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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을 모으고 해석하는 일
100권의 《AROUND》는 무수한 사람들의 글과 말, 사진과 그림의 총합이다. 100호를 기념해 우리의 책을 짓고 다듬거나 한 자리를 채운 100인에게 직업과 삶에 관한 한 가지 질문을 건넸다.
31 어라운드 발행인 송원준
100호가 출간되기까지 어라운드를 살뜰히 보살펴 오셨어요. 앞으로 우리의 미래가 어떠하길 바라세요?
“우리 주변의 작은 것에 귀 기울이고 그 안에서 가치를 발견합니다.” 《AROUND》 카피에는 그 미래가 이미 그려져 있어요. 아직은 설익고 가려져 있는 사람, 문화, 공간에서 우리만의 시선으로 가치를 찾고, 가치를 만들어 갈 거예요. 그렇게 찾은 것들이 ‘어라운드스럽다’는 말로 묶일 수 있는 하나의 장르가 되길 바라요.
32 산책방 이주연
Vol.64 | 2019. 03. ᅳ Vol.100 | 2025. 04.
《AROUND》 수석 에디터로서의 걸음을 마무리한 이후, 어라운드 바깥에서도 인터뷰어, 단행본 편집자, 에세이스트로 활동하고 있죠. 글을 기반으로 한 작업 중 가장 좋아하는 일이 뭐예요?
좋아하는 글쓰기는 단연 에세이예요. 내 이야기라면 커다란 보따리가 있어서 금세라도 잔뜩 풀어낼 수 있거든요. ‘독자가 이런 이야기를 원할까?’는 다른 이야기지만요. 좀더 전문적으로 좋아하는 건 인터뷰를 원고로 바꾸는 단계예요. 글자로 옮겼을 때 선명히 나타나는 말버릇을 발견하는 게 좋아요. 진짜, 정말, 되게, ~것 같아요, 사실, 근데, 같은 것들이죠. 들었을 땐 이상하지 않은데 글자가 되면 어색해지는 구간들이 있어요. 주술호응이 흐트러지기도 하고요. 그걸 한 단계 거쳐 읽기 좋은 목소리로 바꾸는 게 즐거워요. 조금 치사하지만 발화의 책임에서 한 걸음 물러나 마음껏 목소리를 다듬을 수 있으니까요. 아, 하나만 더 좋아해도 되나요? 제일 좋아하는 건 마감의 늪을 지나 완성한 책을 손에 쥐는 일이에요. 이 아름다운 일과 건강하고 긴 삶을 함께하고 싶어요. zuyeon_loves_you@naver.com
33 키티버니포니 김진진
Vol.31 | 2016. 01. |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디자인〉
Vol.92 | 2023. 12. | 〈함께라 좋아서〉
신기하게 어라운드 신규 입사자들도, 오래된 직원들도 꼭 키티버니포니 물건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요. 어떤 사람들이 키티버니포니 제품을 즐겨 쓰는 것 같으세요?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 패턴을 좋아하는 사람, 원단을 좋아하는 사람, 실용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 귀여운데 유치한 건 싫은 사람, 나와 주변을 가꾸는 데 관심 있는 사람, 취미가 있는 사람,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정리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 기분 전환이 필요한 사람, 선물을 하는 사람, 선물을 받는 사람, 그리고
키티버니포니를 좋아하는 사람!
34 목수·작가 전진우
Vol.1 | 2012. 08. ᅳ Vol.100 | 2024. 04.
《AROUND》 창간 에디터에서 지금은 액자를 만드는 목수가 되었어요. 반려견 완두와 붙어 지내기 위한 결정이었죠.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세요?
저는 후회 없어요. 제가 원하는 대로 살고 있으니까요. 완두와는 대화나 협상 없이 살아가는 중인데, 서로 계속 좋아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해요. 관계는 점점 더 깊어지고 있어요. 조금 곤란한 게 있다면 오히려 제 가족들과의 일인데요. 독립을 위해 기술을 배우는 동안 부모님 댁에 3년간 완두를 맡겼을 때, 주에 한 번은 꼭 갔거든요. 부모님은 물론 근처에 살고 계시던 외할머니도 참 반가워하셨어요. 동네 어르신들도 제가 효자라고 먼저 밝게 인사해 주셨고요. 완두를 서울로 데려오고 난 뒤엔 두 달에 한 번 정도로 빈도가 줄었죠. 가족들은 이제 알겠다는 표정으로 저를 대합니다. 이 부분이 참 곤란하네요.
35 브랜드 마케터 김상민
Vol.78 | 2021. 07. | 〈돈은 행복의 하한선일뿐〉
Vol.91 | 2023. 10. | 〈간밤의 편린들〉
본업은 브랜드 마케터이면서,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글쓰기가 본업에 미치는 좋은 영향이 있나요?
