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아빠와 부엌은 처음이지?

아이와 함께 베이킹

어서 와, 

아빠와 부엌은 처음이지?

아이가 달걀을 들고 초롱초롱한 눈에 별이 박힌 채 다가온다. 오늘은 친절한 요리사로 알려진 신효섭 셰프가 딸 유은이와 처음 요리하기로 한 날이다. 약속을 기억하는 아이는 며칠 전부터 이날을 기다렸고, 부녀는 일주일 뒤 있을 유은이의 생일을 맞이해서 케이크를 만들기로 했다. 아이는 하얀색 앞치마를 하고 아빠의 옆자리를 차지한다. 테이블에 놓인 색색의 과일을 주워 먹기 바쁘더니 이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산딸기를 자르며 요리의 시작을 알린다. 아빠는 커다란 볼에 밀가루를 넣고 유은이가 달걀을 터뜨린다. 아빠는 여기저기서 터지는 달걀을 손으로 담기 바쁘지만 아이의 엉뚱한 행동에 미소 짓는다. 함께 요리하면서 음식 속에 담긴 아이의 삶으로 초대받는 일. 산만하고 어수선하지만 꼭 해보고 싶은 일이라고 했다. 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린 딸도 활짝 웃었다. 아이가 세상에서 처음 배운 요리는 아빠와 딸이 나누는 눈부신 선물이 된다.

INTERVIEW 


신효섭 셰프
레스토랑 어무이, 인스키친 대표


“저는 마일리지가 짧은 음식들을 주로 사려고 해요. 대형 마트보다 협동조합같이 그 지역에서만 판매되는 걸 먹는 게 신선해요. 또 어떻게 씻어 조리하는지도 중요해요. 저는 껍질을 다 벗기자는 주의는 아니에요. 다만 세척을 신경 써서 하죠. 재료의 조리도 화학적인 건 안 쓰고 좋은 소금으로만 간을 해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레스토랑 두 군데와 쿠킹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EBS <최고의 요리비결>과 라디오로 꾸준히 인사드리고 있고, 대학교에서 학생들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어요. 문화센터에서 강좌도 많이 하죠. 또 최근 네 식구가 되면서 가족에 집중하려고 해요. 어깨가 무거워지는 타이밍이에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어릴 때부터 요리를 했다고 알고 있어요. 흥미가 있었나요?

친척이나 주변에 요리하는 사람이 많아서 관심이 컸어요. 부모님이 바쁜데 누나는 요리를 안 해서, 초등학교 3~4학년 때부터 제가 밥을 해 먹었어요. 자연스럽게 중학교 때부터 요리사가 꿈이 되었어요. 수능 끝난 다음 날부터 지금까지 거의 쉬지 않고 요리하고 있어요. 남들 쉴 때 못 쉰다고 반대하시던 아버님도 지금은 많이 인정해주시죠.

꿈을 이루었네요. 꿈이 현실이 된 요리사에게 요리는 전부나 다름없겠죠?

그렇죠. 요리는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예요. 무척 슬픈 일이긴 한데, 너무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다른 건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어요. 요리사가 꿈이라고 말하고 노력하다 보니 지금은 현실이 되었어요. 요리사가 되어 책을 내고 가게를 갖는 꿈은 어느 정도 이뤄졌어요. 또 다른 목표 중 하나는 아카데미를 만드는 거예요. 후배도 양성하고 어린 친구들에게 요리사의 현실을 알려주고 싶어요. 사실 너무 힘든 일이거든요. 현실성 있는 수업을 하고 싶어요. 핀란드에 초청을 받아 요리 국영 학원 같은 데 간 적이 있어요. 우리나라 요리 수업은 요리를 배우고 해보는 게 끝인데,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 좋았어요. 지역 사람들도 그곳에 가면 아이들이 열심히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알고 있고요. 아이들이 서비스도 자연스럽게 배우는 거죠.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요.

핀란드에는 한식을 알리기 위해 가신 거죠? 음식이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책임감도 있을 거 같은데요.  

핀란드, 싱가포르, 인도, 중국, 베트남 등에 한식을 알리기 위해 많이 가요. 그런데 제가 느끼는 한식과 나라가 지향하는 한식은 많이 달라요. 인도에서 비빔밥을 500인분 비볐어요. 저는 우리 것만 너무 고집하기보다 일단 접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 나라에 맞는 식재료로 캐주얼하게 선보였거든요. 하지만 비빔밥의 의미를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외국 나가서도 수라상을 만들어 전통성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저는 형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김치전을 했는데 그들이 좋아하는 향신료를 넣어 거부감 없게 하는 거죠. 김치를 먹어볼 수 있게 하려고요. 그래도 보람된 건 많은 나라에서 한식을 사랑해줬어요. 케이 팝 다음에 그들이 궁금한 건 케이 푸드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그 나라에 맞는 식재료로 한식을 풀고 싶어요. 

