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아이슬란드를 아시나요

나는 지금 ‘다른 행성’에 있다

착각1

희미한 막에 가려진 세상 속에서 판단이 흐려졌다. 매일 있던 곳과는 다른 이곳이 어색하기만 했다. 황갈빛으로 덮인 땅 위를 홀로 걷다 커다란 무언가를 발견했다. 드넓은 광야에 덩그러니 남겨진, 인류가 아쉬워 남긴 흔적임이 틀림없었다. 가끔은 녹색 이끼 마냥  푸른 생명체가 돌과 부대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부대껴 나뒹구는 녹색과 회색이 끝없이 펼쳐진 모습은 그 누구도 손대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다. 사십육억 년 전 지구와 지금의 지구,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고요함 속에서 어떤 생명체와 물을 발견했고, 그제야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토록 신비한 곳에도 그저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말이 있었고, 빙하가 녹아 폭포가 되고, 폭포가 흘러 강이 되는 물이 있었다. 이 두 가지를 마주하고서야 이곳이 지구의 일부분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착각2

또다시 이곳이 지구가 아니라는 착각에 빠진 건 밤하늘을 보고나서였다. 그날도 차가운 밤은 깊어져 갔다. 온기가 맴도는 방 안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안젤리카가 담배를 피우러 문밖을 나섰다. 그러던 그녀가 다급하게 외쳤다. “오로라야!” 그토록 기다리던 오로라라니! 외투도 걸치지 않은 채 헐레벌떡 나간 밤하늘에는 초록색 빛깔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지평선에서 반대편 지평선까지 이어지는 빛은 황홀함이란 마법에 빠지게 했다. 커튼처럼 휘날리며 서로 떨어졌다가 붙었다가, 붉은 빛을 띠기도 하고 은빛을 띠기도 했다. 물감처럼 섞이며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순간 나는 눈물을 흘렸다.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이 내 감정을 말랑말랑하게 했다. 다채로운 하늘 아래에서 보내는 밤은 단연코 자연이 주는 가장 호화로운 밤이었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이곳이 우주라는 착각에 빠졌다.

극과 극

참 아이러니했다. 냉기로 얼고 열로 들끓다니. 땅 아래서는 열을 주체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연기를 내뿜는가 하면, 땅 위에서는 냉랭한 기운이 맴돌아 빙하로 가득하다. 극과 극이 공존하는 불가능을 눈으로 확인하는 건 분명 신기한 일이었다. 어떻게 그 불가능이 가능한지 궁금하다가도 그 과학적 근거는 알고 싶지 않았다. 그저 극단적인 신비가 주는 여운을 느끼고 싶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장난

아이슬란드는 개구쟁이임에 틀림없다. 그는 온갖 장난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둔 채, 세월이 흐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기이한 모습들은 결코 인위적이지 않았다. 지구의 중심으로부터 올라오는 뜨거운 열로 인한 현상들 그리고 그 예술적 결과물. 거대한 블록을 만들고, 요괴한 형체를 만들고, 용이 살 것만 같은 집을 만들어 놨다. 심지어 지구의 거대한 두 판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찢어짐도 고스란히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보란 듯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이곳에선 그 장난이 조금 더 심해도 좋을 것 같다.

인연

늦은 밤 고속도로를 터벅터벅 걸었다. 가로등 없는 황무지라 깜깜했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다만 적적했을 뿐. 차가 지나가면 엄지손가락을 흔들었다. 그렇게 몇 대를 보내고 빨간 차가 내 앞에 섰다. “혹시 레이캬비크Reykjavik 가나요?”, “아니요. 하지만 거기까지 데려다줄게요. 밤이 늦었어요.” 추운 날 차는 아늑했다. 아저씨는 폴란드 사람이었다. 지극히 일반적인 폴란드 사람 중 아이슬란드를 꿈꾸던 사람이었다. 좋아하는 여자가 아이슬란드로 떠나자 그 역시 그녀를 따라 아이슬란드로 떠났다. 이곳에 온 지 5년째, 더이상 그녀와 만나진 않지만 이곳에서의 생활이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나는 그의 로맨틱함에 놀랐고 그의 행복함을 부러워했다. 그는 나의 용감함에 놀랐고 나의 자유로움을 부러워했다. 30분 남짓한 시간은 서로가 알아가기에 짧았지만 충분했다. 황무지에서 이렇게 한 인연을 만났다.

아이슬란드를 여행할 때 주의사항

레이캬비크Reykjavik를 벗어나 다른 지역을 다닐 때는 항상 식량과 비상용품을 챙기기를 권한다. 인구밀도가 낮아 마트를 찾기가 힘든 편이다. 많은 투어가 있지만 특히 오로라 투어는 무의미하다. 숙소에서, 차 안에서, 기타 어느 장소에서든 우연한 기회에 만날 수 있다. 다만 미리 구름의 흐름과 날씨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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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