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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잘 마시기 위한 몇 가지 고찰
물
‘물이 보약이다.’ 물만 잘 마셔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말이다. 식상한 이야기지만, 사람은 고기 없이 살 순 있어도 물 없이는 살 수 없다. 모든 것은 다 물이다. 마시는 물, 씻는 물, 수돗물, 커피, 차, 탄산수, 빵, 밥, 술까지. 우리가 무심코 마시는 몇 가지 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마시기 위한 물
생수
하루에 물을 어느 정도 마시는지 계산해본 적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 잔, 회사에 도착해서 커피를 마시기 전에 한 잔, 커피를 마시는 도중 몇 모금, 점심을 먹기 전에 한 잔, 그리고 그 이후에는 그냥 목이 마를 때 마다 마셨다. 1리터에 약간 못 미치게 마시는 것 같았다. 우리 몸의 70퍼센트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은 익히 들은 말이었다. 그런데 물을 많이 마셔야 건강해지고 피부도 좋아지며 살도 빠진다니, 이렇게 생각날 때 한 모금씩 마셔서는 안될 일이었다. 성인 기준 하루 물 권장량은 체중에 0.033리터를 곱한 양이다. 정확한 수치대로 마실 순 없으니, 보통 2리터가 권장량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하루에 물을 500밀리리터짜리 컵으로 네 잔 마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눈에 띌 만한 큰 변화는 없지만 기분 탓인지 화장실을 좀더 잘 가고 피부가 맑아진 것 같기도 하다.
국내에서 생산한 물과 수입한 물, 각 나라에서만 유통하는 물까지 합치면 ‘생수’는 그 종류만 해도 엄청나다. 물이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싶지만, 각 브랜드는 물에 함유된 물질로 물의 품질을 홍보한다. 흔히 물에는 미네랄이 많아야 좋다고 한다. 미네랄은 광물질이다. 광천수Mineral Water의 사전적 의미는 ‘칼슘·마그네슘·칼륨 등의 광물질이 미량 함유되어 있는 물’이다. 거창한 것 같지만 사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생수에도 미네랄은 포함되어 있다. 단지 우리나라에선 아직 광물질이 어느 정도 함유되어 있어야 정식으로 미네랄워터로 부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구분이 모호할 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생수 중 가장 대중적인 미네랄워터는 프랑스에서 건너온 물 에비앙Evian이다. 좋은 물이지만, 다른 생수에 비해 비싸다. 미네랄이 몸에 좋다고 하여 무조건 비싼 브랜드의 생수를 사 마셔야 하는 건 아니다. 자투리 채소나 말린 레몬, 라임 등 과일만 있으면 집에서도 간단히 미네랄워터를 만들 수 있다.
필요에 의한 물
탄산수
무언가를, 특히 먹을 것을 쟁여놓고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생활에 필요한 두세 가지 아이템들은 박스 채로 쌓여있다. 탄산수도 그중 하나다. 처음 탄산수를 마셨던 건 스무 살 초반 카페에서였다. 그때만 해도 탄산수가 지금처럼 대중적이지 않았다. 친구들과 카페에 갔는데 초록색 병에 담긴 탄산수를 보고 다들 신기해했다. 어디서 주워들은 게 많았던 터라, 약간 허세를 부리며 탄산수를 시켰다. 나도 탄산수는 첫 경험이라 속으로 뭐 이런 맛이 다 있지 했지만, 시원한 척 마셨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중독 수준으로 탄산수를 마신다. 하루에 평균 두 병이면 중독이 맞다.
1, 2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유명한 탄산수는 페리에Perrier 정도였다. 지금은 국내에서 생산하는 탄산수도 생겼고 탄산수를 제조하는 정수기까지 있다. 탄산수의 효과나 부작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탄산수는 피로를 느끼게 하는 성분을 중화시켜주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만들어주며 이산화탄소 흡수로 인해 혈관 확장에 도움을 주어 혈액이 각 기관에 잘 공급되어 냉증이나 부종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반면에 탄산수를 많이 마시면 살이 더 찐다거나, 산 작용 때문에 치아가 부식된다느니, 소화흡수에도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의학적인 소견도 있다. 그렇게 따지면 콜라나 사이다는 절대 마시면 안 되는 음료고, 생수도 믿고 마실 수가 없다. 단 모든 건 과해서 좋을 게 없으니 탄산수도 적당히 마시는 것을 권장한다. 가공된 탄산수 말고 천연탄산수는 미네랄 성분을 비롯해 건강에 좋은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것 중에도 100퍼센트 천연탄산수로 된 제품도 있다.