음식은 추억으로 기억되는 듯해요. 추억이 묻어나는 음식이 있나요? 

저희 어머니가 아홉 남매 중 맏딸이에요. 한 번 모이면 어마어마한 식구들이죠. 넓은 마당이 있고, 부뚜막에 불 때는 시골에서 자랐어요. 어릴 적부터 떡도 쳐서 먹고 맷돌에 물을 부어 콩국수를 갈아 먹고 그랬어요. 개떡 만들려고 쑥도 뜯고요. 시골에서 요리한 기억이 너무 생생해요. 이모들이 요리하면 늘 옆에 앉아있었거든요. 나물을 무치면 제일 먼저 제 입에 넣어줘요. “어때?” 그러면서 간을 보라 하죠. 이제는 제가 요리하니까 엄마나 이모의 요리를 평가해서 부담스러워 하지만요.

문화센터에서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요리 강좌를 오래 하셨다고요.

초창기에 엄마와 아이가 요리하는 수업을 많이 했어요. 결혼 전부터 아이를 좋아했거든요. 요즘은 달라진 게 아빠와 요리하는 수업이 많아졌어요. 아빠들은 자의든 타의든 함께 와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니 즐거워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저도 우리 아이랑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오늘 현실로 이루어져서 너무 기뻐요. 해보니까 앞으로 자주 해도 될 듯해요. 다음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양파를 넣어 피자를 함께 만들고 싶어요. 

셰프님의 가게에 아이와 갔을 때, 유은이 주려고 직접 우린 사골을 내어주셨잖아요. 아이 음식을 직접 만드시나 봐요.

아내는 요리를 거의 안 해요. 사골은 제일 좋을 때 주문해 레스토랑에서 끓여 집에 가져가요. 그런데 “에~.” 그러면서 뱉어요. 오늘 아침에도 유은이에게 오이를 절여 무쳐줬는데, 안에만 파먹고 껍데기는 안 먹더라고요. 요즘 잘 안 먹어서 걱정이에요. 한번 먹어 보면 다음엔 안 먹으려 해요. 

셰프 아빠라도 아이가 안 먹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죠? 

그렇죠. 제가 요즘 자괴감에 빠졌어요. 잠 덜 자고 새벽에 반찬을 만들어놓지만 안 먹어요. 그래도 노력하면 점점 좋아지겠죠. 작년에 집 앞에 로메인, 상추, 비트 등을 심어서 이유식으로 먹였어요. 올해도 심으려고요. 이유식 할 때는 잘 먹었는데, 또 어떻게 바뀌었을진 모르겠네요.

가공식품도 안 먹이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인데요. 현실적으로 힘들어요. 하지만 기준을 두고 먹이려 해요. 한살림 같은 곳에서 아이들 전용으로 나온 거로 먹여요. 가공식품을 안 먹이려면 부모 둘 중 한 명은 아이 음식에 완전히 매달려야 할 듯하거든요. 다른 것보다 탄수화물 섭취가 떨어져 걱정이에요. 저의 지론은 ‘빵도 괜찮다.’인데 아내는 어떻게든 밥을 먹이려고 하죠. 물론 빵이나 면이 영양상 좋은 탄수화물은 아니지만 지금은 탄수화물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생선과 고기는 먹는 편이라 단백질은 섭취가 되는 거 같은데 과일을 너무 좋아해서 문제예요. 당은 줄이고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늘리려고 해요. 

많은 책에서 유아기의 입맛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해요. 그래서 신선하고 다양한 재료로 본연의 맛을 살려 먹이라 하죠. 유은이의 음식을 만들 때 기준이 있나요?

유아기 입맛 중요하죠. 제 경우는 마일리지가 짧은 음식들을 주로 사려고 해요. 대형 마트보다 협동조합같이 그 지역에서만 판매되는 걸 먹는 게 신선해요. 또 어떻게 씻어 조리하는지도 중요해요. 예를 들어 시금치는 흐르는 물에 씻기보다 침지를 잘해야 해요. 그래야 농약이나 흙이 잘 떨어지거든요. 저는 껍질을 다 벗기자는 주의는 아니에요. 다만 세척을 신경 써서 하죠. 재료의 조리도 화학적인 건 안 쓰고 좋은 소금으로만 간을 해요. 웬만하면 한 번 쪄서 요리하고요. 

최근 한 독서 간담회에 참석했는데 사회적 구조가 아빠의 육아를 방해해 아빠가 육아에서 소외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아빠로서 어떻게 느끼나요?

