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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er | 최모레
지금껏 어라운드와 인터뷰를 비롯한 다양한 기사를 작업했는데, 독자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건 처음이죠? 소개를 들려주세요.
반갑습니다. 포토그래퍼 최모레라고 합니다. ‘최모레Choemore’는 사진가로 일하기 시작할 때 지은 활동명이에요. 인생에는 마지막 순간이 여럿 있지만 그게 끝인지 모르고 살 때가 대부분이잖아요.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그 순간들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Moment’와 ‘Remember’의 앞 글자를 땄어요. 이번이 《AROUND》 100번째 호라고 했죠? 저는 쉽게 지루해지고 새로운 것에 흥미가 생기는 편이라, 자의든 타의든 꾸준히 한 가지를 이뤄내는 일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어라운드가 오랫동안 한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네요.
다정한 마음 고마워요. 그래서 이번 화보는 어라운드의 걸음들을 함께한 포토그래퍼들과 채우고 싶었어요. 그간 함께한 작업물 중 인상 깊은 사진들을 부탁했는데, 유독 기억에 남는 촬영이 있어요?
75호 ‘나를 위한 움직임Move Your Body’에서 송은정 작가의 인터뷰로 《AROUND》에 처음 참여했는데요. 그때가 11월 말이었으니까, 꽤 쌀쌀한 날에 함께 창경궁을 걸었는데 분위기와 풍경이 잘 어우러져서 결과물이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나요. 또 84호 ‘산책자A Walker’에서 표뵤뵤 고우리 작가를 만난 것도 떠오르네요. 그분의 고양이 겨울이에게 마음을 빼앗겨 나중에 컷을 확인해 보니 겨울이 사진만 100장 가까이 되었거든요(웃음). 어라운드와의 작업은 일하러 가는 건데도 되려 에너지를 받는 기분이에요.
그동안 궁금했던 게 있어요. 포토그래퍼의 마음속에 ‘A컷’이 분명히 있을 텐데, 매거진에 쓰이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땐 어떤 마음이 들어요?
음… 아쉬운 마음이 들겠죠? 그렇지만 ‘인터뷰’라는 형식은 이미지를 우선하기보다 그날의 이야기와 어울리는 컷을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AROUND》에 실리는 사진들과 제 A컷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마음이 통했다는 생각에 기분 좋았던 적이 많죠. 저한테 아름답게 보이는 장면이 어라운드 동료들에게도 아름답게 보이나 봐요.
그러고 보니, 모레 씨는 왜 포토그래퍼가 되고 싶었는지도 묻고 싶었어요.
고등학생 때 친구가 사진 동아리에 들어간다길래 따라갔다가 카메라에 흥미가 생겼어요. 당시 로모그래피나 젤리 카메라가 유행했는데, 아기자기한 도구가 사진을 찍어내니까 신기했던 거죠. 그 길로 사진과에 진학해서 지금까지 온 거예요. 그리고 포토그래퍼에겐 사진을 찍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잖아요. 보정처럼 촬영 컷을 가다듬는 작업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 같아서 재미있어요.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각자 생각이 다를 텐데, 저는 무엇을 보고 어떤 걸 생각하는지 말보다 사진으로 표현하는 게 더 편하고 마음에 와닿아요.
최모레라는 사람이 셔터를 누르고 싶은 순간에 대해 들려줄래요?
슬프지만 아름다운 장면을 봤을 때요. 예를 들면 버려진 것이나 쓸쓸한 것, 그 사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게 좋아요. 사진을 보는 이들은 프레임 안에 머무는 장면만 기억하고 그 바깥의 것들은 알 수 없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꾸며내지 않고 진솔하게 담으려고 해요.
이번 호에서는 저마다의 일과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거예요. 본인의 일을 자신만의 언어로 새로 정의해 본다면요?
흘러가는 삶을 잡아두는 일 아닐까 싶네요.

