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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ith···와 함께 | 르봉초초
르봉초초라는 디저트 카페를 차린 자매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자매’라고 생각하다 보니, 그녀들의 옛 사진이 보고 싶어졌다. 어릴 적 사진을 준비해줄 수 있는지 물어봤더니, 고향 집에 있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사진에 대해선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약속장소에 나갔는데, 두 자매는 무거운 돌덩이를 이고 왔다. 돌 안에는 소녀 둘이 웃고 있는 사진이 새겨져 있었다. “고향 집에 전화를 했더니, 소포로 보내주셨어요.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저희 사진이거든요.” 사진 속의 두 여자아이와 내 눈앞의 두 여자를 번갈아 봤다. 닮은 듯 닮지 않은 두 사람. 꼬마였던 때부터 지금까지의 그녀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INTERVIEWEE
언니(조현숙, 바리스타) 동생(조지영, 파티시에)
르봉초초
LE BON CHO CHO
‘르봉초초’는 지난 5월 서교동에 오픈한 디저트 카페이다. ‘르봉’은 불어로 ‘좋다’라는 뜻이고, ‘초초’는 그녀들의 성을 따 ‘조’를 귀엽게 표현한 이름. 동생은 일본에서 제빵학교를 졸업해 빵과 관련된 일들을 하며 지냈고, 언니는 영양사로 근무하며 틈틈이 커피를 공부했다. 영양사로 일하기에도 분주했을 언니는 동생이 빵집을 차리게 될 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하며 커피를 배웠다. 그렇기에 동생이 개인 빵집을 차리겠다고 말하자, “내가 도울게.”라고 망설임 없이 손을 보탤 수 있었다. 이런 얘기만 들으면 아주 애틋한 사이 같지만, 사실 여느 자매와 다름없이 틈틈이 다투고 아무렇지 않게 화해한다.
동생이 만드는 빵은 천연 재료로 만든 달콤한 디저트고, 언니는 그에 맞는 산미가 있는 원두를 선택해 커피를 내린다. 갓난아이 때부터 함께 자랐지만, 서로의 생활을 낱낱이 들여다볼 순 없었을 것이다. 빵을 만드는 일이 고되다는 것을 알았지만, 실제로 새벽부터 빵을 굽는 동생을 옆에서 보며 언니는 가슴을 졸인다. 동생은 누구에게도 힘들다 말할 수 없었던 것을 언니에게 털어놓으며 의지한다. 함께 일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일들…. 같은 배에서 나왔지만 참 다른 성격과 취향을 가졌다며 웃었는데, 그 웃음이 너무 닮아있었다.
INTERVIEW
언니, 조현숙
처음 동생이 카페를 차리자는 제안을 했을 때, 어땠어요? 그때까지 하던 일도 있었을 텐데.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고향에서 영양사로 일하고 있었지만, 그런 건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요. 혹시나 동생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틈틈이 커피를 배워뒀거든요. ‘이제 때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동생이 집을 나가 산 지가 꽤 오래되었어요. 일본에서 혼자 공부하고 돌아와 서울에서도 홀로 일하는 게 안쓰럽기도 했었는데, 잘 되었죠.
가까이서 동생이 하는 일을 지켜보니 어떤가요?
가족이다 보니, 예전에도 일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힘들겠구나’라고 생각은 했는데, 듣는 거랑 직접 보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새벽부터 나와서 빵을 만들 준비를 하고, 아침에 그걸 진열하고 그 과정을 전부 지켜보니, 솔직히 마음이 아팠어요. 커피를 배울 게 아니라 제과제빵을 배웠어야 했구나. 그래야 내가 더 도와줄 수 있었겠구나, 싶었죠.
그 일을 친구랑 했으면 느낌이 또 달랐겠죠?
많이 달랐을 것 같아요. 동생이랑 하면서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서로의 다른 점을 잘 알고 있으니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친구도 그렇겠지만,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넘지 못할 선이 있잖아요. 남에게 이야기하면 찝찝한 것들도 동생에겐 편하게 얘기할 수 있어요. 일하다가 화가 나도 담아두지 않고 바로바로 얘기할 수 있고요.
자주 다투세요?
