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에서

Steven Ahlgren

미국과 한국에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네요.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저는 사진작가 스티븐 알그렌입니다. 예순한 살이고요. 지금 사는 곳은 펜실베이니아주의 미디어Media라는 동네예요. 우리 부부의 첫딸이 태어났을 때 이곳에 왔으니, 거의 20여 년쯤 되었죠. 작은 집과 나무들이 늘어선 멋진 마을인데 중심가를 따라 전차가 달린답니다. 제가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수목원뿐만 아니라 공원도 많아요. 

 

《디 오피스The Office》 작업을 흥미롭게 지켜봤어요. 꽤 오랫동안 미국 사무실의 면면을 포착 했죠. 

1992년부터 2003년까지 작업했어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대학원에서 다양한 주제를 탐구하다 ‘사무실’에 이르렀어요. 전문 모델이 아니라면 일상적인 공간에서의 촬영이 부담스러울 테니,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는 게 가장 까다로웠죠. 허락이 떨어져야만 그날의 촬영이 가능한 거예요. 비록 촬영 장소를 스스로 선택할 수는 없었지만 어떤 사무실이든 들어가 보면 무수한 가능성이 펼쳐졌어요. 

 

사람들의 행위와 모습이 무척 자연스러워서 신기했어요. 

는 항상 사진에 담기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일을 할 필요도, 포즈를 취하거나 카메라를 볼 필요도 없다고 말해요. 평소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고 아주 조용히 찍곤 했죠. 사진에 의도보다는 의미가 담기길 바랐어요. 관객이 의자에 앉아 내가 보는 걸 바라보는 것처럼 느끼기를 원했고요. 그 덕분에 흥미를 유발하는 미묘한 제스처와 찰나의 표정이 잘 담기게 된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사무실이나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언젠가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제공하는 회사에 간 적이 있어요. 남성 두 분과 함께 회의실 테이블에 앉아 있는데, 상급자처럼 보이는 한 사람이 화가 난 듯 강한 어조로 얘길 하더라고요. 그걸 듣던 다른 사람은 의기소침하고 연약해 보였죠. 불편한 상황이기에 사진을 찍어도 될지 고민하다가 결국 셔터를 눌렀고, 지금도 그 사진을 볼 때마다 방 안의 긴장감이 떠올라요. 

 

저라면 얼어붙었을 거예요. 회사는 구성원의 구조와 관계가 선명하게 존재하는 장소죠. 

그리고 오랫동안 남성 중심적인 환경이기도 하고요. 미네소타의 한 은행에서도 회의실에 들른 적이 있어요. 수많은 사람 중 단 두 명만이 여성 직원인데다가, 벽면에 걸린 과거 은행 지도자들의 초상화마저도 전부 남자였어요.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아내가 남성이 다수인 환경에서 일하는 경험을 들려주곤 하는데, 그 장면을 보며 아내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죠.

스티븐도 사진작가가 되기 전에는 은행원이었다고요. 

어릴 때부터 사진 기자를 꿈꿨지만, 실력도 부족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 5년 동안 은행원으로 일했고요. 사실… 직장 생활은 단 한순간도 즐겁지 않았어요(웃음). 여가 시간에는 사진을 찍었죠.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의 질 페레스Gilles Peress가 은행 직원 대상으로 사진 워크숍을 열었는데 그때 제 작품을 무척 긍정적으로 봐주었어요. 사진으로 나아가야겠다는 자신감을 얻어 회사를 그만두고 예일대학원에서 사진을 공부했죠. 회사 생활이 맞지 않아 시간 낭비처럼 느껴지고 가끔은 화도 났지만 돌이켜보면 《디 오피스》의 영감이 되어 줬어요. 

 

이외에도 작업에 영감을 준 인물로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를 꼽는다고 알고 있어요. 

그의 그림을 보면, 작품 속 사람들이 고요하고 모호하게 묘사되어 있어 전후에 어떤 일이 있었을지 상상하게 돼요. 또 그림 한편에 빛이 스며들어 있죠. 창문이나 가로등처럼 어딘가에서 흘러 들어오는 빛이 공간에 머무는 사람에게 닿기도 해요. 그처럼 《디 오피스》를 작업할 때도 이야기와 빛을 중요하게 다루려고 노력했습니다. 

 

복사기 앞에 서 있는 한 남자의 사진이 호퍼의 그림과 비슷한 뉘앙스를 준다고 생각했어요. 

뉴헤이븐의 한 은행에서 찍은 사진인데요. 공간 안쪽에 복사기가 놓여 있고, 캐비닛 아래에서 흘러나온 빛이 사선으로 퍼지는 것을 보고 마음이 사로잡혔어요. 곧 한 직원이 들어와서 빠르게 복사기를 사용하고 미소를 지으며 떠나더군요. 한편으로는 그를 보며, 은행에서 일하던 나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죠. 작업물 중 초상화를 꼽는다면 그 사진을 고르고 싶어요. 

 

일을 바라보는 태도가 뚜렷한 사람 같아요. 사진을 좋아하고, 하고 싶으니까 이 일을 선택한 거죠? 

맞아요. 정처없이 방황하다가도 일상을 주의 깊게 살필 수 있고, 누군가와 굳이 대화할 필요도 없고요. 같은 사진이라도 연출 컷이나 광고 촬영은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아요. 아마 직장 생활만큼 싫어할지도 모르죠. 그렇기에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영감을 기다리지 않는 태도예요. 일단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면 다른 무언가가 필연적으로 이어질 테니까요. “재미있는 사진을 만들기 위한 첫 단계는 단지 사진을 찍는 것”이라던 엘리어트 어윗Elliott Erwitt의 말을 좋아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스티븐의 작업실은 어떤 모습인지 소개해 줄래요? 

컴퓨터와 필름 스캐너, 잉크젯 프린터, 인쇄물과 작업물을 수납하는 선반 정도예요. 심지어 어수선한 집 지하실의 한 부분이라 스튜디오라고 부르는 것도 망설여져요. 낮은 천장에는 모든 파이프와 온수 히터가 노출되어 있고 종종 쥐 한 마리도 보인답니다(웃음). 작업 공간이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지만, 저는 그곳이 생경하고 거친 느낌이라 좋아해요. 

 

충분히 매력적인걸요. 쥐만 빼고요…. 마지막으로 사진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주변의 친숙한 것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세요. 빛이 어떻게 표면에 떨어지는지, 그림자의 모양은 어떻게 다른지, 사람의 표정이나 몸짓을 또렷하게 바라보세요. 제 작업이 사람들로 하여금 눈앞에 있는 세상을 강렬하게,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게끔 영감을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뻐요. 우리의 모든 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오직 지금만 볼 수 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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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명

Photographer Steven Ahlgr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