Photographer | 강해란
해란 씨와 종이 위에서 인사를 나누니 기분이 남다른데요. 요즘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얼마 전까지 해외에 머무르며 새로운 환경에서 경험을 쌓았어요.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와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죠.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터라 요가나 발레, 수영 같은 운동도 꾸준히 해요. 얼마 전엔 친언니가 쌍둥이를 출산해서 육아를 도와주기도 했네요. 주로 하는 라이프 스타일 인터뷰 사진 작업 외에도 일상의 크고 작은 변화 속에서 새로운 시각과 감정을 마주하는 일이 저를 즐겁게 만들어요.
우리와 인연이 가장 긴 포토그래퍼를 뽑으라면 바로 해란 씨일 거예요. 아마 이름을 보며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테고요. 《AROUND》가 100호를 맞이했어요.
정말 감회가 새롭네요(웃음). 어라운드와의 인연은 2014년에 제가 먼저 이메일을 보내면서 시작되었어요. 아마 《AROUND》 12호였을 텐데 한 코너에서 저의 작업물이 처음 소개되었거든요. 그후 2015년, 그러니까 25호에서 백현진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본격적으로 물꼬를 트게 되었죠. 어라운드는 저한테 한국에서의 첫 협업 파트너였기에 더욱 특별한 존재로 느껴져요. 따뜻한 시선이 담긴 어라운드의 이야기 안에서 저도 성장을 거듭했다고 생각하고요. 앞으로도 오래도록 사랑받길 바라요.
그 걸음도 함께해 주세요. 긴 시간 우리를 지켜보았으니, 그간 변한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알아봤을 것 같아요.
변한 것과 계속 변할 것은, 주기적으로 어라운드의 동료들이 바뀐다는 거예요. 대략 2-4년 단위로 새로운 동료들이 합류하면서 각자의 개성과 시선이 더해지는 걸 늘 흥미롭게 지켜봤어요. 반면에 변하지 않는 점은 인터뷰가 주로 인터뷰이의 집이나 작업실 같은 개인적인 공간에서 진행된다는 거예요. 매번 그들의 삶이 묻어 있는 곳을 둘러보는 과정이 참 소중해요. 그 과정은 사진에도 진솔하게 스며들거든요. 인터뷰이 본연의 모습과 공간을 존중하는 태도가 《AROUND》의 큰 특징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화보 역시 그날의 분위기나 이야기가 잘 스며든, 애정이 가는 컷들을 골랐어요.
수많은 작업 중에서 여전히 마음에 선연한 인터뷰가 있다면요?
그동안 흥미롭고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나 뵈었지만, 아무래도 첫 촬영의 기억을 꼽고 싶네요. 백현진 작가의 작업실에 방문했을 때 공간에서 느껴지던 강렬한 개성과 독창적인 분위기를 잊을 수가 없거든요. 사진을 찍으면서도 작가님의 작업 방식이나 생각을 가까이 들을 수 있어서 무척 인상적이었죠.
해란 씨와 작업할 때마다 느낀 게 있어요. 현장에서 인터뷰를 위해 모인 사람들과 한데 섞여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죠. 때로는 인터뷰이에게 먼저 질문을 던질 때도 있고요.
인터뷰는 한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잖아요. 그런 순간은 흔치 않아요. 저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나의 삶에 대해 진솔하게 말할 기회가 없거든요. 그래서 촬영할 때마다 인터뷰이의 삶을 그들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 게 좋더라고요. 그러다 보면 궁금증이 떠올라서 적절한 틈을 엿보다 묻게 되기도 해요. 자연스레 오가는 이야기를 통해 현장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 친밀감이 생기면 훨씬 수월한 촬영이 될 수 있어요. 저는 제가 하는 일을 친절하고 유머스럽게, 이야기 전달하는 거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이야기를 잘 듣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기에, 저는 언젠가 인터뷰어로서의 해란 씨도 기대한답니다. 마지막으로, 나의 주변을 카메라로 어떻게 담아내고 싶은지 궁금해요.
