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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더듬거리며 만들어 가는 일
100권의《AROUND》는 무수한 사람들의 글과 말, 사진과 그림의 총합이다. 100호를 기념해 우리의 책을 짓고 다듬거나 한 자리를 채운 100인에게 직업과 삶에 관한 한 가지 질문을 건넸다.
01 어라운드 편집장 김이경
회사원은 유급 휴가도 있고, 퇴근하고 일을 안 하려면 안 할 수도 있고, 여차하면 사표를 낼 수도 있죠. 그런데 편집장님은요? 가끔 《AROUND 》에서 도망치고 싶지 않아요?
아, 진짜 때려치우고 싶은 날 너무나 많았는데(웃음). 나는 직장인이 아니니까 책임감이 그리 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았고, 보헤미안처럼 자유롭게 떠도는 삶을 꿈꾸며 20대를 보냈어. 그런 나에게 《AROUND 》 가 책임감이 뭔지 알려줬지. 애초에 나는 사람들과 같이 만드는 《AROUND 》 를 꿈꾸고 있었더라고. 나는 그간 꿈을 이뤘어. 《AROUND 》 안팎으로 함께해 준 이들이 나를 계속 제자리로 돌려줬다고 생각해. 《AROUND 》 의 전신(?) 인 《playground 》 의 이름처럼 나는 그저 큰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어른들의 성장을 봐온 기분이야. 앞으로도 도망은 못 칠 것 같고(웃음), 조금씩 한 발짝 뒤로 물러나 《AROUND 》 의 울타리가 되어야겠지.
02 어라운드 에디터 이명주
매거진을 구성하는 요소로 비주얼은 빼놓을 수 없죠. 인터뷰를 기획할 때, 주제에는 딱 맞는데 비주얼이 아쉬워서 기획하지 못한 경우가 있지 않나요? 매거진을 꾸릴 때 이미지와 원고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두고 있는지 궁금해요.
스스로 고민이 크던 질문을 만나버려, 눈앞에 있는 ‘꼬북칩’을 뜯어 이십 개쯤 먹었으나 멋진 답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대신 솔직한 답을 해볼게요. 저는 에디터가 되기 전부터 인터뷰를 좋아했어요. 그날만 가능한 대화와 그날의 대화였기에 가능한 사진이 한데 모여 있으니까요.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어떤 이들의 하루를 보는 기분이잖아요. 텍스트만 적힌 걸 매거진이라고. 사진만 있는 걸 인터뷰라고 부르지 못하니 반드시 글에 이미지가 더해져야 매거진 인터뷰가 된다고 생각해요. 둘을 떼어 놓을 수 없지만 분명 대화가 바탕이 되고 장면이 덧붙여져야 한다고요. 매번 이 질문을 마주하며 고민합니다만 조금 더 날것의 마음을 털어놓자면, 그날의 대화가 잘 풀린다면 그날의 사진은 자연히 잘 찍히지 않겠나… 무르게 생각해 버려요.
03 시인 문보영
Vol.83 | 2022. 05. | 〈일기장의 모든 것 〉
‘창작의 시작은 일기’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죠. 문보영의 창작의 끝은 무엇일까요?
창작의 끝을 생각하니 조금 슬퍼지네요. 여태껏 종착점을 상상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끝이 완성을 의미하는 거라면, 그것은 영영 가능하지 않을지도요. 끝을 목적지라고 생각한다면, 그곳에서는 창작자가 자신의 글에서 사라지고, 글도 글에게서 풀려났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창작의 끝은 또 다른 일기의 시작일지도 몰라요. 일기에서 출발한 창작이 새로운 기록을 남기고, 그렇게 끝나지 않는 순환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요. 창작의 끝은, 끝이 아니라 계속되는 작은 변형들이기를 바라요.
04 콘텐츠 매니저 손현
Vol .77 | 2021. 05. | 〈영영 쓰는 사람 〉
77 호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 이 일을 하면서 어떻게 해야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고 했죠. 좋아하는 일에 제대로 금전적인 보상을 받는 요령이 궁금한데, 어떻게 하면 기준을 확실히 세워볼 수 있을까요?
