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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족의 각양각색 여행 법
어릴 때 부모님과 떠났던 여행은 그 자체만으로 설레고 떨리는 모험이었다. 그리고 그날들은 세상을 살아가며 문득문득 나를 웃음 짓게 한다. 이제는 내 아이의 손을 잡고 여행을 떠난다. 아이가 커가며 꺼내볼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우리가족은 여행길에 오른다.
@baekstage
소개를 부탁드려요.
뉴욕에서 살고 있는 두 살 된 남매 쌍둥이의 엄마이자 소셜미디어를 통해 패션, 여행, 육아 등의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로 재미있는 일을 벌이고 있는 안젤라백입니다.
패션 유튜버, 블로거, 인플루언서로서 SNS상에서 공유하는 트렌디한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은 많은 여성들의 워너비죠. 여행 역시 항상 빈틈없이 화려하단 느낌이 들어요.
여행을 가면 그곳과 어울리는 스타일로 옷을 입어보는 걸 좋아해요. 그것도 저에게는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거든요. 여행지로 가기 전에 현지 분위기를 파악해서 짐을 싸는 거죠. 마냥 편하게만 입기보다는 조금 불편해도, 짐이 많아져도 여행지와 잘 어우러지는 걸 고려해서 옷을 챙겨요. 남편, 아기들과도 같은 듯 다른 듯한 시밀러룩을 즐겨 입고요.
가족의 여행 스타일은 어떤가요?
남편과 저는 둘 다 체력이 좋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향이라 주어진 시간에 가장 효율적인 여정으로 동선을 짜는 게 저희 가족여행의 핵심이에요. 스페인을 간다면 바르셀로나와 마요르카를, 이탈리아를 간다면 로마와 카프리를 들러 한 여행에서 도시와 휴양을 모두 즐기는 거죠. 보통 일주일 일정에 근교 두 도시 혹은 두 나라 정도를 묶어 다녀요. 아이들이 아직 어리니까 아이들을 위한 여행보다는 저희 부부가 하고 싶은, 가고 싶은 곳을 위주로 하되 아이들도 고려해 일정을 짜고 있어요. 위험하거나 모험적인 곳은 배제하고, 세 도시에 갈 걸 두 도시만 가는 식으로 말이죠.
최근에 다녀온 가족여행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5월 말에 친정엄마, 저희 부부, 그리고 쌍둥이까지 스웨덴의 스톡홀름과 덴마크의 코펜하겐으로 일주일간 다녀왔어요. 스톡홀름과 코펜하겐은 다른 유럽 도시들보다 비교적 한산해 아이들과 함께하기에 좋았죠. 그렇게 두 도시 여행을 흡족하게 마무리하고 돌아오는데 비행기가 말썽이어서 두 번이나 지연되고 기내에서 네 시간이나 갇혀 있다 결국 캔슬되는 비극을 겪었어요. 그러다 계획에도 없던 로마에서 이틀을 더 보내버렸네요. 평소라면 분에 못 이겨 씩씩거렸겠지만 아기들이 있으니 침착하게 위기를 극복하고 보너스 같은 로마에서의 일정으로 여행을 마무리한 웃픈 경험이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요?
우선순위 정하기예요. 아이들이랑 함께하는 여행은 같은 루트도 늘 2.5배 이상의 시간이 걸리거든요. 가는 길에 새랑 얘기도 해야 하고 놀이터가 보이면 그네라도 한 번 타고 가야 해서요. 전 계획대로 다니는 걸 좋아하지만 아이들이 있으면 그대로 실현하기가 힘드니 꼭 해야 할 것, 가고 싶은 곳은 일정 앞쪽에 넣어서 하나씩 해나가요. 그렇게 하면 뒤쪽에 포기하게 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별로 미련이 안 남더라고요. 그리고 늘 아이들 수보다 어른 수가 한 명 이상은 많아야 떠난다는 게 제 신조예요. 특히 쌍둥이나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나는 아이가 둘이라면 엄마, 아빠가 한 명씩 맡아야 하니 그건 여행이 아닌 비싼 돈 주고 타지에서 하는 육아밖에 안 될 것 같아서 무조건 저희 집은 최소 어른 세 명이라는 필수조건을 갖춰야 출발한답니다.
