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의 초상

사진작가 소피 테일러

자매의 초상

사진작가 소피 테일러

소피 테일러의 사진 속에는 하나와 둘, 그 이상의 자매들이 있다. 때때로 그녀들은 서로를 동경하고, 연민하고, 얼굴에 술을 던지고, 함께 신음하고, 상대를 질투하지만 결국에는 비슷한 얼굴로 같은 곳을 바라본다. 스스로 선택한 건 아니지만 포기하지도 않았던 그 단단한 끈을 보면서, 자매라는 이름의 연대를 생각한다.

지타Zita(10), 유니티Unity(12)

유니티 “가끔 화날 때 빨리 지타한테 가서 말해요. 동생은 절 이해해주거든요.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어요. 저는 지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어요.”

유니티와 지타는 함께 지내기를 좋아한다. 자매란 얘기를 나눌 수도 있고 농담을 던질 수도 있는 존재다. 유니티는 지타를 보호해야 한다고 느낀다. 가끔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 지타가 자신을 따라 하면 화를 낸다. 유니티는 둘 중 더 조용하고 지타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최소한 공적인 장소에서). 그러나 둘 다 같은 음악과 장난감을 좋아하고 사이좋게 공유한다. 둘 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스릴을 즐겨 롤러코스터 타기를 좋아한다. 단, 지나치게 오래 운행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레이스Grace(17), 제시Jessis(8개월)

그레이스 “동생이 너무 어려서 아직 성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것 같아요.”

이 관계는 매우 새로운 유형이다. 제시는 태어난 지 8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그레이스는 3년 전 어린 남동생(제시의 오빠)이 태어날 때까지 외동이었다. 제시가 생기면서 남동생과 여동생을 가질 수 있게 되어 좋아하며 현재 매우 즐거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장난감 때문에 싸우지도 않는다.

앤Anne(62), 멍Meng(61)

“항상 언니를 질투했죠.”
“난 너를 질투한 적이 없어.”

말레이시아에서 자란 앤은 자신의 우상 트위기Twiggy처럼 미니스커트와 그에 어울리는 속옷을 즐겨 입는 반항아였다. 여러 무리의 소년들과 어울리며 송아지를 타고, 새총이나 장난감 권총을 만들기도 했다. 멍은 늘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앤은 반항적 기질로 인해 영국 스타일의 기숙학교에 들어가게 되었고, 중국식으로 교육을 받는 멍이 가족을 위해 집안일을 했다. 이렇듯 상반된 기질은 성인이 되어서도 변함이 없었지만, 그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재 서로 매우 가깝게 지내고 있다.

프레야Freya(11), 조지아Georgia(16)

조지아 “저는 항상 여동생을 갖고 싶었어요. 엄마한테 제발 한 명만 낳아달라고 애원했죠.”

같은 연령대의 많은 자매들과 마찬가지로 이 둘은 애증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프레야는 조지아의 옷을 훔쳐 입고, 조지아가 친구를 부르면 함께 놀고 싶어서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서로 싸운다. 둘의 방은 서로 붙어 있어서, 자주 대화하고 자주 싸운다. 조지아가 집에서 멀리 떠나게 되면서 인스타그램으로 서로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프레야는 차에서 언니와 수다 떨던 때를 그리워한다.

리지Lizzie(26), 플로Flo(21)

플로 “저는 리지와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편안해요.”

리지와 플로는 리지가 20대 초반, 플로가 10대일 때 4년간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다. 그래서 리지는 할 수 있는 한 부모 역할을 맡으면서 일찍 성장하게 되었고, 플로는 언니를, 심지어 언니의 흡연조차도 우상화했다. 이 둘은 상당히 비슷한 매너리즘에 빠져있다. 가끔 서로 거울을 보면서 말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레이첼Rachel(27), 미셸Michelle(31)

미셸 “자녀 계획에 대해서 얘기하다 보면 남편은 아들에 대해서만 얘기를 해요. 딸은 한 명이라도 상관없나 봐요. 그럴 때마다 저는 항상 이렇게 말하곤 하죠. ‘아니, 모든 여자아이들은 자매가 필요하기 때문에 딸이야말로 반드시 한 명 이상 낳아야 돼’.”