직장인이든 프리랜서든 자신의 가치를 책정하는 건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일이죠. 여기에도 수요공급의 법칙이 적용돼요. 수요자(회사) 가 최대로 줄 수 있는 보상과 공급자(직장인, 프리랜서) 가 기대하는 최소 수준의 보상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잖아요. 가격은 그 사이에서 정해지겠죠. 현재 프리랜서라면, 차라리 클라이언트에게 가용 예산이 어느 정도인지 물어보고 그 한도 안에서 현실적으로 들어가는 품을 고려해 견적을 제안해 보세요. 이때 내 욕망에 솔직해지는 게 중요해요. 돈을 많이 벌고 싶은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고 싶은지, 내 역량이 이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할 정도로 독보적인 경우라면(일단 저는 아닙니다.) 자신의 가치를 비싸게 책정할 수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극소수예요. 저는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우선 만들고, 그 일을 최대한 잘해내는 방법을 추천해 드려요. 언젠가 다음 기회가 찾아올 테고 조금씩 가격을 높일 수 있거든요.
05 뮤지션·작가 오지은
Vol.32 | 2015. 12 | 〈익숙한 새벽 세 시〉 Vol.80 | 2021. 11. | 〈꼬마, 흑당이, 짜짜미, 뭉돌이〉
얼마 전에 고사리(팬을 부르는 애칭)에게 4집을 약속하셨죠. 곧 데뷔 20주년, 공공연하게 약속한 4집, 그대의 창작 활동은 지금…?
요즘은 책을 쓰고 있는데요. 농담 삼아서 우선채권자들(출판사)이 독촉해서 쓴다고 말하곤 하는데, 정말 농담이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씁니다. 올해는 아마 두 권이 나올 것 같아요. 먼저 나올 책은 《우울증핸드북(가제)》이라는, 우울증에 대한 가이드북이에요. 가이드북이라니 좀 이상하죠. 그래도 가이드는 필요하니까…. 음악은 오랫동안 새로운 곡을 쓸 생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작년부터 ‘다시 때가 왔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나의 앨범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우선 그것부터 천천히 생각해 볼 예정입니다. 그게 정해지면 4집 작업이 시작되겠지요.
06 일러스트레이터 키미
Vol.82 | 2022. 03. | 〈당신의 책은 어떤 장르인가요?〉 Vol.89 | 2023. 06. | 〈그린, 댄스 그리고 사랑을 담아〉
키미를 움직이는 것 중 하나는 ‘초록’이죠. 상상해 볼게요,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초록이 식별되지 않아요. 녹색맹이 시작된 건 아닌지….
어쩌면 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초록의 양이 정해져 있는데 내 몫을 너무 흥청망청 써버린 건 아닐까, 하고 실제로 일어난 일인 양 반성하게 되네요. 초록이 식별되지 않는 순간부터 창작자로서의 키미는 아이러니하게도 색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것 같아요. 질문을 읽는 순간 비로소 눈에 보이는 초록색 말고 진짜 내 마음속 초록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숲의 냄새와 풀의 소리와 축축한 이끼의 촉감 같은 것들이요. 그것도 좋지 않나요.
07 그래픽 디자이너 오혜진
Vol.82 | 2022. 03. | 〈아름다운 게 최고입니다〉 Vol.99 | 2025. 02. | 〈흙과 인간을 관찰하고 잇는〉
“작업할 때 손이 빠르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죠. 창작과 속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실래요?
다시 생각해 보니 틀린 말 같아요. 저는 몹시 느린 인간이란 사실을 최근 깨달았네요…. 효율이 미덕처럼 느껴지는 사회지만 빨리하면서 잘하기까지 하는 건 불가능한 것 같아요….
08 시인 김승일
Vol.66 | 2019. 07. | 〈잘 들고 있어요〉 Vol.86 | 2022. 11. | 〈이런 지옥이라면 가보고도 싶다〉
제 세상엔 두 명의 천재가 있고, 그중 한 사람이 김승일이에요. 승일 씨는 노벨 문학상을 꿈꾸고 있죠. 유튜브 채널명이 〈노벨 문학상을 향한 여정〉이기도 하고요. 창작자 김승일의 목표는 진정 노벨 문학상인가요?
당신에게 노벨 문학상은 무엇이죠? 제 목표는 노벨 문학상이 맞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웃어요. 그러면 저도 웃으면서 진짜 진짜 노벨 문학상에 진심이라고 강조하죠. 그러면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미소 지어요. 그들의 미소가 저를 미소 짓게 하죠. 그러니까 노벨 문학상은 농담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저와 제 앞의 사람들을 웃게 만들죠. 저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들을 존경합니다. 해야만 하는 말과, 해야만 하는 행동과, 일어나야만 하는 사건을 만든 사람들이죠. 매년 수상 후보에만 오르다가 죽은 작가들도 좋아합니다. 어쩔 땐 그들의 작품을 더 좋아하죠. 저는 존경받고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사람이 왜 노벨 문학상을 받지 못했지? 감식안이 좋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기를 바랍니다. 늘 문학을 사랑하세요. 그리고 웃으세요.
