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뜨개질하다

유지연

Jiyeon Yoo

일상을
뜨개질하다

털실로 만들 수 있는 건 대부분 평면적이라고 생각해왔다. 니트나 목도리처럼 차곡차곡 접어 네모난 서랍에 넣을 수 있는 것들. 그런데 얼마 전 털실로 가구를 뜨는 여자를 만났다. 그녀가 손으로 짠 물건들은 서랍 속이 아닌 집 곳곳에서 색을 발하고 있었다.

INTERVIEW
뜨개질하는 디자이너

공예 디자이너 유지연

‘시티 프로젝트City project’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럭셔리〉 매거진에서 기획한 브랜드 키엘Kiehls과의 공동 작업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CITY&NATURE’라는 컨셉으로 금잔화 꽃잎으로 만든 제품을 표현하는 작업이었죠. 다른 해외 작가들도 참여했는데, 대부분 평면 작업을 하는 분들이어서 저한테 털실로 작업을 해줄 수 있느냐고 제안해주셨어요.

키엘과의 프로젝트가 나중에 이루어진 일인 줄 알았는데 반대였네요.

네, 그게 시작이었어요. 여섯 가지 무채색 털실을 이용해 서울 지도를 짜고 산들은 두꺼운 녹색 실로 떴어요. 그 위에 금잔화를 표현한 노란색 털공을 올려서 완성했고요. 화보 촬영이 끝나고 정리를 하는데, 꽃을 빼고 서울 지도만 봤을 때도 괜찮은 거에요. 저도 작업하면서 재미있었고요. 다음 계획은 없었는데 ‘시티 프로젝트’라는 제목을 붙이면서 연작으로 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홍콩에서 전시 일정에 맞춰 홍콩과 뉴욕, 두 가지 지도를 더 만들었죠. 좋은 기회였죠. 안 그랬으면 이런 아이디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았을 거예요.

전시 때문이라고 하셨지만, 서울 이후에 홍콩과 뉴욕을 정한 이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사실 홍콩 전시가 없었으면 파리를 먼저 했을 것 같아요.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살았었거든요. 근데 홍콩은 전시가 잡혀서 꼭 넣어야 할 것 같은 거에요(웃음). 그래서 넣었는데 조금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뉴욕이나 파리, 런던같이 형태를 떠올리기 쉬운 도시는 아니니까요. 홍콩 지도를 만든 후엔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도시를 하고 싶어 뉴욕을 선택했어요. 뉴욕에서도 일 년 정도 살았었는데 그때 개인적으로 느꼈던 도시의 색감도 표현하고 싶었고요.

색을 조합할 때는 도시의 이미지에 대한 보편성을 어느 정도 고려하나요?

공감은 도시의 형태에서 얻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색은 제가 느꼈던 그 도시의 느낌을 바탕으로 재해석해요.

서울 안에서도 강남구와 종로구 분위기가 다른데, 도시 안에서 각 지역의 느낌은 어떻게 색으로 표현하는지 궁금해요. 서울은 다 가볼 수 있겠지만, 해외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을 텐데요.

구區마다 색을 생각하진 않고 제가 느낀 그 도시의 색을 구획된 공간 안에 풀어요. 예를 들면 뉴욕은 계획된 도시라 바둑판처럼 직선적으로 나뉘어요. 그런 경우엔 생각한 색감을 다양하게 풀고, 홍콩처럼 형태적으로 복잡하면 색을 더 통일감 있게 넣죠.

색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나요?

어렸을 때부터 여행을 좋아해서 많이 다녔어요. 그때 각인된 나라와 도시의 색채가 있어서 어떤 색을 이 도시에 넣었으면 좋겠다는 기본적인 생각은 갖고 시작해요. 작업하다가 막힐 땐 그간 찍은 사진을 보면서 참고를 하기도 하고요. 주로 카페에 있는 소품이나 쇼윈도의 마네킹을 찍은 사진들이에요. 예를 들면 미쏘니Missoni라던가 마크제이콥스Marc Jacobs는 시즌 마다 컬러 컨셉이 아주 명확해서, 그런 걸 보는 게 많은 도움이 돼요.

현관용 카펫 가구인 ‘카페츠 프롬나드Carpet’s promenade’는 어떻게 시작된 작업인가요?

