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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함께 읽는 시간
요즘 아이와 무슨 책 읽으세요?
아이가 올바르게 크기를 바라며 부모들은 독서를 권한다. 처음에는 읽어주다가 다음에는 함께 읽다가 나중에는 아이가 스스로 책 읽는 모습을 멀찍이 바라본다. 어른이 된 아이는 책이 주는 교훈만을 기억할까? 그보다는 한 글자씩 또박또박 읽어주던 엄마의 목소리와 기대어 스르르 잠들던 아빠 품의 온기를 기억하지는 않을까? 책을 함께 읽는 시간이 아이를 잘 자라게 한다.
INTERVIEW
1 아이를 소개해주세요.
2 요즘 아이가 어떤 책을 가장 좋아하나요?
3 아이를 위해 산 책이지만 본인이 더 좋아하게 된 책이 있나요?
4 평소 아이의 독서 습관을 말해주세요.
5 아이와 함께 독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무궁무진한 대화의 보물창고
김이경 《AROUND》, 《WEE》 편집장
송지오 5세
고구마구마
글·그림 사이다 | 반달
구덩이
글 다니카와 순타로 | 그림 와다 마코토
| 옮김 김숙 | 북뱅크
1 지오는 좋고 싫음이 분명하고, 멈출 줄 모르는 질주 본능을 가진 어린이예요.
2 지오랑은 꾸준히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요.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한글을 읽기 시작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책에 나오는 ‘이야’, ‘야호’ 같은 감탄사를 보고 궁금해하더니, 점점 자연스럽게 글자를 읽었어요. 그러다가 《고구마구마》를 키득키득하면서 음독하더라고요. 말장난이 재미있게 느껴졌나 봐요.
3 《구덩이》는 글 밥이 많지는 않은데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연령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도 다를 거라 생각해요. 남자아이가 흙구덩이를 파기 시작하자 엄마, 아빠, 동생, 친구, 많은 사람들의 참견과 관심이 이어지는데, 주변의 이야기에도 아이는 묵묵히 끝까지 구덩이를 파요. 어쩌면 그 구덩이는 아이의 꿈 같기도 해요. 꿈을 향해 가는 길이요. 구덩이를 파던 아이는 그 안으로 들어가요. “이건 내 구덩이야.” 그렇게 혼자 말하고는 다시 구덩이를 덮어요. 저는 거의 모든 아이의 심리가 이렇지 않을까 생각해요. 하지 말라고 잔소리하다가 그냥 하게 내버려 두면 해보고 나서는 안 하더라고요. 누가 뭐라든 한번 해보는 건 의미 있는 일이에요. 무언가를 향해 끝까지 가본 아이는 앞으로 뭐든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믿어요. “왜 그걸 하려는데? 그거 말고 다른 거 하면 안 돼?” 아이가 들은 여러 질문들은 제가 주변에서 듣던 말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는 주변 사람의 말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묵묵히 자기 구덩이를 파는 아이. 우리에게도 아이에게도 그런 묵직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
4 제일 먼저 아이의 관심사를 살펴봐요. 최근에 지진으로 떠들썩했을 때는 지진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책을 보여줬고요. 워낙 기차 마니아라서 기차와 관련된 책이라면 다 좋아해요. 책으로 학습을 한다기보다는 좋아하는 관심사를 책을 통해서 더 재미있게 접근하기를 바라요. 요즘은 제가 바쁘고 둘째를 임신 중이라 책을 많이 읽어주지 못하는데, 이제는 지오가 책을 혼자 꺼내 들고 와서 그림만 보기도 하고, 글자를 읽으면서 재미를 찾는 것 같더라고요. 보다가 그림이 궁금하거나 이해가 안 되면 가지고 와서 물어봐요.
