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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굽는 사람이라는 뜻의 ‘소일베이커Soilbaker’는 말간 얼굴의 그릇을 만든다. 정성스럽게 빚어진 흙 반죽은 뜨거운 가마에서 인고의 시간을 견뎌 식탁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을 채비를 마친다. 이들의 따끈한 그릇을 감싸 쥐면 나는 요리뿐만 아니라 음식을 나누며 묻는 안녕의 말들, 같은 요리를 맛보며 만든 추억마저 고스란히 안는다. 요리하는 정성과 식사하는 즐거움을 담는 소일베이커의 그릇은 보이지 않는 삶의 맛을 담는 중이다.
따듯한 한 그릇이 주는 위로가 있다. 재료를 다듬고 끓여 소박하게 담아내었을 뿐이지만 요리는 하루 끝 지친 나를 덥히는 것은 물론,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도 관계의 물꼬를 틀 작은 도구가 되어준다. 소일베이커는 음식에 담긴 만든 이의 마음을 읽고, 식탁 위에서 이어지는 대화의 순간을 애틋하게 여기는 테이블웨어 브랜드다. 식사가 품은 특별한 힘을 이해하는 이들은, 식탁 위의 시간을 좀더 따듯하고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 2015년부터 그릇을 빚어왔다.
소일베이커의 테이블웨어는 만드는 이의 마음을 닮아 담백한 얼굴을 띤다. 화려함으로 치장하려는 욕심은 내려둔 채, 세라미스트·디자이너·요리사가 모여 아름답지만 쓰임새가 좋은 그릇을 고민한 결과다. 식기는 오랫동안 곁에 머물 단단함을 갖추면서도 사용 환경에 따라 흙, 그릇 두께, 모양이 세심히 결정된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에서 사용할 그릇은 공업용 식기세척기를 견딜 수 있도록 적절한 재료와 만듦새를 조정한다. 모든 제품은 생활자기의 중심지, 경기도 여주에서 생산된다. 다양한 흙과 유약을 사용해 여러 제작 방식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지역인 까닭이다. 서울 스튜디오에서 오랜 연구를 거쳐 견본이 완성되면, 이를 여주에서 몰드로 생산하는 방식. 용도와 제작 난이도에 따라 완성에 드는 시간은 한 달에서 최대 2년까지 이어진다.
소일베이커의 그릇은 비슷한 결이지만 분명한 개성을 갖춘 다양한 제품 라인이 눈에 띈다. 따듯한 산백토의 질감과 크림처럼 부드러운 유약이 조화로운 ‘산도’, 네 가지 색상의 유약이 검정 소지와 만나 차분하고 멋스러운 느낌을 주는 ‘온서’. 이외에도 ‘다츠’, ‘미담’, ‘크럼즈’를 비롯해 저마다 특징이 또렷한 열한 개 컬렉션을 선보여왔다. 여러 컬렉션을 한데 모아두어도 이질감이 들지 않고, 다채로운 식탁을 꾸려낸다.
우리 삶에 영감이 되는 아티스트, 디자이너, 브랜드와의 협업도 꾸준하다. ‘백세주’의 리브랜딩을 기념하며 선보인 ‘백세주 술잔’은 과감한 붓 터치를 잔에 고스란히 담아 한국적인 멋을 표현했다. 올해는 텍스타일 디자인 스튜디오 ‘파이브콤마’의 정혜진 작가와 협업이 예정됐다. 평범한 재료를 가구, 회화, 설치미술 등으로 변형해 재료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이우재 작가와는 일상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오브제를 기획 중이다. 창의적인 시각이 돋보이는 시도는 소일베이커의 미학에서 태동할 또 다른 모양의 도자기를 기대하게 한다.
소일베이커의 다음 발걸음은 키친웨어, 요리로 향한다. 테이블웨어를 넘어 사람들의 일상 전반에 스며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라고. 무엇을 만들든 소일베이커는 음식이 주는 소소한 위로, 함께의 소중함을 식탁 위에 풍성히 펼쳐둘 것이다.