미셸과 레이첼은 둘 다 매우 조용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가끔은 매시간 페이스타임, 텍스트, 왓츠앱,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화를 한다. 현재 둘 다 결혼해서 남편과 함께 살고 있지만 자주 어울리며 함께 여행하기를 즐긴다. 라스베이거스로 떠났던 광란의 여행이나 미셸이 작은 해변에서 뜨거운 햇볕 속에서 걷다가 일사병에 걸렸던 이비자 여행을 회상하곤 한다.

클레어Clare(55), 줄리엣Juliet(60)

클레어 “언니는 정말 다정하고 잘 도와주는 사람이에요.”
줄리엣 “난 네가 ‘언니는 할망구’라고 말할 줄 알았어.”
클레어 “닥쳐.”

이 자매들은 매우 다른 삶을 살았다. 클레어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으로 살기 위해 애써왔고, 줄리엣은 다른 두 자매들을 포함한 모든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최소한 그렇게 느꼈다). 클레어는 일곱 살 때 기숙사로 보내졌고 지독한 향수병에 시달렸지만 이 두 자매는 여전히 픽시라고 부르던 인형을 파란색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을 가거나 모퉁이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던 기억 등 몇 가지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줄리엣은 클레어의 노력을 존경한다. 비록 항상 전화를 받지는 않지만.

안나Anna(28), 케이트Kate(37)

케이트 “좀 긴장이 되네요… 하지만 나쁘지 않아요. 안나는 아름다워요. 저보다 키도 크고 주근깨가 많아서 질투가 나네요.”
안나 “나도 마찬가지예요. 질투가 나요. 케이트는 저보다 예쁘고 재능 있고 똑똑하고 성공했거든요.”

거의 10년 터울의 이 자매는 서로 멀리 떨어진 곳에 산다. 케이트는 미국, 안나는 영국에 살고 있다. 성장기에 안나는 부모님의 보살핌 속에 있었지만 케이트는 독립적이었고 집안의 문제아였다. 현재 안나는 사교성이 뛰어나지만 케이트는 다소 사교성이 부족하다. 둘이 함께 보내는 시간은 매우 드물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시간을 훨씬 더 가치 있게 생각한다.

Interview
사진작가 소피 테일러 Sophie Harris-Taylor

“저는 주로 연민과 취약함 같은
감정에 끌리는 편이에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해요. 어떤 작업을 하는지도요.
저는 런던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소피예요. 주로 관계에 관한 작업을 해요. 자기 자신과의 관계 또는 타인과의 관계 모두를 포함하죠. 사실 누구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최고의 각도’를 찾으려 하지만, 그건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선택한 피사체를 잘 이해하려 노력하며 그 안에서 인간의 솔직한 감정과 특정한 진실성 같은 것을 포착하려 해요.

‘Sisters’는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가장 복잡한 인간관계 중 하나지만 자주 간과되는, 자매의 우애에 대한 탐색이에요.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80쌍의 자매들을 인터뷰하고 사진 찍었죠. 광범위한 환경에서 다양한 연령과 배경의 자매들과 작업했어요. 그들이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모습과 대화를 통해 친숙함, 신뢰, 경쟁, 사랑, 이해 등의 요소를 여러 각도와 강도로 나타내려 했어요.

처음 자매를 촬영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궁금해요.
사실 저에게는 여러 가지 이유로 껄끄러운 사이인 언니가 있어요. 그 관계를 다시 돌아보고자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어요.

개인적인 이유로 커다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게 흥미로운데요. 그 많은 자매들을 어떻게 다 섭외했나요?
SNS에 사진 프로젝트에 참여할 자매를 찾는다는 글을 올렸어요. 몇 번의 작업을 게시한 뒤로는 더 많은 요청이 쇄도했고요. 우리는 다문화 사회에 살고 있잖아요. 정말이지 다양한 연령과 배경, 출신과 문화의 자매를 찾고 싶었어요. 런던에서 시작했지만 사실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 어디서든 촬영할 수 있죠. 자매의 우애는 보편적인 관계니까요.

