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라는 이름의 시간

최영지 — 몰로이샵

어느 아름다운 그릇 가게를 안다. 오프라인 매장 없이 일본, 프랑스에서 건너온 기물과 도시락, 문구를 소개하는 이곳의 이름은 ‘몰로이샵’. 그릇 사진 너머로 언뜻 비치는 주인장의 부엌과 취향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녀가 궁금해졌다. 그렇게 닿은 곳은 영지의 블로그. 남편 수곤, 아홉 살 테오와 함께하는 생활에는 직접 만든 생일 케이크가, 서툴게 쓴 아이의 편지가 비친다. 생의 중요한 순간, 언제나 곁에서 다정한 마음을 건네는 가족이란 관계를 들어본다.

돌아보니 결혼 생활은 내내 재미있었고 늘 행복했는데, 이 애의 부재가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아득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내 인생에서 거의 절반을 이 애와 함께 살았다. 나는 가끔 이 애가 없다면 내 기쁨도 없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내 모든 것이고, 때로는 어두운 새벽을 덮는 따뜻하고 건강한 울림을 준다. 그래서 말인데 결혼기념일을 기념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면서 이걸 구실로 ‘나한테 책장 하나만 사주라’고 주문을 했고 책장을 가지게 되었다. 결혼 스토리 끝.

 

— 〈우리들의 꾸준함〉 중에서

남편과 오랫동안 연애하고 결혼했다고 알고 있어요. 처음 받은 선물, 기억하세요?

버나드 윌햄이라는 북유럽 디자이너의 신발이었어요. 당시에는 아주 생소한 브랜드였고 패션 종사자였던 남편이 트렌디한 감각을 뽐내려고 사준 운동화예요. 본인이 사고 싶던 건지, 저한테 정말로 선물하고 싶던 건지 알 수는 없네요(웃음). 그때 신발을 저한테 직접 신겨주고 끈도 묶어줬죠. 지금 생각하면 괴상한 신발이었지만 저도 참 좋아했어요.

 

남편과 누구보다 서로 잘 아는 사이일 텐데, 오래된 관계 속에서 선물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요?

우리 관계에서 선물이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 우리는 서로에 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또 많은 것을 소유해 보았어요. 이제는 서로가 갖고 싶어 하는 걸 주로 선물하는 편이죠.

 

흔히 아이를 ‘선물’이라고 표현하곤 해요. 영지 씨에게 테오도 그런 존재인가요?

그럼요. 저희 부부는 오랫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았어요. 테오가 어렵게 얻은 아이라 더 소중하기보다는 아이는 그 자체로 감격스러운 존재예요. 늦잠을 심하게 자던 저는 아이가 태어나고 일상에 루틴이 생겼고,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물려줄 수 있게 되었죠. 육아는 참 힘들기도 해요. 저의 미숙한 모습을 받아들이는 용서도 반성도 필요하죠. 그 과정에서 저도 함께 자라고 있어요. 사람마다 행복의 모양은 다양하기에 어떤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특정할 수는 없지만, 저는 아이가 행복한 인생에서의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나를 샅샅이 살펴도 알 수 없었던 삶의 진정한 의미를 아이가 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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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차의진

사진 배수곤, 최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