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우정을 기다려왔어

김사월 — 뮤지션, 작가 · 이훤 — 시인, 사진가

“집이 좀 바뀌었네? 뭔가 많이 비었어. 깨끗하고 아름답다.” 사월의 집에 도착한 훤이 말한다.  집의 변화를 감각한다는 건 이미 그 공간과 친숙하다는 이야기겠지. 방 한쪽에 자연스레 앉아 사월의 짧은 문장에 “아, 그거!” 하고 반응하는 훤, 훤의 느릿한 한마디에 “넌 정말 대단하다.” 감탄하는 사월. 길게 대화 나누지 않고도 속속들이 서로를 아는 덕에 대화는 둥글고 짧은 궤도를 그리며 사이좋게 오고간다. 배려하느라 조심스러워지고 말 한마디도 몇 번을 곱씹는 섬세한 만남도 좋지만, 서로를 침범하는 게 자유로울 때 우리의 마음은 마음껏 구겨지고 깨끗하게 펼쳐질 수 있다. 조금 덜 조심하게 되는 우정, 실로 오랜만에 순하고 무구한 그 우정 사이를 마음껏 유영한 기분이다.

역시 삶은 순간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약간의 지속과 조금의 기록이 있을 뿐이니까요.

이 책, 굉장히 잘됐잖아요. 일주일이 채 안 되었을 때 중쇄를 찍었고요. 《고상하고 천박하게》가 왜 사랑받았다고 생각하세요?

요즘 사람들에겐 취약한 면이 있어서 저희 캐릭터가 잘 가 닿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월 맞아요. 저희는 취약한 사람들이란 공통점이 있죠. 너 그 동네 취약짱이잖아, 나도 이 동네 취약짱이거든(웃음). 질문을 듣고 이 책이 왜 사랑받았을까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됐는데요. 일단 조합이 좋았어요. 시각 예술과 청각 예술이 만나는 게 재미있고, 캐릭터가 다른 점도 좋게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취약함에 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독자들은 어쩌면 이 글들 안에서 자신을 발견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우리의 사진도, 시도, 산문도, 음악도 그런 지점이 있을 텐데요. 독자들이 우리 편지를 통해서 자신을 보는 경험을 했기에 사랑받을 수 있던 것 같아요. 그게 무척 보람찬 일이기도 했고요.

우리는 다른 캐릭터인데 똑같이 취약하고, 서로를 바라보고 싶은 의지가 많은 사람들이에요. 그런 둘이 모여서 편지를 쓰는 데서 뭔가 생겨난 것 같아요. 자칫 잘못하면 편지 특성상 자기가 하는 이야기에만 골몰하거나 상대방이 건네준 이야기에만 반응하게 될 텐데요. 저는 그 중간의 어떤 것을 우리가 했으면 싶었어요. 대화하듯 책을 만들고 싶다고도 생각했고요. 좋은 대화라는 게 그렇잖아요. 모든 구간에서 자기 이야기만 덧대면 좋은 대화가 되기 어려우니까 어떤 지점에선 참고, 덜어내고, 반응이 필요한 부분에선 충분히 잘 반응해야 할 텐데요. 그래서 정확하게 답하고 싶어서 사월의 편지를 여러 번 읽기도 한 거예요. 근데 책이 나오고 보니 사람들이 그런 종류의 우정을 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취약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내 얘기를 하면서도 네 이야기에 반응하는 우정. 뭐든 거부감 없이 꺼내놓고 들어주는 우정. 우리조차도 그런 종류의 우정을 원해서 이런 편지를 쓴 것 같고요.

 

취약함이라는 데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의미 같기도 한데, 그 취약함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요?

잘 모르겠어요. 작가로서 경계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자기 연민에 빠지는 건데, 그런 의미에서 어느 순간에는 누군가 우는소리 하는 게 보기 싫을 때가 있잖아요. 반대로 어떨 때는 이 사람이 취약해서 좋다고 느낄 때도 있고요. 사월과 편지를 쓰면서 우리가 비슷하고 또 다르게 연약해지는 모습을 같이 살핀 것 같아요. 때때로 거울처럼 서로를 들여다보면서요.

사월 인간에겐 무조건 약한 부분이 있고, 그걸 보호하고 감추며 살지만 그 약한 부분이 없으면 전체적으로 위험해진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취약함이란 없어질 수 없는 것, 없어지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희귀하고 드문 우정을 담아

사월이 훤에게
훤이 사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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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주연(산책방)

포토그래퍼 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