브랜드는 말과 글을 통해 다가가고, 말과 글로 완성돼요. 그런 면에서 브랜딩을 업으로 삼는 이에게 글쓰기란 직업인으로서의 삶과 긴밀히 연결된 취미이자, 서로를 돕는 선순환의 고리라 하고 싶네요. 글을 쓴다는 건 덩어리로 존재하는 개념을 사유의 조각칼로 정제해 가는 과정입니다. 쓰고 지움의 반복 속에서 뭉툭하던 생각은 각자가 품고 사는 단어와 문장의 형태로 선명히 드러나요. 재밌게도 이상적인 브랜딩의 과정과 무척이나 닮았죠. 좋은 브랜딩 역시 불투명한 정답을 집단의 창의성에 기반해 가장 우리다운 언어로 선보이는 일련의 과정이니까요. 고로 브랜드 마케터에게 글쓰기는 효과적인 직업 훈련의 역할도 겸해요. 물론 글을 잘 쓴다고 브랜딩을 잘하리란 보장은 없어요. 다만 브랜딩에 탁월한 사람과 조직은 예외 없이 좋은 말과 글을 지니고 있어요. 그래서 습관적으로 쓰고, 강박적으로 기록하죠. 좋은 작가와 좋은 브랜드 마케터의 길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36 포토그래퍼 김혜정
Vol.77 | 2021. 05. | 〈고요하고 단정한 기록〉
ᅳ Vol.99 | 2024. 02. | 〈우리가 만든 한 그릇〉
사물과 풍경을 지긋이 살펴보고 기록하는 작가님의 시선을 좋아해요. 좋은 관찰의 태도는 무엇일까요?
촬영할 때 서두르지 않고 여유를 두고 살펴보려 해요. 인터뷰 촬영 때도 이야기를 들으며 분위기를 따라가다 보면, 중간중간 자연스러운 표정이나 느낌이 보이거든요. 무엇보다 관찰을 잘하기 위해서는 ‘재촉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대상을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서, 그 사람이 자연스레 보여주는 모습과 공간의 결을 느끼는 거죠. 그러면 “어떤 각도에서 찍으면 예쁠까?”에 대한 고민보다, 내가 실제로 느끼는 감정이 먼저 다가와요. 차분히 관찰하다 보면, 평범해 보이던 장면도 점점 특별해지고, 놓치기 쉬운 작은 디테일들도 또렷이 보이더라고요. 주변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습관으로 사진뿐 아니라 제 일상도 더 풍성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게 좋은 관찰이란, 조급해하지 않고 차분히 기다리는 태도, 그리고 눈앞의 순간을 충분히 음미하는 습관이 아닐까 싶습니다.
37 작가·에디터 이현아
Vol.19 | 2014. 12. ᅳ Vol.57 | 2018. 05.
《AROUND》 에디터로 여러 도시를 여행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딘가요?
《AROUND》, 《DOR》, 협업 프로젝트 취재를 위해 국내외 할 것 없이 돌아다녔는데, 어쩐지 지금은 상암동과 연남동 사무실 편집팀 방이 떠오르네요.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모든 일을 상상하던 곳도, 여러 나라와 도시에서 담아온 경험을 지면으로 옮기던 곳도 거기니까요. 머리를 쥐어짜며 기획 회의를 준비하고,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다 문장 한 줄이나 질문 하나로 논쟁을 벌이고, 때로는 유치한 질투도 하고…. 그러다가도 마감 후에는 서로의 열렬한 첫 독자가 되어주었거든요. 더 나은 잡지를 만들기 위해 기꺼이 참견하며 서로 가르치고 배우던 그 시절과 장소를 오래 기억하고 싶어요. 그때 만나 지금은 좋은 친구가 된 에디터 동료들과 마감의 고통을 함께 나눠준 하이, 빵이, 아리, 까뮈에게도 감사함을 전해봅니다.
38 음악평론가 배순탁
Vol.64 | 2019. 03. ᅳ Vol.100 | 2024. 04.
한때는 작가님께도 취미이기만 했던 음악 감상은 업이 된 지 오래예요.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는 것,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질문에 대한 보편적인 대답은 “순수하게 즐기지 못한다.”일 테지만, 전 그렇지 않다고 봐요. 만약 제가 다른 직업을 가졌더라면 이렇게까지 부지런하게 음악을 들을 것 같지 않거든요. 물론 그런 분도 있지만 저는 천성이 워낙 게으른 탓에 제 일만으로 벅차서 헉헉대고 있을 게 분명해요. 그래서 항상 ‘강제’의 힘을 강조하는 거예요. 음악평론가가 직업이기에 강제적으로 음악을 챙깁니다. 빌보드 차트를 보고요. 멜론 차트를 체크합니다. 음악 책을 많이 보면서 공부도 하죠. 거의 매주 마감을 해야 하고요. 그 와중에 저에게 ‘순수한 기쁨과 감동’을 선물하는 음악은 여전히 존재해요. 이게 또 동력이 되어서 새로운 음악을 찾게 되고요. 이런 측면에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게 가능하다면 추천하는 쪽입니다. 직업으로 삼았기에, 도리어 취미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았던 거라고 생각해요.
39 작가 정다운
Vol.8 | 2013. 11. ᅳ Vol.100 | 2024. 12.
2013년부터 《AROUND》에 에세이를 연재해 오고 있어요. 꾸준히 그리고 오래 나의 이야기를 쓰게 만드는 동력이 궁금해요.