5 아이를 키우다 보면 대화할 때 소재 거리에 한계가 있을 때가 많아요. 집에서만 해도 밥 먹고 씻고 옷 입는 것에 관한 이야기 말곤 대화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책에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보니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그런 상황 속에서 너라면 어떻게 할 거 같아?”라고 물어볼 수 있고요. 간접적으로 접한 것을 직접 했을 때 반응은 배가 되죠. 우리가 함께 살면서 하지 않았을 대화도 책을 통하면 이야깃거리가 돼요.
같은 시간, 다른 책을 들고 떠나는 여행
이언정 윈드스톤 대표
유시우 9세, 유나우 4세
감자가 만났어
글·그림 수초이 | 후즈갓마이테일
그 다음엔
글·그림 로랑 모로 | 옮김 박정연 | 로그프레스
1 시우는 나중에 외계인을 연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해요. 나우는 커서 꼭 ‘엄청 언니’가 될 거래요.
2 네 살 나우가 요즘 빠져 있는 책은 《감자가 만났어》라는 책이에요. 울퉁불퉁 못난이 감자가 채소, 과일 친구들을 만나 물개도 되고 애벌레도 되고 토끼도 되면서 변신하는 이야기예요. 매일 보는 책인데도 다음 페이지에서 감자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하며 기대해요. 나중에는 책을 읽고 나서 실제로 감자와 여러 가지 채소와 과일을 가지고 함께 놀이를 해봐도 참 재미있을 것 같아요.
3 그림이 너무 좋아서 사심으로 입고하는 책들이 있어요. 로랑 모로의 《그 다음엔》도 그런 책들 중 하나예요. 작은 씨앗을 심으면 꽃이 피고, 꽃이 지면 달콤한 열매가 열리고, 여름이 지난 다음엔 가을바람이 숲을 화려하게 물들이고…. 지극히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고 평범한 이야기인데 저는 이 이야기가 너무 좋아요. 제가 할머니가 되어 읽는다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첫째 시우는 ‘그래서? 이게 뭐?’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클수록 이 책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자연스레 이해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천천히 자연의 순리와 섭리를 알아갔으면 해요.
4 아홉 살인 시우는 이제 독서보다 더 재미있는 게 많다는 걸 알아버렸지만, 학교 숙제를 한 후에는 반드시 책 한 권을 스스로 골라 읽게 해요. 조금은 강제적일지도 모르겠지만 독서도 습관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평소에 아빠가 집에서 책을 보는 시간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책 읽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하고요. 말로만 읽으라고 하기에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거든요.
5 아이와 독서를 하는 건 저에게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지만 가끔은 가족 여행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같은 풍경, 같은 곳을 보고 걷지만 부모와 아이들이 느끼는 게 다르잖아요. 예전에 아버지께서 ‘저것 좀 봐, 너무 아름답지 않니?’라고 말씀하시던 의미를 제가 지금 엄마가 되어 알게 된 것처럼, 같은 공간에서 다른 책을 들고 있을 뿐 우리는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예요. 그렇게 함께한 시간들과 책들이 아이들에게 행복한 자양분이 될 거라고 믿어요.
아이가 조금 더 자라더라도
반영재 더벨로 제빵사
반유은 6세
빵 공장이 들썩들썩
글·그림 구도 노리코 | 옮김 윤수정 | 책읽는곰
파란 의자
글·그림 클로드 부종 | 옮김 최윤정 | 비룡소
1 유은이는 아직 글을 읽을 줄 모르지만 제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주고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제 친구예요.
2 요즘 유은이는 《빵 공장이 들썩들썩》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제 직업 때문인지 빵 이야기가 낯설지 않은가 봐요. 아이 나름대로의 직업에 대한 생각과 정서를 지켜주고 싶어서 되도록 빵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유은이가 빵 공장에 놀러오면 빵 만드는 모습을 보며 웃기도 하고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해요. 그래서 함께 읽는 저도 공감이 많이 갔어요.