남매나 형제에 비해 자매라는 관계가 갖는 특별한 점이 있다면요?
인터뷰 중에도 자매들은 함께 울고 웃고, 서로의 말에 끼어들며 다투기도 했어요. 다른 관계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었죠. 자매는 생물학적 유대와 기원을 공유하잖아요. 한 가정에서, 같은 성별로 태어나, 함께 성장하는 과정 속에 그들만의 독특한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조금 전에 언니가 있다고 했죠? 어쩌면 당신 역시 프로젝트 속에 등장하는 무수한 자매들 중 하나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20개월 차이의 언니가 한 명 있어요. 인격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10대 후반에 어떤 계기로 인해 우리는 서로 거리를 두게 되었죠. 솔직히 말해서 일반적인 성인 자매의 모습은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 역시 다른 자매들처럼 서로 많이 닮아있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완전히 마음의 문을 닫을 수는 없죠. 서로의 공통점을 찾고, 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에요. 

‘Sisters’ 이외에 다른 프로젝트를 보면 주로 인물 사진이 많은데, 인물 사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인물 사진의 아름다움은 우리 모두 다르게 해석할 수 있어요. 자신만의 관점, 의견, 감정을 투영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누군가 한 인물의 사진을 찍는 것이 사진가의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인물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또 무언가를 배울 수 있으니까요.

인물을 잘 찍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요?
촬영하기 전에 인물과 충분한 대화를 나눠요. 어떻게 이야기 한번 나눠보지 않은 사람을 믿을 수 있겠어요. 진실한 사진을 찍기 위해 서로를 신뢰해야 하고, 또한 피사체를 마치 저 자신인 것처럼 대우하죠.

빛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자연광에서만 작업을 해요. 자연광은 인위적으로는 만들기 힘든 부드러움과 깊이를 전달하거든요. 주로 방 안에 머물며 빛의 방향을 좇아 자유롭게 작업하는 걸 좋아해요.

사진 속 모두가 전문적인 모델처럼 보이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자연스러운 표정이에요.
모델, 음악가, 친구, 낯선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형의 사람들과 작업해요. 그 중 ‘MTWTFSS’는 저의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로, 다년간 구축해온 저만의 일기장이나 다름없죠. 작품 속 인물들은 저와 가장 가까운, 저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에요. 사진가와 피사체 사이에 친밀함이 존재할 때, 피사체는 카메라 앞에서 훨씬 더 편하게 행동하게 되죠.

종종 몸을 강조한 사진도 있는데, 사람들이 노출을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았나요?
저 자신의 몸과 전쟁을 겪었던 사람으로서, 저는 사람들이 촬영 중에 옷을 벗는 것이 굉장히 끔찍한 일이라는 걸 알아요. (어떤 경우에는 타협이 필요하기도 해서 ‘Slight Wounds’ 작업에 참여했던 여성들은 모두 익명으로 기재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용기를 내준 인물을 정말로 경외해요. 옷을 입든 벗든 사진가에게 스스로를 노출시켜준 사람들에게 저 또한 상당한 책임감을 느끼죠. 

당신의 사진 속 인물(또는 공간)을 보며 제가 느낀 감정은 ‘고요함’이에요. 최대한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으며, 어떤 상념에 잠겨있어요. 때때로 무기력하거나 조금은 슬퍼 보이기도 하고요.
전반적으로 제 작품에는 부재감이 존재해요. 특히 인물이 혼자 등장할 때 말이죠. 저는 주로 인물의 자기성찰을 포착하고 그들이 가진 관계를 탐구하려 노력해요. 그것이 때로는 슬픔으로 오인 받기도 하는데, 사실 그게 초점은 아니죠.

그럼 당신은 어떤 모습을 담고자 했나요?
저는 주로 연민과 취약함 같은 감정에 끌리는 편이에요. 배경 이야기를 몰라도 사진을 통해 누군가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사진작가에게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이에요. 당신의 카메라를 이야기해주세요.
니콘의 디지털카메라와 필름카메라를 사용해요. 최근에는 니콘 D3S와 D810, F100을 사용했어요. 기종에 크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니지만 프라임 렌즈를 선호하긴 해요.

소피 테일러 Sophie Harris-Taylor
H. sophieharristayl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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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건태

사진 소피 테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