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특급여행이야!

Happiness Come Around

지난 여행 도중에 부탄Bhutan이라는 나라를 알게 되었다. 부탄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민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 index(이하 GNH)를 만들어 실천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인구가 100만 명도 안 되는 이 작은 왕국에서는 국민의 행복을 위해 지속적이고 균형잡힌 경제발전과 환경보호, 문화진흥 그리고 투명한 정부를 목표로 한다. 경제적 발전만을 평가하는 서구의 GDP(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나 GNP(국민총생산Gross National Product)와는 또 다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 행복지수만으로도 특급여행이라 부르기에 충분했지만 그 외에도 까다로운 부분이 많았다. 자연보호와 문화보존 등의 명목으로 외부인의 자유여행을 금하고, 하루 관광객 수를 제한하면서 체류비까지 받는 나라. 나는 궁금했다. 부탄사람들은 정말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말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부탄의 첫인상은 참으로 아찔했다. 5천 미터가 넘는 깎아지른 듯한 준봉들 사이로 부탄의 관문 파로Paro공항이 보였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하고 나서는 긴 한숨과 함께 큰일을 해낸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파로공항은 계곡에 있는 공항의 위치상 문제나 짧은 항공로 때문에 대부분의 조종사들이 착륙하기 힘들어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이는 부탄 사람들이 부탄 출신 조종사를 세계 제일이라 자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밖에 나가니 가이드와 운전기사 두 분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를 위해 여행사 사장님이 직접 가이드를 자청해서 오셨단다. 도착한 숙소는 계곡이 보이는 전통적인 외관을 갖춘 아주 멋진 곳이었다. 내부 시설도 생각보다 깔끔하고 좋아 조금은 어색했다. 워낙 폐쇄적이고 공산품이 없다고 들었었기에 열악한 시설도 감수하리라 생각하고 왔던 것이다.

다음날 우리는 파로에서 팀푸Thimphu로 넘어왔다. 부탄의 수도인 곳에는 많은 현지인들이 서양식 복장을 하고 있었고, DVD 상점 진열대에서는 한국 드라마 포스터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느리긴 하지만 결국 부탄도 조금씩 변해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세계 유수 도시들과 비교하면 건물의 높이나 규모가 상당히 작았고, 대부분 전통건축물의 외형을 하고 있었다. 부탄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경찰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부탄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교통신호등이 없는데 “신호에 따라 사람과 차가 오가는 것은 인간미가 없다.“는 시민들의 반대여론에 밀려 며칠 만에 철거됐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시내 곳곳에서 사람들이 무언가 씹고 있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처음에는 입담배라 생각했던 것이 알고 보니 ‘도마’라는 열매였다. 지난 2004년부터 담배 판매와 흡연을 금지하고 있는 부탄에서 남녀노소 할 거 없이 즐기는 이 열매는 약간의 중독성을 가지고 있고 씹으면 입술이 빨개지기도 했다. 이들이 지키고 있는 건 문화뿐만이 아니었다. 부탄은 수력자원이 풍부해 개발만 한다면 전 인구의 두 배가 사용할 전력을 만들 수 있을 정도라고 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큰 댐이 들어서면 숲을 파괴해야 하고, 송잔탑들도 들어서야 하기에 꼭 필요한 경우에만 작은 규모의 수력발전소를 만들 뿐이라고. 우리는 보름간의 올림픽, 아니 단 삼일간의 알파인 스키경기를 위해 500년이 넘은 원시림의 고목들을 베어내어 버렸다. 부탄의 이런 정책들은 내가 소중한 것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부탄에는 이런 말이 있다. “부탄의 길 1킬로미터마다 옆으로 17번의 굽은 길이 나타난다.” 차들은 천천히 도로를 달렸고, 푸나카Punakha에 도착한 우리는 주변 풍경을 좀 더 탐닉할 수 있었다. 팀푸와 푸나카의 고도 차이는 약 천 미터, 창문너머로 드라마틱한 풍경이 이어졌다. 특히 높은 고도에서 볼 수 있는 침엽수림부터 낮은 지대에 자생하는 활엽수림까지 그 종류만도 다양한 나무들의 행렬에 식물학을 전공하는 후배와 나는 감탄을 마지 않았다. 오후에는 푸나창추Punatsnang Chu 강으로 향했다. 이번 부탄 여행의 목표 중 하나였던 흰배왜가리들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강 주변을 돌아다니며 흰배왜가리가 자주 나타난다는 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반나절이 넘도록 만날 수 없었다. 실망한 표정이 역력한 얼굴이 안쓰러웠는지 가이드는 우리를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그곳은 알고 보니 흰배왜가리 복원센터였다. 세계적으로 70~500마리밖에 없는 걸로 추정되고 있는 흰배왜가리는 현재 부탄에만 27마리가 서식하는 걸로 알려져 철저한 보호 아래 있었다. 부탄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는 개체수가 제대로 파악된 자료가 없기에 어쩌면 예상하는 개체 수보다 훨씬 더 적을 수도 있다고 했다. 복원센터의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센터 직원들은 대부분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흰배왜가리들 역시 어설프게 설치된 그물 안에서 사육되고 있었다.