12년 동안 《AROUND》에 80편의 글을 실었어요. 80번의 원고 마감을 하는 동안 80가지 종류의 즐거움을 경험했죠. 다음 호 주제에 대한 메일을 받고 나면, 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일을 하고 산책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모든 순간에 그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그 과정이 마치 특별할 것 없는 내 일상 속 보물찾기 같아요. 종종 삶이 나를 속여 몸을 일으키기 어려울 때나 저 자신이 한없이 보잘것없다 여겨질 때에도 구석구석 나를 살피고 주변을 뒤져 기어코 반짝이는 이야기 하나를 찾아냅니다. 반드시 있습니다. 그 사실을 확인할 때마다 마음이 놓여요. 그 힘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니, 그 힘으로 살고 있어요.
40 할타보카 백기호
Vol.97 | 2024. 10. | 〈이 도시의 새 장면〉
100호를 맞은 《AROUND》를 아이스크림으로 만들면 어떤 맛일지 떠올려 보실래요?
《AROUND》를 아이스크림으로 표현한다면 많은 재료를 섞고 싶진 않아요. 스푼으로 크게 떠서 한입에 넣어보는 상상 속 ‘어라운드’ 맛은 팡팡 터지는 토핑이 있는 요란한 맛과는 거리가 멀어요. 달콤한 사과에 시나몬과 바닐라빈을 함께 졸인 ‘애플 시나몬 바닐라’ 맛이면 어떨까요. 차분한 갈색 아로마의 여운이 입안과 코안을 맴도는 그런 맛이요.
41 코니바이에린 비주얼 에디터 김지수
Vol.63 | 2018. 12. ᅳ Vol.92 | 2023. 12.
어라운드에서 느끼고 배운 것들이 지금의 일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조금 과하게 말해서, 다른 사람이 됐다고 할까요. 저라는 사람의 내면이 어라운드 입사 전과 후로 나뉜다고 생각해요. 《AROUND》 에디터로서 수많은 인터뷰이를 만나 이야기를 수집하고, 그 조각들을 다시 엮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저도 변했어요. 어라운드와 보낸 4년 남짓한 시간을 아주 밀도 높게, 타인보다 몇 배 이상 살아낸 것 같았죠. 사람을 만드는 건 결국 추억이잖아요. 아직도 일할 때나 일상에서 그때 수집했던 이야기를 꺼내 쓰곤 해요. 해가 갈수록 그 이야기들에 살이 붙고, 제 안의 중심이 단단해지고 있어요. 연필로 꾹꾹 눌러쓴 글씨처럼, 어라운드에서의 시간은 깊이 남아 있을 거예요. 아직도 이경 편집장님의 말을 기억해요. “‘Around’, 나의 주변을 위해선 나의 중심이 단단해야 한다.”는 이야기요. 그 말을 자주 떠올리며 지금을 살고 있어요. 《AROUND》 100호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해요. 100이라는 숫자가 어라운드에겐 아주 작은 의미이길 바라면서요.
42 브랜드 마케터·작가 이승희
Vol.77 | 2021. 05. | 〈숭이라는 장르〉
《AROUND》 인터뷰 이후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어요. 아이가 좀더 자라 “엄마는 뭐 하는 사람이야?”라고 묻는다면, 자신의 직업을 어떻게 설명해 줄래요?
“엄마는 세상을 탐구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찰하고 분석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쓰는 일이야. 바로 마케터라는 직업이지. 마케터는 단순히 물건을 광고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의 필요와 원하는 걸 깊이 들여다보고,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야. 엄마는 세상과 사람을 공부하며 이 일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어. 마케팅은 그냥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리고 엄마가 살아온 경험이 쌓일수록 이 일의 깊이도 더 깊어지는 게 참 매력적이야. 또, 새로운 걸 발견하고 만들어 가기 위해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려고 해. 그래서 단순한 하루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거야.”
43 스튜디오 고민 안서영
Vol.99 | 2025. 02. | 〈고민 없이, 늘 먹던 걸로〉
나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업물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스튜디오 고민의 작업임을 한눈에 알아봤어요.” 그 말을 들으면 여전히 조금 놀라요. 기쁘면서도 궁금해지죠.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껴졌을까, 싶어서요. 우리는 개성을 드러내기보다는, 콘텐츠의 결을 따라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왔을 뿐인데 말이에요. 저 역시 그런 경험이 있어요. 어떤 작업을 마주할 때 ‘이건 그 사람이 만든 거겠지.’ 하고 직감하는 순간이요. 처음 듣는 노래에서도 음색만으로 자연스럽게 가수를 알아채는 것처럼요. 그렇다면 개성은 의도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일정한 표현과 구도를 반복하면 특징이 될 수 있죠.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좋아하는 것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그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려 애쓰는 과정. 색을 고르고, 여백을 두고, 작은 디테일을 다듬어가는 시간이 더해져 어느 순간 고유한 리듬이 완성될 때가 있어요. 개성이란 그렇게 천천히 형태를 갖추는 것이 아닐까 해요. 마치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것처럼. 우리 또한 그 과정 위를 천천히 걷고 있어요.
