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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룸
마음을 묻고, 안부를 묻는 일이 너무 빠르게 지나서 아쉬울 때가 있다. 가끔은 누군가의 메시지를 지긋이 기다리는 시간이 사람을 설레게 하니까. 편지 쓰는 방, ‘레터룸’은 조금 느린 안부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오가는 공간이다. 이곳엔 다정한 손짓으로 편지를 쓰는 마음과 편지가 잘 도착하길 바라는 마음만이 고요히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주고받는 과정은 ‘우리’가 되어 서로의 손에 잡힌다.
가만히 떠올려 보면 우편함에서 편지를 확인한 기억이 아득하다. 영화 <시월애>(2000) 에서 그 시절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우편함을 들춰보며, 편지 하나로 시간을 초월한 사랑을 이어가는데 요즘 우편함엔 먼지가 가득 쌓여 오래된 소리가 나고, 사람들은 편지 대신 엽서나 쪽지로 가볍게 마음을 대신하는 일이 더 익숙하다. 잊혀져 가는 편지의 존재는 우리 세계에서 어떤 것을 흐릿하게 만들어 가고 있을까. 삼청동 한편에 위치한 ‘레터룸’은 편지와 멀어진 우리가 ‘잃어버린 무엇’을 되찾을 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레터룸은 편지 자체로 이루어진 공간이지만 작품을 감상하는 갤러리이기도 하다. 이곳의 호스트 ‘사라’는 편지를 쓰고 받는 이 공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오갈 수 있도록, 공간과 사람 사이의 ‘작품’이라는 이음새를 찾았다. 그는 레터룸 갤러리의 ‘큐레이터’이자 편지 쓰기가 서툰 이들을 위한 ‘편지 쓰기 안내자’로서 게스트를 맞이한다.
레터룸에 도착한 우리는 창덕궁이 멀리 내려다 보이는 자리에 앉아, 펜을 들고 가만히 누군가를 떠올린다. 첫 문장을 머리속에 곰곰 그려보고 또 지우길 반복한다. 고민하던 시간도 잠시, 한번 편지 쓰기를 시작하면 하고 싶은 말들은 빼곡히 쌓여만 간다. 편지를 기다리는 시간은 어떨까. 우편함에 도착한 나를 위한 편지를 펼쳐보는 순간은 ‘오래된 새로움’의 감정으로 우리 일상에 남는다.
편지의 세계에는 빌런이 없다는 것. 편지 쓰기는 단순히 종이 위에 글자를 적는 일을 넘어 마음을 꺼내 놓는 작업이다. 사람의 마음은 보이지 않아서 보이는 글의 형태로, 만져지는 종이로 새로 태어나게 하는 일에는 자연스레 소중한 의미가 담긴다. 그렇게 사람의 마음은 도착하고 함께 있지 않아도 함께하는 시간을 만든다. 편지와 아주 많이 닮은 공간, 레터룸의 호스트 사라는 자신이 보낸 편지가 게스트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편지를 통해 비록 잘 모르는 우리라고 해도 서로 힘이 되길 바라며 편지를 써 보낸다.
편지 쓰기가 어려운 당신을 위한 안내서. 레터룸의 호스트에게 전해 받는 편지 쓰기 꿀팁!
Step 1
시작은 인사 너머
“‘누구야 안녕, 나는 누구야’ 하며 인사말로 편지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죠. 그보단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 나의 상황이나 눈앞에 보이는 풍경으로 첫 문장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밤에 편지를 쓰려고 조명을 켰다면 그 불빛을 그리며 운을 떼어 보는 거예요. 아주 문학적인 느낌의 편지 쓰기를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Step 2
상대를 떠올리며
“받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싶다면 그 사람을 묘사해 보세요. 상대를 기쁘게 하며 우리의 친밀감을 실감하며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 거예요. 평소에 상대를 자세히 관찰하고 있었다는 인상을 남겨주면서 서로의 거리를 좁혀갈 수 있겠죠.”
Step 3
답하고 답하기
“자문자답은 어떨까요? 혼자 묻고 답하는 문장에는 고민과 걱정이 담겨 있기 마련이죠. 나의 고민을 상대에게 털어 놓으며 마지막엔 다시 물어보는 거예요. 당신은 요즘 어떤지, 우리가 서로 의지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담아 전해 보세요. 언젠가 답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Step 4
호스트와 함께
“위의 방법을 다 써도 편지 쓰기가 어렵다면 레터룸의 호스트인 저에게 신호를 보내주세요.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통해 편지 쓰기의 비밀을 나눠 드릴게요.”
H. instagram.com/letter_room_1705
A. 서울 종로구 율곡로 84 17층 1705호
에디터 김지수
사진 레터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