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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아
우리는 책을 만듭니다
책을 만들고 있거나 만들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한다. 출간한 출판사도 다르고 만든 편집자나 디자이너도 모두 다르지만, 그 안에 ‘좋은 책을 만들고 싶다.’는 하나의 바람이 담겨있다.
<그녀는 예뻤다>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주인공들은 《모스트》라는 패션 잡지사에 다닌다. 각기 맡은 분야가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당연히 생김새도 다르다. 어떻게 보나 너무 다른 사람들이 매달 한 권의 잡지를 만든다. “아, 저건 너무 유치하잖아!”라고 말하지만, 입이 웃게 되는 드라마다. 웃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엔 여러 생각에 빠지게 된다. 어딘가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출판인들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받기도 하고, 함께 일하는 어라운드 동료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되기도 한다.
이 드라마에서 미간에 힘을 주고 보게 되는 부분은 ‘폐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부편집장은 3개월 안에 이 잡지 판매량을 늘리지 않으면 폐간된다는 것을 알고, 에디터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더는 잡지를 만들 수 없는 운명을 모르는 에디터들은 영문을 모르는 채 혹독하고 바쁜 일정에 불만을 늘어놓는다. 드라마에 나오진 않지만, 에디터들이 분주해지니 덩달아 바빠지 는 디자이너와 포토그래퍼도 있을 것이다
웃음을 주는 드라마지만 폐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마냥 웃으며 볼 수가 없어진다. 그게 곧 요즈음의 출판사와 잡지사가 처한 운명이기 때문이다. 적잖은 출판사의 편집자와 디자이너들이 갈 곳을 잃고 있다.세상엔 책이 아니어도 재미있는 것들이 점점 많아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서 그것에 지지 않는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마음과 고민을 담은 책을 모아봤다. 책을 만들고 있거나 만들고 싶은 이들에겐 공감대를 만들어줄 책들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책의 옆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기회이자 ‘나는 어떤 마음으로 일하며 살아가고 있을까.’라고 질문하게 만드는 책들이다. 이 원고를 쓰는 지금까지 드라마 속 《모스트》는 건재하다. 부디, 앞으로도 그들이 책을 만들 수 있길 응원해본다.
01 편집자를 위한 북디자인
정민영 | 아트북스 | 328쪽 | 153x210mm
이 책의 부제는 ‘디자이너와 소통하기 어려운 편집자에게’이다. 어라운드 에디터들은 이 글귀를 보자마자 서로 먼저 읽겠다고 쟁탈전을 벌였다. 에디터는 항상 북디자인을 염두에 두고 에디팅을 해야 하지만, 기본적인 디자인 지식을 모르면 수정을 요청할 수 없다. 그렇다고 편집디자인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공부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디자이너의 언어를 조금은 알게 되고, 책에서 글자 외의 다른 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에디터와 소통이 어려운 편집디자이너가 있다면, 슬며시 이 책을 에디터의 책상 위에 올려놓는 것도 좋겠다.
02 북디자이너의 세번째 서랍
김태형 외 6인 | 달 | 416쪽 | 152x210mm
에디터들이 디자인을 전반적으로 알아야 한다면 북디자이너는 어떨까. 그들은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조금 과장하자면 원고, 사진, 그림에 담긴 메시지를 그것을 만든 에디터, 포토그래퍼, 일러스트레이터보다 잘 읽어내야 좋은 책이 완성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디자이너들의 고민을 담고 있다. A컷이 나오기까지 그들이 얼마큼 원고를 많이 읽고 고민하는지 그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책을 완성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에디터와 북디자이너가 있다면 말리지 않아야겠다. 그들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03 책 잘 만드는 제책
김진섭 | 두성북스 | 304쪽 | 174x240mm
책이 만들어지는 데 중요한 요소로는 ‘종이, 편집, 인쇄, 제책’이 있다. 그 중 ‘제책’은 책이 존재하기 위한 마지막 과정이다. 이 책은 제책의 역사부터 방식, 기술, 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쓰이는 용어들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작업 과정을 쉽게 설명해줘 제책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안내서 역할을 해주고 있다. 특히 장인들의 제책 이야기가 흥미롭다. 기계와 기술이 다양한 것을 대신해주고 있지만, 장인들의 손맛을 결코 완벽히 재연할 수 없다. 저자는 세상에 이름 한 번 제대로 드러난 적 없지만, 책을 정성스레 갈무리해주는 장인들을 만나 그 이야기를 남겼다.