아이들이 아직은 어린데, 많은 곳을 지치지 않고 다니는 게 신기해요.
건강한 체력과 긍정적인 마음가짐, 남편과의 호흡이 함께 해줘서 가능한 일이에요. 그리고 전 여행지에서는 평소에 지키던 육아 룰을 조금은 깨트려도 된다는 주의예요. 평소에 하루 한 시간만 유튜브를 허용했다면 여행에 가선 좀 관대하게 보여주고, 여행 중에는 손수 만든 유아식을 포기하고 시판 이유식을 사 먹이거나 하는 거죠. 집에서 하던 대로 여행 가서 하려고 하면 지치기 마련이거든요. 여행지도 다 사람 사는 곳인데 좀 덜 대비하고 부담을 줄이고 가도 괜찮아요.
여행을 통해 가족이, 그리고 아이가 경험했으면 하는 것이 있나요?
어딜 가더라도 가족끼리의 유대감, 사랑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고, 또 단체생활에서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과정도 배우면 좋겠어요. 가족도 하나의 단체인데 부모가 무조건적으로 아이에게만 맞추는 여행보다는 엄마, 아빠가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도 하는 그런 차원에서요.
아이들과 함께 여행 계획을 짜는 부모가 알아두면 좋은 팁을 알려주세요.
모두 바쁜 일정에서 큰 조각을 낸 소중한 시간이니만큼 계획은 철저하게 짜요. 미리 공부를 하고 중요한 우선순위를 정하는 거죠. 하지만 융통성 있게 변경과 포기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 놓아요. 아이들은 부모 마음처럼 안 따라와주니까요. 그런 포기를 어느정도 예상하고 가야 정신 건강에도 좋고 남편과의 마찰도 줄더라고요. 또 비수기 여행을 추천해요. 가격도 좋지만 여행객도 적어서 체력 소모가 덜 돼요. 아이들만으로도 충분히 기가 빨리는데 가는 곳마다 사람이 많으면 여행에서 에너지를 얻고 오는 게 아니라 길바닥에 버리고 오는 기분이 들 것 같아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한 가지는 날씨예요. 어른들끼리야 비가 오거나 햇빛이 뜨거워도 일정을 소화하지만 애들이랑은 날씨가 고된 곳이면 정말로 힘들어지거든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마음가짐. 아이들에게 너무 집착 말고 정해진 선 안에서 엄마, 아빠가 즐거운 걸 같이 하면 된다는 생각이에요. 아기들이 좀 크면 이 룰이 달라지겠지만 지금까지는 이 원칙들을 가지고 아이들과도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어요.
@avec_gari
소개 부탁드려요.
‘히솝Hysope’이라는 이름으로 옷을 만드는 김민정이라고 합니다. 두 달 뒤면 결혼 12주년을 함께 맞이하는 사랑하는 남편, 그리고 남편을 꼭 닮은 귀여운 열 살 아들 서우와 함께 살고 있어요.
최근까지 뉴질랜드에서 3개월 살아보기를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폰손비에 위치한 조용한 주택가에서 아이와 둘이 3개월 정도 살았어요. 태닝한 피부에 짧은 원피스를 즐겨 입는 멋쟁이 할머니 호스트와 함께 지냈죠. 그곳에서는 아이와 많이 걸어 다녔는데 그때 나누던 대화들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되었어요. 아이를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끊임없이 쏟아내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서우가 이런 아이였구나.’ 하고 엄마로서 새롭게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아이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며 제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더 여리고 섬세한 아이의 모습에 많이 놀라기도 했죠. 그리고 엄마로만 살던 저에게도 꼭 필요한 시간이었어요. 엄마의 인생은 앞으로 어떤 기대도 변화도 없을 것만 같잖아요. 그런데 여전히 자신의 인생을 위해 열정 가득 살아가는 그곳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그동안 너무 할머니 같은 마음으로 살았구나, 충격을 받았죠.
