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처럼 음악놀이

역사 속의 위대한 음악가들의 힌트

미국에서는 경제 위기와 트럼프 정부를 거치며 예술 교육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예술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한층 뜨겁다. 교육자들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음악이 아이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 정서뿐만 아니라 신체, 언어, 수학적 능력까지 얼마나 광범위한지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음악을 들으며 다양한 언어에 대한 감각이 생기고 읽는 능력도 발달한다. 박자를 느끼며 숫자에 대한 개념이 자라난다. 언어가 불안정한 시기에도 음악을 통해 표현할 수 있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며 소통을 익혀 나간다.

이런 장점들을 굳이 꼽지 않더라도 우리는 모두 음악이 지친 마음을 보듬어준 기억이 있다. 아이를 키우며 우리 아이가 다양한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악기 하나쯤은 다룰 수 있고, 음악회를 즐길 수 있으며, 삶 속에서 음악을 통해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악기 연주의 기술적인 측면과 이론적인 바탕이 없으면 즐길 수 없을 것 같은 부담감 때문에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해 부모가 개입하여 놀아주기도 쉽지 않다. 아이가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다면, 어떻게 해야 아이가 악기 연습과 연주를 즐기면서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도 큰 숙제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역사 속의 위대한 음악가들에게서 힌트를 얻어보는 것은 어떨까?

쇼팽과 살롱

피아노를 사랑한 음악가 쇼팽은 다른 음악 신동들처럼 어릴 적부터 음악에 두각을 나타냈지만, 연필을 뾰족하게 깎아 그림을 그리고 글쓰기를 좋아한 소년이기도 했다. 피아노를 처음 가르쳐준 어머니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종종 편지를 쓴 아들이었고, 어른이 되어 피아노를 가르칠 때는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연주하라는 말을 자주 한 선생님이었다. 그의 음악이 피아노로 쓴 노래, 시와 같아서일까? 쇼팽의 음악은 2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의 마음을 쉽게 사로잡는다. 쇼팽은 그토록 아름다운 곡들을 어떤 방법으로 사람들과 나누었을까?

19세기 초반, 파리의 예술가들은 작은 살롱에 모여들었다. 귀족의 초대로 모인 화가, 시인, 음악가들은 작은 방에 모여 시를 읽고 피아노를 연주했다. 찾기 어려운 책을 구해 함께 읽고 토론을 하거나 전시회를 감상하기도 했다. 쇼팽은 대중 앞에 나서기보다 작은 모임에서 연주하기를 즐겼는데, 이런 살롱에서 연주를 하고 우정을 나누었다. 연인 조르주 상드도 살롱에서 만났다.

한 달에 한 번 집을 살롱으로 변신시키는 것은 어떨까? 거창한 준비는 필요 없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따뜻한 차를 준비해 마시며 자기가 좋아하는 책이나 시, 음악 등을 하나씩 나눈다. 아이가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면 좋아하는 짧은 구절을 연주하고, 그 부분이 왜 마음에 드는지 이야기해도 좋다. 그 음악을 듣고 엄마나 아빠가 떠오른 시가 있다면 바로 읊어주자.

베를리오즈의 꿈

곱슬머리에 불타는 듯한 눈빛, 꼭 다문 입술. 독특한 베를리오즈의 인상처럼 그의 인생과 음악 또한 강렬하다. 베를리오즈는 의사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 의과 대학에 진학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못하고 음악원의 문을 두드린다. 뒤늦게 음악을 배우는 바람에, 피아노를 칠 줄 몰랐던 작곡가로도 유명하다.
베를리오즈는 <햄릿> 공연을 보다가 일생일대의 사랑에 빠지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오필리아 역을 연기한 ‘해리엇 스미슨’이었다. 수많은 편지를 쓰고 사랑을 고백했지만 인기가 많았던 스미슨은 베를리오즈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슬픔에 빠져 배회하며 친구들의 걱정을 샀지만 베를리오즈의 열정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음악으로 옮겨 발표하는데, 이 작품이 바로 베를리오즈를 성공으로 이끈 ‘환상교향곡’이다. 이 곡 속에서 베를리오즈의 연인은 하나의 아름다운 선율로 등장한다. 춤을 추는 우아한 모습이었다가 들판 저 멀리에서 아련히 보이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미쳐 날뛰는 마녀로 변신한다. 이렇게 하나의 선율이 변하는 모습을 찾아보는 게 ‘환상교향곡’ 감상의 묘미다.

