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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

준식 씨의 시선으로 대구를 한껏 감상했네요. 간단한 소개를 듣고 싶어요. 요즘 어떤 하루들을 보내고 있나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대구에서 일상의 조각을 수집하고 또 재조립하며 사진 작업을 하고 있어요. 작업을 책으로 내기 위해 1인 출판 레이블인 ‘자인운트Seinund’도 운영합니다. 요즘은 일이 많지 않아서, 보통은 이른 오후에 촬영을 하고 저녁부터는 작업실에 머물러요. 밤늦게 잠깐 운동을 하고 새벽에 집에 들어오곤 합니다. 휴식은 틈날 때마다 간간이 하는 편이고요. 희망교와 칠성교 사이의 길을 자주 걷는데 오래 다녔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산책로예요.
대구에서 나고 자란 분이시지요? 매일 보는 일상의 풍경이 궁금해요.
어쩌다 보니 대구에서 35년 동안 살고 있어요. 여기저기 옮겨 다니긴 했지만 지금은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 근처, 한적한 동네에 사는데 요즘은 재개발로 조금 소란한 편입니다. 그간 일상의 풍경이 급격하게 달라진 적은 없어요. 다만 빈 곳들이 메워지고 점점 더 너른 하늘을 보기 쉽지 않죠. 끊임없이 사라지고 바뀌다 보니 지난날의 흔적을 찾아볼 만한 간판 같은 건 이제 만나기 쉽지 않아요.
그런 대구의 모습을 기록한 지 햇수로 9년 정도 되었다고요. 자신의 터전이 주요한 작업 소재 중 하나가 된 이유가 있다면요?
일상의 조각을 수집하는 게 작업 기반이 되다 보니, 아무래도 제가 살고 있는 이 도시에 시선이 닿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삶의 터전이 아닌 다른 지역을 대상으로 삼는 건 마음가짐을 먹는 것부터 어려웠고, 작업을 대하는 진정성에서도 많은 고민이 뒤따랐거든요. 저는 길을 걷다가 문득 눈에 밟히는 장면을 사진으로 기록하는데, 그 순간의 나와 장면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에요. 사진에서 감정을 과잉된 상태로 보여주거나 유도하지 않아요. 최대한 건조하게 찍고 싶달까요.
작업물에서 사람을 찾기 어려워 건조함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길고양이나 빈 땅에 자라나는 식물의 모습이 자주 보이죠. 스러져 가는 동네에 떠도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사진집 《SCENT MARK》로도 펴내셨고요. 부러 그런 장소들을 찾아다니는 건가요?
늘 다니는 공간으로 향하거나, 딱히 목적을 두지 않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대략 4년 전부터 전기자전거로 움직이고 있어서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체력 부담도 줄어들었거든요. 한때는 사진 안에 사람을 담는 걸 선호했는데 점차 비중을 줄였어요. 처음에는 좀더 작게, 다음에는 좀더 구석으로, 그다음에는 사람의 흔적만 남도록요. 사람을 중심이 아닌 곳에 두고 찍으면, 우리를 둘러싼 것이 무엇인지 더 잘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인간과 곁 하는 다른 존재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그 관계 속에 우리가 존재하니까요.
또 하나 두드러지는 건 사라지는 것과 새로운 것의 경계를 적극적으로 응시한다는 점이에요. 대구의 많은 동네에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요.
이제는 그렇지 않은 동네를 찾는 게 더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나오며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둔 곳만 해도 대봉동, 동인동, 범물동, 대명동, 성내동 등 무수하죠. 멀리 갈 것 없이 제가 살고 있는 동네도, 연달아 이어진 거리도 해당되는 이야기고요. 언제나 변하지 않는 것에서 의미를 찾는 건 아닙니다만, 원래부터 머물던 것을 없애는 게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안타까움과 아쉬움도 물론 느끼지만 ‘납득할 수 없음’이 가장 먼저 다가와요.
화보에 소개된 《임시세입자》의 사진 일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평리6동과 이현동 재개발 구역에서는 어떤 감정을 느껴서 책으로 만들게 되었어요?
이전에는 인기척이 사라진 재개발 구역에서 상실과 부재를 느끼며 인간의 흔적을 찾았어요. 그런데 우연히 들린 평리6동에서는 유난히 길고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이 보였죠. 가까이에 산과 큰 공원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자연히 모든 것이 일어났을 수도 있을 텐데, 무엇보다 제게는 그곳에서 인간이 아닌 다른 생이 숨 쉬고 있다는 게 중요하게 와닿았어요. 그런 마음을 담은 작업이라 책을 소개할 때 종종 ‘식물 사진집’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준식 씨의 인스타그램에서 재미난 기록을 봤어요. 대구가 많이 덥냐는 물음에 “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낼 만은 해요.”라고 답했더라고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지네요.
사실 그 기록 자체는 대구를 향한 제 푸념이었어요(웃음). 대구를 둘러싼 다양한 걱정이나 오해, 부정적인 시선을 납득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으니까 살 만하다고 말한 거죠. 수도권 바깥의 지역은 무엇이든 넘쳐나는 중심부와 상당히 다를 거예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 지역들에 대해 ‘살기 어려운 곳’ 혹은 ‘살기 피곤한 곳’이라고 말하기는 싫어요. 어디든 사람이 살고 있듯, 어디든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을 뿐이죠.
나의 도시를 담담한 태도로 바라보고 있네요. 어쩌면 대구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서부터 터전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듯한데요. 대구가 가진 아름다움은 무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지켜 나가는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이요. 다른 사람들이 어떤 시선으로 우리의 터전을 바라보는지 하나하나 헤아릴 수는 없지만, 여전히 대구의 본모습을 마주하고 지켜가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우스갯소리지만, 그저 순수한 아름다움보다는 서사가 있는 아름다움이 더 좋지 않나요(웃음)? 저 역시 그런 사람이고 싶은 마음에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으려 해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도시뿐 아니라 사진과 작업을 대하는 마음이 성실하다고 느껴졌어요.
원래는 컴퓨터학부를 전공했어요. 개인적으로 조금 힘든 시기가 찾아왔을 때 창작 수단으로 사진을 택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죠. 취미로 곧잘 찍어왔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무언가를 익혀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었어요. 사진을 구상하는 과정이야 지난하더라도, 감상하는 사람은 이미지 자체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었고요. 예술을 직업으로 택했다면 지속적으로 작업하는 의무를 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과로 인한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아 힘들 때도 많지만 직업을 대하는 자세를 매일의 원동력으로 삼습니다.
고민과 응시를 거듭한 작업물을 통해 사람들이 대구를 어떤 모습으로 바라보길 원해요?
기억할 만한 이유가 많은 도시라면 좋겠네요. 너무 덥지 않을 때라면 한 번쯤 들르기에 나쁘지 않을 거예요. 살아보고 싶어질지도 모르죠.
에디터 이명주
Photographer 이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