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배우고 생각하는, 어린이라는 우주

바오

읽고 배우고 생각하는,
어린이라는 우주

오직 어린이만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죠.
Les enfants seuls savent ce qu’ils cherchent.


– 생택쥐페리, 《어린왕자》


언제 처음 글을 쓰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숙제로 쓴 일기 외에 자의적으로 생각을 적은 노트가 있었는데, 주로 갖고 싶은 것과 바라는 일을 써서 책더미 밑에 아무도 못 보게 넣어놓았다

어린 나이였지만 강요와 질책 없이 마음이 흐르는 길을 그대로 지켜봐 주는 일은 자라며 마주하는 무수한 상황 속에서 버틸 힘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아홉 살부터 쓴 바오의 글은 나의 과거이기도 현재이기도 미래이기도 하다. 엄마에 대한 사랑, 따돌림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바오는 생각을 곱씹고 감정을 소중히 여긴다. “책을 쓰는 일은 나라는 사람을 아는 일이었어요. 나를 보고, 내 머릿속을 알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만난 사람 중 누구 한 사람이라도 빠졌더라면 이 책은 완성되지 못했을 거예요.”

INTERVIEW
나카시마 바오
《작은 몸의 철학자, 바오》 저자

 

“지금을 살면 모든 것은 바로 다음 단계로 진행해요. 걱정이나 슬픔은 체험해야지, 참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것에 얽매이지 말고 다음은 무엇을 할지 생각하면 곧바로 사라져요.”

책이 나오고 1년이 지났어요. 현재는 어떻게 지내나요?

책이 나오기 전의 저와 지금의 저는 전혀 변함없어요.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더 할 수 있도록 세계가 넓어졌고 환경은 바뀌었네요. 손정의 육영 재단에 합격하고 연령이 비슷한 재단원들과 교류하면서 나날이 자극받고 있어요. 지금까지 동경하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자극과는 조금 다르고, 제 내부에서 의욕이 넘쳐나 움직이게 해요. 그렇게 더 많은 것에 도전하며 지내요.

엄마와 떨어져서 후쿠오카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학교생활을 다시 체험하고 싶었어요. 제가 학교에 가지 않는 자유에 묶여 학교에 간다는 자유를 잃어버리고 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머니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인상적이에요. 어머니의 양육 방식이 지금 바오 군의 자유로움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어머니는 어떤 사람인가요?

엄마의 양육 방침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까 아이가 자립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까 아이가 생각하는 힘을 갖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까 아이가 싫다고 해도 괜찮다.’ 엄마는 저에게 자립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주었어요. 제가 싫다고 해도 괜찮다고 받아주니까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을 때 엄마에게 말할 수 있었어요. 그때 엄마는 “잘 말했다.”라고 했어요. 그런 엄마가있으니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 책은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선물이라고 했어요. 아홉 살 때부터 쓴 과거의 글은 현재 바오 군에게 어떤 선물이 되고 있나요?

지금의 저에게 조언을 주고 있어요. 의문을 던져주고 북돋아 주기도 해요. 이 책은 저한테 주는 선물이에요. 저를 다양한방법으로 응원하고 있어요.

부모와 아이는 서로 사랑하죠. 하지만 함께 살아가면서 많은 갈등도 겪게 되는데요, 조언을 해준다면요?

부모님과 대립한 적이 별로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우선 상대를 싫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상대방이 하는 말을 이해하려 하고, 싸우지 않아야겠죠. 그러면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은 몸의 철학자, 바오
글 나카시마 바오, 옮김 권남희 | 아우름

지금도 강연, 세미나 등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서 배우고 있나요? 그 과정에서 일어난 에피소드 중 기억에 남는 것을 들려주세요.

네, 지금도 가고 있어요. 기억에 남는 건 최근 일인데, 손정의 육영 재단의 회원이 되고 손정의 씨가 가까이 와서 어깨에 손을 얹고 눈을 보며 “힘내세요.”라고 조언해준 거예요. 강연이나 세미나에서 동경한 사람을 가까이서 보면 그 사람도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죠. 제가 못 미치는 세계라고 생각했던 것이 마치 임박한 것처럼 느껴지고 단번에 의욕이 불타요. 그리고 동경한 사람을 거울에 비친 미래의 저라고 생각하고 본연의 자세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요즘도 책을 많이 읽나요? 좋아하는 책이 궁금해요.

여전히 많이 읽어요. 모든 일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싶어서요. 지금은 가부키(일본 전통 연극의 하나로, 노래·춤·연기가 함께 어우러지는 공연예술)와 관련된 책을 읽고 있어요. 좋아하는 책은 《작은 몸의 철학자, 바오》예요(웃음).

그림책도 즐겨 읽나요?

요즘은 거의 읽지 않아요. 그림책을 읽어 달라고 조르던 시기가 있었죠. 그 그림책은 《국어사전》이었어요.

슬픔, 좌절, 도전, 따돌림, 용기, 행복, 호기심, 모든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성장하는 모습이 대담해 보여요. 다양한 감정을 컨트롤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요?

‘지금을 사는 것’이죠. 지금을 살면 모든 것은 바로 다음 단계로 진행해요. 걱정이나 슬픔은 체험해야지 참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것에 얽매이지 말고 다음은 무엇을 할지 생각하면 곧바로 사라져요.

최근 관심사는 뭐예요?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했던 가부키 ‘권화장勧進帳’을 DVD로 보고, 가부키에 푹 빠져 있어요. 그래서 가부키 책도 읽고 있고요. 권화장 말고 다른 가부키도 내용과 연기가 정말 재미있어요. 무척 재미있으니 한번 보세요(웃음).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요즘도 계속 글을 쓰고 있나요? 최근에 쓴 글이 궁금해요.

요즘도 쓰고 있어요. 어제 블로그에 쓴 거예요.

 

‘과거의 자신에게’

나중에 할 거야, 나중에 하면 돼.
입버릇처럼 모두 하는 말.
그러나 원래 한 번의 노력을 게으름 피운 시점에서 다음은 뻔한 일이다.
단 한 번의 노력을 못 하는 사람이 후에 열심히 할 리 없다.적어도, 능동적으로 못 할 것이다.
스스로 했다는 것도 대부분 주위 사람이 시킨 것이다.
혹은 인터넷에서 자신과 비슷한 인간을 찾고 그것이 비판을 받았고 그 비판 내용이 자신에 대한 비판처럼 느꼈다는 것.
스스로 노력할 수 있다면 한 번 게으르지도 않고.
스스로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도 열심히 하지 않는다.
나중에 하잖아, 지금 해. 지금만 해라.
단 한 번이다.
단 한 번 능동적으로 하는 것만으로, 그 노력에 심취할 수 있고, 또 열심히 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할 수 있지만, 그 한 번의 노력으로 집중 못 하고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다면 구제할 방법이 없다.
그 인간은 대단한 일이 없는 한평생 게으름을 피운다.
스스로 알아차린다면 한 차례 게으름 피운, 그다음 순간에는 열심히 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시작임을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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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현지

일러스트레이터 타그트라움 자료 협조 아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