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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만든 한복
INTERVIEW
한수연
연재한복 디자이너
연재한복은 아이의 첫 돌을 맞이해서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은 엄마의 따뜻한 손길에서 시작했다. 전통 한복의 틀을 유지하되 새로운 원단과 깊은 색감을 더해 감각적인 디자인을 선보인다.
처음 한복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었다고요.
저는 살면서 늘 남들과 다른 것을 좋아했어요. 똑같은 건 싫고 내가 먼저 찾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걸 좋아했죠. 첫 아이 연재의 돌이 다가왔는데 일반적으로 하는 돌잔치와는 다르게 하고 싶었고, 그중 하나는 제가 직접 특별하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드레스를 만들어줄까, 돌상을 뭔가 다르게 할까 고민하다 한복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저는 지금도 바느질을 못해요. 바느질도 못하는 사람이 한복을 만들겠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사서 입혀, 무슨 한복이야.”라는 소리도 많이 했어요. 서점에서 한복 만드는 책을 사서 아이 돌 한복을 삼 개월 넘게 한 땀 한 땀 만들었어요.
살구(연재)의 돌 한복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초록색 치마에 리버티 상의였죠. 리버티 원단을 돌 한복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요?
한창 리버티가 유행했는데, 한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워서 직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이걸로 한복을 만들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어요. 때마침 ‘차이킴’ 김영진 선생님이 선물한 리버티 한복을 입고 있는 아이 사진을 봤어요. 그때 리버티 한복을 연재에게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원단을 찾아다녔어요.
바느질도 못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연재한복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나요?
회사 생활을 오래 하다가 결혼과 출산을 하고 1년 반 정도 육아휴직을 했어요. 결혼 후에도 살림보다는 바쁘게 일하던 사람이어서 집에서 아이만 보고 제 일을 따로 하지 않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육아 외에 내 일을 찾다가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사진을 찍고, 선택하고, 글을 쓰고 다듬고, 기록을 남기는 것도 어쨌든 나만의 일이어서 좋았어요. 회사로 복귀해야 하는 시기는 다가오고 ‘이게 맞는 걸까, 아이를 돌보면서 아이와 관련된 내 사업을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도 했죠. 그 시점에 블로그에 아이의 돌 한복 사진을 올렸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저처럼 아이에게 특별한 한복을 입히고 싶은 엄마들이 많더라고요.
그때 이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회사에 사표를 냈어요. 아이를 둘러업고 수입한 리버티 원단을 가지고 광장시장으로 갔어요. 일단 정보가 전혀 없으니까, 시장에 다니면서 “아기 한복 바느질하는 데 알려주세요.”라고 묻고 찾아가서 샘플을 만들어봤는데 제가 생각하던 바느질이 아니었어요. 이걸 팔순 없겠다 싶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동네에서 알게 된 아이 엄마에게 시어머니가 돌 한복을 만들어줬다는 애길 듣게 된 거죠. 소개를 받고 샘플을 맡겨봤는데 바느질이 정말 다르더라고요. 같은 원단이어도 바느질에 따라서 한복의 질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 당시 일이 많으셨는데 며느리 또래인 저를 기특하게 생각해주시고 바느질을 맡아주셨어요. 바느질은 아직도 그분들이 해주고 계세요.
아이의 이름을 따서 연재한복인 거죠?
네. 처음에는 제가 입혀본 예쁘고 질 좋은 한복을 같이 입자는 단순한 생각이었어요.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라서 아이 이름으로 했어요. 많이 알아봐 주시니까 나중에는 조금 후회도 되더라고요. 아이 이름이다 보니 마음에 부담이 너무 컸어요. 하지만 반대로는 더 잘해야겠다,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기더라고요.
의상학이나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라고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처음 연재한복이 알려졌을 때, 상의와 하의의 색 배합과 부자재의 조화가 신선했어요.
일단은 부모님의 영향이 큰 거 같아요. 제가 어릴 적부터 굉장히 멋쟁이처럼 입고 다니셨어요. 지금도 부모님 나잇대에 주로 입지 않는 컬러감을 선호하시고요. 그걸 보고 자라며 저도 옷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어요. 어릴 적부터 제가 마음에 드는 옷의 코디 샷이나 컬러를 날마다 스크랩하며 주기적으로 봤어요. 옷에 관심이 많아서 일하면서도 퇴근하면 혼자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동대문에 갔어요. 그리고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데이트도 주로 모델하우스에서 했어요. 관심 있는 모델하우스가 있으면 제가 살지 않는 지역이라도 가서 보는 것을 좋아했어요. 남들과는 좀 다른 취미였죠.
