고루 묻도록 버무린다. 종이 호일 위에 병아리콩과 호박을 올려 오븐에서 10~15분가량 노릇해지도록 굽는다. 방울토마토는 반으로, 적양파는 잘게 썰어 준비한다. 치커리는 씻은 후 물기를 잘 제거해 5cm길이로 썬다. 볼에 구운 병아리콩과 호박, 토마토, 적양파, 치커리를 넣고 페타 치즈를 보슬보슬하게 뿌린다. 올리브오일 2큰술, 와인 비네거 혹은 발사믹 식초 1큰술을 넣고 버무린다.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춘 다음 접시에 담아 페타 치즈를 추가로 뿌려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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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건태

글·사진 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