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머문 도쿄의 ‘집’

Travel to Tokyo

낯선 집에서 한밤중에 눈을 뜨면 이상한 기분이 되곤 한다. 처음 보는 천장을 멀뚱히 보면서 ‘여긴 어디지’라고 고민하다가 ‘아!’ 하고 상황을 파악하는 어색한 새벽…. 여행 중이라면 특히 그런 일이 자주 생긴다. 얼핏, 잠에서 깨어나 잠자리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맞아. 여행 중이었지.’라는 안도감으로 다시 눈을 감는다. 잠시 머문 도쿄, 그곳의 두 군데 집에서도 비슷한 밤을 몇 번 맞이했다.

도쿄에서 머문 나의 ‘집’

갑작스레 1주일 정도 도쿄에 가게 되었을 때, 에어비앤비를 선택했다. 머물고 싶은 동네가 있었는데 그 안의 숙소들은 예약이 차거나 비쌌기에 말로만 듣던 ‘남의 집’을 빌려보기로 한 것이다. 누군가 살고 있는 집에 잠시 머물고 나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퇴근 후, 바로 비행기를 탔고 늦은 새벽에서야 도쿄에 도착했다. 집주인이 알려준 주소를 들고 첫 번째 숙소에 찾아갔다. 그를 만나진 못했지만, 집에 있는 물건들이 앞다투어 그 남자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집은 작고 지저분했다. 먼지가 잔뜩 쌓여있었고 그걸 손가락으로 문질러보니 손끝이 지나간 흔적이 그대로 남았다. 천천히 구석구석을 둘러보자 이 지저분한 남자의 취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척의 배 사진, 구석에 놓인 기타, 작지만 시들지 않은 화분…. 집에 도착했다고 메시지를 보내자 그는 냉장고의 음식은 모두 꺼내먹어도 된다는 호의를 보였지만, 그보다 탐난 것은 그의 책꽂이였다. 책을 꺼내 읽어도 좋다는 답을 받곤 그곳에 있는 책을 이것저것 꺼내 읽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 침대에 누워 읽던 책을 보는데 묘한 기분이 되었다. 생전 처음 해보는 경험이다. 얼굴 모르는 사람의 집에서 그의 물건을 사용하는 것.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에서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꽤 들뜬 기분이 되어버렸다.

며칠을 그 집에서 보낸 후, 두 번째 집으로 짐을 옮겼다. 두 집은 닮은 구석이 없었고 그로 인해 여행의 느낌도 미묘하게 달라졌다. 두 번째 집의 입구에서 여주인을 만났다. 딱 붙는 옷에 머리를 질끈 묶은 그녀는 몸과 마음이 곧은 사람처럼 느껴졌고, 그제야 호스트 소개 글에 ‘요가를 즐긴다.’라고 쓰여 있던 것이 생각났다.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그녀를 닮은 집에 들어갔다. 첫 번째 집과 다르게 넓고 깨끗했다.

모든 시설이 말끔했고 새로 산 원두와 과일이 부엌에 놓여있었다. 도쿄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와 그걸 한참 보기도 했고, 깨끗한 욕조에 물을 가득 담아 노래를 부르며 반신욕을 즐기기도 했다.

여행 후, 두 집 중 어느 곳이 더 좋았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둘 다 좋았어.” 라고 답했다. 마치 성격이 아주 다른 두 친구를 만난 기분이었다. 집은 그곳에 머무는 사람을 자연스레 닮아있다.

마음에 든 ‘집’
근처의 장소들

머문 집들을 중심으로 근처를 산책하다가 끌리는 장소가 있으면 아무 곳이나 불쑥 들어갔다.
그렇게 며칠을 걷다가 발견한 많은 장소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네 곳을 소개한다.

1LDK APARTMENTS
1ldkshop.com
+81 3 5728 7140
1-7-13 kamimeguro, Meguro, Tokyo, 153-0051

‘방 한 개에 거실과 부엌을 겸한 집’이라는 뜻을 지닌 원엘디케이1LDK. 원엘디케이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인 ‘Living(거실), Dining(방), Kitchen(부엌)’을 채워줄 다양한 물건을 판매한다. 도쿄의 아오야마, 오모테산도, 메구로 등에 매장이 있고 최근에는 파리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 메구로에서 내가 찾은 ‘아파트먼트Apartments’는 공동 집합 주택을 의미하는 곳으로 ‘테이스트 앤드 센스Taste and Sense’라는 식당과 함께 운영하고 있어 쇼핑을 하며 맛있는 음식도 즐길 수 있다.

SAIGOYAMA PARK
Green cafe homepage greencafe.cc
+81 3 5728 6717
2 Chome-10-7, Aobadai, Meguro, Tokyo, 153-0042

첫 번째 숙소 바로 앞에 있던 사이고야마 공원西鄕山公園의 이름은 일본의 국민적 영웅인 ‘사이고 다카모리さいごうたかもり’의 이름에서 따왔다. 공원 입구에는 ‘그린 카페Green Cafe’라는 식당 겸 카페가 있는데, 도쿄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아 항상 손님으로 북적인다. 공원에서 조금만 걸어 내려가면 ‘츠타야 서점Tsutaya Bookstore’이 있기에 책이나 커피를 사와 공원의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공원에서 멍하니 앉아 익숙하지 않은 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가까운 나라지만, 다른 나라인 게 느껴진다.

POST BOOKSTORE
post-books.squarespace.com
+81 3 3713 8670
2 Chome-10-3 Ebisuminami,Shibuya, Tokyo 150-0022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서점인 포스트Post Bookstore는 갤러리를 겸하고 있다.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책들과 연관 있는 전시를 진행하는데, 전시 공간과 판매 공간이 적절하게 분배되어 있어 방해 받지 않고 책 구매과 전시 관람을 즐길 수 있다. 이들이 고른 책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색이 분명한 책들이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관심을 끌만한 것들인데, 도쿄에 직접 가지 못하는 아쉬움은 홈페이지에서 달래볼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책을 만드는 이들의 소식과 책의 표지나 내부를 공개하고 있으므로 궁금한 이들이 있다면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볼 것.

FUGLEN TOKYO
fuglen.com
+81 3 3481 0884
Tomigaya 1-16-11, Shibuya, Tokyo 151-0063

‘Fuglen’은 노르웨이어로 ‘새’를 뜻한다. 카페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 이곳은 노르웨이에 본점이 있는 곳이다. 세계 최고의 커피라 자랑하는 푸글렌 커피를 마시기 위해 노르웨이까지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어떤 맛인지 궁금한 마음에 이곳을 찾았다. 도쿄에 생긴 지점이지만 가구나 장식품은 대부분 1950~60년대에 만들어진 노르웨이 빈티지 디자인이다. 북유럽을 고스란히 옮긴듯한 공간이 도쿄에 생긴 것을 반기는지 이 커피바는 손님들도 가득 차 있었다. 낮에 즐길 수 있는 커피 맛도 일품이지만, 밤에는 훌륭한 칵테일 바로 운영되고 있다. 그 분위기도 사뭇 다르므로 시간이 된다면 두 시간대 모두 찾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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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포토그래퍼·일러스트 박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