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힘을 내는 방법

오힘 — 작가

작가 오힘은 도시의 오래된 풍경, 골목 한편의 일상, 조용히 자신만의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주목한다. 그 곁을 서성이며 관찰하고 기록해 독립 출판물 《전주 다방에서 만나》를 발간했다. TV 뉴스 중계가 흐르는 다소 적막한 다방에서 우리는 차갑게 내어온 믹스 커피가 미지근해질 때까지 서로의 시선을 한곳에 모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일상의 사소한 조각들을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하나씩 짚어가면서.

 전주만의 여유로움은 어떤 거예요? 

우선 복잡하지 않아요. 중심지에서 택시를 타면 어디든 20분 내로 갈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곳이 다 가깝거든요. 그래서인지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이 좁고 촘촘한 편이고요.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거죠. 사실 서울에서 지내다 보면 옆집이나 앞집에 누가 사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여기에서는 김장하면 김치 나눠주거나, 제철 과일을 주는 이웃들이 많아요. 그리고 사람들이 대체로 부드러워요. 사투리도 강하게 사용하지 않는 편이고요. 그래서인지 주변에서는 전주 사람들 성격이 잘 드러나지 않거나 밋밋하다고 표현하더라고요. 큰 특색이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점잖게 보이기도 하고, 장단점이 있죠.

 

무언가를 창작할 때 참신함에 대한 고민을 하는지도 문득 궁금해져요. 독창성은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매 순간 우리가 보는 모든 것에서요. 저는 결국 ‘많이 보는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보는 건 다 비슷할 텐데, 순간의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는 나만의 비법이 있어요? 

일상에만 갇혀 있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어요. 환경이 바뀌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죠. 꼭 멀리 가지 않아도 돼요. 생활 반경만 조금 벗어나도 충분해요. 예전에 회사 다닐 때는 버스를 일부러 반대로 타보기도 했어요. 직행 대신 돌아가는 노선을 타기도 하면서 ‘아, 이런 풍경도 있네.’ 하고 새롭게 발견하는 거예요. 그러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여요.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새로워 보이는 것처럼요. 아무런 소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보면 그것들이 제 안에 스며들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소재가 되곤 하더라고요. 

 

오힘이라는 이름에는 ‘오래오래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주세요.’라는 뜻이 담겨 있잖아요. 좋아하는 일을 오래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요? 

전주에 내려왔을 때 무언가 포기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고, 스스로 지구력이 부족하다는 자각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마음을 늘 새기자는 의미로 이름을 오힘이라고 지었어요. 오래 힘을 낼 수 있는 데 도움이 되는 것 중 하나는 운동이에요. 단순히 체력을 기르는 걸 넘어서 오래 버티고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주더라고요. 제가 테니스를 2016년, 17년 무렵부터 시작했는데 사실 지금도 잘 못 쳐요. 정말 못해요. 결혼 준비 때문에, 또 야외에서 하기 어려운 시기에는 잠시 쉬느라 중간중간 못 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계속 치고 있어요. 이유는 지구력을 기르기 위해서요. 그냥 잘 안돼도 즐기는 거를 해요. 테니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 칠 때의 타격감이 있거든요. 잘 치진 못했어도 일단 날아오는 공을 받았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지금 테니스 친 내 모습 너무 멋있었다, 스스로 얘기해 주고 끝내요(웃음). 기대를 낮추는 거예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거죠. 그래서 안되는 걸 도전해 보는 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우연히 한 번 잘될 때가 있거든요. 그럼 또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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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황진아

포토그래퍼 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