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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룸
이유 있는
디자인
일룸
어쩌면 눈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동선을 관찰하고, 행동 패턴을 읽고, 긍정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담아내려는 시선들 말이다. 그러니 디자인이란 결국 더 나은 것을 바라보는 눈들이 한 데 모이는 것일 테다. 모든 것에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을 증명하듯, 일룸은 사람들의 생활을 디자인해 왔다. 온전하고 단단하지만 다정한 눈빛과 함께.
머리부터
발 끝까지
방 안에서 생각보다 많은 일이 일어난다. 낮잠을 자고, 밤늦게까지 엄마 몰래 컴퓨터를 하고, 무의미한 패션쇼를 하고, 천장 무늬를 세고, 침대에서 끼니를 때우기도 하면서. 그러고 보면 방 안을 가득 채우는 모든 일은 방 한쪽을 잠시 빌린 가구들과 함께 벌어진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새로운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 그것은 가구다.
일룸iloom은 가구가 탄생할 때부터 새로운 주인을 만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섬세하고 자세히 관여하는 가구 브랜드다. 그러니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일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구석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일룸의 국내 자체 생산 시설을 활용하며 본래 구현하고 싶었고 의도한 바가 잘 담겼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끝없는 고민의 결은 결국 섬세함과 작은 디테일을 완성했고, 사람들 사이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빼곡하게 채운다.
옷도 한 철인데, 가구는 어떨까. 이름하여 지금은 ‘패스트 시대’. 패스트푸드를 넘어 패스트패션이 도래했고, 연이어 저렴한 한 철 가구의 패스트퍼니처가 생겨났다. 실제로 1인 가구 세대가 증가하면서 가구 소비 세대는 점점 낮아지게 되었고, 스스로 조립하고 연결해서 쓰는 가구가 각광 받았다. 하지만 패스트 문화는 결국 그만큼 가구 수명을 단축시켰고, 사람들은 오랜 시간을 함께하기 어려웠다.
잠깐, 여기서 질문 하나. 그렇다면 굳이 가구와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할 이유는 무얼까. 답변은 아주 간단하다. 우리는 가구로부터 많은 것을 지배 받기 때문이다. 방 안에서의 동선과 활동 영역, 걸을 수 있는 품과 여유 공간은 활동 범위를 비롯하여 생각의 방식까지 영향을 미친다. 비슷한 맥락으로 기분 전환을 위해 가구 배치를 바꾸는 것도 그렇다. 그러니 인간이 정착하는 생활 양식을 선택하는 이상 방 안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구는 사람들의 방을 빼곡히 채운다.
일룸은 ‘디자이너링Designeering’ 방식으로 사람들의 생활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디자이너링이란 그림을 그리는 ‘디자인Design’과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도면화하는 ‘엔지니어링Engineering’을 결합한 말로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설계하고 제작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이 과정에 가장 먼저 바탕이 되는 것은 ‘관찰’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싶어 하는지를 눈 여겨 보고 귀 기울여 들으며 그에 맞춘 가구를 기획한다. 가구와 잘 어울리는 단어를 생각할 때, ‘손길’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건 가구야 말로 사람의 생활과 가장 밀접하고 가까운 관계를 맺은 유일한 물체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낮과 밤의 경계를 거두고 온 하루를 나누는 거리니까 말이다.
집 안을 채우는
풍경
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방 안에 있다. 키가 낮은 소반에서 밥을 먹고, 농 안에 가장 소중한 것들을 숨겨 놓았다. 아이들은 숨바꼭질을 하며 집안 온 가구에 볼을 부비고, 식탁 위로 이불을 덮어 비밀기지를 만들기도 했다. 집 안을 채우는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에는 가구가 빠질 수 없다. 일룸이 제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선사하고 싶은 삶의 모습도 그렇다. 다투고 화내고 싸우더라도 여전히 사랑하고 위로하고 가까운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는다. 같은 집에 살지만 데면데면한 관계가 아닌,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면서도 함께 모여 공동의 시간을 보내고 서로의 생활에 관심을 둘 수 있는 모습을 지향하는 것이다. 결국 가족으로 귀결될 수 있도록.
가족을 생각하는 일에서 시작된 마음은 친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친환경’의 의미는 ‘친 지구’와 ‘친 인간’이라는 두 가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먼저 지구환경을 보호한다는 차원의 ‘친 지구’는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일을 지양하는 것을 말한다. 최적의 기능과 내구성을 가진 가구를 공급하면서 쉽게 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잘 쓸 수 있는 가구가 결국 건강한 소비로 이어지고, 지구환경의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친 지구를 고민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질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아이가 컸을 때에는 이것을 어떻게 응용해서 사용할 수 있을까, 아이가 태어나면 이 용도가 어떻게 바뀌면 좋을까 등의 질문이 그렇다. 온 가족이 함께 쓰는 ‘패밀리 베드’의 경우도 아이가 크고 나면 침대를 따로 떼어 내 이어서 쓸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친 인간’이라는 관점에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집안을 바라본다. 일상에서 부딪히고 다칠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을 위해 집안의 위험요소를 모두 배제하는 것이다. 또한 형태나 소재에서도 인간에게 유해한 부분을 모두 제거한다. 실제로 친환경 가구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없던 90년대에 일룸은 모든 가구에 E1등급의 목재와 수성 접착제를 사용하여 친환경 가구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2011년, 모든 제품에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E1보다 최대 5배 낮은 E0 목재를 최초로 도입하면서 그 다음해에는 그린가드Greengard 인증을 획득했다.
