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단상으로 걸어 나온다. “저는 배우입니다. 삶을 꾸며내는 직업이죠. 영화에서 저는 가상의 인물이 되어 가상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기후변화 문제를 이와 비슷한 시선으로 본 것 같습니다.” 남자의 이름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단상 앞엔 UN 기후변화 정상회담에 모인 세계 지도자들이 있었다. 환경 보호 운동에 열정적으로 앞장서는 배우들을 찾아 모았다. 때때로 가상의 인물이 되어 살아가지만, 그 누구보다 책임감을 갖고 현실에서 행동하는 이들.
중고 옷만 입는다 에즈라 밀러
에즈라 밀러는 지루할 틈이 없어 보인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3인조 밴드 ‘Sons of an Illustrious Father’를 결성해 거기에서 드럼을 치고 노래를 부른다. 영화는 꾸준히 한다. 최근에는 ‘코믹콘 서울 2018’ 참여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환경운동은 그가 기꺼이 하는 활동 중 하나다. 그는 노스다코다주 원주민 보호구역 내에 송유관을 매립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계획에 반대하고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북극에서 스키를 타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은 중고 옷만 입는 거다. 누구보다 화려하게 꾸밀 것 같은 할리우드 배우인데도 말이다. 에즈라 밀러는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과 임금 수준, 환경에 끼치는 영향 등 불합리한 섬유 산업에 반대해 새 옷을 사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그 약속은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내일을 위해 오늘 행동한다 멜라니 로랑
이 프랑스 배우가 낯설다면 잠깐 영화 한 편을 떠올리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 좋겠다. 히틀러에게 가족의 복수를 하는 유태인 소녀를 기억하나? 통쾌하게 웃는 얼굴이 매력적이었던 그 소녀가 바로 멜라니 로랑이다. 멜라니 로랑은 영화감독과 환경운동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다. 2015년 개봉한 환경 다큐멘터리 〈내일〉은 멜라니 로랑이 국제환경보호단체 ‘콜리브리스’의 창립자 중 한 명인 시릴 디옹과 함께 만들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2100년이 오기 전에 지구의 일부가 사라질 수 있다는 논문에 충격을 받은 이들은 10개국을 떠돌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또한 멜라니 로랑은 그린피스 활동가들을 돕기도 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캠페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그의 노력일 테다.
현실의 슈퍼히어로가 되다 마크 러팔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헐크가 있다면, 지구에는 마크 러팔로가 있다. 그렇게 말하고 싶다. 헐크는 마크 러팔로가 연기하는 슈퍼히어로다. 그가 현실의 영웅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자연과 인류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은 비슷하다. 마크 러팔로는 ‘워터 디팬스Water Defense’라는 환경 단체를 설립해 수질 오염을 일으키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대형 에너지 회사들의 천연가스 시추 방식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인다. 뿐만 아니라 환경(온실가스 배출 감소)과 동물보호를 위한 ‘고기 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 캠페인의 공식 서포터로 활동한다. 환경운동은 물론 사회운동이 있는 자리에는 빠지지 않는데, 그가 스크린에서 연기하는 모습만큼 시위가 한창인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익숙하다.
그린피스와 함께 활동한다 마리옹 꼬띠아르
2013년도에 보았던 뉴스 기사가 있다. 기사 제목이 조금 자극적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정확하게는 “프랑스 인기 여배우 ‘감옥에 왜?’”, 물론 기사 내용은 상상과 달랐다. 뉴스 기사 속 사진의 주인공은 프랑스와 미국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 마리옹 꼬띠아르는 그린피스의 열성적인 지지자이자 그들과 함께 활발히 활동하는 환경운동가다. 당시 러시아 해안 경비대가 자국의 해저 유전 개발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던 그린피스 선박을 억류하고 운동가와 기자들을 체포했는데, 마리옹 꼬띠아르가 그린피스 회원들과 함께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것. 이 때문에 광장에서 모조 감옥에 들어가는 퍼포먼스를 한 것이다. 마리아 꼬띠아르는 또한 열대우림을 보호하기 위해 그린피스와 함께 아프리카 콩고에 방문한 적도 있다.
환경 재단을 만들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지난 2015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습니다. 우리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찍기 위해 눈을 찾아 지구 남쪽 끝으로 내려가야 했습니다. 기후변화는 현실입니다. 심지어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중략)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을 위해서, 탐욕의 정치로 소외된 약자를 위해서 이제는 우리가 바뀌어야 할 때입니다. 지구의 존재를 당연히 주어진 것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저도 오늘 밤, 이 순간을 당연히 주어진 것으로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행동은 예측할 수 없다. 꽃미남 배우에서 시작해 완벽한 연기파 배우의 길을 걸을 때도 그랬고, 5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건네받은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손에 들고 저렇게 수상소감을 말할 때도 그랬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마 가장 널리 알려진 배우이자 환경운동가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건 환경 재단을 만들어 직접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환경운동에 앞장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