09 작가 이슬아
Vol.46 | 2017. 05 | 〈지금, 당신에게, 이 단어, 여성〉 Vol.92 | 2023. 12 | 〈뭉근한 사랑의 몸짓〉
다시 시작된 〈일간 이슬아〉의 편편이 마치 드라마처럼 ‘다음 이 시간에…’ 느낌으로 끝이 나고 있어요. ‘다음’을 기다리는 독자가 있다는 확신과 믿음을 어떻게 가질 수 있나요?
중요한 질문이라 숨을 한 번 고르게 되네요. 다음을 기다리는 독자가 있다는 확신은 제게도 없는 것 같아요. 없기 때문에 더더욱, 다음을 기다리지 않고는 못 배길 만한 마지막 문장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지요. 제 스승님이 말씀하셨듯 작가는 역시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준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첫 문장에서는 사로잡고 싶고, 마지막 문장에서는 잊을 수 없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에요. 드라마를 쓰다 보니 산문에서도 이 성향이 더 강화되는 것 같아요. 반드시 다음에도 봐주길 바라니까, 독자 없이는 작가도 없으니까, 읽는 사람이 들어올 자리를 적극적으로 만들며 정진하고 있습니다.
10 스테이폴리오 대표 장인성
Vol.75 | 2021. 01. | 〈달리기라는 서사를 씁니다〉
“설득하는 사람”이라는 소개 문구를 사용하고 있어요. 콘텐츠,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면서 ‘나 자신’을 설득해야 할 땐 어떤 요령을 쓰고 있나요?
깊이, 그리고 제대로 알게 되면 설득되지 않을 수 없죠. 설득되지 않는 일이 있을 때는 여러 시선에서 바라보며, 그 자리에서 보이는 것들을 더 알아갑니다. 문제를 한쪽 시각에서만 보면 전체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워요. 반대쪽에서도 바라보고, 위에서도 내려다보며 시간을 들여 깊이 이해하려 하죠. 어렴풋이 알게 되면 일단 고개를 끄덕일 수 있고, 조금 더 알게 되면 진심으로 믿게 돼요. 그리고 깊이,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비로소 행동으로 옮길 수 있죠. 그제야 온전히 내 것이 됩니다. 저는 진심으로 믿고 행동할 수 있을 때까지(설득될 때까지) 계속 탐구하고, 고민하고, 움직이며 생각해요.
11 이시이ISHII 디자이너 양예슬
Vol.71 | 2020. 05. — Vol.97 | 2024. 10.
《AROUND》 매거진을 디자인하고 싶어서 대학교에 재입학하여 디자인을 전공했고, 어라운드에서 디자이너로 긴 시간 일해왔는데 퇴사 후 행보가 흥미로워요. “곁에 오래 머물 아름다운” 옷을 만드는 브랜드를 론칭하셨다고요?
‘이시이ISHII’는 남자친구와 함께 만든 브랜드예요. 퇴사 후 남자친구와 고베의 미술관에 발걸음 한 적이 있는데, 1930년대에 은행으로 지어진 건물 안에 자리하고 있더라고요. 시간이 꽤나 흘렀음에도, 뜯어고치거나 새로 짓지 않고 본질을 유지하고 있는 그 공간 가운데 서 있자니 온몸의 털이 비쭉 서는 기분이었어요. 정말 황홀했거든요. 그때 본질의 힘을 여실히 체감했죠. 그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본질에 집중하며, 시간이 지나도 우리 곁에 오래 머물 아름다운 것들을 만드는 브랜드를요. 그러기 위해 매 순간 더하기보단 덜어내는 선택을 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욕심이 나서 연거푸 더하다 보면, 어느새 본질은 놓친 채
길을 잃고 헤매게 되더라고요. 몸과 마음이 지치지 않게끔
우리의 속도로 잔잔하게, 차근히 나아가보려 해요.