일룸을 표현하는 세 가지 단어를 꼽아 보았다. 진정성. 제대로. 행복.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제대로 만든 가구가 결국 사람들을 행복한 일상으로 끌어들인다. 정해진 공간 안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무수한 것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것들은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로 이어진다. 가구가 연결한 삶의 모습이 우리 바로 곁에 있다.
E1등급: 가공된 목재나 부품의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으로 구분된 친환경 자재 등급. SE0 등급에 가까울수록 인체에 무해하다. E2에서 E1, E0, SE0의 등급으로 나뉜다
그린가드: 가구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검사하여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것
일룸의 어느 날
오늘의 브이로그
오전 느지막이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커튼을 걷어 밖을 보는 일이다. 오늘의 날씨를 확인하고 일조량도 가늠해보면서. 모닝커피 한 잔 마시려 커피 타오는 길에 어쩐지 볕이 좋아 SNS 사진을 찍어 올리고 싶어졌다. 구석에 둔 테이블을 꺼내 괜히 커피를 어여쁘게 두고 사진을 찍는다. 얼음 가득한 커피와 꽃병을 잘 올려두고 햇살을 가볍게 발라 한 컷. 그런데 갑자기, 와장창! 아뿔싸 커피를 엎지르고 말았다. 내 소중한 협탁인데! 어처구니가 없어서 실없이 웃음이 나온다. 실실. 커피를 깨끗하게 닦아내면서 완전범죄를 마무리했다. 왠지 피곤해지는 것만 같아서 다시 침대에 들어가 어제 읽다 만 책을 읽기로 한다. 겅중 뛰어 올라도 여전히 포근하고 안락한 이곳은 나의 요새. 볕을 쬐면서 책을 읽으니 또 잠이 온다. 아이고 눈꺼풀이 영 무겁다.
점심께가 되었을 때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서 베이글을 꺼내 굽고 가장 좋아하는 플레인 크림치즈와 애플 주스를 꺼낸다. 방 안에 새롭게 만든 홈 카페가 있으니 굳이 집 밖으로 나갈 일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 것 같다. 공간의 경계를 조금씩 허물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가면서 내 생활에도 조그마난 변화가 생겼다. 따뜻한 차와 간단한 음식을 즐기는 시간을 귀하게 여기게 된 것. 어쩌겠어, 집이 이렇게 좋은걸. 바삭하게 구워진 베이글에 마음이 놓인다. 또 기분이 좋아 사진도 찍어보면서 오늘 일정을 다시금 되새긴다. 한량의 삶 정말이지 최고다.
오늘 일정을 다시 되새기긴. 거실에 나와 소파에서 뒹굴며 밀린 드라마만 보고 있다. 소파 가죽의 찬 기운이 좋아서 계속 몸을 뒤척인다. 마른 다리를 살살 굴리니 어쩐지 소파 안으로 몸이 빠져들어가는 것만 같다. 하지만 이렇게 주말이 흘러가는 게 어쩐지 아쉬워서 서재에 들어간다. 얼굴 모르는 소설가와 시인의 책이 빼곡히 담겼다. 채 다 읽지 못한 책들도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홈 라이브러리 안으로 숱한 생각이 생겨나고 사라지곤 했다. 공기 중으로 쉽게 휘발된 것들은 아마 일기장 어딘가에 박제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고른 책은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 어쩐지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지는 구절을 발견했다. “흐린 날엔 사람들은 헤어지지 말기로 하자. 손을 내밀고 그 손을 잡는 사람이 있으면 가까이 좀 더 가까이 끌어당겨 주기로 하자.”
부엌에 가서 괜히 냉장고 주변을 뒤적거린다. 한 아이돌이 맛있게 먹어 동났다는 게장도 먹고 싶고 곱창도 먹고 싶은데 집에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하지. 냉장고 문도 무심하게 닫아버리고 식탁 위에 조용히 앉는다. 심심한 하루가 길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문득 주어진 여유가 오랜만이라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 그랬다. 한 줌의 쉼이, 하루 어치의 힘을 만든다고. 돌이켜 보면 내일로 나아갈 힘을 만드는 것을 거창한 게 아니다. 우연히 누리게 된 비어있는 시간, 나른한 오후, 여유로운 주말이다. 오늘은 마음껏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 마음의 터럭을 내어 준 침대와 책상, 소파와 협탁, 그리고 다정이 가득한 우리 집에서.
일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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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자연
포토그래퍼 오린지 자료 제공 일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