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OUND
CLUB ONLY
SERIES
MEET AROUND
SUBSCRIBE
SHOP
을지로, 용산, 남영동 일대는 골목들이 가지치듯 뻗어있어 하염없이 헤매게 된다. 한 동네를 방황하더라도 보다 예술적으로 길을 잃고 싶은 날, 유유히 방문하기에 적당한 작은 아트숍들을 소개한다. 목적지와는 멀어져도 예술과 한걸음 가까워 질 수 있을 테니까.
오래전, 부와 권력을 가진 이들은 자신의 취향이 묻어나는 진귀한 물건들을 수집하여 저택에 비밀스럽게 진열해 두었다. 이 은신처는 이른바 ‘분더카머’라고 불렸다. 카바라이프 쇼룸은 흡사 21세기판 분더카머를 연상케 한다. 책장 칸칸이 들어찬 공예품들을 보고 있자면 절로 그에 깃든 이야기들을 상상해 보게 된다. 독특한 미감을 자랑하며 온라인 아트 편집숍으로 입지를 다져오던 카바라이프는 예술 곁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색다른 소비 경험을 제공하고자 서울의 한복판에 자리를 잡았다. 카바라이프는 쇼룸에 방문한 이들이 자기만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특별한 서비스를 선보인다. 카바라이프 카카오톡 채팅창에 작품 옆에 부착된 번호를 입력하면 이에 관한 정보를 낱낱이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것. 세세한 배려와 감도 높은 큐레이션 덕분에 작품을 발굴하는 재미를 두 배로 즐길 수 있다. ‘황금 노래클럽’ 간판을 찾아 입구로 들어오면, 바닥에 툭 놓인 카바라이프 로고 발깔개가 ‘놀랍겠지만, 네가 생각하는 그곳이 맞아!’ 하며 맞이할 테니 당황하지 마시길.
“이 오브제가 시계라면 믿을 수 있겠어요? studio when은 오만 가지 시계를 만들겠단 포부를 가지고선 활동하는 팀인데요. 그들이 만드는 ‘오만 시계’에는 시계에서 볼 법한 요소들이 등장하지 않아요. 돌아가는 원을 보며 몇 분이 흘렀는지 짐작할 수 있을 뿐이죠.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면,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은 상대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돼요. 색다른 쉼을 느낄 수 있답니다.”
빌딩 숲 한가운데 숨죽인 채 자리한 용산정비창 골목.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용산역과 멀티플렉스의 위용에 압도당해 지나쳐버리기 십상이지만, 구석구석 헤매다 보면 소소한 발견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골목 끝에 위치한 큐 아카이브는 작품과의 우연한 만남이 시작되는 공간이다. 명작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의 생존에 필요한 물건들이 큐 디파트먼트에 모여 있었듯, 큐 아카이브에는 삶을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작품들이 즐비하다. 큐 아카이브를 책임지고 있는 김준아 대표는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는 상업 시장에서 눈을 돌려, 생활 속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법한 작은 작품들을 찾아내고 소개한다. 그는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으며 서로의 빈 구멍을 채워주듯 작품에 깃든 숨이 공허한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조각을 찾고 싶을 때 가볍게 찾는 사랑방이 되기를 꿈꾸며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는 공간을 매만진다.
“일러스트 작업을 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서지나 작가님과 협업하여 제작한 굿즈랍니다. 작가님과는 큐 아카이브 첫 개관 전시였던 그룹전 <七面>에서 인연을 맺었어요. 올해가 큐 아카이브 1주년이기도 하거든요. 그 기념으로 특별히 마음을 담아 제작해 주신 작품이에요. 핸드빌딩으로 도자를 만들고 그 위에 일상 속에서 흔히 떠올릴 만한 문장을 새겨 사람들에게 위안을 선사하고자 했어요. 변함없이 저희와 함께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무사히 1년이라는 시간을 지내왔답니다.”
페이지메일은 멀리서 건너온 이야기들이 가득한 사서함과도 같은 공간이다. 벽에 차곡차곡 세워둔 액자들을 조심스레 넘기다 보면 모서리에 무심하게 끼워둔 캡션이 눈에 들어온다. 오랜 시간 미술 곁에서 일한 차지형 대표는 한 장의 포스터에 깃든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에 담긴 역사를 한 자 한 자 옮겨 적었다. 몇 년 새 아트 포스터 숍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지만, 그는 페이지메일만이 전할 수 있는 미감을 찾아내고자 각국을 오가며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있다. 페이지메일의 아트 포스터는 각국의 갤러리와 저작권 사용 독점 계약을 한 아트 프린트 전문 업체에서 수입을 진행한다. 색이 바래지 않는 종이에 작품을 입히고, 오랜 시간 작가들과 함께 손발을 맞춘 공방의 액자를 더해 원작에 버금가는 감동을 선사한다. 이를 동력 삼아 많은 이들이 예술 앞으로 한 발짝 향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누군가의 공간에 한 폭의 그림을 보낸다.
“프랑스 대표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인 로낭&에르완 부홀렉의 아트 포스터는 페이지메일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 중 하나예요. 프랑스 보르도 Arc en Rêve에서 열렸던 전시에서 그들의 드로잉 시리즈가 처음 공개되었죠. 평소에도 기록광으로 유명한 그들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에 그림을 그린다고 해요. 노트가 없으면 냅킨이나 영수증을 사용할 정도로 스케치를 멈추지 않았던 거죠. 작은 크기의 포스터지만, 이 그림이 모든 디자인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떠올릴 때마다 영감이 샘솟을 거예요.”
에디터 오은재
자료 제공 카바라이프, 큐 아카이브, 페이지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