부분적으로 흩어져 있던 모빌 조각들이 하나의 형태로 합쳐지는 순간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저는 그럴 때 셔터를 눌러요. 어떤 대상을 찍든 편견 없이 바라보고, 그들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담고 싶죠. 그 안에 흐르는 감정이나 분위기, 순간의 온도까지도요. 몸을 움직여서 갈 수 있는 모든 공간을 거닐며 전체와 사물을 바라보는데, 그렇게 한다면 아는 장면도 다르게 보일 때가 있어요.

Photographer | 김혜정
마지막 순서로 혜정 씨를 만났네요. 77호 ‘기록생활자My Record’ 화보에서는 “얼마 전까지 독일에서 지내다가 한국에 돌아왔다.”고 했고 “프리랜서 사진가로 일상을 기록하며 지내고 있다.”고 소개했어요.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어요?
한국에 돌아온 지도 벌써 5년이 되었네요. 여전히 사진을 찍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이제는 직장인으로서의 삶도 함께 꾸려가고 있죠. 프리랜서로만 활동하던 때와는 확실히 다른 리듬으로 지내고 있는데 사진으로 순간을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여전해요. 다양한 리듬을 경험하면서 더욱 폭넓은 시선과 영감을 얻고 있다고 느껴요.
3년 전부터 어라운드와 때때로 작업하고 있죠.
맞아요. 제가 사진을 공부하고 있을 때, 《AROUND》1호가 창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그 시절부터 언젠가 꼭 함께 작업해 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는데, 이렇게 인연이 닿은 게 참 신기하고 감사해요. 기억에 남는 작업이라면… 94호 ‘식탁 위에서Time To Eat’에서 만난 다와와의 인터뷰가 떠오르네요. 다와는 독일에서 지내던 시절 알게 된 친구인데, 당시에는 둘 다 각자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 서로가 꿈꾸는 것들을 이뤘고, 그런 친구의 모습을 제가 찍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뿌듯했죠.
혜정 씨 사진에서는 일상 속 편안함과 가지런한 마음가짐이 돋보인다고 생각해요. 일을 대하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조급해하지 않는 태도예요. 아무리 바빠도 최소한 몇 초는, 그 장면과 나 사이에 여유를 두려고 해요. 너무 급하게 촬영하면 그때만 볼 수 있는 미묘한 감정이나 분위기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결국 우리가 함께하는 모든 과정은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붙잡아 두기 위함일 테니까요.
자신이 하는 일을 ‘포토그래퍼’나 ‘사진작가’ 말고 다른 말로 표현해 본다면요?
일상의 조용한 순간들을 채집하는 일이라고 할래요. 우리는 흔히 특별한 이벤트나 극적인 장면에 집중하곤 하지만, 사실 하루 대부분은 소소한 순간으로 채워져 있어요. 저한테는 그런 소소함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사진의 본질이라고 느껴져요. 눈에 확 띄지는 않아도, 의외로 그 안에 가장 진솔한 감정과 풍경이 담겨 있거든요.
사진을 찍는 것과 《AROUND》를 만드는 것 사이엔 ‘주변을 돌아보는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나와 가까운 자리에 시선을 두고 의미를 건져내는 건 어떤 가치가 있을까요?
우리는 늘 무언가를 놓치면서 살아가잖아요. 그런데 사진이나 이야기는 스쳐 지나갈 뻔한 장면을 붙잡아 둘 수 있어요.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고유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고요. 주변을 하나하나 살피다 보면 자연스레 나 자신까지 돌아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삶이 좀더 깊고 풍요로워진다고 느껴요. 작은 의미들을 놓치지 않고 쌓아가는 일이, 결국은 우리 삶의 큰 그림을 완성해 줄 거예요.
자꾸만 곱씹어 보고 싶은 답이네요. 훗날에 담아보고 싶은 장면이 있어요?
다양한 사람들의 집을 살펴보고 싶어요. 빛이 드나드는 창가나, 가족이 함께 모이는 식탁 혹은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방 구석구석 같은 풍경 말이에요. 그런 지점들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우리’라는 존재나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자연히 드러날 거예요. 어라운드와 함께하게 된다면 더욱 좋겠네요.
에디터 이명주
Photographer | 최모레 강해란 김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