많은 나라 중에 최종적으로 뉴질랜드를 고른 이유가 궁금해요.
아이의 겨울 방학에 맞춰 따뜻한 나라에서 한 달 정도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원래 후보지는 호주와 미국 서부 쪽이었는데 아이의 어학원을 알아보다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수업을 하면 좋겠다 생각했죠. 그러다가 이 학교를 알게 됐어요. 한 학기 이상 등록 시 현지 학교에서 수업이 가능하다는걸 알고 어학원보다는 스쿨링이 낫겠다 싶어서 뉴질랜드로 마음을 돌리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여행 기간도 한 달에서 두 달 반으로 늘어나게 됐고요.
뉴질랜드에서 하루 일과는 어땠나요?
아주 단순하게 반복되는 일상이었어요. 아침에 아이의 도시락을 만들고 함께 학교로 걸어가요. 아이를 데려다주고 저는 곧장 어학원으로 가서 세 시간 정도 수업을 들었죠. 어학원이 끝나면 필라테스 수업을 가거나 미리 봐둔 숍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그리고 좋아하는 카페나 공원에서 가볍게 점심을 먹고 세 시에 서우 학교가 끝나면 동네 중고 서점이나 비치, 또는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스케줄이었어요. 뉴질랜드는 네 시면 대부분의 카페들이 문을 닫기 때문에 하교 후에 같이 카페 데이트를 즐길 수 없는 게 아쉬웠어요.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같이 책을 읽으며 이야기하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걸로 하루를 마무리했죠.
이번 경험이 가족에게는 어떤 의미가 될까요?
이곳에서 만난 뻥 뚫린 커다란 하늘과 비현실적인 구름들, 여유로운 사람들, 도시와 시골의 장점만 버무려 놓은 듯 한적하고 편리한 뉴질랜드 생활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어요. 그래서 이민을 알아보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가족의 10년 뒤, 20년 뒤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됐어요. 우리가 원하는 삶이 어떤 건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서로 원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됐죠.
만약 다른 나라에서 다시 살 수 있다면 가고 싶은 곳은요?
베를린이요. 제가 가족들과 다른 나라에 살게 된다면 어디가 좋을까 가끔 상상하곤 했어요. 저는 로마와 파리를 좋아하지만 가족과 생활한다면 독일이 가장 적절할 것 같아요. 합리적인 물가와 쾌적함, 그리고 가족 위주의 분위기가 좋거든요. 베를린은 2년 전 정말 추운 겨울에 아이와 여행을 갔었는데, 그 혹독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다음번엔 늦여름의 베를린을 꼭 한 번 느껴보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다른 나라에 살아본 경험이 아이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요?
다양함에 대해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뉴질랜드는 선생님도 부모도 아이를 강하게 키워요. 아이들은 맨발로 학교를 누비고 다니고 자기보다 큰 가방을 메고 다녀도 부모가 대신 들어주지 않아요. 처음에는 저도 그런 모습들에 놀랐는데, 나중에는 부끄러워지더라구요. ‘우리가 아이들을 너무 화초처럼 키우고 있었구나.’ 하고요. 그리고 그들의 느긋한 기질을 보면서 아이와 대화를 나눴어요. “여기는 사람들이 운전하면서 빵빵거리지를 않네.”, “기다려주네.”, 하면서 신기하다고요. 그런 다른 상황들을 보고 경험하면서 무엇이 자기에게 좋고 맞는지 스스로 느낄 수 있었으면 해요.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녹아드는 경험들이 아이를 유연하고 자유롭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어디든 훌쩍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고요.
아이와 함께 다른 나라 살아보기를 도전해보고 싶어 하는 부모를 위해 조언을 부탁해요.