바흐의 푸가, 베토벤의 소나타와는 달리 베를리오즈의 음악에는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는지 정확한 제목이 붙어있다. 시나 그림 등의 영향을 받아 무엇을 표현하려고 하는지 이렇게 구체적으로 정해놓은 음악을 표제음악이라고 부른다. 베를리오즈는 제목뿐 아니라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병적인 감수성과 격렬한 상상력을 지닌 젊은 예술가가 사랑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라고 적으며 음악 내용을 자세히 알려준다. 

아이가 연습하는 음악에 표지를 만들어주자. 원래 제목이 있다면 지우고 새롭게 만들어도 상관없다. 음악을 자세히 살펴보고,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는지 상상하게 한다. 제목을 붙이고, 시나 이야기를 적는다. 드라마틱하게 장면을 상상하게 하면 효과적이다. “‘라솔파’ 이 부분에서는 고양이가 지붕을 내려오는 거야. 그리고 ‘미’ 여기는 잠시 멈춰서 주변을 바라보는 거지. 그런데 여기 소리가 커지면서 ‘도’ 그림자가 나타났어!” 매일 연습하던 음악이지만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느껴질 것이다.

사티와 가구 음악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지 알 수 없는 아름답고 간결한 곡을 작곡한 사티의 음악은 영화나 광고에도 자주 등장하여 우리 귀에 익숙하다. 지금 만들어진 음악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쉽게 우리의 마음을 훔치지만, 사실 당대에는 사티의 음악은 이상하고 독특한 생각들로 가득해 대중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웠다. 그도 “나는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일찍 왔다.”라고 말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사티는 소나타 같은 이전 시대의 형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음악을 작곡했다. 곡 이름도 ‘차가운 소품집’, ‘지긋지긋한 고상한 왈츠’같이 엉뚱한 것 투성이고, ‘부드럽게’, ‘노래하듯이’ 등이 아니라 ‘치통이 있는 나이팅게일 새처럼’, ‘수줍고 차갑게’ 등 자기만의 말로 나타냄 말을 적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가구 음악’이라는 것을 가지고 나타났는데 마치 우리가 가구를 매일 살펴보지 않듯이 생활에 자연스러운 배경이 되는 음악을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음악회에서 작품을 발표하고 음악을 듣고 배우던 당시 사람들은 음악에 귀 기울이지 말라는 얘기가 이상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전시회에서 가구 음악을 발표하며 사람들에게 “이 음악에 신경 쓰지 말아요! 대화를 멈추지 말고 자연스럽게 계속하라고요!”라고 소리치며 다녔을 사티를 상상해보자. 

주말 식사에 가구 음악을 준비해보면 어떨까? 사티는 선율이 아름답고 포크와 나이프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누그러뜨릴 음악, 대화가 비는 시간을 따뜻하게 메워줄 음악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늘은 달걀 프라이와 토스트에 딱 어울리는 가구 음악을 준비했어. 이 음악에 신경 쓰지 말고 맛있게 음식을 즐겨줘.” 어쩌면 평소보다 더 많이 생활과 음악의 조화를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부모에게 소개하는
쇼팽의 이야기

내 친구 쇼팽
글 프란츠 리스트, 옮김 이세진|PHONO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그림책

엉뚱한 음악가 사티씨
글 M. T. 앤더슨, 그림 패트라 매너스,
옮김 김은정|큰북작은북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자세히 들어볼 수 있는 웹 페이지
keepingscore.org/interactive/pages/berlioz/pro-idee-fi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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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현지

글 김민정 일러스트레이터 최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