12 시인·포토그래퍼 이훤
Vol.65 | 2019. 05. | 〈도시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
Vol.92 | 2023. 12. | 〈뭉근한 사랑의 몸짓〉
긴 시간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지낸 시절이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에 제법 큰 영향을 미쳤죠. 76호 인터뷰에서 “정서적으로도 완전한 집이라고 느끼는 순간은, 그런 공간은 늘 멀리 있다.”고 했어요. 모국으로 돌아온 지금은 어때요?
돌아오고 나니 집이 흐릿해지거나 사라지는 경험이 줄었어요. ‘잠정적인 상태’로 존재하던 집이 견고해졌어요. 창작자로서도 큰 변화가 생겼는데요. 타국에선 혼자 쓰고 혼자 읽으니까 자주 말랐거든요. 그런데 모국어에 둘러싸여 사니까, 자기 방식대로 언어를 세공해 온 동료들 사이에서 지내니까, 언어가 제 안에서 더욱 팽창하는 거예요. 새로 움트는 게 느껴져요. 그 사실이 정말 고마워요. 이 만남이 하나도 당연하지 않아요. 그리고 나아가고 싶은 독자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얼굴이 분명해졌어요. 시가 어떻게 읽히는지, 사진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듣는 자리가 늘었거든요. 어렵다면 왜 어려운지 많이 물었어요. 타지에서 전시할 때 자주 받은 질문이 “당신의 독자는 누구인가?”였거든요. 순서가 잘못된 질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작가가 먼저 독자를 상정하지 못한다고 믿었거든요. 돌아오고 나니, 시나 사진과 친하지 않은 이들이 자주 떠오르더라고요. 이 세계로 들어서는 걸 목격하는 기쁨이 컸나 봐요. 요즘 저는 비사진 독자들과 비문학 독자들을 향해 말하고 싶어요. 초대하고 싶어요. 좋은 게 있다고. 당신도 여기를 좋아하게 될 거라고.
13 배우 최강희
Vol.94 | 2024. 04 | 〈사랑이 밥 먹여주지〉
지금의 내가 아닌 ‘또 다른 최강희’를 연기해야 한다면, 어떤 나를 연기해 보고 싶어요?
아주 단정하고 참한 최강희로 살아보고 싶은데 그건 저와 거리가 머니까… 정의나 사랑을 위해 목숨 바칠 수 있는 그런 최강희요. 순국열사 같은, 전 태어나서 본 직업 중에 소방관이 가장 멋있더라고요.
14 포토그래퍼 해란
Vol.12 | 2014. 04. | 〈서툰 감정을 쫓는 시선〉
— Vol.100 | 2025. 04. | 〈일상과 비일상 사이의 다정〉
비슷한 사진 스타일이 많아졌다고 느끼는 요즘, 사진 공부를 위해 유학을 계획하고 계신다고요. (잘 가, 가지 마, 행복해, 떠나지 마….) 새로운 것들을 내 스타일로 흡수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과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새로운 것들을 내 스타일로 흡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새로운 환경에 나를 존재하게 하는 거예요. 익숙한 공간에서는 무의식적으로 같은 방식을 반복하지만, 전혀 다른 환경에 놓이면 시각과 감각이 새롭게 깨어나요. 저는 속초 본가에서 며칠 머물다 서울 집으로 돌아왔을 때도 낯섦을 느끼고, 익숙하던 것이 새롭게 보일 때가 많아요. 그래서 해외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새로운 기법을 배우는 걸 넘어, 익숙한 것을 다시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하는 중요한 과정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변화 속에서 제 스타일을 확장하고 재정립할 수 있겠죠. 결국 도전은 특정한 기술을 익히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공간에서 저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과정 자체에 있다고 믿어요.
15 아티스트 미사키 카와이Misaki Kawai
Vol.95 | 2024. 06. | 〈지구에서 가장 폭신폭신한!〉
저는 악마입니다. 미사키 카와이를 구성하는 삼요소 햇살, 밥, 코미디 중 햇살을 없애볼게요. 당신은 딸 ‘포코’의 얼굴조차 볼 수 없는 어두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해요. 창작물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요?
…오, 노우! 저는 뒤집힌 세상에 살고 있는 건가요? 그렇다면 제 그림의 색은 더욱 밝아지고, 나의 작품들엔 털이 더욱 많아질 거예요!