숯으로 정수한 수돗물
아리수
서울시에서 아리수를 발표하고 홍보하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수돗물을 어떻게 마시냐고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 수돗물을 어떻게 마셔, 소독약품 냄새가 나는 것 같은 데다가 정수가 제대로 될 리가 만무하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불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의 세면대나 싱크대에서는 절대 수돗물을 따라 마시지 않지만, 공원에 설치된 식수대에서는 간혹 아리수를 마시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쩌면 아리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일종의 편견일지도 모르겠다.
아리수는 깨끗하게 마실 수 있는 물이 맞다. 일반 정수 과정에서는 제거하기 어려운 미량의 유해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고도 정수처리로 정수되어 제공된다. 고도 정수처리란 기존 정수처리 방법으로는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맛이나 냄새, 유발물질, 미량 유해물질 등을 제거하기 위해 일반 정수처리 공정에 활성탄과 오존, 생물처리 시설, 고도 산화 등을 첨가해 정수하는 방법이다. 활성탄은 숯이라고 볼 수 있는데, 숯으로 한 번 더 거르고 오존으로 살균 처리되는 것이다. 또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선 정부에서 정한 ‘마시는 물’에 대한 수질 기준 57개 항목 외에, 서울시 자체적으로도 98여 개의 검사 항목을 추가해 정기적으로 수질 검사를 시행한다. 별도로 감시가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200여 개 항목에 대해서도 수시로 검사하며 24시간 수질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 깨끗하고 안전한 수질관리를 시행 중이다. 이런 까다로운 시스템을 거친 수돗물이라면 믿고 마셔볼 수 있지 않을까. 지방에서 살다 혼자 서울에서 살게 된 지인은 이사 온 후 계속 아리수를 마시고 있다. 그 집에 가면 물이라곤 아리수밖에 없다. 얼마 전 방문했는데, 요즘엔 물에 레몬이나 과일을 담아 마시고 있어 나도 개의치 않고 마셨다. 예전에 느껴지는 것 같았던 소독약 맛도 안 났다. 나도 곧 집을 옮긴다. 그 집에서는 이제껏 갖고 있던 편견은 내려놓고 아리수를 마셔볼까 한다.
마시고 싶은 물
게롤슈타이너 스프루델Gerolsteiner Sprudel | 독일
게롤슈타이너는 1888년 처음 출시된 이래로 여전히 탄산수를 제조하는 역사 깊은 탄산수 브랜드다. 현재 독일 탄산수 시장 점유율 1위를, 세계적으로 3위를 차지하는 독일의 대표 탄산수다. 독일 서부 화산지역인 불칸아이펠Vlukaneifel 계곡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천연 탄산만을 함유한 100퍼센트 천연탄산수로 페리에보다도 탄산이 강하다.
초정탄산수ChoJung Sparkling Water | 한국
세계 3대 광천이라 불리는 충북 청원 초정리 광천수로 만든 탄산수로 국내 최초의 탄산수다. 국내 기업 일화에서 1972년 ‘초정약수’로 판매하던 것이 최근의 초정탄산수로 리뉴얼 된 것이다.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차갑게 마시면 탄산 본연의 알싸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딥스Deeps | 한국
딥스는 국내 해양심층수로 만든 물이다. 청정한 속초 바다 중 동쪽 7킬로미터 지점 해저 510미터의 외부 오염원이 전혀 없는 깨끗한 해양심층수로 만들어진다. 국내 생산 제품 중 월등히 높은 수준인 경도(마그네슘과 칼슘이 함유된 수치를 나타내는 단위) 200의 다양한 천연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 병에 무기물질 함량 수치를 적어놓아 더욱 믿음직스럽다.
에비앙Evian | 프랑스
에비앙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좋은 생수로 인정받는 세계 최초의 물 브랜드다. 에비앙은 프랑스혁명 당시 신장 결석을 앓던 한 프랑스 귀족이 알프스의 에비앙이란 마을에서 요양 도중 마을 지하수를 마시고 병을 치료한 것으로 시작된다. 실제로 에비앙 마을 지하수는 알프스 산맥의 눈과 비가 15년에 걸쳐 천천히 내려오면서 물 속 불순물들이 자연 정화되고 미네랄 성분도 풍부하다.
에디터 정혜미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