44 작가·헬스 트레이너 위선임
Vol.95 | 2024. 06. | 〈닮은 점 하나 없을지라도〉
인터뷰 이후 원치 않게 직장을 그만두고 힘든 시기를 겪었다고요. 일에 관해 새롭게 생각해 본 바가 있을 듯해요.
맞아요. 임금 체불 때문에 퇴사했고 지금은 소송 중입니다. 이런 장르를 겪게 되다니! 삶은 역시 예상치 못한 훅을 날리는 게 매력인가 봐요. 이 사건을 통과하며 일과 사람에 대한 회의가 크게 왔어요. 그러면서 또 깨닫은 것이, 이게 저만의 일이 아니라는 거였죠. 사람은 누구나 한 번씩은 구렁텅이에 빠지더라고요. 자연스럽게 그런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 자신을 비롯해 말이죠. 그동안 작가와 트레이너, 두 직업을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했는데요. 힘든 일을 겪어보니, 사람이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두 가지를 모두 하는 게 도움되더라고요. 글쓰기와 운동 말이죠. 벌어진 상황을 객관화해 글로 써보며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고, 아무리 큰 좌절감에 빠지더라도 몸을 움직여 땀 흘리며 부정적인 생각을 밀어내는 거요. 이런 생각 끝에 최근 블로그명을 ‘근육과 문장’이라 변경했습니다. 뭘 그리고 있는지 보이시나요? 이번 파도가 저를 또 어디로 데려갈지 기대 중이랍니다.
45 0fr. 서울·미라벨 박지수
Vol.96 | 2024. 08. | 〈두 발끝 리본처럼〉
최근 미라벨에 들인 것 중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뭐예요?
닥스훈트 모양의 필통이요. 프랑스 브랜드 제품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원래 필통으로 출시되었지만 저는 파우치로 사용하고 있답니다. 좋아하는 이유는 굉장히 간단해요. 다리 길이보다 훨씬 긴 몸통에 커다란 귀와 웃고 있는 입 모양, 귀여운 눈이 보고 있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기 때문이죠. 소재도 부드럽고, 립스틱과 작은 손거울, 펜, 아로마 오일 스틱을 넣어 불룩해진 닥스훈트의 배를 보면 바쁜 일상 중에 실제 강아지를 만난 것만 같아요. 성인이 되고서는 필통을 쓸 일이 많지 않지만, 발주할 때부터 귀여운 모양새에 마음을 뺏겨서 우선 주문하고 보자 했죠. 닥스훈트 러버들에게 유난히 사랑받는 아이템이랍니다.
46 어라운드 경영지원 강상림
어라운드에서는 과장님 손이 닿지 않는 일이 없어요. 수화기 너머로 《AROUND》 독자분들의 궁금증도 해결하시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매년 같은 시기에 구독을 연장하려고 전화로 연락을 주는 분이 계세요. 나이가 많아 홈페이지나 카드 자동결제에 익숙하지 않고, 입금도 직접 은행에 가서 한다고 수줍게 말씀하시는 여성 독자분이죠. 매번 잘 읽고 있고 언제나 좋은 매거진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해주세요. 늘 봄에 연락이 와서, 저에게는 그 독자분이 봄을 알려주는 느낌입니다. 올해도 전화가 왔답니다! 봄이네요! 이름이 낯익을 정도로 매년 구독을 연장하며 함께해 주시는 독자분들의 이름을 볼 때마다 혼자 내적 친밀감이 솟아나요. 올해도 함께해 주시는군요! 반갑습니다. 별일 없으시죠? 건강하신가요? 늘 감사합니다! 이렇게 이름만 보고서 혼자 생각하는 게 조금 우습기도 한데 그만큼 오래 함께해 주시는 분들은 감사함으로 기억하게 되더라고요.
47 스티비 마케터 이루리
Vol.80 | 2021. 11. | 〈이야기를 들려줄래요?〉
Vol.86 | 2022. 11. |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경험으로 배우는 사람”이라고 본인을 소개해 왔어요. 《AROUND》 인터뷰 이후, 가장 특별하고 의미 있었던 새로운 경험을 들려주세요.
지난 인터뷰 후, 출산과 출판이라는 큰 이벤트가 있었어요. 작년 여름, 아기가 태어났고 겨울에는 책을 출간하게 되었죠. 인생에서 의미 있는 일이 한꺼번에 찾아온 시기였어요. 계획과 달리 아기가 책보다 먼저 세상에 나오는 바람에, 책을 마무리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중간에 ‘출판을 포기할까?’라는 고민이 들기도 했죠. 하지만 내가 선택한 일을 아기 때문에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컸고, 앞으로 점점 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들었어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말처럼, 엄마가 되면서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있는데요. 제 삶이 많이 변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사회에서의 ‘나의 일’을 포기하거나 내려놓고 싶지는 않아요. ‘엄마’라는 역할뿐만 아니라, 내가 맡은 다른 역할들도 소중하게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여전히 커요. 새로운 속도에 적응하며, 계속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고 싶어요.
