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운드가 다시 만난 50인

《어라운드》가 ‘다시’ 만난 50인

우리는 매달 인터뷰라는 방식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를 담는다. 글이나 사진, 그림을 통해 그 목소리를 전하기도 한다. 2013년 9월부터 지금 50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숨결이 우리를 스쳤을까? 50호를 기념해 《어라운드》가 만났던 사람 50인에게 하나씩 질문을 던졌다. 이는 우리가 그들에게 보내는, 뒤늦은 안부 인사이기도 하다.

01 뮤지션 최고은
12호(2014년 4월), 〈노래를 만드는 마음 – 최고은, 봄.Bom〉

처음 《어라운드》에 들어왔을 때, 사무실에 당신의 ‘봄’이 나오면 시간이 느리게 흐르곤 했어요. 나중에서야 그게 《어라운드》에 소개된 노래라는 걸 알았죠. 때때로 어떤 노래와 장면은 서로를 이어주잖아요. (저에게는) ‘봄’과 《어라운드》가 딱 그래요. 지금 이 계절, 당신이 자주 흥얼거리는 노래는 무엇인가요?
‘봄’이라는 곡이 기억장치로 쓰일 수 있다니 무척 기뻐요. 고맙습니다. (저에게 봄은 대학 시절 지냈던 옥탑방 마당의 노을 지는 풍경이에요.) 마침 제가 요즘 흥얼거리는 곡이 딱 하나 있어요. 아직 녹음하지 않은 ‘가야(가제)’라는 곡이에요. 가을에 발매 예정인 새 앨범에 실릴 곡인데 가사가 입에 붙질 않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 자주 부르며 몸에 붙이는 중이거든요. 계절보다는 시절에 맞는 곡이네요.


02 건축가 윤한진
30호(2015년 12월), 〈우당탕탕 세 친구의 정신 없고 유쾌한 토크박스 한 판 – 푸하하하 프렌즈〉

2년 전,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인간 기록 보관소’라고 대답했어요. 더 늘어난 기록이 있나요? 새롭게 새긴 것, 혹은 희미해진 것.
제가 그런 대답을 했었나요? 그렇다면 당시의 저는 ‘중2병’에 걸렸던 것 같습니다. 집이 인간 기록 보관소라니 영 촌스러워서 들어줄 수가 없군요! 집은 용도 구분에 따라 아파트, 단독주택, 다가구, 다세대로, 또 소유주 구분에 따라 전세, 전전세, 월세, 자가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빌라, 원룸, 투룸 따위는 법적 용어가 아니라 사용에 있어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고요. 저는 전세 아파트에 삽니다. 아파트 좋아요. 대출은 신한은행이 잘 해주는 거 같아요. 답변이 좀 거시기 한데, 과연 잘 실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03 사진작가 박소영
21호(2015년 2월), 〈가까운 사진가 – 박소영〉

한동안 《어라운드》의 전속 포토그래퍼로 활약했잖아요. 그때 소영 씨만의 사진 톤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한 장의 사진이 나오기까지 어떤 점을 가장 신경 쓰나요?
단렌즈의 화각을 좋아해요. 그래서 사진 찍을 때 여백의 균형이라든지 수평 같은 것을 많이 신경 써요. 디자인 작업을 하다 보니 사진 속 사물들을 디자인하듯 보게 된 것 같아요. ‘이렇게 각도를 돌려 찍어보면 더 좋겠군. 이것만 빠지면 더 괜찮겠어.’ 뭐 그런 거죠. 예전에 지인이 저를 보며 사진 한 장을 찍을 때 오래 고민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어라운드》 촬영을 할 때는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상태를 담으려 노력했어요. 굳이 무언가를 조합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말이에요. 모든 환경이 좋은 건 아니지만 모든 순간에는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촬영 후의 일이라면 대부분 보정 작업을 거치는데, 따뜻한 색감과 빈티지한 느낌을 좋아해서 일부러 노이즈 효과를 주기도 해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찍고 보정하는 게 좋아요. 내 사진이잖아요.


