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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VITY
사람은 탄생과 동시에 드넓은 우주를 떠돌기 시작한다.
어릴 땐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다. 어딜 가나 동네엔 꼬마가 우글우글해서, 발에 차이는 아무나와 놀아도 해가 질 때까지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무엇을 하고 놀지 고민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처음엔 놀이터에 한둘이 모여 소박하게 흙이나 파기 시작하지만,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눈처럼 불어나고, 저녁 무렵이 되면 원시 부족처럼 편을 나눌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우리는 매일 축구나 야구를 하며 동네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우리는 언제부턴가 꼬마들이 한 명 두 명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동네에서 야구를 할 때, 축구를 할 때, 머릿수를 채우기가 어려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라진 꼬마가 좋은 배트와 글러브를 가진 녀석이었다면 그 빈자리는 더더욱 크게 느껴졌다. 꼬마 시절, 친구들과 멀어지는 불행의 원인은 대부분 학원이었다. 동네에 남은 꼬마들은 친구들을 잡아간 학원을 미워하며, 포수와 2루수 자리를 비워둔 채로 야구 시합을 해야만 했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며, 좀 더 많은 사람이 주변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사소한 오해를 풀지 못한 채로 다른 친구와 어울리기로 한 친구들과, 어릴 땐 친했는데 자라면서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친구들. 학교 복도에서 마주쳐도 인사하지 않고, 누군가 그 아이들의 이름을 말하면 처음 듣는 이름인 것처럼 어색해했다. 이러다 결국엔 다시 친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게 멀어진 친구들이 영원히 모르는 사이로 살아가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사람 사이엔 다시 가까워질 수 없는 운명의 조류 같은 것이 있음을 처음으로 느꼈다.
어른이 되고 나선 별것도 아닌 이유로 사람들이 쓱쓱 지워지기 시작했다. 생각이 나와 맞지 않아서, 성격이 나와 맞지 않아서, 취향이 나와 맞지 않아서…. 많은 사람이 주변에서 점점 멀어져 갔고, 또는 사라져 갔다. 이제 주변에 남은 사람이 몇 명일까 세어보면 다섯 손가락을 다 채우기도 힘들 정도다.
사람은 탄생과 동시에 드넓은 우주를 떠돌기 시작한다. 탄생과 동시에 주변의 별들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이 별의 필연이듯, 필연적으로 인간관계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에게서 멀어져 간다. 당연히, 그것은 지독한 외로움을 동반한다. 그래서 사람은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한 쌍의 인류를 만들어 서로에게 의지하며 나아가려 한다. 그들은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우주를 함께 유영한다.
어느 날 텅 빈 우주에서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같은 방향과 같은 속도로 빙글빙글 도는 두 사람이 만나 간신히 손을 맞잡게 된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하나의 행성이 되어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우주를 유영했다. 눈을 감은 채로, 힘을 주지 않은 채로, 떠내려가는 대로 스스로를 내버려 두었다. 이따금 마주친 눈에는 두려움과 반가움이 함께 번졌다.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 날, 그들은 조금 지겨워졌는지, 아니면 왠지 그래도 될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건지, 아무 이유 없이 꽉 잡은 두 손을 살며시 놓아보았다.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빙글빙글 도는 채로 서로에게서 조금씩 멀어져 가기 시작했다. 아차 싶은 마음에 헛손질하고 허둥거려 봤지만 그들 사이의 간격은 담담한 속도로 쭈욱 벌어졌다. 처음에 손에 닿을 듯 간당간당하던 서로가 이제는 시야에서도 말끔히 사라져버렸다.처음에 꼬마들이 놀이터에서 사라져 갈 때부터, 점점 주변에서 사람들이 사라져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이것이 우주의 관성일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매일 단단한 바닥을 딛고, 수많은 사람 속에 파묻혀 살았기에, 우주의 법칙과 우리의 일상을 연결 지어 생각하기는 쉽지가 않았다.
글·그림 한승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