48 사월의눈 전가경
Vol.69 | 2020. 01.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아파트 글자〉
Vol.97 | 2024. 10. | 〈우리는 낯설게 볼래요〉
97호 인터뷰로 사진책 출판사 사월의눈을 찾았던 날, 꽉 찬 서재만큼이나 책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하셨어요. 앞으로 사월의눈은 어떤 이야기를 전하려고 하나요?
2023년 하반기에 처음 선보인 ‘리듬 총서’ 시리즈를 앞으로 어떻게 다채롭게 꾸려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어요. 사실 소재보다는 어떤 성격의 책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더 고민하는데요. 사월의눈 책들이 어떤 면에선 묵직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특정 의제에 보다 시급하게 반응하는 책, 조금은 가벼울 수 있는 책은 불가능한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49 북디자이너 구혜민
Vol.9 | 2014. 01. ᅳ Vol.41 | 2016. 12.
과거 《AROUND》 디자이너로서, ‘어라운드스러운’ 디자인을 정의한다면요?
한 마디로 딱 정의해서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어라운드스러운’ 디자인은 떠올려보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그 자체이지 않을까 싶어요. 과거 디자이너로서 제 역할은 일상 속에서 발견한 시선들, 정성스럽고 따스한 이야기들이 한 권에 시각적으로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사진과 글의 조화를 많이 고민했어요. 이야기를 지켜봐주는 독자분들이 있었기에 《AROUND》가 더욱 어라운드스럽게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그 시절의 기억을 곱씹으며 추억을 공유할 동료들이 있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웃음).
50 마르시안스토리 서민규
Vol.97 | 2024. 10. | 〈열린 결말의 사진책〉
지난여름 우리가 만났을 때, 대구 생활을 마무리하고 제주로 이주할 계획이라고 하셨죠. 요즘 제주에서 어떻게 생활하세요?
아직 출판사는 대구에서 운영하고 있어요. 제주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조그만 작업실을 마련해 놓고, 대구에서 출판 업무나 가족 행사가 있을 때를 빼고 사진 작업을 해요. 이곳은 관광지이지만 시골에 가깝습니다. 주변은 온통 감귤밭이고 무우밭, 마늘밭뿐이죠.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바닷가로 산책을 가요. 손에는 항상 작은 필름 카메라를 들고 있어요. 늘 같은 곳이지만 매일 빛으로 풍경이 조금씩 변해요. 산책 후 작업실에서 가볍게 아침 식사를 하고 컴퓨터 작업이 없으면 장비를 챙겨서 촬영을 나갑니다. 제주는 난개발에도 불구하고 아직 원시적인 자연이 많이 남아 있어요. 그야말로 아름답죠. 제주에서 저만의 사진적 언어를 만들어 가고 있네요.
51 겨울서점 김겨울
Vol.81 | 2022. 01. | 〈이토록 오롯한 겨울〉
지난 인터뷰에서 장래 희망을 “공부를 열심히 한, 피아노 잘 치는 할머니”라고 답했어요. 아직도 그 답은 같나요?
요새의 장래 희망은 그때와는 조금 다르네요. “철학 공부를 열심히 한, 제법 괜찮은 책을 쓴, 가끔 웃기고 보통은 경청하던 시체”로 하겠습니다. 철학의 역사, 책의 역사, 지구에 역사에 비하면 아주 적은 시간이 남아 있다고 느껴요. 들을 가치가 있는 말을 하나라도 남기고 최대한 공동체에 기여하다가 잘 죽고 싶습니다.
52 뉴트럴폼즈 포토그래퍼 안선근
Vol.18 | 2014. 11. ᅳ Vol.34 | 2016. 04.
《AROUND》에서의 시간 이후로도 여전히 카메라를 놓지 않고 있어요. 전이나 지금이나, 어떤 순간에 꼭 셔터를 누르나요?
그날 너른해진 마음의 여유가 만들어낸 ‘애정’이 발생하면 셔터를 누르게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과 상태가 달랐을 예전 사진을 볼 때면 이걸 내가 왜 찍었나 하는 경우들도 많네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오래된 사진들을 다시 들춰봤습니다. 강가를 걷는 노인과 개, 하루를 준비하며 내린 찻잔, 술자리가 끝난 후 어질러진 테이블, 잠든 애인의 뒷모습, 숲속 바위 위에 떨어진 햇빛, 눈 덮인 산 등이 보입니다. 사진들을 보며 왜 셔터를 눌렀을까 생각해 보니 그날의 시선에서 애정을 찾아볼 수 있었어요. 애정의 꼴이 다양한 모습이라 새삼 신기합니다. 지난날 눌러댔던 셔터가 ‘꼭’이라는 글자를 설명하네요. 갑자기 좋아하는 드라마 대사가 떠오릅니다.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나의 아저씨〉 중에서) 괜찮은 기분에 놓이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노력해야겠습니다.
53 《BGM》, 《hep.》 편집장·폴라웍스 아트코 남필우
Vol.95 | 2024. 06.| 〈우리의 취향으로부터 자랄 너의 우주〉
매거진 발행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리고 아빠로서의 생활까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삶을 살아내고 있어요. ‘모든 일에서 완벽을 추구하기’와 ‘최고가 아니라도 기한 내에 끝내려고 노력하기’ 중 어떤 삶의 방식을 선호하세요?