04 디자이너 박소언
22호(2015년 3월), 〈작은 우주 – 씨앗〉

그런 얘기를 들은 적 있어요. ‘《어라운드》의 느림은 박소언이 만들었다.’ 어라운드 디자이너 이후에는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요. 여전히 그곳에서도 서두르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지.
억울합니다. 일단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대답이네요. 어라운드에서의 시간이야말로 제 인생에서 가장 서두르며 지낸 기간이 아닌가 싶어요. 마감을 훨씬 지나 원고를 넘긴 모 에디터가 제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유유히 퇴근 하던 뒤통수가 떠오릅니다. 어라운드에서는 사진과 글을 요리조리 구성하는 일을 했고, 지금은 물건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변을 관찰하여 주제를 정하고, 그것을 작고 느긋한 물건에 담아내는 작업이에요. 그러고 보니 첫 번째 물건들을 만든 후에 너무 긴 공백기가 이어지고 있네요. 아, 역시 그렇다면… 억울합니다.

05 만화가 정우열
15호(2014년 7·8월), 〈I am not just sad – 올드독, 정우열의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이야기〉

3년 만에 다시 안부를 묻습니다. 풋코와 작가님 모두 제주에서 잘 지내고 계신가요? 그곳에서 보낸 다섯 번째 여름은 어땠나요?
풋코와 저 모두 제주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벌써 3년이 지났군요. 여러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풋코의 몸이 좋지 않아 서울 큰 병원에 다녀오기도 했고, 제게는 몇 줄의 글로는 밝히기 어려운 제법 큰 고난이 닥쳤었고, 올해 초엔 이사도 했어요. 책도 한두 권 더 냈고요. 작년 여름엔 앞서 말한 고난 때문에 바다에 거의 가지 못했어요. 그래서 올해, 제주에서의 다섯 번째 여름엔 열 일 제쳐두고 열심히 바다에 놀러 다녔습니다. 피서객이 떠나간 해변에서는 풋코와 캠핑을 할 거예요.


06 요리사 요나
5호(2013년 5월)~38호(2016년 9월), 〈재료의 산책〉

‘재료의 산책’이라는 기획으로 《어라운드》와 오랜 시간 함께 해줬잖아요. 연재가 끝난 후 당신의 식탁이 궁금했어요. 지금 당신의 접시 위에 어떤 음식이 담겨있나요?
‘재료의 산책’ 연재를 끝낸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요즘도 저의 일상은 ‘재료의 산책’을 통해 만난 인연들과 함께 흘러가고 있어요. 그래서 늘 식탁 위에는 그들과 함께 나눠 먹는 맛있는 밥이 올라가 있고요. 식탁에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장면을 기록하고, 잘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요. 그리고 집 근처에 작은 팝업식당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식당 이름 역시 ‘재료의 산책’이라고 지었어요. 제철 채소 요리를 만들어 편안하고 기분 좋은 한 끼를 만들고 싶어요. 더 이상 마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여전히 연재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긴장돼요.

07 여행자 유훈
25호(2015년 6월), 〈백패킹은 처음인데 – Backpacking with my friend〉

비록 흙바닥 위에서 자며 추위에 떨고, 거의 동사할 뻔 했고, 눈을 떴을 때 당신은 자동차 안에서 히터를 켜고 자고 있었지만, 그날의 새벽 풍경과 믹스 커피는 정말 끝내줬어요. 여행을 좋아하는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저는 지금 제주도에 있어요. 눈앞에 바다가 보이는 예쁜 레스토랑에서 매니저 일을 하고 밤에는 서울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클럽에서 VJ 일을 하고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의 엉성했던 캠핑과 제주에서의 삶이 많이 닮아있는 것 같아요. 서툴고 어색했지만 마음만은 편안했던 그날처럼.


