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문턱을 낮추는

대림미술관

예술의
문턱을 낮추는

대림미술관

복잡한 거리에서 걸음을 틀어 조용한 골목으로 들어가면 대림미술관이 나온다. 주택가에 자리잡은 이곳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예술작품을 감상하러 간다는 무겁고 어려운 마음가짐도 필요 없다. 누구나 쉬이 발걸음을 할 수 있는 미술관, 대림미술관을 찾았다.

마음의
안정을 찾으러

나는 마음의 안정이 필요할 때 대림미술관을 찾는다. 2년 정도의 해외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던 시기였다. 신선한 기대감과 약간의 막막함을 전시를 보며 가라앉히고 싶었다. 당시 ‘칼 라거펠트Karl Lagerf’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패션디자이너로만 알고 있던 사람의 파격적인 사진을 보고 나니 마음속에 자신감이 더 생겨났다. 이후에도 어떤 관계의 끝이 보일 때, 직업에 고민이 있는 시기, 몸이 아파 쉬는 중에 대림미술관을 찾았다. 새로운 전시를 보기 위함도 있었지만, 전시를 보며 위안을 받고 싶은 마음도 컸다. 관람자로서 이상한 긴장감과 꼿꼿한 자세를 갖게 하는 미술관이 있는 반면, 대림미술관은 조금 더 친근한 마음이 들게 한다.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

경복궁과 인접한 주택가에 자리한 대림미술관은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을 표방한다. 그래서 대중들과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을 새로운 전시로 선보임으로써 대중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한다. 건물 자체도 일상 속의 예술작품이다. 현 대림미술관은 파리 피카소미술관 개조 디자인을 맡았던 프랑스 건축가인 뱅상 코르뉴가 1967년 이래 한 가족의 보금자리였던 건물을 개조한 것이다. 전면의 파사드는 한국 전통 보자기에서 착안한 것으로 한국적인 요소를 현대적으로 표현했다. 기존 가옥과 주변 환경 등 이미 존재하는 것을 최대한 고려해 개조한 건물은 동네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생각해보면 대림미술관은 친숙할 수밖에 없다. 위치상으로도 우리의 고궁과 가까이 있고 삶의 공간을 그대로 살린 것이니 말이다. 이런 이야기가 담긴 공간의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져 자연스럽고 편안한 기분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닐까.

주옥 같았던
전시를 돌아보다

INTERVIEW
대림미술관 큐레이터 이정열

“사람들이 쉽게 발걸음할 수 있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올 수 있는 미술관인 것 같아요.”

대림미술관에 계신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2012년에 인턴부터 시작했어요. 첫 직장이에요.

대림미술관은 관람객과 가장 가까이서 소통하는 미술관 중 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최대한 쉽고 대중성이 있는 그리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주로 기획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쉽게 발걸음할 수 있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올 수 있는 미술관인 것 같아요.

저는 내부의 휴식 공간을 좋아해요. 빛이 좋을 때, 그곳에 앉아있으면 전시 관람과는 별개로 행복해지더라고요.
저도 그 공간을 좋아해요. 통유리창을 통해서 햇빛을 듬뿍 맞을 수 있잖아요. 사실 그 공간에는 작품을 전시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번 닉 나이트Nick Knight 전시에는 그곳에 작품을 놓았어요. 2층 휴게 공간과 바로 옆에 1층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공간에도 작품을 걸어놓았어요. 채광이 아름답게 드는 곳이어서 작가와 협의를 통해 어울리는 작품을 전시했죠. 빛이 비추는 해변에서 촬영한 패션 화보 사진이에요.

일상이 예술이 될 수 있는 미술관, 그 공간에서 열리는 전시는 어떤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대림미술관은 사진뿐만 아니라 제품, 가구,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다뤄요. 최대한 쉽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죠. 초반 리서치 단계부터 기획, 전시가 열리기 직전까지 작가와 협의를 해요. 작가가 작품에 대한 의의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라면, 저희는 대중과의 소통에 신경 써요. 대림미술관은 트렌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미술관이에요. 유행을 반영한다는 것이 동시대에 사회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이슈화된 것을 다룬다는 뜻이 될 수도 있고요.

전시를 기획하고 열리기까지 보통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나요?
보통 1년 반에서 2년 정도인 것 같아요. 실제로 작가에게 연락하고 구체화되기까지는 1년 안에 진행되는 것 같은데, 작가에 대해 조사하고 어떤 작가를 이 시기에 왜 보여줘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도 확인이 계속 필요하거든요.