다른 나라 살기를 고민하고 있다면 그냥 무작정 떠나보시라고 하고 싶어요. 제가 뉴질랜드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거기에 누구 아는 사람 있어?’ 였어요. 제가 아니라고 하면 다들 놀라는 반응이었고요. 저는 그런 질문과 반응이 참 신기했어요. 아는 사람이 있어야 가는 건가 했죠. 저는 이번 여행에서 미리 준비한 게 숙소와 아이 학교, 딱 두 가지뿐이었어요. 일부러 그러는건 아닌데 무작정 그곳에 떨어져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을 즐기거든요. 물론 그러다 보면 실수도 하고 어려움도 겪으면서 불편함이 생길 수는 있지만 그게 위험한 건 아니에요. 그리고 내 아이에게 좀더 깊숙이 들어가 보고 싶다면 가족 단위의 단체 여행보다는 아이와 단둘이 떠나보는 시간을 꼭 가져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엄마, 아빠, 아이가 다같이 떠나는 여행과 나와 아이만 떠나는 여행은 정말 달라요.
@ym_studio
소개를 부탁드려요.
서울에 살고 ‘즐겁고 건강하게 살자’가 삶의 모토인 세 가족입니다. 저는 패션 스타일리스트이자 딸 아이 시우와 함께 만드는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 ‘SIUSIU’의 대표이기도 해요. 시우는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고 예나 지금이나 틈만 나면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평범하고 예민한 보통 십대랍니다. 유머 코드가 남다른데 유쾌하고 재미있는 딸아이를 통해 우리 부부는 많은 영감을 받아요.
《WEE》 매거진에서 김윤미 씨의 가족을 소개한 적이 있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키즈 아티스트 시우와 스타일리스트 엄마가 함께하는 여행 스타일은 어떨지 궁금해요.
저희 가족에게 여행은 삶의 원동력이에요.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틈만 나면 어디로 떠날까 궁리를 많이 하고요. 국내든 해외든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늘 떠날 준비가 되어 있죠. 셋 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서바이벌 여행을 즐기는 편이에요. 낯선 곳, 이국적인 곳에서 느끼는 모든 것들이 우리의 에너지를 업시켜주거든요.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해야 할까요? 예를 들면 현지인과의 만남을 즐긴다거나, 로컬 식당을 굳이 찾아간다거나 하는 식이요.
평소에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시간을 내 가족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있나요?
남편도 바쁘고 저도 바쁘고 시우 역시 바빠요. 요즘엔 키즈 인플루언서가 돼서 행사 초대도 종종 받는데 우스갯소리로 아빠가 “요즘 시우 스케줄이 엄마보다 더 바쁘네?”라고 할 정도거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달력을 보며 호시탐탐 다음 여행지를 생각하고 시간을 맞춰 떠나는 이유는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이 너무 크기 때문이에요. 우리 가족에겐 여행이 휴식의 의미보다는 ‘체험’에 가까워요. 낯선 곳에서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사랑해요.
최근에 몽골로 가족여행을 다녀오셨죠. 몽골로 떠난 이유가 있나요?
제가 대학교 때 울란바토르 대학교로 한 달간 파견 봉사를 다녀온 적이 있어서 제 여행 리스트에 몽골은 한 번도 올려본 적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여보, 이번 여행은 몽골 어때? 시우랑 초원에서 말 타보고 싶어!” 하더라고요. 이유는 그것뿐이었어요. 그렇게 기대 없이 몽골로 떠났는데, 웬걸요! 그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매력적인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아직도 ‘몽골 앓이’를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끝도 없이 펼쳐진 쳉헤르에서 대자연의 위엄을 느끼며 즐기던 말 타기,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하늘을 빼곡히 수놓은 별들은 정말 잊을 수 없는 순간의 기억이에요. 우리가 그렇게 목을 꺽어가며 오래도록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있었나 싶어요. 너무 행복했어요.
분명 순탄치 않은 여행이었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말해주세요.