어릴 때에 비하면 많이 줄었죠(웃음). 하지만 지금도 다투긴 해요. 하루 종일 같이 있다 보니 안 다투면 이상하겠죠? 새벽부터 준비하려면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제가 보조를 못 하면, 신경질이 날 수 있잖아요. 동생이 짜증을 내면 ‘왜 저래’ 하는 생각이 들고 순간 싸한 분위기가 조성되어요. 남이라면 ‘어떻게 사과하지.’ 고민해야 할 수 있는데, 동생이잖아요. 어릴 때부터 그 과정을 얼마나 많이 겪었겠어요. 그래서인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갑자기 풀어져 있어요. 자매가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게 계속 반복돼요. 싸우고 또 이야기하고 있고.
어릴 땐 좀 더 치열하게 다퉜을 것 같아요. 동생이랑 어린 시절엔 어땠어요?
솔직히 별로 안 친했어요. 어릴 땐 진짜 ‘도대체 나한테 왜 동생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웃음). 어딜 가든 동생이 쫓아왔거든요. 전 친구들이랑 놀고 싶고, 사춘기라 예민해서 동생이 쫓아오면 무시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동생은 절 많이 의지한 것 같아요. 나이가 드니 입장이 뒤바뀌어서 제가 동생을 쫓아다녀요. 고향에서 오래 살다 동생을 따라 서울에 올라온 거라 친구가 별로 없거든요. 동생 친구들 만날 때, 쫓아다녔더니 요즘은 친해져서 같이 놀아요.
자매끼리는 함께 자라면서 질투도 하고 그러잖아요.
맞아요. 엄마는 늘 뭐든 같이 시키셨거든요. 미술학원을 보내면 동생 손잡고, 피아노학원을 보내도 동생 손잡고… 늘 그런 식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유독 그런 쪽에 재능이 없었어요. 동생은 그때부터 손으로 하는 일에 소질이 있어 대학도 미대를 갔어요. 둘이 같이 끄적거려도 동생이 하는 건 느낌이 있더라고요. 그땐 옆에서 쳐다보며 ‘부럽다.’ 했었죠. 그땐 그랬지만, 지금은 서로에게 없는 걸 채워주고 있는 것 같아 오히려 좋아요.
아무리 그렇다 해도, 온종일 같이 있잖아요. 연애도 해야 하고 그럴 텐데.
그러게요. 때로는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는데, 같이 출근하고 같이 일하고 같이 퇴근하니까 좀 지겹긴 해요. 그런데 저희 둘 다 아직 결혼 생각이 없어서 크게 걱정이 안 돼요. 동생과 친구들이 근처에 모여 살면서 파티도 하고 소풍도 가고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희끼리 작은 마을을 이루면서요.
INTERVIEW
동생, 조지영
언니는 동생과 평생 살 것 같은데, 지영 씨도 그래요?
그렇지 않을까요? 만약 남자친구가 생긴다고 해도 같이 친해져야죠(웃음). 부모님은 좀 걱정하시기도 하는데, 저희 마음대로 하라고 맡겨주세요. 한편으론 좀 죄송하기도 하지만, 저희는 잘 지내고 있으니까요.
어릴 때, 언니를 쫓아다녔다고 하던데 정말 그랬어요?
언니는 기억을 못 하는 일인 것 같은데, 어릴 적에 언니한테 상처를 받은 적이 있어요. 언니가 저랑 안 놀아주고 싶어하는 게 티가 났어요. 저는 초등학교 4학년이고 언니가 6학년일 때, 같이 가려고 학교 운동장에서 한참을 기다렸어요. 그런데 언니가 운동장에서 절 봤는데, 못 본 척하고 친구들이랑 가버리는 거예요. 그때 정말 서운했어요.
유년시절, 언니에 대한 기억이 그렇게 슬픈 기억만 있는 건 아니겠죠?
거의 그런 기억이긴 하지만, 초등학교 때 제가 너무 아파서 학교를 쉬고 집에 누워있었어요. 병원에 갔다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자고 있는데, 눈을 슬쩍 떠보니 언니가 머리에 수건을 얹어주고 있더라고요. 그 작은 손으로. 동생이 아프니까 즐겁게 해주겠다고 갑자기 패션쇼도 해주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막내에겐 언니나 부모님이 둘 다 의존하는 대상이 되겠지만, 조금씩 느낌이 다르겠죠?