이번 닉 나이트 사진전을 기획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닉 나이트 전시 이전에 패션 디자이너 헨릭 빕스코브Henrik Vibskov에 대한 전시를 했어요. 그때는 설치 작품을 주로 보여줬었죠. 닉 나이트도 패션의 한 축에 속하지만 그것을 사진으로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 조명하고 싶었어요. 닉 나이트 자체가 사회적 메시지를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예요. 상업적인 패션 화보나 뮤직비디오에만 국한되지 않고 작업마다 어떤 사회적인 운동이나 메시지, 캠페인 같은 의미를 부여해서 작업하는 작가거든요. 처음 활동을 시작한 80년대부터 지금까지 매번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이 당대의 흐름에 따라 바뀌긴 하겠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목소리는 항상 담겨있어요. 그것을 사진 또는 패션이라는 매개체로 대중들에게 거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전시의 구성 콘셉트는 무엇이죠?
총 여섯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어요. 초기작부터 최근 작업까지, 혹은 닉 나이트의 테크닉적인 작업 방식으로 구성했어요. 흑백사진과 디지털 기술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의 작업으로 구분하기도 했고요. 90년대 초에 새롭게 등장한 포토샵 같은 툴을 어떻게 사용하여 작품을 표현했는지 등의 기준을 세웠죠. 8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흐름을 볼 수 있어요.

특히 와 닿는 섹션이 있나요?
우선 ‘스킨헤드’ 작품이 좋아요. 전시로는 대림미술관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것이거든요. 그렇게 대형으로 프린트된 적이 없었어요. 또 하나는 플로럴 섹션이요. 천고가 높은 3층에 전시되어 있는데요. 대형으로 출력하기 전, 이미지로 본 것보다 훨씬 강렬하더라고요. 디지털로 볼 때는 회화적인 느낌을 얼마나 구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실제로 프린트해보니 정말 그림 같은 느낌이 나더라고요.

전시 준비 중에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이번에 굉장히 큰 사이즈로 사진을 출력했어요. 기존에 있던 작품을 받아온 것이 아니라 이번 전시를 위해서 전부 새롭게 출력했거든요. 이 사진이 얼마나 크게, 어떻게 보여질까에 대한 고민을 상당히 많이 했어요. 대림미술관이 천고가 낮고 공간이 그렇게 넓지 않잖아요. 그리고 예전에 진행했던 사진전에 비해서 작품의 개수도 많고 크기도 커서 대형 사진이 이 공간에 들어왔을 때 어떻게 구현될지 감이 안 잡혔죠. 그래서 3D 시뮬레이션도 많이 돌려보았는데, 화면상으로 보는 것과 실제의 느낌은 전혀 다르니까요. 플로럴 섹션에 있는 작품은 높이가 거의 3미터예요. 한 번에 출력한 게 아니라 사진을 반으로 나눠서 인쇄한 후 두 장을 붙인 거예요. 전세계에 그런 크기를 출력할 수 있는 인쇄기는 없을 걸요(웃음). 최대한 티 나지 않게 사진을 붙여야 하잖아요. 그런 처음 해보는 시도들이 많았죠.

사진은 현지에서 전부 출력해온 건가요?
LA에서 닉 나이트가 계속 함께 작업했던 인쇄소에서 직접 작업해 보내줬어요. 그의 인스타그램에서 이번 전시를 위해 테스트했던 과정을 볼 수 있어요. 출력도 한 번에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니까요. 여러 장의 테스트 사진을 붙여놓고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아요.

닉 나이트에게도 새로운 시도였겠네요.
그렇죠. 그도 이렇게 작업했던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는 어떤 사람인가요?
처음에는 온라인으로 검색을 하면서 알게 되잖아요. 사적인 SNS를 보면 가족을 굉장히 사랑하는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어요. 딸이나 아들, 아내의 사진과 사랑을 가득 담은 메시지를 함께 올리더라고요. 이번에도 가족이 다 함께 방한했어요. 항상 옆에 있었죠. 전시를 준비할 때도 가족과 의견을 많이 주고받더라고요. 계속 아내와 협의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아주 가족적인 사람이죠. 그런데 작업을 할 때는 대단히 프로페셔널적인 모습을 보여줬어요. 작은 것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아요. 무척 꼼꼼하고 철두철미하게 체크하더라고요.

3월 말에 전시가 끝나요. 이번 전시에 대한 스스로의 리뷰를 하자면요?
어렵네요. 내면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기를 바랐어요. 항상 같은 일상을 지내다 보면 지루해지는 시기가 분명 생기잖아요. 이번 전시는 굉장히 파격적이고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내 안에 감춰왔던 것들을 끄집어낼 수 있는 전시로 기억되면 좋겠다(웃음)?

대림미술관 

A.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4길 21
T. 02 720 0667
O. 화.수.금.일 10:00~18:00, 목.토 10:00~20:00, 월요일 휴관

AROUND 온라인 구독

어라운드의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읽어보세요.

구독 시작하기

에디터 정혜미

포토그래퍼 하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