3 유은이가 두 살이 좀 안 되었을 때 동화책 수업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때 동화를 배우며 많은 작가님들의 책을 보았는데, 클로드 부종의 《파란 의자》가 참 좋았어요. 에스카르빌과 샤부도 두 친구가 파란 의자를 발견하고 다양한 상상을 펼치는데, 정해진 대로만 생각하는 낙타에게 방해를 받는 내용이에요. 그림체가 조금 투박해서 유은이가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어른인 저는 이 책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어요. 정해진 교육 과정 안에서 안주하면서 자아가 약해지고, 막상 어른이 되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유은이는 자신의 생각과 판단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능력을 쌓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모든 걸 당연하게 여기기보다는 비판적인 시선도 가졌으면 하고요. 아이에게 크게 바라는 건 없지만,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가끔 읽어주곤 해요.
4 저희 부부처럼 눈이 나빠지거나 다른 활동을 즐기지 않을까 봐 따로 독서를 권하지는 않아요. 주로 공원이나 가보고 싶던 동네를 함께 걷지만 요즘은 날씨가 안 좋은 날이 많아서 자연스레 같이 책을 보죠. 집에 티브이가 없다 보니 휴일 아침이면 유은이는 동화책을 봐요. 아직 글을 읽지 못해 혼잣말을 하며 책을 보는 유은이 옆에 앉아 저도 책을 읽어요. 제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유은이도 옆에 앉아 같이 그림을 그리기도 해요. 요즘에는 반대로 유은이가 그림을 그릴 때 제가 슬그머니 옆에 가 앉죠.
5 소파에 할 일 없이 앉아 있으면 유은이가 책을 들고 와요. 유은이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모습을 저도 같이 상상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요. 요즘은 그 시간이 행복하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어요. 이제 점점 친구도 많이 사귀고 다른 흥미도 생기겠지만, 아직은 아빠와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까 되도록 많은 책을 읽어주려고 해요. 함께 책 읽는 시간은 저에게 정말 큰 의미예요. 유은이가 조금 더 자라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을 때도 이렇게 같이 이야기하며 지내고 싶어요.
우리 부모님이 그랬듯이
박현진 BDC 아트 스튜디오 대표
이도호 3세, 이도하 6개월
파랑이와 노랑이
글·그림 레오 리오니 | 옮김 이경혜 | 물구나무
이상한 화요일
글·그림 데이비드 위즈너 | 비룡소
1 도호는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다 동생이 생기고 어린이집 생활까지 하느라 힘겨운 세 살배기에요. 둘째 도하는 아직 6개월밖에 안 됐지만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랍니다.
2 도호는 새로운 책들을 꾸준히 접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파랑이와 노랑이》라는 그림책을 가장 좋아해요. 모든 장면들이 투박한 형태의 도형으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현란하고 복잡한 모양의 중장비와 자동차에 빠진 도호도 이 책이 주는 단순함의 매력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특히 단짝 친구, 모험, 가족, 화합 같은 주제들이 책 전체에 잘 어우러져 있어서인지 페이지 하나하나에도 애착을 갖고 있는 게 느껴져요.
3 데이비드 위즈너의 《이상한 화요일》이라는 그림책이에요. 아이에게 책을 선물하려고 서점에 갔다가 보게 됐는데,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짜릿한 전율을 느꼈어요. 그림책에서 이런 감정을 느낄 거라곤 상상도 못 했기에 더욱 강렬한 인상을 받았죠. 세계 각지에서 이 책을 보고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지르고 있을 아이들과 도호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어요. 아마도 아이들은 늘 잘난 척하는 어른들을 바보로 만들어버린 이 책에서 통쾌함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글이 거의 없고 사실적인 그림들로 채워져 있어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해요.
4 독서 시간을 따로 정해놓지는 않았어요. 자기 전, 목욕을 하고 나와 이부자리에 누워 책을 볼 때가 많아요. 그리고 아이에게 책을 읽도록 권하기보다는 제가 먼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어요. 아이들은 뭐든 잘 따라하니까요. 사실 일터에서 기력을 다 쓰고 집에 오면 힘들죠. 레고 같은 장난감으로 적당히 놀아주다가 이내 스마트폰 들여다볼 때가 적지 않아요. 그래도 저희 부부가 책을 손에 들고 있으면 결국은 아이도 옆에 다가와 함께 책을 읽게 되더라고요.