맞아요. 자매라고 똑같이 부모님과 친하진 않잖아요. 저희 집은 언니가 부모님이랑 더 친해요. 전 좀 말도 못하고 무뚝뚝하거든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언니를 통해서 전하곤 했어요. 전 좀 예민한 편이라 언니가 다 받아주는데, 그럴 때도 언니여서 고맙고요. 나이가 드니까 힘든 일 같은 건 부모님껜 말을 못하게 되더라고요. 부모님이 슬퍼할 테니까, 언니와 나누죠. 좋은 얘기만 전하고요.
일본에서의 생활은 어땠어요? 가족들하고 처음 떨어져 지냈던 거잖아요.
잘 지냈어요. 다른 사람들은 향수병이 온다고 하는데, 전 그런 것도 없었고요. 정신없이 공부했어요. 맨 앞자리에서 열심히 수업 듣고, 빵 만들고 그랬어요. 유학 중에 언니가 종종 소포를 보내줬거든요. 필요한 것만 보내주면 되는데 별의별 것을 다 싸서 보낸 거예요. 일본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는 옷이나 수첩 같은 것까지 다요. 혼자 돌아다니면서 그런 걸 다 샀을 생각을 하니, 고마웠죠.
말은 못 했지만 그런 것처럼 언니에게 고마운 점들이 있을 것 같아요.
항상 고마워요. 가게를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언니가 흔쾌히 하겠다고 나서준 것도 고마웠고요. 저는 안에서 빵을 만들 때, 언니가 손님들과 잘 지내고 모든 걸 맡는 것도 그렇고요. 동생이라 투정부리고 짜증을 내도 언니여서 받아주는 그 마음들이 늘 고마워요. 언니는 늘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매일 같이 퇴근할 텐데, 퇴근길엔 주로 무슨 얘길 나눠요?
종일 가게 있다 보니, 가게 얘기를 주로 해요. 단골손님들도 늘 같이 친해지니까 그런 얘기도 하고. 그리고 휴무가 월요일인데, 월요일에 뭘 할지를 가장 많이 얘기해요. “다음 주 월요일엔 뭘 할까?” 그 고민을 주로 하죠.
그래서 월요일엔 뭘 하세요?
일요일에 가게 문을 닫으면, 바로 고속버스터미널 꽃 시장엘 가요. 거기서 카페 장식할 꽃을 사는데, 우리가 퇴근할 시간에 거긴 막 시작을 하잖아요. 그때 느껴지는 활기를 저희는 무척 좋아해요. 함께 그 즐거움으로 힘을 얻고, 집에 와서 푹 자요. 오후엔 소풍을 가거나 맛있는 걸 사 먹으러 다니고요.
언니와 동생이 추천한
르봉초초의 몇 가지 메뉴
이야기를 나누고 나오는 길에 양손이 무거웠다. 두 사람이 빵을 잔뜩 싸줬기 때문. 사무실에 들어와 어라운드 식구들에게 나눠줬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직원들은 퇴근길에 종종 이 가게에 들러 빵을 사 먹게 되었다. 많은 메뉴 중, 언니와 동생이 엄선해준 네 가지 메뉴.
01. 아망드 쇼콜라 6천원
귀여운 모자처럼 생긴 이 빵은 아몬드와 초콜릿이 주재료다. 진한 초콜릿 무스 속에 캐러멜 무스가 숨어있다. 한입을 베어 물면 아몬드의 아삭한 맛과 초콜릿의 단맛이 함께 느껴진다.
02. 에멘탈 베이컨 키쉬 3천2백원
볶은 양파, 감자, 베이컨 그리고 에멘탈 치즈까지 작은 빵 안에 건강한 재료가 듬뿍 들어있다. 아침 식사로 커피나 우유를 곁들이면 제격일 빵. 작지만 먹고 나면 뱃속이 든든해진다.
03. 딸기 타르트 6천5백원
고소한 피스타치오 크림 위에 신선하고 상큼한 딸기가 가득 들어있다. 딸기의 옆면에는 코코넛필이 붙어 있어 물컹거릴 수 있는 딸기의 식감을 아삭하게 해준다. 기분 좋은 오후와 어울리는 달콤한 디저트.
04. 팽 오 쇼콜라 3천4백원
르봉초초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메뉴. 바삭바삭한 페이스트리 속에 초콜릿 스틱이 들어있다. 겉면에는 한입 물면 녹아버리는 달착지근한 생초콜릿이 듬뿍 입혀져 있어 풍미를 더 한다.
에디터 선아
포토그래퍼 안선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