제 안에서 늘 부딪히는 두 가지 마음이 등장했네요. 함께 일하는 분들은 (여러 이유로) 속이 터지겠지만, 저는 모든 일에 완벽을 추구하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는 것만큼 부끄러운 일은 없다고 느껴지거든요. 간혹 그런 상황을 마주하면 나와 관련이 없는 결과물인 양 거리를 두고 싶어지기도 하죠. 저는 머릿속에서 디테일한 포인트까지 정리한 다음 짧은 시간 안에 작업을 마무리하는 사람에 가까워요. 그렇기에 생각을 정리하기까지 기간이 길고, 실 작업 시간은 짧죠. 저와 같은 성향은 데드라인에 아슬하게 걸치거나 조금 더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완벽을 추구하기’라는 좋은 표현을 이번에 접하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멋진 핑계(?)를 댈 수 있을 것 같네요.
54 초등학생 남서진
Vol.95 | 2024. 06.| 〈우리의 취향으로부터 자랄 너의 우주〉
초등학교 입학을 축하해요! 먼 미래, 학교라는 곳을 마침내 졸업하게 되었을 때 서진이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고 싶어요?
착한 어른이 되고 싶어요. 제가 생각하는 착한 어른은 약하고 힘없는 사람을 도와줘요. 뭐든지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사람이 약한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럴 땐 제가 방어해 주면 돼요. 전 몸도 크고 단단해서 대신 막아주는 거 괜찮아요. 그런데 저보다 더 힘이 세거나 무서운 사람을 만나면 어떡하냐고 아빠가 물어보더라요. 그럴 때 못 들은 척하고 약한 사람 데리고 도망가면 된다고 담임 선생님이 알려주셨어요. 나중에 전 목사님이 될 거예요. 연극이나 성극을 하는 배우도 되고 싶어요. 사실 하고 싶은 게 좀 많아요.
55 푸하하하프렌즈 한양규
Vol.30 | 2015. 12. | 〈우당탕탕 세 친구의 정신 없고 유쾌한 토크박스 한 판〉
Vol.93 | 2024. 02. | 〈세 건축가와의 기묘한 대화〉
30호 인터뷰에서 건축을 제외하고 흥미를 끄는 건 살면서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어요. 지금도 그러한가요? 건축에 대한 마음은 요즘 어떠세요?
지금도 그런 것 같아요. 사람들은 영화 이야기도 하고, 가구, 음식 이야기도 하죠. 근데 저는 그 대화에 끼기가 쉽지 않아요. 아는 게 진짜 없거든요.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먹는 것과 입는 것, 보고 듣는 것들은 전보다 좋은 것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어요. 그런데 건축의 환경도 좋아졌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단열이나 방수 같은 기능적인 것들은 좋아졌지만, 집을 포함한 건축에서 좋아하는 공간 혹은 기억나는 모습처럼 관심을 두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은 여전히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지금에 적응해 버린 것처럼 무관심의 대상이 된 것 같기도 하고요. 건축이 사람 사는 것과 친밀했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를 하듯, 집의 구조를 이야기하고 좋아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 오기를 바라요.
56 아키비스트 박온도
Vol.98 | 2024. 12. | 〈언젠가 자연스레 태가 나겠지〉
우리가 이 대화를 나누는 2월 말, 최근 일기에 적었던 말을 들려주세요.
“그냥 하면 돼.”라고 썼어요. 희망찬 새해 다짐은 명절이 지날 때쯤 언제 그랬냐는 듯 흐지부지되고 왠지 모르게 힘이 빠져요. 무기력함이 마치 새순이 나기 전 흐리고 앙상한 지금의 계절 같아요. 어디선가 2월에서 3월 사이는 부정적인 생각과 선택을 많이 하는 계절이라는 말을 듣고 깊게 공감했거든요. 그래서 누군가 답답함을 느끼며 고민하면 지금은 원래 그런 계절이라고 알려줘요. 저 또한 그런 시간을 잠시 보내다 달리기를 하면서 봄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 수많은 걱정과 막막함이 먼지처럼 별거 아닌 듯 날아가는 걸 느끼며, 추위에 덜덜 떨던 몸도 어느새 에너지로 가득 차 더워지는 게 머리를 탁 하고 맞은 기분이었어요. 시작 전에 너무 어렵게만 느끼던 것들은 일단 움직이고 나면 하나씩 해결을 하든, 버리게 되는 선택을 하게 되죠. “Just Do It”이라고 하잖아요. 그 문장을 새기고 계속 나한테 알려주고 있어요. 나를 방해하는 외부가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을요.
57 디자이너 최인애
Vol.34 | 2016. 04. ᅳ Vol.70 | 2020. 03.
왜 디자이너의 길을 선택했는지, 그중에서도 왜 《AROUND》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는지 궁금해요.