16 일러스트레이터 휘리
Vol.66 | 2019. 06. | 〈완성된 일기〉
— Vol.100 | 2025. 04. | 〈순진하면 어때요〉
휘리의 그림은 언제든 “휘리다!” 할 만큼 스타일이 명확해요.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변화를 꾀하는 데는 고민도 있을 것 같은데, 창작에 스타일이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확실히 그림을 알아보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구도나 구성이 달라도 ‘이거 그 작가 같은데?’라고 생각한 뒤, 제 이름을 확인하는 순서로 그림을 보는 분들이 있어요. 기쁜 일이지요. 작가가 작업의 아이덴티티나 스타일을 갖는 것은 필수적이고, 나아가 그 스타일이 고유하고 시대의 흐름과 맞아떨어질 때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작품의 색깔이 강하다는 것은 이름 없이도 그 작가 것임을 알아볼 수 있고, 창작물의 대표 이미지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거예요. 하지만 그것은 곧, 언제나 예상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될지도 몰라요. 스타일에만 매여 있으면, 작업이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서 스타일이 앞서는 작업은 경계하고 싶어요. 자신의 생각과 하고 싶은 이야기를 첫 번째로 두고, 오랫동안 익힌 손의 감각이 그 생각을 따라오며, 그 과정이 반복될 때 작업의 아이덴티티가 유지되면서도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저는 ‘어떤 마음이, 왜 그런 모양으로 그리게 만드는가.’에 집중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여전히 제 작업이 궁금하고, 기대돼요.
17 픽션들·뮤지션 이아립
Vol.8 | 2013. 11. | 〈어느 날 들여다 본 내 모습〉
Vol.71 | 2020. 05. | 〈선택한 여백으로〉
출판사 ‘픽션들’은 “어떤 여백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일”이라고 이야기하셨죠. 창작의 영역에선 빽빽하게 채우는 것보다 여백을 두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보이지 않는 여백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여백을 만드는 것도 문장, 여백을 지우는 것도 문장. 여백은 처음부터 문장의 것이니까요.
18 브로콜리너마저 윤덕원
Vol.73 | 2020. 09 | 〈사탕을 건네는 마음〉
73호 인터뷰에서 “제가 그동안 조각하듯 깎아내며 하나의 의미를 남기를 방식으로 작업해 왔다면, 은이(시인 오은)는 작은 덩어리를 붙여가며 하나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한다는 게 보였어요. 지나치기 쉬운 순간을 차곡차곡 모아서 의미를 찾는 은이의 방식이 이 시대에 맞는 창작이란 생각이 들었어요.”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죠. 반대의 표현 방식에서 영향을 받은 듯했는데,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요.
‘이 시대에 맞는’ 이라는 구절이 눈에 먼저 들어오네요. 그때는 코로나19로 서로 함께 하기 어려운 시기였죠.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래서 역설적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더 집중한 해석을 내놓았던 것 같아요. 은이의 창작이 현 시대의 맥락에 더 잘 맞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 거죠. 지금은 창작자로서 초기에 품고 있던 큰 맥락이 지나가고 난 이후를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것처럼 아웃풋이 많은 전업 작가가 되었는데 인풋이 부족하게 되는 경험을 하기도 하고요. 그럴수록 주변의 모든 것을 풍부하게 경험하고 잘 모아서 새로운 재료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돼요. 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호기심과 순수한 마음은 잃기는 쉬워도 다시 찾기는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는 늘 하던 것을 늘 하던 대로 연습하는 일에 몰두하는 동시에, 창작과는 관련 없는 새로운 것들을 배우려고 하는 편입니다. 매일 새롭게 시작하는 초보가 되는 동시에 무엇인가에는 달인이 되고 싶어요.
19 뮤지션·작가 요조
Vol.40 | 2016. 11 | 〈내가 사랑한 그림책〉
Vol.70 | 2020. 03 | 〈떡볶이의 인기척〉
책을 읽는다는 것을 ‘내 쪽에서 시작하는’ 성찰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죠. 요조의 글을 읽는 독자 또한 자발적인 성찰을 시도하는 중일 텐데, 내 독자들에게 어떤 것들이 남거나 비워지길 바라나요?
내 글의 독자들에게 무언가를 바란다는 게 저에게 조금 괴로운 일이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깨닫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20 포토그래퍼 강현욱
Vol.64 | 2019. 03. | 〈소유하지 말고 경험하라, 위쿡〉
— Vol.100 | 2025. 04. | 〈보기 드문 인생들〉
이 기사에 함께하잔 말에 “글자로 뭘 적는 건 영 자신이 없다.”고 하셨지요. 글보다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욱 편안한 일처럼 보이는데, 사진이 가진 소통 능력에 관해 들려주실래요?