프랑스에서 졸업 작품으로 만든 건데, 그 작업을 시작으로 뜨개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한국에서는 공간 디자인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쪽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러다가 공간을 다루려면 그 안에 들어가는 오브제들, 크게는 가구, 작게는 소품들, 이 모든 걸 알아야 할 것 같아서 프랑스로 유학을 갔어요. ‘디자인 오브제’를 전공했는데 졸업할 때 가구를 많이 제작해요. 한국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디자인한 뒤에 가구를 직접 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맡기는 경우도 많거든요. 아무래도 만드는 것에 전문가는 아니니까요. 저도 직접 만들어본 경험이 없으니 똑같이 나무나 금속으로 가구를 만들 때 프랑스 친구들보다 작품에 힘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작품을 색채나 패턴으로 최대한 풀어봐야겠다 생각했어요.

졸업 작품이었으면 주제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논문 주제가 ‘맨발 거주자를 위한 디자인’이었어요. 한국 주거 문화죠. 그런데 프랑스에선 아주 생소한 문화잖아요. 그 문화를 자연스럽게 제안하는 가구를 만들되 색채나 패턴으로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다가 고민하다 ‘현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맨발 거주자에겐 현관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주요한 장소잖아요. 그런데 현관이란 장소는 보통 좁으니까 부피감이 있는 가구가 아니라 신발을 벗고, 외투를 내려놓고, 키를 보관하는 등 현관에서 하는 일들을 수용하는 카펫 가구를 만든 거예요. 바닥에는 신발 걸이를 만들어서 맨발이 너무 생소한 사람들에게도 차가운 바닥이 아니라 포근한 털을 먼저 느낄 수 있게 했고요.

방금 얘기를 듣고 ‘이 문화를 설명하려면 어떻게 할까?’ 잠깐 생각해봤는데 당연히 ‘밖에 나갔다가 왔으니 더러운 신발은 벗어야지. 답답하잖아.’ 이런 단순한 말밖에 안 떠오르네요. 이런 작품을 통해서 접한다면 맨발로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전시할 때 반응은 어땠어요?

다들 나무로 가구를 만드는 분위기인데, 실을 이용한 가구는 많이 못 보던 작업이니까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했어요.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더욱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이전에 취미로도 뜨개질해본 적 없다고 하셨는데 익숙하지 않은 기술로 작업하기 어렵진 않았나요?

‘Carpet’s promenade’는 ‘스킬 자수*’라는 기술로 만들었어요. 80~90년대에 많이 쓰던 보송보송한 털실 전화기 받침 기억하세요? 그런 소품을 만들 때 쓰는 쉬운 방법이에요. 유럽에선 스킬 자수판을 천 팔듯이 미터 단위로 팔아요. 그래서 그렇게 큰 작업을 할 수 있었죠. 한국 와서도 많이 찾았는데 작은 크기로만 팔더라고요. 다른 방법을 찾다가 지금 코바늘로 작업하게 됐어요.

그럼 스킬 자수를 배우고 바로 작품을 만들었나요? 연습 과정이 있었을 것 같기도 해요.

그렇죠. 제가 카펫으로 가구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한 뒤에 우선 작은 발판부터 만들어봤어요. 그래서 만든 게 ‘슈러그Shoe-rug’에요. 한국에 있었으면 디자인해서 맡길 생각을 했을 텐데 프랑스였으니까 막막했었어요. 그러다 학교에서 집 가는 길에 우연히 털실 팔고, 직접 제작하는 가게를 발견한 거에요. 거기서 2~3년을 살았는데 처음으로요(웃음). 그 자리에서 25년~30년 일 하신 주인 할머니가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셨어요. 기본적인 뜨개 방법도 가르쳐주셨고요. 그래서 첫 작업을 할 수 있었죠.

장인에게 배운 셈이네요. 

네. 집이랑 가까워서, 작업하다가 모르면 찾아가서 물어보기도 했어요.

‘슈러그’는 추운 날 주방에서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그것도 프랑스 집에서 지내면서 떠올린 거에요. 온돌 바닥이 아니니까 설거지를 하는데 발이 너무 시린 거예요. 그래서 실내화가 달린 발판을 제작해보기로 했죠. 생활에서 계속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아마 한국에 있었으면 생각이 안 났겠죠.

‘양탄자 그림자’도 비슷한 생각에서 출발한 작품인가요?

네. 가구를 발이 닿는 공간에서 러그를 설치했고, 러그는 가구의 그림자를 형상화해서 만들었어요. 가구 다리에 끼웠다 뺐다 할 수 있게 만들어서 유기성을 줬고요.

처음 봤을 때 디자인만 생각해서 만든 건 줄 알았는데,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게 닿는 데를 고려해서 만든 거더라고요. 사실 지연 씨의 다른 작업들도 예술작품처럼 생각했지 제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거든요. 

