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부르르’의 그림은 재치 있는 상상으로 가득하다. 사람과 손을 마주 잡은 개미, 자동차를 운전하는 화분, 바람에게 편지를 쓰는 꽃. 나는 꾸덕꾸덕한 질감으로 그려진 이 앙증맞은 존재들을 지켜보는 일이 좋았지. 어떤 이의 그림인지 궁금해져 부르르에게 만날 수 있겠냐 물었더니, 사실 부산에 살고 있다던 그는 서울로 곧장 날아왔다. 볕 좋은 날 만난 우리는 주변의 자연물과 동식물을 친구로 여기는 마음과, 곧은 자세의 중요성 같은 소소한 이야기를 와글와글 논했다.
A.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13 길 89 지1층
작품은 자연물, 동물, 사람이 연결된 장면이에요. 의인화되어 함께 손을 잡거나 일상을 보내는 모습이죠.
저는 사랑의 힘을 믿어요. 말로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모성애부터 연인, 친구, 동물과의 관계까지 다양한 형태의 사랑에 분명한 힘이 있다고 느껴요. 사랑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고, 보는 사람이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손을 잡거나 볼을 맞대는 장면처럼 따뜻하고 명확한 이미지를 그리게 됐어요. 또 보는 분들이 ‘그래, 우리가 이런 존재들과 연결되어 있지.’, ‘사랑 없이 살 수는 없지.’라는 걸 떠올리게 되면 좋겠어요. 저 역시 그런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고요.
개미부터 애벌레, 화분까지 작고 사소한 존재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있어요?
사회복무요원 근무 중 쉬는 시간에 벤치에 앉아 있다가 무심코 지나가는 개미를 밟았어요. 어릴 땐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날은 괜히 마음이 불편하더라고요. 작은 존재를 너무 쉽게 대했던 건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 들었어요. 그 일을 계기로 그냥 지나쳤던 식물이나 햇빛 같은 일상 속 존재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보게 됐죠. 그래서 작품 속에 그런 작은 친구들이 자주 등장하게 됐고, 보는 분들도 주변을 한 번쯤 돌아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사소한 존재의 발견은 일상을 더 특별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니까요.
그림으로 전하고 싶은 바를 좀더 들려줄래요?
자연을 우리의 친구처럼 소중히 생각하자고 말하고 싶어요. 환경을 지키자, 보호하자고 표현하고 싶진 않아요. 저도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플라스틱을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고기를 안 먹지는 않거든요. 이런 제가 환경을 보호하자는 건 모순 같아요. 삶을 행복하게 만들고 제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주는 존재들이 지구 안에서 조금 덜 아프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