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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규

한국에서 프랑스로 인사를 건네게 되었네요.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저는 ‘공손필름’이라는 이름으로 사진과 영상을 만드는 손진규입니다. 현재는 파리와 니스, 암스테르담, 뉴욕 등에서 웨딩 스냅과 광고, 패션 등 다양하게 작업하고 있어요. 프랑스에 머문 건 2016년부터인데요. 파리의 ‘뱅센Vincennes’이라는 도시에서 아내, 반려견 베리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뱅센에서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요. 그곳의 여름도 많이 더운가요?
한국보다는 선선한 것 같아요(웃음). 공손필름을 아내와 함께 운영하고 있어서, 일과의 대부분을 사진과 영상 촬영, 편집을 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바빠도 하루 두 번은 꼭 베리와 가까운 숲으로 산책 가고요. 팬데믹 시절에 저와 아내가 잠시 한국에서 지냈는데, 그때 임시보호 중이던 베리를 만났어요. 함께 파리로 온 후에는 산책하면서 이 친구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 게 일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 됐어요.
기분 좋은 루틴이네요. 사진 작업은 어떻게 시작했어요?
마르세유에서 대학교를 다니면서 개인 작업을 하고 커플 스냅 사진을 찍었던 게 시초인데, 지금은 회사까지 꾸리게 되었네요. 사진은 저한테 ‘애정’이라는 단어 자체예요. 스냅 작업을 의뢰한 커플들이나 도시 곳곳에서 추억을 만드는 이름 모를 이들 사이의 사랑이 느껴지거든요. 피사체인 그들에게 제 애정을 주기도 하고요.
개인 계정 속 사진을 흥미롭게 지켜봤어요.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경을 자연스럽게 담았더라고요.
사랑하는 모든 이의 뒷모습을 남겨보자는 마음으로 작업한 사진이에요. 조금씩 모으던 것이 이제는 꽤 쌓여 저만의 작업으로 자리 잡았네요. 손잡고 가는 노부부, 강아지와 함께 걷는 누군가, 벤치에 나란히 앉아 속삭이는 두 사람, 혼자서도 충만한 시간을 보내는 이들…. 길을 걷다가 이런 장면을 발견하면 피사체의 감정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한참 바라보다 셔터를 누르곤 합니다. 파리에서는 팔레 루아얄 정원이나 마레지구, 센강 주변과 카페가 배경이 되어줘요. 다른 나라의 도시들도 거닐곤 하고요.
여러 도시를 거닐다 보면 그곳의 사람들이 가진 특징도 와닿을 것 같아요.
그렇죠. 파리나 암스테르담, 뉴욕은 대도시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프레임에 담길 때는 조금씩 달라요. 예를 들어 암스테르담은 친근한 분위기를 풍기는데요. 창 너머로 보이는 집마다 큰 식물이 놓여 있고 근처에는 가족과 반려동물이 머물러요. 뉴욕은 다른 도시보다 차갑고 분주한 느낌이 강한데, 그래서인지 바쁜 이들 가운데서 여유를 찾아내는 사람들을 찍게 되죠. 그리고 파리는 젊은 사람뿐 아니라 어르신들도 옷차림이 다양해서 거리를 걸을 때 눈이 즐거워요.
사진 속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유행이 보이지 않아요. 나이, 성별보단 취향이 중요해 보이고요.
유행이 빠른 한국과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유독 매력적인 패션과 취향을 가진 어르신들을 좋아해요. 당장 떠오르는 것만 읊어봐도 뉴발란스 운동화에 새파란 양말, 청바지와 셔츠에 블레이저를 걸친 할아버지들, 낮은 단화에 빨간 치마를 입거나 노란색 아우터에 멋진 스카프를 두른 할머니들처럼 무수해요. 블랑제리에 빵을 사러 가거나 마르쉐에 장 보러 갈 때도 멋을 잃지 않는 게 참 인상적이죠. 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삶의 태도일지 모르지만, 닮고 싶은 모습이에요. 앞으로도 더 많은 어르신들을 만나서 그들의 삶을, 그분들을 위한 사진을 기록하고 싶어요.
거리의 멋쟁이 어르신들과 기억에 남는 만남도 있었나요?
아내와 암스테르담에서 식당에 갔는데, 옆 테이블에 먼저 식사 중이던 노부부가 계셨어요. 할머니의 블라우스와 할아버지의 페도라가 빨간색으로 꼭 맞춰져 있었죠. 옷차림도 물론이지만, 식당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가리키며 60여 년 전 두 분이 처음 만났을 때 들었다면서 즐거워하던 모습이 더 기억에 남아요. 여든이 훌쩍 넘어도 여전히 인생을 즐기면서 사랑하는 이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게 인생의 낙이라고 하셨어요. 여느 20대와 다르지 않는 두 분의 사랑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제가 나이 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영감을 얻었죠.
옷차림은 한 사람이 삶을 대하는 방식을 투영하잖아요. 작가님은 어떤 옷을 주로 입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음… 검정색 옷이 많아요. 바지는 통이 넓고 움직일 때 편한 걸 골라 입는 편인데, 자주 입는 작업복은 똑같은 걸로 여러 벌 구비해 두죠. 신발은 ‘호카Hoka’, 모자를 포함한 옷은 ‘슈프림Supreme’, ‘아크테릭스Arcteryx’ 등을 좋아해요.
컬러가 눈에 띄는 사진들과는 사뭇 다른 차림새예요(웃음).
작업할 때는 오래 걷거나 서 있다 보니 편한 옷과 운동화가 제일이더라고요(웃음). 단정하게 입는 걸 좋아해서 남들에게 튀지 않고 무난하게 보이는 옷을 골라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길거리를 다닐 때는 컬러감이 또렷하고 자신만의 취향을 기꺼이 드러내는 이들에게 시선이 가요. 나의 부족한 부분을 피사체를 통해 마음 한편에서 충족시키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누군가는 옷으로, 또 다른 이는 사진으로, 나만의 취향과 시선을 표현하는 거겠죠.
맞아요. 전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니까요. 제 시선이 드러난 작업물을 통해 보는 이에게 감정을 전하고 싶어요. 사진을 보는 순간, 마음이 일렁이면서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떠오른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거예요.
에디터 이명주
Photographer 손진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