몽골 여행은 호불호가 극명해요. 이동 시 화장실이 없어 초원에서 우산을 펴고 아무 데서나 소변을 보는 일이 제일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것도 이틀 지나니 완전 적응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땅덩어리가 넓다 보니 이동 시간이 어마어마하죠. 보통 하루에 짧게는 세 시간, 길게는 열 시간 이동했거든요. 도로 상태는 울퉁불퉁하고 이정표도 하나 없고 내비게이션도 당연히 안 되고요. 몽골은 외국인이 운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현지 몽골 드라이버랑 6박 7일을 함께했어요. 또 시우와 남편은 몽골 현지식을 100퍼센트 즐겼는데 저는 비위가 약한 편이라 음식 적응이 좀 어려웠죠. 지금은 이런 모든 에피소드가 저희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네요.
여행 갈 때 꼭 챙기는 물건이 있나요?
시우는 어디를 가든 항상 스케치북과 색연필, 연필을 챙기고요. 남편은 읽을 책과 카메라 장비, 스피커를 준비하고, 저는 향초와 세 명을 위한 마스크팩을 꼭 챙겨요.시우네 가족만의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 있을까요?저희는 어떤 상황이든 즐길 준비가 되어 있어요. 어디에 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요. 그래서 차가 막혀도, 이동 시간이 길어도, 가는 도중 차가 모래밭에 빠져도 잘 대처하는 편이고 짜증 내는 사람도 없어요. 서울에서의 바쁜 삶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 모든 걸 그냥 좋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이런 게 여행의 묘미지!” 이런 말을 자주 해요.
여행을 통해 가족이, 그리고 아이가 경험했으면 하는 것이 있나요?
우리의 삶엔 다양함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 가족 모두 한쪽으로 치우치는 삶을 살지 않길 바라요. 너무 공부만 하고 너무 일만 하고 사는 건 재미없어요. 저는 삶에 있어서 밸런스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저 또한 서울에서는 그걸 지켜내기가 어렵긴 해요. 제가 ‘적당히’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요, 긍정적인 의미로 뭐든 적당한 게 좋은 것 같아요.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잖아요. 인생도 적당히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다음 여행은 어디로 떠날 계획인가요?
여행을 자주 가지만 계획을 미리 세우지는 않아요. 누군가가 또 툭 “다음 여행 갈 수 있는 타이밍 생기면 여기 어때?”라고 말하면 그 사람의 의견을 먼저 따를 거예요.
@cremeuse
소개를 부탁드려요.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프랑스인 남편 피에르다미앙PierreDamien과 레고 디자이너가 꿈인 아홉 살 아들 알릭스Alix와 함께 살고 있는 김세내라고 합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위해서 시장에서 장을 보고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 《달콤 짭조름한 디저트》라는 책을 내기도 했어요.
누군가에게는 로망의 나라가 세내 씨 가족에게는 현실이고 일상이겠네요. 오히려 한국 방문이 여행 같은 느낌일 것 같아요.
아이는 태어나서 아홉 살이 된 지금까지 한국, 싱가포르, 미국, 프랑스 이렇게 네 나라에서 살았는데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무척 최첨단이라며 놀라고 즐거워하고, 한국을 자랑스러워해요. 남편은 한국에서 근무도 했었고, 머무는 동안 곳곳을 많이 여행해봐서 그런지 편안함이 느껴진다고 하네요. 서울 한복판 빌딩숲에 덕수궁, 경복궁 등의 고성과 한옥, 양옥, 현대적인 아파트의 조화로움, 높지는 않지만 작은 산들, 그리고 차를 타고 조금만 달려도 닿을 수 있는 바닷가…. 이런 한국의 풍경들이 좋대요.
최근에는 영국으로 아이와 여행을 다녀오셨죠. 어떤 시간이었는지 궁금해요.
