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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담
604, 푼크툼, 또또
이른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각자의 자리로 향하느라 분주한 시간에 갓 만든 토스트와 커피가 있다면? 시원하게 한 입 베어 물며 나 자신에게 하루의 응원을 보내고, 커피 한 모금에는 슬며시 미소까지 지어지지 않을까. 망원동에서 604를 운영하는 파커와 희진은 오가는 이들의 식사를 성실히, 섬세히 챙겨준다. 그 살뜰한 마음의 뿌리를 두 사람에게 물었다.
두 분이 함께 먹고 마실 것을 내어주는 일을 7년 넘게 하면서 나날이 깨닫는 점도 있을 것 같아요.
파커 음, 저는 쉽게 규정짓지 않으려고 해요. 예를 들어 ‘단골’ 같은 말이요. 한 달을 꾸준히 온 손님이라도 언제든 자기가 먹고 싶은 걸 따라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잖아요. 너무나 자연스러운 거고요. 단골이라 규정한 그분을 기다리는 마음이 들어버리면 그 자체로 무거워지더라고요. “왜 안 오시지…?” 이러면서요. 자주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특별하게 표현하는 건 줄이려고 해요. 손님들이 오가는 걸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싶어요.
희진 요리를 파는 일은 만드는 이의 양심에 아주 많은 게 맡겨져 있더라고요. 먹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완성된 요리를 그만큼의 가치와 믿음을 지불하고 먹는 거죠. 저는 ‘선한 양심’이라 말하곤 하는데 청결이나 위생 문제를 절대 양보하지 않아요. 손님한테 보이는 부분은 깨끗하게, 안 보이는 부분은 더 깨끗하게 하자고요.
그러고 보니 604의 인스타그램 속 기록 한 가지가 떠올라요. “어려운 것을 쉽게, 쉬운 것을 깊게, 깊은 것을 유쾌하게”라 적어뒀죠.
희진 일본의 한 극작가가 한 말인데 너무나 와닿아서 적어 두었어요. 우리와 604가 추구하는 분위기나 지금껏 이야기해 온 내용의 중심 키워드는 ‘편안함’ 같은데요. 손님들이 편안함을 느끼려면 반대로 우리는 엄청 예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세한 것들로 신경 쓰이지 않도록 모든 준비를 마쳐야 비롯될 수 있다고요. 그 준비라는 건 매일 아침 가게의 유리창을 닦거나 좋은 재료를 쓰는 것처럼 기본을 성실히 행하는 마음가짐에서 시작되겠죠? 쉬운 일은 아니어도 충분히 숙달해서 편안함을 쉽게 내어주기 위해 노력해요.
파커 맞아요. 이미 우리가 충분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충분해지기 위해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것 같아요. 604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그걸 먹는 사람들을 보는 일상은 이제 특별한 의미를 찾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익숙해졌어요. 큰 목표나 그럴싸한 바람보다, 손님들이 불편해하지 않고 우리도 손님들로 인해 불편하지 않은 하루를 보내길 바라요. 그렇다면 무척 좋은 날이었다고 생각하면서요.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 자리를 바라본다.) 지금 604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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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명주
포토그래퍼 김혜정, 박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