04 커버
피터 멘델선드 | 아트북스 | 304쪽 | 187x229mm
이 책의 저자인 피터 멘델선드는 30대 초반까지 전업 클래식 피아니스트였다. 책임질 아내와 아이가 있었지만, 그는 과감히 방향을 튼다. 디자인에 관한 책을 찾아 읽고, 최소한의 교육을 받으며 북디자이너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그 후로 11년이 흘렀고 그는 지금 크노프사의 부수석 디자이너로 6백 권이 넘는 책의 표지를 디자인했다. 이 책은 그런 그의 디자인과 철학을 함께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어떤 일들은 새로 시작하기에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북디자인을 해보고 싶었지만, 포기하고 지내고 있는 이가 있다면 피터 멘델선드로부터 조언을 얻는 것은 어떨까.
05 책섬
김한민 | 워크룸프레스 | 144쪽 | 175x230mm
이 책에는 ‘저자’라는 사람이 나온다. 평생 책만 만들어온 저자는 마지막 책을 만들 때가 오자 고민에 빠진다. ‘내 기술을 전수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그런 그 앞에 조그만 아이가 하나 나타난다. ‘책 병’이라는 희귀병에 걸린 아이는 거의 앞을 보지 못한다. 저자는 그 아이에게 기술을 전수하기로 하고 둘은 무인도를 찾아 그곳을 책섬으로 만들기 위해 애를 쓴다. 얼핏 보면 단순한 스토리지만, 많은 잡지와 책을 만들어온 김한민 작가는 놀라운 상상력으로 이 책을 철학적으로 엮어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지만, 곁에 두고 책섬에 닿고 싶을 때마다 꺼내 읽고 싶다.
06 작가란 무엇인가
파리 리뷰 | 다른 | 1520쪽 | 140×218
1953년 창간된 문학잡지인 《파리 리뷰》는 60년간 여러 작가와 인터뷰를 해왔다. 전 세 권으로 엮인 이 책은 기존의 작가 인터뷰에서 볼 수 없었던 소설 기법, 글쓰기 방식 외에 진솔한 답변을 담고 있어 한국의 작가들과 작가 지망생인 이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잡지 에디터에게 인터뷰는 늘 어려운 문제이자 풀기 힘든 숙제이다. 인터뷰이에게 좋은 답을 얻으려면 좋은 질문을 준비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런 질문을 준비하긴 쉽지 않다. 작가들의 삶과 글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도 있었지만,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가 더 눈에 들어온 책이다.
07 왜 책을 만드는가?
맥스위니스 | 미메시스 | 408쪽 | 175x224mm
미국의 소규모 출판사 맥스 위니스는 고정관념을 갖지 않고 책을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들은 어딘가에서 퇴짜 맞은 원고들을 모으거나, 본문이 표지에서 시작되게 디자인을 하거나, 책의 날개를 이용해 만화경을 만들기도 한다. 어느 것 하나 정형화되지 않은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며 새로운 분야를 열어가고 있다. 책을 만들고 있는 이들 중에 비슷한 것의 반복으로 지쳤거나 무료함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의 책을 직접 지면에 보여주기 때문에 ‘이런 것이 가능하단 말이야?’라고 놀라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08 ALL ABOUT MAGS
Gingko Pr Inc | Sendpoints | 283쪽 | 224x287mm
외국 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던 책이다. 세계 각국의 매거진들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반가워 무거운 짐 틈에 넣어 왔다. 다양한 잡지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최신의 정보를 담고 있어 유용하기도 하고 쉬이 볼 수 없는 매거진들도 알 수 있어 여러모로 유용한 책이다. 잡지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은 이들에겐 다양한 잡지를 확인해볼 기회를 줄 것이고, 이미 잡지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에겐 참고자료가 되어줄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인터넷 서점을 통해 주문하면 1주일 이내에 받아볼 수 있다는 사실을 여행이 끝난 후에 알았다.
에디터 박선아
포토그래퍼 안선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