길에서 귀여운 강아지를 만났을 때 ‘안녕’보다 ‘찰칵’이 빠를 때가 있잖아요. 가끔은 사진을 찍는 행위가 가장 순수하고 솔직한 소통 방법이라는 생각을 해요.
21 아이헤이트먼데이 홍정미
Vol.4 | 2013. 03. | 〈HEY DR. HONG, PLEASE CURE A 월요병〉
Vol.84 | 2022. 07. | 〈산책의 한 끗〉
2024년 츠타야 서점에서의 팝업을 시작으로 일본으로 무대를 넓히기도 했는데요. 처음 양말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와 지금, 떠올리는 대상이 다를 것 같아요. ‘이 사람이 우리 양말을 신어주면 좋겠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아이헤이트먼데이는 천천히 일본으로 무대를 넓혀가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중입니다. 2년간 준비한 츠타야에서의 팝업이 작년 겨울에 성사되었고, 며칠 전에는 일본에서 열린 글로벌 전시&수주회에도 참가했어요. 처음 양말을 만들었을 때는, 사실 누구를 떠올려야 할지 막연했어요. 특정한 뮤즈가 있던 것도 아니었죠. 다만 ‘아이헤이트먼데이 양말을 신는 사람을 지하철에서도, 길에서도 마주칠 수 있으면 좋겠다. 연예인이 신어주면 좋겠다.’ 같은 생각을 했죠. 그런데 지금은 누군가 신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누군가를 떠올려야 한다면, 이 양말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공장 분들 그리고 세상에 나오기까지 힘써주시는 아이헤이트먼데이 스태프들이 먼저 생각나요. 양말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정말 많은 사람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에 완성된 양말을 볼 때면 자연스럽게 그분들이 떠오르거든요. 이렇게 많은 이가 양말 한 켤레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우리가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 있게 제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유명한 사람이나 세계적인 스타가 신더라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길에서 우리 양말을 신은 사람을 마주치면 기쁜 건 여전히 변함없어요.
22 뮤지션 성진환
Vol.68 | 2019. 11. | 〈조그맣게 살아가자〉
Vol.80 | 2021. 11. | 〈꼬마, 흑당이, 짜짜미, 뭉돌이〉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서 음악을 만들기 때문에 어렵게 용기 내서 발표한다고 했죠. 문득, 창작을 하는 일과 이를 발표하는 일은 별개의 일이란 생각이 들어요. 용기가 없어서 아직 발표하지 못한 창작물이 있나요?
있죠. 좋아하는 노래가 꽤 많이 생겨났는데 그것들을 발표하기 위한 작업을 선뜻 시작할 용기가 안 났어요. 음악 활동을 계속 쉬었더니 다시 시작하는 순간 스스로 별로라고 느껴질까 봐 겁이 난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지금 직장 다니면서 글을 쓰고 있거든요. 무사히 완성된다면 곧 책이 한 권 나올 텐데, 그동안 글이 별로여서 백 번 좌절하다가 어쩌다 한 번 좋은 게 나오면 잠깐 행복해지는 나날을 오래 보냈어요. 너무 힘들었고 지금도 힘든데, 한편으로 음악에 대해 가진 두려움이 덜해지는 기분도 들어요. ‘음악 하는 내가 별로여봤자 얼마나 별로겠어? 좌절해봤자 얼마나 좌절하겠어?’ 올해는 좀 이런 기분으로 살아보려고요. 글이든 음악이든 발표하게 된다면 이제는 ‘어렵게 용기 냈다.’는 말 대신 ‘그냥 될 때까지 했다.’고 할 거예요. 용기보다 의지가 더 필요한 중년이 된 것 같기도 하고요.
23 6699press 이재영
Vol.34 | 2016. 04. | 〈느릿느릿 배다리 씨와 헌책 수리법〉
Vol.79 | 2021.09. | 〈서울의 초록〉
《뉴 노멀New Normal》이 2021년에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수상했죠. ‘가장 아름다운 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형태와 리듬과 배열과 충돌로 첫 장과 마지막 장 사이의 무수한 호흡을 빚어내는 것.
24 푸하하하프렌즈 한승재
Vol.30 | 2015.12. | 〈우당탕탕 세 친구의 정신 없고 유쾌한 토크박스 한 판〉
— Vol.100 | 2025. 04.