5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책을 멀리했지만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에 책을 읽는 게 참 행복했어요. 거실에 엎드려 백과사전을 읽고 또 읽던 제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 또렷해요. 당연하지만 그 책들은 제가 산 것도 아니었고, 제가 스스로 읽기 시작한 것도 아니었죠. 부모님이 환경을 만들어주신 거예요. 저희 부모님이 그랬듯 저도 아이에게 좋은 기억과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이런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와 엄마가 함께하는 인생 수업
신경미 밀알학교 교사
민주홍 13세, 민예홍 12세, 민수홍 10세, 민은혜 7세
엄마, 또 읽어 주세요!
글 신정민 | 그림 박선경 외 | 거인
강아지똥
글 권정생 | 그림 정승각 | 길벗어린이
1 네 딸 주홍, 예홍, 수홍, 은혜 모두 네덜란드에 살고 있어요. 집이 시골이라 심심하면 자전거 타고 친구 집에 놀러가거나 책을 봐요. 종이접기와 그림, 오르간 연주를 좋아하는 자유로운 아이들이에요.
2 《엄마, 또 읽어 주세요!》는 막내딸 은혜의 유아 시절에 읽어주었던 책인데, 일곱 살인 지금 매일 읽다시피 해요. 혼자 읽고, 소리 내서 읽고 또 읽고, 거의 외울 정도가 된 것 같아요. 세계명작동화, 전래동화, 이솝우화들이 섞여 있는 책이에요. 그림이 마음에 드는지 아니면 제가 이 책을 읽어주던 때가 그리운 건지 모르겠지만 다른 책을 보다가도 자기 전에 ‘책 읽어줄까?’ 하면 꼭 이 책을 들고 와요. 너덜너덜해진 건 물론이고 손때가 가득 묻어 있어 소중한 책이에요.
3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을 읽어주며 눈물을 훔치던 기억이 나요. 작가의 삶과 가치관이 그대로 녹아 있어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에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인 강아지와 똥을 결합한 것도 정말 흥미롭고, 장면과 문장 하나하나에 삶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름답게 담겨 있는 명작이죠. 이미 어린이용 뮤지컬이나 인형극 공연으로도 많이 각색된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고요. 각박하기만 한 이 시대에 고달프고 힘든 삶을 사는 이들에게 희망을 선물해주는 이 책의 메시지를 받고 아이들의 마음도 따뜻해졌으면 좋겠어요.
4 아이들은 그냥 내키는 대로 책을 읽어요. 네덜란드 시골에는 놀 거리가 별로 없는데다가 티브이도 잘 보여주지 않고 스마트폰도 사주지 않았어요. 자기 전에, 학교 다녀와서, 쉬는 날에 여유롭게 지내면서 책을 꺼내들어요. 이렇게 책 읽기로 여가 시간을 보내고, 나름대로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책 읽기가 숨 쉬듯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원칙을 세우는 것보다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낫다고 봐요. 그래서 도서관, 서점에도 함께 가고 집 안의 책장에도 책을 많이 꽂 아둬요. 틈날 때마다 제가 책 보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요. 또 책을 읽기 전보다는 읽은 후나 읽는 중간에 칭찬을 해주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며 아이 스스로 책 읽기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도록 해줘요. 일종의 후속강화죠.
5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시간이고, 아이와 함께 지적인 추억을 쌓는 기적 같은 시간이에요. 책을 읽어줄 때 내가 전하려는 의도와 아이의 반응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을 통해 계속해서 새롭게 아이들을 이해하게 되고, 엄마인 저도 함께 성장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자라 힘든 순간들을 만날 때, 엄마와 함께한 이 시간이 응원의 메시지가 되어 아이들을 위로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에디터 이다은
일러스트레이터 윤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