사실 ‘양탄자 그림자’를 만들 때까지는 판매를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제작했는데, 2014년에 전시하면서 판매 문의가 들어왔어요. 그래서 ‘니트 차이나Knit China’와 같은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소품을 만들었어요. 제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요. 작업이 커지면 금액도 올라가게 되니까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사실 금액 책정하기도 어렵고요. ‘양탄자 그림자’는 어느 집에나 어울리게 색감을 조절해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팔고 있어요. 지금은 제 작품을 좀 더 대중적으로 보완하는 단계인 것 같아요. ‘슈러그’도 1차원적으로 해석을 한 느낌이 조금 있어서 더 발전시켜서 만들어보고 싶어요.

*스킬 자수 일정한 길이로 자른 털실을 갈고리 모양의 바늘로 망사에 걸어서 수를 놓는 자수. 방석, 벽걸이 따위를 만드는 데 쓴다.

‘시티 프로젝트’도 판매가 된다고 들었어요.

네. 처음 시티 프로젝트 작업할 때는 저에게 열흘의 시간이 있었어요. 열흘 뒤에 화보 촬영이었는데 아이디어 구상조차 없을 때여서 밤을 새워가면서 했죠. 지금은 주문 제작으로 진행되는데 서울, 홍콩, 뉴욕은 만들어놓은 도면이 있고 색이 정해져 있어서 주문 제작이 들어오면 보통 보름 정도 잡고 진행해요. 

작품들이 아름다움과 실용의 경계에 잘 있는 것 같아요. 공예 디자이너로서 그런 부분에 가치를 두는 편인가요?

실용성에 대해 항상 생각해요. 실용성이 없으면 그저 예술품에 불과하니까요. 하지만 공예적인 성향과 디자이너라는 직업 사이에서 항상 괴리감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지금도 제가 만든 것들이 실용성과 접근성이 생기더라도 혼자서 만들어내면 시간이나 생산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니트 차이나Knit China’ 같은 인테리어 소품은 실용성과 접근성을 염두에 두면서 만들고 ‘시티 프로젝트City project’ 같은 다른 라인들은 조금 더 디자인적인 부분에 집중하려고 해요. 제품마다 다르게 생각하려고요.

털실이란 재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털실은 색이 무궁무진해요. 동대문 시장에 가면 색색 털실이 찬장에 빼곡히 박혀있는데, 그걸 보는 것도 정말 좋아하고요. 색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소재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대형 작업을 할 경우에 원하는 색이 있다면염색 의뢰를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원래 뜨개질은 평면적인 것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가구 작업을 하면 3차원이 되잖아요. 작업하면서 깨달은 털실의 잠재성이 흥미로웠어요. 질감이 다른 실들끼리 조합하면서 다양한 분위기를 낼 수도 있고요. 

아무래도 계절을 탈 것 같은 소재인데, 어려움은 없나요?

처음엔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여름에 한산할 때가 있어서 이만큼 작품이 나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 털실로도 많이 작업하겠지만 다른 소재로도 뜨개질을 해보고 싶어요. 친환경 소재로 만든 섬유 제품으로도 해보고 싶고요. 작년 디자인페스티벌에 같이 나왔던 학생 디자이너는 운동화 끈으로 가방을 만들기도 하더라고요. 뜨개질 할 수 있는 소재는 무궁무진한데, ‘시티 프로젝트’는 털실로만 진행할 것 같아요. 대신 도시가 10곳이 넘어가면 질감을 다르게 해서 북극이나 남극, 북유럽을 하얀색으로만 표현해보고 싶어요.

INTERVIEW
색을 만지는 사람

처음 미술에 관심이 생긴 때가 기억나나요?

유치원 때 엄마가 저랑 제 동생 앉혀놓고 산타 할아버지한테 받고 싶은 물건을 말하라고 했는데 물감이라고 말했던 기억은 나요. 커서는 테마파크 디자이너가 되거나 장난감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색을 알록달록 쓰는 걸 좋아했었거든요. 그런데 대학교 가서 취업 준비 하면 아무래도 현실적인 부분을 보게 되니까, 건설사 들어가서 2년 정도 일을 했었죠.

건설사 다닐 땐 어땠어요?

그때도 나름 재미있었는데, 유학을 가지 않았더라도 오래 안 있었을 것 같긴 해요. 건축은 지금 제가 하는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잖아요. 저는 그런 큰 작업이 잘 안 맞았던 것 같아요.

저도 ‘건설사’와 ‘공예’라는 두 단어 사이에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을 했어요.