아이 한복으로 시작해 성인 한복까지 나왔어요. 디자인할 때 차이를 두는 부분이 있나요?
성인 한복이 더 어려웠어요. 아이는 틀에 박히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원단과 소재를 다 써보는 편이에요. 하지만 성인 한복은 그렇게 하기에는 고정관념이 좀 더 깊다 보니 모험인 거죠. 사실 저는 양면적인 취향이 있어서 굉장히 화려한 것도 좋아하지만, 아주 미니멀한 것도 좋아해요. 때마침 부모님 환갑이나 동생 결혼, 조카 돌잔치 같은 가족 행사가 좀 많았어요. 식구가 많다 보니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성인 한복은 컬러만 조금 포인트를 주고 다른 요소는 넣지 않고 최대한 미니멀하게 디자인하고 있어요.
체크 패턴이나, 장응복 선생님의 원단, 크바드라트, 리넨까지 매 시즌 새로운 소재와 색상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기존의 한복에서 볼 수 없던 다양한 시도들이 인상적이에요.
한복의 원단을 찾을 곳이 시장에만 국한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누구나 쓸 수 있고 알고 있는 원단이 아닌 새로운 것을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양장에서도 다양한 원단을 쓰는데 한복이라고 해서 꼭 정해진 원단만 쓰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해요. 매년 한 달 정도 새로운 소재를 찾고 영감을 얻기 위해 유럽으로 출장 겸 가족여행을 가요.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것도 영향이 있는 듯해요. 크바드라트 원단 같은 건 인테리어에 관심이 없었다면 알지 못했을 소재예요.
직접 보고 사길 원하는 고객도 많을 텐데요.
맞아요. 직접 보여드리면 편하게 고르실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해 너무 죄송한 마음이에요. 하지만 아직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스템이 너무 좋아요. 물론 쇼룸이 있으면 고객들도 선택하기 편하시고 특히 성인 한복 같은 경우 맞춤 상담도 많아져서 좋은데 그렇게 되면 저는 일만 해야 할 것 같아요. 연재한복의 대표로는 성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안에 아이들과 우리 가족은 없을 거 같아요.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지금은 다시 오지 않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일에 만족하시죠?
저는 워낙 일을 좋아하던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그때의 만족도와 지금의 만족도는 너무나 달라요. 제 일이다 보니 더 힘든 점도 많지만 시간을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아이들 육아도 함께 할 수 있어서 만족해요. 아이가 아플 때나 엄마가 필요할 때 바로바로 아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아이들이 어떤 아이로 크길 바라나요?
남편과 하는 얘기가 있어요. 남편은 일을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 재미있어서 하진 않는다고 해요. 반면에 저는 힘들지만 잘 입었다는 말을 들으면 너무 보람되고 행복하게 일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힘들고 스트레스 받을 때도 남편은 저를 부럽다고 해요. 제 아이들도 자기가 하고 싶은일을 재미있게 하는 아이였으면 좋겠어요. 공부를 잘하고 명문대를 가고 대기업을 가는 과정 말고, 실패하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고 힘들더라도 재미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행복한 일을 하길 바라요. 그게 남편과 저의 공통된 목표예요.
연재가 어릴 적부터 집 안에 작업실을 두고, 다락방엔 놀이방을 두고 일하셨죠. 육아와 일이 일상에 녹아 있는 모습이에요.
저는 부모님과 함께 살아요. 어머니가 아이의 육아를 도와주셔서 집에서도 일을 구분 지어서 할 수 있어요. 아이들에게도 엄마가 일하는 시간이 언제이고 일하지 않는 날은 너희와 더 많이 놀아줄 수 있다고 명확하게 얘기하는 편이에요. 큰아이 연재는 그걸 충분히 알고 있어요. 남편도 많이 도와주고 이해해주죠. 아버지는 가끔 택배 사고가 나면 직접 지방까지 배송해주시기도 하고요. 온 가족이 도와주기에 가능한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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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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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현지
포토그래퍼 안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