제 세상엔 두 명의 천재가 있고, 그중 한 사람이 한승재예요. 건축가로서는 물론이고 당신의 글과 그림은 미쳤어요! 연재글과 그림에 시간을 얼마나 들여요?
저는 글 쓰는 데 정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답니다. 보름 정도는 계속 담아두고 생각하다가 마감에 닥쳐서 쓰기 시작하고 ‘앗, 마감 좀 미뤄 주시면 안 될까요?’ 메일을 보내요. 그 후로도 2-3일은 더 쓸 거예요(죄송). 주저리주저리 흘러가듯 쓰면 무슨 글이든 5분 만에 쓸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산책하듯이 쓰지 않고 광산을 파 내려가는 것처럼 쓰려고 해요. 매번 새롭게 생각하고 발견하려고 노력해요. 그렇게 좀더 나은 생각을 하도록 하는 것이 글을 쓰는 이유니까요. 휴… 천재로 살기는 정말 힘들어요…. 그림은, 글을 설명하는 도구는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려요. 뭘 그릴지만 정한다면 10분 만에 그릴 때도 있고요. 그리다가 재미있으면 몇 시간 동안 그릴 때도 있어요. 대체로 뭘 그릴지 생각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내요. 이번에는 악어를 그렸는데 저는 악어의 손처럼 둔하고 미련한 것들을 좋아하나 봐요. 4시간 동안 신나게 그렸어요.
25 일러스트레이터 추세아
Vol.65 | 2019. 05. | 〈달콤한 나의 도시〉
— Vol.98 | 2024. 12. | 〈당신은 어떤 책이 될까요?〉
일러스트레이터지만 평면 바깥에서도 펀치니들이나 뜨개 같은 걸로 그림을 그리죠. 요즘은 뜨개로 모자 만들기에 심취해 있는 듯한데, 뜨개로 뭐든 할 수 있다면 뭐까지 만들어 보고 싶어요?
저는 쉽고 빠르게 무언가를 완성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을 좋아하는데요. 이것저것 연습해 보다가 모자가 ‘딱’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처음엔 제 취향대로 실을 엮어 마음에 드는 면(대지)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어느 정도 감이 잡히니 그 위를 장식할 수 있게 됐고요. 뜨개도 그림도 작업하는 방식 면에서는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해요. 재료를 나름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들었을 때 비교적 쉽게 접근해 볼 수 있는 주제는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어서 좋아하는 뮤지션 앨범 커버를 모자에 가둬보게 됐죠. 저는 즉흥적인 걸 좋아해서 특별히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 두진 않아요. 다만 ‘뜨개왕’이 된다면 그때그때 머리에 떠오르는 것들을 최대한 구현해서 무언가를 완성해 볼 수 있을 거란 막연한 기대는 하고 있어요. 지금도 머릿속에 뭐가 많이 있거든요. 그게 무엇이든 마음에 드는 모양으로 빠르게 ‘착!’ 완성하고 싶어요. 3D 프린터처럼요. 결국 답변은 ‘제가 상상하는 무엇이든’이 되겠네요.
26 포토그래퍼 장수인
Vol.71 | 2020.05. | 〈처마 밑에 수 놓은 하루〉
— Vol.96 | 2024. 08. | 〈두 발끝 리본처럼〉
“A still object started to talk to me”라는 소개글을 사용하고 있어요. 말을 건네는 주체는 수인 씨가 아닌 물체인 것 같은데,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줄래요?
사진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항상 관찰자의 입장을 취하려 해요. 사진을 찍기 전, 물건들을 그저 찍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기 위해 집중해요. 그 재료들이 나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그 속에서 어떤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거죠. 얼마 전에 공간 디자이너, 브랜딩 스튜디오 디렉터, 그리고 제가 함께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각자가 창작에 대해 다르게 생각한다는 게 참 흥미로웠어요. 공간 디자이너는 뛰어난 테크닉을 가진 사람을 발견하고 그 능력을 더 많이 펼칠 수 있도록 돕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고 했고, 브랜딩 스튜디오 디렉터는 영감을 얻은 것들을 직접 손으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어요. 저는 그 이야기를 듣다가 “그 모든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어.”라고 대답했어요. 저에게 창작은 세상의 그 모든 순간을 지켜보고, 그 흐름을 기록하는 일이에요.