건설회사 다닐 때는 건축주가 원하는 스타일로 항상 만들어야 해서 제 성향을 발휘를 못 했어요. 한국에서는 모던한 것이 유행하고 있고 대부분 그걸 세련된 것으로 치니까 더욱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에 반해 제 성향은 조금 키치하고 유아적이라 사실 창피하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마음껏 드러내 본 적이 없었는데 프랑스에서 공부하면서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죠. 아무도 저한테 간섭하지 않았거든요(웃음). 그러다 ‘체&체 아소시에Tsé & Tsé associées’라는 굉장히 재치 있는 브랜드에서 인턴 디자이너로 일하게 되면서 제 성향을 맘껏 발휘했어요. 호불호가 강한 브랜드인데 한국에도 수입되고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모두를 만족을 다 시킬 수 없으니 내 마음대로 작업하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분명 다들 취향이 다르고 제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렸을 땐 그걸 잘 몰랐어요.

프랑스에서 파리랑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에서 지냈다고 들었는데, 스트라스부르는 좀 생소한 도시에요.

프랑스 북동부에 있는 도시인데 독일에 바로 붙어있어요. 자전거 타고 20분이면 독일로 넘어갈 수 있는 거리였죠. 독일에 하리보Haribo라는 유명한 젤리 브랜드가 있는데, 프랑스 슈퍼에서 다섯 종류를 팔면 독일 슈퍼에선 스무 종류를 파는 거예요. 자전거 타고 젤리 사러 갔다 오고 그랬어요(웃음). 

자전거로 국경을 넘어갈 수가 있었어요?

아무도 검문을 안 하더라고요. 다리 하나가 있는데 다리를 넘어가면 독일이에요. 스트라스부르는 독일이 점령했다가 프랑스가 되찾는 과정을 여섯 번이나 반복한 동네거든요. 항상 국경지대였던 곳이라 동네에 독일 분위기도 나고, 작업에 깔린 색도 거기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해요. 되게 예쁜 동네에요.

처음 들었을 때 이름이 독일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죠. 스트라스부르는 알자스Alsace라는 지역의 도시인데 지역 방언인 알자스어가 있어요. 들어보면 꼭 독일어 같아요. 언어학적으로는 독일어에 가깝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스트라스부르가 파리보다도 좋았고, 영감도 많이 받았어요.

서울에서 작가님의 일상은 어떤가요?

자전거 타는 거 정말 좋아해요. 프랑스에서 생긴 취미에요. 조금 애매한 거리는 늘 자전거 타고 다녔거든요. 주말에 빨래 널고 자전거로 동네 한 바퀴 돌고, 아이스크림 사 먹고. 그렇게 한적한 취미가 많았었는데, 요즘엔 라디오 듣거나 티브이 보면서 뜨개질해요. 

일이자 취미네요.

네, 한국 와서는 그렇게 됐어요.

손은 괜찮으세요? 계속 손으로 작업하면 아플 것 같기도 한데.

손바닥 중간에 직선으로 된 선이 있는데 이 선이 성공선이래요. 작업을 많이 할 땐 끊겼던 부분이 이어지면서 선이 선명하게 생겨요. 일을 계속하면 생기고 안 하면 없어지고. 아무래도 계속 일하라는 뜻인가 봐요(웃음).

ATELIER JUNNE
contact@junnne.com
junnne.com

그녀가 본 연남동의 색

“제 작업실이 있는 연남동에는 신진 작가들이 많아요. 작가들은 금실로, 동네의 느낌은 넝쿨처럼 생긴 녹색 실로 표현했어요. 실제로 동네에 넝쿨들도 많고요. 주변의 색은 동네 주민들과 작가들이 잘 어우러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서 골랐어요.”

그녀가 한 땀 한 땀 뜬 서울 지도 위에는 곳곳에 녹색 실이 엮여 있었다. ‘서울에 산이, 숲이 이렇게 많았나?’ 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답답할 때면, 이 빼곡한 빌딩들 사이에 숨어 숨 쉬고 있을 푸른 숲을 떠올린다. 어쩐지 상상만으로도 숨이 좀 트이는 기분이다. 인터뷰를 마친 뒤 내게는 상상할 수 있는 색이 몇 가지 늘어났다. 어렵더라도 가끔은 그 상상의 색들을 마주해야지. 그런 건 눈으로 보는 게 더 좋으니까. 오랜 후에야 자신의 색을 꺼내놓은 그녀를 만나고 다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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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현아

포토그래퍼 안선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