책을 만든다는 건 조금 거창하고 멋진 일 같지만, 책 만들기는 어릴 적 좋아하던 종이 접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낯선 책에서 어떤 종이를 사용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손끝으로 읽어내는 종이의 질감이 좋고, 책의 형태를 고민하는 과정이 매력있었죠. 그 재미를 따라가보니 북디자인이었고, 좋아하는 이야기와 매력적인 사람을 쫓아가보니 《AROUND》의 글이었어요. (물론 어라운드가 잘 맞을 것 같다는 친구의 추천도 있었지만요. 친구야 고맙다.) 역시 좋아하는 일이 늘 정답이네요.
58 포토그래퍼 장혜진
Vol.97 | 2024. 10. | 〈이 도시의 새 장면〉
Vol.97 | 2024. 10. | 〈오롯이 나를 발견하는 걸음으로〉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면서, 대구의 사진책 서점 ‘낫온리북스’를 돌보고 있죠. 서점에 들일 책과 들이지 않을 책을 구분하는 기준이 궁금해요.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성 사진가이기에 제가 운영하는 서점에서만큼은 저와 비슷한 혹은 저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찾아 잘 들어보고 싶었어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페미니즘·동물권·인류세와 같이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루는 책, 서사의 주체가 된 여성 창작자의 책, 지역에서 발행된 책,소규모 자본으로 제작된 책, 이런 책을 서점에서 소개하려고 늘 애쓰고 있어요. 또 여성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아티스트 토크 프로그램 ‘NOBNOT ONLY BOOKS in Focus’를 서점에서 진행하기도 해요. 여전히 사진계는 남성성으로 견고하게 쌓아 올려져 있어요. 이런 세계에 아주 가느다란 균열을 내고 싶었달까요.
59 무과수
Vol.65 | 2019. 05. | 〈멋진 신도시〉
Vol.78 | 2021. 07. | 〈무과수의 마을에 놀러 오세요〉
보고 듣고 느낀 것, 좋아한 것들을 홀로 간직하기보다 뉴스레터, 유튜브, SNS로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도 전하고 있어요. 알지 못하는 다수에게 나를 꺼내 보이는 일은 용기가 필요하죠. ‘공유할 용기’를 잃지 않고 이야기 나누기를 지속하게 만드는 힘은 무엇인가요?
‘일상’을 주제로 이야기한 지 10년이 넘어가고 있고, 200명으로 시작해 현재 1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과 공유하게 됐지만 저의 마음가짐은 여전히 처음과 그대로예요. ‘내가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 붙잡아 두는 것’. 처음에는 저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남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쓰던 때가 있었는데 그러다 보면 자꾸 흔들리고 멈춰 서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나를 위한 글을 쓰기 시작했더니 그제야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고, 기록을 중심으로 단단한 관계들이 형성되기 시작했어요. 날이 갈수록 자극적으로 변하는 콘텐츠가 수도 없이 쏟아지고 너무 빠른 변화들로 나다움을 지켜내기 무척 어려운 시대지만, 그 와중에도 평범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바라봐주는 사람들이 존재하더라고요. 보통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서로 다독이며 즐겁게 늙어가고 싶어요.
60 사월의눈 정재완
Vol.69 | 2020. 01.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아파트 글자〉
Vol.97 | 2024. 10. | 〈우리는 낯설게 볼래요〉
얼마 전 북페어에서 우연히 뵈어서 반가웠어요. 대학교는 얼마 전 개강을 했지요? 이번 학기에는 무얼 가르치세요?
학부 3학년 학생들에게는 ‘그래픽디자인’, 대학원에서는 ‘타이포그래피 연구’ 과목을 강의해요. 두 수업 모두 큰 주제는 한글과 타이포그래피예요. 타이포그래피는 다양한 미디어에서 글자를 읽기 좋게 또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다루는 방법이죠. 우리는 한글의 첫 기록 〈훈민정음해례본〉(1446년) 책으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학생들과 함께 글자가 만들어진 원리와 구조, 현재까지 이르는 글자의 다양한 모양을 학습하고, 그 과정에서 한글 타자기와 탈 네모꼴 폰트, 한글 전용과 가로쓰기, 다국어 문자 섞어 쓰기 등을 살펴보고 이해할 거예요. 그리고 학생들은 소리를 시각화한 한글의 시스템 원리를 활용해서 포스터를 디자인하거나 자신의 연구 문제를 스스로 설계하는 과제를 한답니다.
61 디자이너 윤원정
Vol.43 | 2017. 02. ᅳ Vol.100 | 2025. 04.
전에는 어라운드 안에서, 이제는 바깥에서 《AROUND》를 디자인하고 있어요. 프리랜스 디자이너의 일상은 어떤 모습이에요?
대부분 컴퓨터 앞에서 작업하다 보니, 가끔은 ‘오늘 하늘 한 번 못 봤네.’ 하고 놀랄 때도 있어요. 일과 생활의 경계가 흐려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루틴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침잠도 많고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하는 제가 루틴을 만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요. 그런데 반려견 덕구를 만나고부터는 새벽 6시, 오후 4시. 이 두 번의 산책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나가요. 첫 번째 산책은 반쯤 감긴 눈으로 나가지만 조용한 거리를 걸으며 하루를 서서히 시작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작업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덕구가 조용히 다가와 무릎 위에 따듯하고 묵직한 턱을 툭 올려요. 두 번째 산책을 나가야 한다는 신호예요. 가끔 미루고 싶을 때도 있지만, 나가면 ‘잘 나왔다.’ 싶어요. 생각도 정리되고, 숨 돌릴 시간도 생기니까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이어지는 이 작은 루틴 덕분에 하루가 흐트러지지 않고, 일상도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어요.