27 문학평론가 김나영
Vol.51 | 2017. 11. | 〈책이 나인지 내가 책인지 우리의 서재 이야기〉
— Vol.75 | 2021. 01. | 〈즐겁게 움직이다가〉
직업인으로서 쓰기에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초등학생이 된 아이와의 생활도 촘촘히 기록하고 있다는 게 놀라워요. 창작 활동과 삶을 이어가는 데 24시간이 부족하지는 않나요?
왜 일하는 부모들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해에 육아휴직을 쓰는지 비로소 깨닫고 있는 요즘이랍니다. 다행히도 남편과 저는 부분적으로나마 일정을 조율할 수 있어서 하루를 육아와 일, 기타 등등으로 쪼개어 쓰고 있어요. 제가 아이의 등교를, 남편이 하원을 담당하는 식으로요. 아이가 학교에 갔다가 학원에 다녀오는 스케줄을 빈틈없이 짜놓고, 그 사이에 강의와 일을 하고 있죠. 아이 일과에 맞춰 7시에 일어나 10시 전에는 자려고 알람 시계를 자주 들여다보고 있어요. 개인적인 원고 작업(자료 수집, 읽기, 쓰기 등)에 들일 수 있는 시간은 부지런하게 하면 하루 평균 2-3시간 정도인 것 같아요. 저는 계획적인 성격이 아니라 요즘처럼 촘촘한 시간표를 따르는 게 정신을 차리기 어렵게 벅차기도 한데, 덕분에 집중력은 최대한으로 발휘하며 지내고 있답니다. 매일 지하철 안에서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할 때 강력한 행복감을 느껴요. 가르치고, 쓰고, 돌보는 일 가운데 무엇하나 제대로 못 하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무엇하나 포기하지 않고 오늘도 해냈구나! 싶은 마음인 거죠. 오늘 아침에 아이가 등교하기 전에 새로 산 장난감 상자에 적힌 광고 문구를 보고 “엄마 짜릿하다는 말이 무슨 뜻이야?” 하고 묻더라고요. 요즘 정말 정신없고 원고 마감도 잘 못 지키지만 확실히 짜릿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28 모빌스그룹 소호
Vol.78 | 2021. 07. | 〈정답 없는 모험가들〉
Vol.86 | 2022. 11. | 〈극장주가 되고 싶어요〉
86호 인터뷰에서 ‘무비랜드’를 준비하며 “극장업은 사양 산업 중에서도 특히 더 사양 산업이라고 하잖아요. 인생 최대 지출 앞에서 자꾸만 작아져요.”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최대 지출로 창작해 낸 공간, 지출 금액의 다섯 배를 줄 테니 철수하고 없던 일로 하자고 하면 어떤 선택을 하실 건가요?
인생 최대 지출 앞에서 무척 작아지긴 했지만… 애초부터 돈이 목적이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다섯 배가 아니라 오십 배였어도 하긴 했을 것 같아요. 식상한 대답이죠. 한 번 더 식상한 대답을 하자면, 극장을 오픈한 이후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들을 하고 있답니다.
29 재료의 산책 요나
Vol.5 | 2013. 05. | 〈아스파라거스〉
— Vol.99 | 2025. 01. | 〈흙과 인간을 관찰하고 잇는〉
재료의 산책 새로운 시즌이 구례에서 시작될 예정이죠. 스테이를 겸하는 재료의 산책, 요나가 만들어 나갈 ‘공간’에 관해 이야기해 줄래요?
긴 호흡으로 먹는 일에 대해서,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한 끼의 식사, 하나의 식재료, 한 명의 인간이 모두 점처럼 분리되기 쉬운 삶을 살아가는 오늘날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먼발치에서 점들을 바라보는 거죠. 고요한 자연 속에서 점이 선처럼 이어진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분명 어딘가 달라진 마음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믿어요.
30 삭스타즈 성태민
Vol.91 | 2023. 10. | 〈자그마한 가치 한 켤레〉
91호 인터뷰에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소거하면서 해결하는 편”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죠. 최근에 소거한 것들에 대해 들려주실래요?
완전히 무용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요즘은 쇼츠. 릴스 같은 숏폼 콘텐츠의 시청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흔히 문제점으로 제시되는 시간 낭비, 도파민 중독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 경우엔 계속해서 요즘 본 것과 비슷한 것들을 보여주는 알고리즘의 방식이 결국은 제 사고를 좁게 제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리고 새로운 루틴이 하나 생겼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평소에 전혀 관심이 없던 분야의 가게에 방문해 보고 있어요. 모르던 세계를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은 언제나 즐거워요.
에디터 이주연(산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