08 일러스트레이터 키미
7호(2013년 9월), 〈Welcome to kimiground – 일러스트레이터 키미의 알록달록한 세상〉

지난번 보내준 《바게트 호텔》 책은 잘 받았어요. 개인적으로 가면을 쓴 제빵사 톰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얼마 전에는 진짜 바게트 호텔을 열었다고요. 지금 그곳에는 어떤 투숙객이 머물고 있나요?
지금 남해의 바게트 호텔은 책 속 호텔처럼 심심하고 조용합니다. 이 공간 을 함께 꾸리느라 까맣게 타버린 리셉션 스태프와 파운드케이크를 굽는 여자가 있어요. 며칠 전에는 이곳과 잘 어울리는 LP를 가져온 손님이 있었고, 오늘은 백조 튜브를 끼고 온 손님이 있었습니다. 원하던 그림 속에 있게 되어 정말 기뻐요. (비록 바게트도 호텔 룸도 없는 바게트 호텔이지만요.)

09 일러스트레이터 한차연
38호(2016년 9월), 〈섬 같은 여자 – 그림작가 한차연〉

바람 부는 제주에서 만나 옥수수를 나눠 먹으며 긴 얘기를 했어요. 이제는 제주를 떠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생활을 보내고 계신지 말씀해주세요.
제주살이를 일 년 정도 계획했다가 반년쯤 더 살고 작년 겨울 서울로 올라왔어요. 여전히 시간 나는 대로 제주와 서울을 오가고 있지만요. 우연히 SNS에 ‘1년 전 오늘’ 사진이 뜨면 제주의 하늘과 여백이 가득해요. 서울 생활은 늘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져요. 저의 생활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어쩐지 도시는 시간이 더 빨리 흐르고, 재촉하게 되네요. 지금은 그곳을 적당히 그리워하며 이곳에서 충실히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그리워하는 곳은 아마도 ‘그때의 제주’일 테니까요. 제주와 조금 멀어진 지금, 제주에 사는 동안 그렸던 그림과 사진을 묶어서 독립출판물로 만들어보려고 해요.


10 회사원 이한솔
47호(2017년 6월), 〈운동 덕후 6인 – 생활운동 열전〉

운동 덕후로 소개된 적이 있었잖아요?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어요. 회사 선배와의 탁구 전적은 어떻게 되나요? 여전히 음료수를 사는 쪽인가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인터뷰 이후에 탈덕을 했어요. 대신 이제는 헬스 덕후가 되어서 선배와는 스쿼트 파트너로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경쟁이 아닌 상생의 관계가 됐죠. 여름이 오기 전에 뱃살을 빼는 게 목표였는데, 어느덧 가을이네요…. 올해 안에 뺐으면 합니다.


11 건축가&카탈로그 대표 이진주
27호(2015년 9월), 〈물건을 위한 안내서 – Katalog〉

인터뷰 후로 오랫동안 《어라운드》에 떠남과 머무름에 대한 이야기를 써주셨어요. 요즘엔 어디로 떠나고 싶어요? 계획하는 여행이 있나요?
입버릇처럼 늘 이야기해요. 우리 다음에는 거기로 떠나자고. 차 위에 루프 텐트를 얹고 스코틀랜드를 일주하자고도 하고, 방콕과 싱가포르를 횡단하는 열차를 타자고도 합니다. 아직 돌지 못한 아이슬란드의 동쪽도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고, 오 년마다 독일의 카셀에서 열리는 도큐멘타Documenta역시 가을이 지나기 전에 꼭 보자고 말합니다. 하지만 막상 전혀 생각지도 못한, 뜬금없는 곳으로 불쑥 떠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러니 도무지 줄어들지 않는 리스트를 품고 사는 셈이지요. 다음 여행지 역시 언제,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오늘은 늘어진 감각을 다시 팽팽히 당겨줄 낯설고도 묘한 곳을 꿈꿔봅니다.