정부의 지원 없이 NGO단체에서 지원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흰배왜가리에게 아주 중요한 번식지인 강변에 부득이하게 댐이 들어선다는 소식도 들렸다. 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흰배왜가리 복원에 애쓰고 있는 센터 직원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 돌아가는 길, 문득 창밖으로 크고 날씬한 새 한 마리가 계곡에 사뿐히 내려 앉는 것을 보았다. 순간 환호성을 터져 나왔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흰배왜가리였다. 조금 전까지 마음에 가득하던 실망감과 안타까움은 잠시 내려놓고, 녀석이 사냥하는 모습을 멀리서 한참 동안 지켜보았다. “흰배왜가리야, 부디 오래오래 잘 살아라!”

여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다시 파로에 돌아온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시장으로 향했다. 한국에서는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자연산 송이를 맛볼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 그러나 눈에 불을 켜고 찾아도 결국 찾지 못했다. 이유인즉슨 송이가 나오기에는 아직 조금 이르단다. 천혜의 자연 환경에서 자란 송이의 맛은 어떨까, 하는 상상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이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대신 아주 저렴한 가격에 황금느타리를 구할 수 있었다.

운전을 도와준 현지 기사는 이 버섯으로 특별한 저녁 만찬을 마련했다. 매콤한 조리법으로 맛을 낸 버섯은 우리 입맛에도 아주 잘 맞았다. 후배 말로는 《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라는 책에서 곰이 이 황금느타리버섯을 먹고 똥을 누었는데, 그 변이 황금색이었다는 것이다. 한바탕 웃어넘겼지만 우리도 과연 황금색 변을 볼 수 있을지 잠시 궁금해졌다. 부탄을 여행하면서 현지인들과 깊은 대화를 할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내가 본 그들은 구걸하는 이 하나 없이 각자 묵묵히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었고, 짜증을 내거나 조급해하지도 않았다. 항상 무언가에 치여 바쁘게 살아가지만 정신적으로 공허한 우리,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경제 성장률에 비해 행복지수는 높지 않은 우리와 분명 달랐다. 부탄 재무부장관의 인터뷰 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인간의 행복이란 궁극적으로 인간관계에 따른 것인데 GNP나 GDP는 인간관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또한 사회의 구조를 결속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GNH는 그렇게 한다.” 내가 본 부탄의 ‘행복’은 그들이 지켜온 문화와 전통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늘 존재하고 있었다.

부탄으로 가는 길

부탄으로 가는 방법은 보통의 여행과는 조금 다르다. 인도에서 육로를 통해 입국이 가능하지만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방콕에서 드룩에어Druk Air를 타고 부탄의 관문도시 파로로 들어갈 것을 추천한다. 또한 부탄은 자유여행을 법적으로 금하고 있다. 현지 가이드의 조언만 잘 따른다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다. 인천에서 방콕까지 타이항공 → 방콕에서 파로까지 드룩에어 → 현지에서 자동차로 이동.

탁상사원에서

TAKTSHANG

탁상은 ‘호랑이의 보금자리’라는 뜻으로, 8세기경 부탄에 최초로 불교를 전파한 구루 린포체Guru Rinpoche가 암호랑이를 타고 티벳에서 넘어와 명상을 했던 곳에 세워진 사원이다. 3천8백 미터 높이에 위치한 이곳을 가는 길은 녹록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들이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우리는 침엽수 가지에 길게 늘어뜨린 작은 식물들에 알알이 달려 있는 이슬을 관찰하거나 ‘바람의 말’이라는 의미를 가진 룽다Lungta와 불교 경전을 적어 걸어놓은 타르쵸Tharchog의 오색깃발을 따라 오르고 또 올랐다. 중간에는 전망이 탁 트인 쉼터에서 점심을 먹는데 저 멀리 구름이 산봉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그 아래 절벽에는 새하얀 탁상사원이 아슬아슬하게 자리잡고 있었는데,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마주한 듯 절로 입이 벌어지는 광경이었다. 도착한 사원의 규모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하다. 위태로운 절벽에 사원을 지은 과거 부탄 사람들의 종교적 신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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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장지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