공감해요. 저는 다른 아빠들보다 시간을 자유롭게 쓰지만, 그래도 아이와 경험하지 못하는 게 너무 많아요. 사회적 분위기도 일과 야근을 당연하게 여기고요. 이런 구조에서 일과 육아 두 가지를 다 잘하긴 힘들어요. 아이가 하나일 때도 느꼈는데 둘이니까 할 일이 두 개, 네 개 제곱으로 늘어난 느낌이에요. 아빠가 되고 나서 잘 키우고 잘 벌어야 한다는 무게감도 무척 커졌고요. 물론 독박 육아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아빠의 육아에 대한 기대치도 너무 올라갔어요.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거기까지 가는 게 너무 힘든 거 같아요. 지금 하는 일 몇 개를 포기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행복한 건가, 싶다가도 지금 일을 안 하면 이 생활을 유지할 방법이 없거든요.

엄마와 아빠는 아이와 놀아주는 방식이 다르죠. 요리하는 아빠는 어때요?

저희 부부는 역할이 좀 바뀐 거 같아요. 제가 일반 남편과는 다른 역할을 많이 하다 보니 주로 잔소리를 하는 쪽이에요. 그리고 보통 아빠들은 몸으로 놀아준다는데 저는 소꿉놀이나 역할놀이가 편하거든요. 대신 아내가 아들과 뛰며 놀아주고 있어요. 부부가 성격이 많이 다른데 사회적 기준보다 아이가 하고 싶은 거를 해주자는 건 같은 마음이에요. 하지만 훈육은 많은 대화가 필요한 듯해요. 제가 요즘 많이 받아줘서 아내가 불만스러워하고요. 오늘 아침에도 유은이가 침대 매트에 훈제 달걀을 까서 노른자를 다 발라났어요. 화 안 내는 연습을 하고 있죠. 레스토랑에서도 그런 아이들이 있으면 ‘애들이 그렇지.’ 하면서 이해하고요.

하지만 식당 운영자가 아이가 없으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노키즈 존’도 많아졌고요. 

저는 노키즈 존은 사람답지 않고 몰상식하다고 생각해요. 술집이 아닌 이상 그렇게 써놓는 거 자체가 이해가 안 돼요. 아이 데리고 갈 때 얼마나 신경 쓰는데요. 주변에 그런 셰프가 있으면 얘기해요. 굳이 그렇게 써놓지 않아도 부모가 판단해서 아니다 싶으면 아이와 가지 않는다고요. 천 명 중 한 명 데려갈까 말까 한 건데 그것도 못 버티면서 어떻게 장사할 거냐고요. 물론 민폐인데, 방해 안 되게 노력하고 정리하고 나오면 되죠. 사회적 분위기가 아이를 안 낳다 보니 그런 거에 야박한 게 속상해요. 저는 아이가 없었을 때도 이해가 안 갔고, 나중에 제 아이가 다 커도 싫을 거 같아요. 자기도 아이였을 때 그렇게 컸는데 생각을 못 하는 거죠.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일부 때문에 그런 시선이 많아진 거 같아 안타까워요.

재료


제빵용 박력 쌀가루 100g, 달걀 200g, 설탕 100g (설탕은 20~30% 줄여도 가능), 녹인 버터 20g, 베이킹파우더 1g(화학 성분을 싫어하는 엄마들은 안 넣어도 좋다. 약간 덜 부풀 뿐), 생크림 1컵, 설탕 1큰술, 생과일(딸기, 포도, 파인애플 등 아이가 좋아하는 과일), 슈가파우더 2작은술

만들기


1 달걀 4개가량을 노른자와 흰자로 분리하고, 양쪽에 설탕 50g씩 넣어준다.
2 볼에 넣고 거품기를 사용하여 고속으로 저어 거품을 낸다(거품이 잘 안 올라오면 볼 밑에 미온수를 받쳐 저어준다).
3 거품이 올라오면 녹인 버터와 쌀가루를 체에 쳐서 2~3회로 나누어 넣고, 거품이 꺼지지 않게 아래에서 위로 저어준다(반죽을 바닥에 탁탁 쳐서 기포를 빼주면 더 매끈한 빵이 나온다).
4 3호 케이크 틀에 담아준 후 170도로 예열된 오븐에 넣어 10분간 굽는다(가운데를 젓가락으로 찔렀을 때 반죽이 묻어 나오지 않으면 다 익은 것이다).
5 160도로 온도를 내려 7~8분간 더 굽고, 케이크를 식혀둔다.
6 볼에 생크림과 설탕을 넣은 후 크림이 올라올 때까지 젓는다.
7 식혀놓은 케이크를 반으로 잘라 양쪽 면에 생크림을 바른다.
8 아이가 원하는 대로 과일을 장식한다.
9 슈가파우더를 뿌려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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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현지

포토그래퍼 안가람 소품 협찬 주퍼조지알(by 네추럴기프트), 쿤리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