12 영상감독 이와
41호(2016년 12월)~50호(2017년 10월), 〈Around film〉

‘주변’을 주제로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시나리오 혹은 이미지가 생각나요?
공교롭게도 지금, 베를린에서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사라지고, 그 사람의 주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내가 알고 있던 사실과는 다른 이야기들을 듣게 되는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13 사진작가 윤동길
41호(2016년 12월), 〈당신은 어떤 도구를 사용하나요? – 수선집 이야기〉

현장에서 구둣방을 찾아 촬영해야 했던 날 기억나요? 그때 무거운 카메라 가방 들고 몇 시간이나 같이 걸어줘서 감동받았어요. 다시 한번 그런 상황이 온다면, 저 버리고 가실 거예요?
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요.

 

14 책방지기 피노
29호(2015년 11월), 〈작지만 커다란 우리 동네 책방 – 오후의 책방들〉 / 44호(2017년 3월), 〈경주를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극히 주관적인 안내서〉

《어라운드》와 대화를 두 번 나눈 인터뷰이예요. 연남동에서 경주로 터전을 옮긴 후 조금 시간이 지났는데, 피노키오의 지금은 어떤가요? 여전히 다음 여행지를 생각하고 있나요?
여전히 찾고 있어요. 그런데 여러 지역을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피노키오가 안정적으로 정착해서 커뮤니티의 한 부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참 지금은 대구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었어요.

 

15 studio fnt 그래픽 디자이너 이재민
29호(2015년 11월), 〈You are what you read – 당신이 말하는 당신이 읽는 책〉

지난번에는 ‘당신을 말하는 책 여덟 권’을 추천해줬어요. 이번에는 주변에 두게 되는 술에 관해 묻고 싶어요. 요즈음 어떤 것들을 마시고 계신가요?
가을로 접어들며 밤기운이 제법 스산합니다. 주말에는 ‘No Name’을 마셨습니다. 파리 리츠Ritz 호텔의 바텐더 요한 부르고스Johann Burgos가 ‘시가와의 마리아주’를 위해 창조한 것으로 알려진 이 칵테일은, 이미 충분히 단맛이 강한 다크 럼에 꿀을 추가하여 더 달게 만든 부분이 패기 있게 느껴집니다. 시나몬 스틱을 셰이커에 부숴 넣고 강하게 흔들어 그 향을 흥건하게 우려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죠. 시나몬과 꿀의 고상한 단맛이 고엽枯葉처럼 바싹 마른 담배를 태우는 향과 제법 잘 어울리고요. 씁쓸한 시가를 태우며 지난여름의 달콤한 상념들도 허공에 날려봅니다. 함께 들을 음악으로는 루 도널드슨Lou Donaldson의 ‘Autumn Nocturne’을 추천합니다.

 

16 고양이 하이
어라운드 고양이

하이야, 너는 도도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럽잖아. 처음 나를 보며 네가 했던 말 기억나?
하아아아악!!!

17 뮤지션 정밀아
25호(2015년 6월), 〈노래를 만드는 마음 – 정밀아, 방랑〉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모르면 모른다 하는 것, 마음을 비틀지 않는 것, 한길 오래간 사람, 듣기를 잘하는 사람,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정성껏 밥을 짓는 것, 균형을 잘 맞추는 것, 계절과 날씨가 바뀌는 것.’이라고 대답했었죠. 요즘 밀아 씨를 멀리 데려다주는 건 무엇인가요?
요즘은 낮이 길어, 하루 일을 끝내고 집에 와도 밖이 환해요. 샤워하고 등받이가 높은 의자를 창 쪽으로 돌려 앉습니다. 그러고는, 캄캄해질 때까지 방에 불을 켜지 않고 음악도 없이, 하루가 저무는 것을 보며 시간을 보냅니다. 이런저런 생각과 메모, 지난-앞으로의 것들도 떠올리며 ‘지금의 흐름’을 오롯이 감지해보는 것이지요. 이 시간 중에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현재’에 있지만, 어디로든 얼마든지 갈 수 있어요.