62 클로즈닡클럽·요가 강사 다와
Vol.94 | 2024. 04. | 〈특별한 식탁으로 초대합니다〉
뜨개 하는 시간과 요가 하는 시간, 둘 중에 언제 좀더 나답다 느껴요?
뜨개를 할 때는 편물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혹은 영상을 틀어 둔 채 손을 움직이기도 해서 딴생각을 하거나 ‘나’를 의식하는 일이 거의 없어요. 뜨개질은 잉여 시간이 많을 때, 그러니까 요가 수련이나 일기 쓰기, 햇볕 쬐기, 충분한 수면 등이 모두 충족된 후에야 손이 가는 취미예요. 재미있어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쏟게 되고, 중독적인 면이 있어 너무 빠져들면 오히려 내게 이롭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이죠. 반면 요가 수련은 삶을 또렷하게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행위예요. 건강한 생활을 위해, 과열되지도 무기력하지도 않은 균형 잡힌 상태를 유지하려면 수련이 필요하죠. 오롯이 내 몸과 영혼을 주시하는 거의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에, 요가를 수련하는 시간이 나답게 느껴져요. 그리고 요가적인 삶이 나다웠으면 해요. 몸과 마음이 조화로운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원하는 모습이니까요. 물론 뜨개하는 나도 좋지만 말이죠.
63 어라운드 브랜드 프로젝트 디렉터 하나
어라운드의 또다른 축, ABC 팀에서 오랫동안 브랜드 프로젝트를 리드해왔어요. 브랜드와 소통하면서 중요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만 할 때, 기준 삼는 것이 있나요?
브랜드 프로젝트는 우리의 파트너 기업, 그리고 글과 사진 등등 각 분야의 전문가의 힘을 빌려 구현해 내는 일이라 균형감에 대해 자주 생각해요. 무탈하고 빈틈없이 해내려고 하기보다는 언제든 변수는 있을 거라는 걸 전제로, 생각지 못한 문제에 최선의 대응을 해보자는 각오(?)로 일하죠. 또,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어라운드의 언어와 감도로 풀어내는 방식에 대해서도 늘 고민해요. 우리는 무엇이든 자세히 들여다보기를 잘하고, 그렇게 발견한 것을 조곤조곤 풀어 이야기하는 일을 잘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의 파트너가 어라운드에 기대하는 것도 그런 과정을 거쳐 나오는 따스하고 다정한 콘텐츠라는 생각이 들고요. 이야기를 담는 매체가 지면이든, 화면이든, 혹은 공간이든, 진심 어린 시선이 느껴지는 콘텐츠로 채운다는 점이 어라운드 고유의 매력이자 제가 일하며 꼭 지켜내고 싶은 기준점인 것 같아요.
64 한아조 조한아
Vol.79 | 2021. 09. | 〈한아조는 한아조〉
비누는 예기치 못하게 묻은 얼룩과 일상의 흔적들을 깨끗하게 씻어내죠. 일을 하면서도 의도치 않은 결과나 마음이 철썩 달라붙기도 하는데요. 말끔히 흘려보내고 싶은 생각이나 태도가 있나요?
처음 한아조를 시작하면서 다짐했던 수많은 것들이 해를 거듭하며 조금씩 달라졌어요.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며 굳게 믿던 생각들을 무너뜨려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나를 정의 내리기를 말끔히 씻어내고 싶어요. 더 이상 몸은 자라지 않는 어른이지만, 유연한 마음가짐이 있다면 언제든 내가 되고 싶은 어른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65 브랜드 디렉터 강수정
Vol.1 | 2012. 08. ᅳ Vol.2 | 2012. 10.
《AROUND》는 2012년 처음 세상에 나왔죠. 어떻게 창간 멤버로서 함께하기를 결심하셨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주변에 관심이 많았어요. 거리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삶을 상상하곤 했어요. 그런 저에게 《AROUND》는 무척 자연스럽게 다가왔어요. 내 주변의 다양한 삶을 담아낼 수 있는 기회이자 시작이었어요. 1호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한 건, 읽는 순간만큼은 부드럽고 좋은 기분이 머물기를 바랐어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감정이 고스란히 마음에 닿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부사 하나, 작은 이미지 한 장까지 신중하게 골랐어요. 요령 대신 천천히, 바느질하듯 한 땀 한 땀 잇고, 덧대고, 연결해 나갔어요.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 서로에게 기대며 책을 만들어 간 시간이 참 감사했어요. 《AROUND》의 시작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숲에는 두 갈래의 길이 나누어져 있었고 나는 사람이 덜 다닌 길을 택했으며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중에서)
에디터 차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