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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중요한 시간을 보내고 온 세 작가. 그들은 돌아와 각자의 글을 썼다. 함께한 사진가는 텍스트와 이미지로 이어 쓰기 시작하는데….
두 해 전이었다. 이슬아, 유진목, 강한비. 세 친구와 부산에 다녀왔다. 10년 만의 해수욕 때문이었는지, 그곳에서 시작된 내 안의 균열 때문인지, 이 시간은 나에게 결정적인 사건으로 기억된다. 여름이 오면 그 시간을 혼자 기웃거리기도 하는데 거기엔 우리가 그때 다녔던 공간만 남아 있다.
흩어진 이후가 궁금해졌다. 여전히 우리는 전화로 안부를 묻고 서로를 확인하지만, 그곳에서 만났던 우리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돌아온 세 사람이 다른 시기에 다른 이유로 쓴 글을 읽었다. 세 편 모두 부산에서 쓴 이야기인데 내가 아는 일만 일어난 건 아니었다. 함께 다니는 동안 우리는 혼자서 멀리도 갔다.
그들의 이야기를 이어 쓰고 싶어졌다. 그 시간을 또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글로 쓰인 장면을 사진으로 옮겨 쓰기도 했다. 거기서 시작된 일들이다. 부산의 여름을 맘대로 비트는 동안 생겨난 언어를 여기 공유한다.
점프.
다시 점프.
좋지 않은 날이 더 많아도 다시 좋을 수 있으니까 나는 또 할 것이다. 그런다고 어떤 것도 극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지만. 이곳으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살 것이다.
이제 나는 기다리지 않는다. 다시 태어나지 않아도 괜찮다. 저기 아까 바닷물에 떠밀려 와 아직도 거기 있는 커다란 그 물체를, 두 팔을 느슨하게 벌린 자세로 물에 떠 있는 그것을 부른다.
바닷가에서 일어나 보니 옷이 다 젖어 있다. 물이 차다. 얼굴에 붙은 까슬한 모래와 미끄러운 미역을 떼어내며 생각한다.
살았구나. 다행이다.
내가 나라는 게 지겹지만 이 삶을 처음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점프를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있기 싫은 모임에서는 집으로 미리 간다. 어떤 날은 당신을 만난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좋아서 처음 만난 그 놀이터로 돌아간다. 둘이 타던 그네를 타고 또 타고.
점프가 되지 않는 날도 있다. 시도했다가 어울리지 않는 곳으로 떨어지거나 처음 와본 곳에서 일어난다. 조금 전 물에 휩쓸렸다. 아가미도 없는데 물속에서 괜찮았다. 그러다 갑자기 안 괜찮아서 헐떡이다 정신을 잃었다. 숨이 쉬어진다. 눈 떠보니 사막 한가운데. 몸 주위를 빙빙 둘러싼 발자국들. 사람들이 다녀갔구나.
할머니, 나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어. 한번 여기 와봤는데, 이제 다른 공간으로 이동 중이야. 그런데 할머니, 할머니가 맞아. 나는 가수가 되고 싶을 거야. 엄마가 흥얼거리는 게 좋거든. 엄마가 노래하면 나도 따라 해. 엄마는 자주 울어. 나도 가끔 따라 울고.
우는 엄마도 좋아.
다 울고 조용해지는 마음에 들이치는 얇고 긴 바람 소리가 들려. 거기에도 이유 없는 울음이 있어?부지런히 가고 있어.
국민학교에 가면 코 큰 선생님을 또 만나려나. 같은 동네에 살던 대식이가 있으려나. 할머니, 할머니도 국민학교 다닐 때 얼굴이 자주 빨개졌어? 잘못한 게 없어도 난 자주 부끄러워.
할머니도 좋아하는 애가 있었어? 좋아하는 애가 생기면 이번엔 참지 않고 고백할 계획이야. 무서워서 말 안 하고 넘어갔는데, 그게 목에 복숭아씨처럼 걸려서 내려가지도 썩지도 않더라고.
할머니 젊을 때 지금보다 더 예뻤다며. 엄마가 사진 보여줬어. 예쁜 수영복 입고 바다도 갔을까. 친구들이랑 깔깔대고 웃으면서 배영도 했을까. 깔깔대며 첨벙대고.
할머니가 웃을 때 내는 소리 좋아해. 근데 웃지 않는 할머니도 좋아해.
내년에 슈퍼 앞에서 만나. 내가 할머니 맛있는 거 사줄게.
에디터 이주연
글·사진 이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