지난 봄방학에 일주일간 런던을 방문했어요. 유로스타로 가면 파리에서도 멀지 않고 때마침 남편의 런던 출장과 일정이 맞아서 함께 떠났답니다. 해리포터를 좋아하는 아이의 취향에 맞게 킹스크로스역 플랫폼 9와 ¾에서 직접 해리포터 카터를 잡고 사진을 찍는 게 저희 런던 여행의 첫 일정이었어요. 그리고 아이와 비를 맞으며 런던의 자연사 박물관, 테이트모던, 도서관에 가고, 뮤지컬을 관람하기도 했죠. 파리보다는 좀더 국제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고, 흔히 맛없다는 영국 음식들도 아이는 맛있다며 매일 잉글리쉬 브랙퍼스트 스타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가족 여행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셋이서 함께한 모든 여행이 다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지만, 저희 부부에게는 아이가 만 두 살일 때 갔던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와 라오스 루앙프라방 여행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아이가 한참 코끼리와 정글북 그림책들을 좋아할 때였는데 앙코르와트에서 만난 다양한 코끼리 조각들을 보며 즐거워하던 모습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꽤 어린 시절의 여행인데 아이는 그걸 아직도 조금씩 기억하고 있어서 가끔 이야기하기도 한답니다.
가족여행을 할 때 각각 아이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요?
함께하는 저희 셋의 여행들이 차곡차곡 아이의 마음에 쌓였으면 좋겠어요. 같이 걸은 길, 높다란 파도에 속이 울렁거리던 배, 걷다가 발견한 어느 동네 놀이터의 미끄럼틀, 무척 차가운 어느 바닷가에서의 바다 수영, 조개껍데기를 잔뜩 올린 바닷가 모래성, 멋진 레스토랑에서의 맛있던 식사…. 이 모든 시간이 아이에게 따뜻하고 친절하며 서로를 무척 사랑했구나 하는 기억들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크면서 힘든 일들을 겪을 때 큰 자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세내 씨 가족만의 여행 스타일은 어떤가요?
여행지에서 구체적인 스케줄을 딱히 정하지 않아요. 박물관, 미술관, 멋진 카페를 다 찾아가지 않고 그 여운을 조금씩 남겨두죠.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올 거니깐 그때 와서 볼 수 있는 것도 남겨둬야지, 아니면 아이가 좀더 크면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이랑 함께 올 수도 있겠지 하는 마음에서요. 하지만 꼭 가고 싶은 곳은 미리 챙기죠. 그리고 여행하는 곳의 언어로 인사말과 감사의 말 등은 해보려고 노력하고, 시장과 슈퍼마켓, 로컬 음식점 등을 꼭 방문해봐요.
가족여행을 계획하는 부모에게 알려주면 좋을 팁을 말해주세요.
여행지와 관련된 영화나 그림, 이야기가 있으면 함께 찾아보면서 그곳의 분위기를 먼저 느껴보는 것을 추천해요. 그러고 난 후 여행을 하면 그때 그곳이구나 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미술관을 간다고 한다면 미리 아이와 그림을 먼저 찾아본 후 그 그림을 실제로 만나보는 거죠. 그리고 유명한 작품을 다 만나지 못했다 하더라도 아쉬워하지 말고 아이가 한 작품을 보더라도 즐거워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느끼면 될 것 같아요.
프랑스로 가족여행을 떠나려는 부모들에게 추천해줄 좋은 여행지가 있나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파리나 남프랑스도 좋지만, 여름에는 프랑스 중부의 도르도뉴에서부터 서쪽의 보르도, 아르카숑의 캅페레의 루트로 자동차로 떠나는 로드트립을, 겨울에는 시간과 기회가 된다면 알프스 스키 여행도 추천 드려요. 하지만 어느 계절에 어느 곳으로 떠나도 실망스럽지 않은 나라가 프랑스이기도 하죠. 그리고 프랑스는 큰 도시들부터 아주 작은 마을들까지 매주 시장이 열리거든요. 이런 시장 방문도 추천하고요. 신선한 야채, 과일, 고기, 치즈 등 그 계절에 맞는 다양한 먹거리 외에도 지역 특산품을 구경하고 맛보고 살 수도 있어요. 그리고 에어비앤비와는 조금 다른 프랑스 시골 가정에 머물러 보는 프랑스식 민박인 샹브르 도트chambre d’hôte 이용도 추천해요.
에디터 남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