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발견한 경주

미디어 아티스트 장보윤

우연히 발견한 경주
미디어 아티스트 장보윤

경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보면 많은 사람이 제각기 자신만의 경주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학여행의 경주, 신혼여행의 경주, 내일로 기차여행의 경주, 당일치기의 경주…. 모든 이들의 생애주기에 한번은 경주가 묻어있다.

<천년 고도>, 2012
‘삼성미술관 리움’은 연령, 장르,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성장 가능성이 주목되는 한국 작가들을 선정하여 <아트스팩트럼Artspectrum> 전시를 진행했다. 장보윤 작가의 <천년 고도>는 ‘아트스팩트럼 2012’에서 다루어졌다. 장보윤 작가는 빈집에서 우연히 발견한 필름을 현상하게 되었는데, 집집이 경주 여행 사진은 꼭 들어 있었다. 그녀는 주인이 사라진 사진 사이로 공통된 기억을 더듬으며 경주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되돌아보았다.

interview
미디어 아티스트 장보윤

“이미지가 주는 강력한 힘으로 어느 사람이든 작품에 감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나와 일면식 없는 사람들의 기록이 주는 감흥이 있다고 믿었거든요.”

필름을 우연히 발견했다고 들었어요.
제가 대학을 갈 즈음에 잠실에서 용인으로 이사를 했어요. 그런데 풍경이 예전 집과는 무척 다르더라고요. 저희가 살 집은 신도시 황무지에 있던 아파트였는데 그 주변이 전부 재개발 지역이었거든요. 무자비하게 철거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당시 집 주변을 촬영하는 걸 좋아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그런데 필름을 버리고 간 집이 꽤 많더라고요. 발견할 때마다 하나씩 주웠죠. 공교롭게 경주 여행 사진이 꼭 들어있었어요. 흥미로운 지점이었죠. 

그런 흥미로움이 <천년 고도> 전시로 이어진 건가요?
그렇죠. 그리고 최근에 경주가 많이 바뀌고 있어요. 끊임없이 변하고 현대화에 맞추어 살아남기 위해 도시 스스로 자생하는 게 흥미롭기도 해요. 

변화한 경주는 어떤 것 같아요?
처음에 조금은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는 도시의 숙명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지역 사람들은 그런 변화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전시에는 비디오 작업도 선보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2012년 작업에서 경주를 직접 찾아가서 사람들을 인터뷰했어요. 2016년에 새롭게 작업한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실 모두 배우예요. 만났던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를 스크립트로 작성하고 배우들에게 전달해서 즉흥연기를 부탁한 거죠. 한마디로 페이크 인터뷰예요. 영상 자체는 어설프고 어색하긴 해요. 하지만 개개인의 역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걸 통해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그거예요. 

2012년 처음으로 경주 배경의 전시를 진행했었을 때, 작품을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나요?
사진이나 이미지가 주는 강렬한 힘이 있다고 가정할 때, 보는 사람이 간혹 수동적으로 비추어질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 힘으로 어느 사람이든 사진에 적극적으로든 소극적으로든 감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나와 일면식 없는 사람들의 기록이 주는 감흥이 있다고 믿었거든요. 일기장 작업도 그런 것 같아요. 일기를 쓸 때 ‘나’라는 주어를 쓰잖아요. 거기에 모두가 자신을 대입할 수 있으니까요.

일기장 작업에 대해 더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필름을 주웠을 때 일기장이 서너 장 정도 떨어져 있었어요. 3~4일치라고 볼 수 있겠죠. 그걸 읽어보는 데 무척 재미있더라고요. 누구나 자신을 대입해 볼 수 있는 신기한 매체잖아요.

옛것에 ‘나’를 대입하는 창구 역할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다기 보다는 과거와 현재의 구분이 있을 때, 사람들은 보통 앞으로 향해 나아가려고만 하잖아요. 하지만 분명히 거쳐왔던 한순간을 집중하고 거기에 대한 의식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았어요. 그렇다고 이것이 과거지향적인 작업은 아닌데, 확실히 짚어낼 부분이 있다는 거죠. 거기에도 동시대성과 현대성이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2012년 전시 작품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사진이 궁금해요.
한 신혼부부가 경주로 신혼여행을 가고, 아이를 낳고, 아이와 함께 또 경주를 다녀와요. 그리고 그 아이는 커서 수학여행으로 경주를 가고요. 한 가족의 역사가 경주를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는 게 흥미로워요. 많은 한국인이 한번 즈음 가볼 법한 곳이잖아요. 또 사진 속에서 신혼부부를 보면 당시에 입고 있는 옷이 다 똑같아요. 여자는 한복을 입거나 남자는 양복을 입고 있죠. 다다르지 못한 텍스트와 이미지에 관련된 이야기예요. 우리가 끊임없이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며 기록을 하는 이유는 어떤 순간을 붙잡고 영원히 보존하기 위해서인데 결코 그렇지 못하거든요. 그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어요.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사진은 아주 사실적인 이미지를 실어 나르지만 그런데도 현재의 순간이 아니라는 점이 항상 흥미로워요. 이미지로 보통 영감을 받는데, 반대인 경우도 있어요. 어떤 사실관계가 있고 거기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집중할 때도 있죠.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그건 아직 비밀인데(웃음), 계속해서 이미지나 영상을 이용해서 작업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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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