소일베이커는 도자기를 매개로 사람들과 깊이 연결되는 경험을 나누고자 정동과 압구정 쇼룸으로 낯선 이를 초대한다. 그릇을 빚는 체험을 넘어, 요리 교실이나 화병 꽃꽂이 등 흙으로 빚은 물건에서 파생될 수 있는 활동이라면 무엇이든 시도한다. 특히 워크숍은 도자기의 매력을 소개하고자 마련되었다고. 깨진 물건을 직접 수리해 보는 ‘킨츠기 교실’, 이끼 볼을 만들며 분재를 배우는 ‘코케다마 워크숍’ 등이 그 예다. 해외 창작가들이 함께하기도 하는데,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열린 ‘여름 찻자리’에는 다도 전문가 우치다 요시코Uchida Yoshiko가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우치다 선생이 내려주는 말차를 맛보고, 네 가지 차와 그에 어울리는 비건 티 푸드를 플레이팅해 함께 준비했다.
쇼룸에서 종종 열리는 전시 역시 그릇을 좀더 가까이서 경험하기 위한 기회다. 지난해 가을에는 식물 스튜디오 ‘4T’와 함께하는 기획전 〈다시, 시작〉이 열려 소일베이커의 그릇에 담긴 4T의 분재들이 공간 곳곳을 밝혔다. 베틀로 짠 섬유 예술품부터 손으로 조각한 나무 트레이까지 공예품도 전시의 소재가 된다. 소일베이커는 브랜드의 철학과 방향성에 공감하고, 자연과 일상 그리고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이야기라면 기꺼이 우리의 눈앞에 펼쳐놓는다. 아름다움이나 기술적 완성도보다는 작품의 의미에 귀 기울인다. 전시는 별도의 예약 없이 판매 중인 제품들과 함께 감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니 쇼룸 근처로 향한다면 방문하길 권한다.
도자기의 세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다면 소일베이커의 다양한 콘텐츠를 주목하자. 공식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에서 연재하는 ‘셰프 테이블’은 미식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만나 요리에 대한 생각을 묻는 인터뷰 시리즈다. 등장인물이 소일베이커의 식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참고해 봐도 좋을 터. 유럽 가정식을 모티브로 든든한 한 끼를 내어주는 용산의 ‘바통 밀 카페’, 신촌문화관을 시작으로 ‘림보이 양조’ 등을 전개한 임니콜라스와 김수연까지. 요리라는 매개로 연결된 낯선 이와의 대화를 듣다 보면 음식은 모두의 일상에 가장 보통의 존재임을 깨닫는다.
인스타그램 속 영상들도 소박한 한 그릇을 차려내는 조리법을 알려준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건강한 레시피를 소개해 따라 하기 좋다. 영상 중간중간 비치는 식기를 감상하는 것도 작은 즐거움으로, 내 손에서 탄생한 요리와 소일베이커의 제품이 마주할 순간을 그려보게 된다. 레시피는 ‘구운 채소 카레와 뚝배기 밥 짓기’, ‘집에서 즐기는 성수동 프렌치토스트’ 등 근사한 메뉴로 가득하다. 정성스럽게 한 끼 차려내어 아름다운 그릇에 담아보는 경험은 언제나 나를 충만하게 할 것이다.
01. 숨 접시 16 | SUM | 2만 2천 원
자연의 색을 닮은 아담한 크기의 접시.
02. 다츠 타원 접시 | DOTS | 3만 6천 원
묽은 물감이 뿌려진 듯한 도트로 통통 튀는 매력을 지닌 그릇.
03. 재주 면기 | JEJU | 2만 9천 원
곧은 옆태가 단아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는 면기.
04. 미담 밈 뚝배기 | MIDAM | 4만 6천 원
한식은 물론 수프나 스튜도 멋스럽게 담아내는 뚝배기.
05. 산도 디저트 볼 | SANDO | 1만 원
디저트뿐만이 아니라 차, 막걸리잔으로도 막걸리잔으로도 사용하기 좋은 작은 볼.
06. 고운 물컵 | GOUN | 1만 원
한국 백자의 색과 형태를 닮아 부드러운 곡선이 아름다운 물컵.
07. 온서 직사각 접시 | ONSEO | 4만 6천 원
생선이나 여러 가지 나물을 담기 좋은 사각 접시.
08. 송이 화병 | STUDIO | 3만 원
손으로 직접 빚어 만든 거친 질감의 도자기 화병.
제품명, 컬렉션, 가격순으로 표기했다.
에디터 차의진
자료 제공 소일베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