18 사진작가 해란
48호(2017년 7·8월), 〈잘 마시기 위한 몇 가지 고찰 – 물〉

물 촬영했을 때 기억나요? 찍으면서 우리 완전 만족했잖아.
이 인터뷰를 빌어 작은 비밀을 말하자면, 물 촬영 때 집 안에서 촬영은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고 조금 놀랐어요. 인물 말고 사물을 주제로 하는 촬영은 처음이었으니까…. 사물은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집 안에서 이렇게 저렇게 사진을 찍어보니 참 즐거웠어요. 우리 집이라 그런지 으레 촬영을 할 때 드는 긴장감과 걱정도 없었고 친구랑 놀면서 일한 것 같아 즐거웠어요. 사진도 만족스럽게 나와서 모든 면에서 백 점을 주고 싶어요. 고백하지만 혜미 씨가 집에 놀러 와서 물 마시고 싶다고 했을 때 내가 ‘수돗물 마셔요.’라고 했잖아요. 그때 ‘아 해란, 아리수 마시는구나.’라는 말을 듣고 속으로 어쩜 말을 저렇게 예쁘게 할까 생각했어요.


19 그림책 작가 이진희
40호(2016년 11월), 〈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실 – 그림책 작가 이진희·일러스트레이터 강영민〉

인터뷰로 만났었는데, 얼마 전엔 《어라운드》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참여했어요. 그림 작업할 때 어땠어요?
《어라운드》를 생각하면 다정한 숲속이 떠올라요. 인터뷰를 하던 날 조금 일찍 버스를 타고 세검정에 있는 작업실로 향했죠.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았던 저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세검정 정류장에서 내리는 한 사람을 보았어요. 조금 일찍 인터뷰를 위한 장소에 도착해 동네를 한 바퀴 산책했을 에디터분의 얼굴이 그 후에도 종종 떠올랐어요. 저에게 그림을 의뢰해주신 다른 에디터분도 내가 생각하고 있던 《어라운드》의 안온한 공기와 닮으신 분이었어요. 보내주신 글을 읽으며 색이 아름답지만 조금 쓸쓸한 영화를 보는 것 같았고 그림으로 잘 표현해보고 싶었죠. 하지만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때로는 자연스러운 마음의 표현을 가로막기도 했어요. 여행을 갈 때 욕심껏 짐을 많이 싸면 어깨가 아파지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가방 속 짐을 하나씩 빼듯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 나갔죠. 숲속에 나란히 모여 소풍을 하는 사람들이 만들고 있을 것 같은 《어라운드》, 이곳에 담긴 제 그림도 다람쥐와 도토리처럼 잘 어울리는 장면이 되었기를 바라요.

20 북디자이너 이기준
29호(2015년 11월), 〈문자와 형태를 잇는 사람 – 북디자이너 이기준〉

하루에 첫 두 시간은 오직 자신을 위해서 쓰기 위해 노력하고, ‘일을 중심에 놓으면 자신을 잃을 가능성이 커진다.’라고 말씀하셨죠. 요즈음 하루의 첫 두 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공교롭게 지난 한 달 내내 새벽 5시에 출근해 돈벌이를 했습니다. 다행히 일을 통해 성장했다고 느낍니다. 한편으로 잃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얻은 셈입니다. 그 많은 일을 제대로 해낼지 우려했는데 꾸준히 하니 되더라고요. 《저, 죄송한데요》 출간 후 채널 예스에 칼럼 연재를 시작했고 다른 개인 프로젝트를 준비 중입니다. 이번 주가 지나면 덜 바쁘지만 그럼에도 5시 출근을 유지할지 조금 늦출지 모르겠습니다.


21 사진작가 오선혜
1호(2012년 9월), 〈A walk in the forest – 숲요일, 한들한들 길을 나서다>

《어라운드》 창간 에디터였어요. 취미로 사진을 찍는 것과 직업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다르잖아요. 사진을 잘 찍는 에디터에서 전문 포토그래퍼가 되기까지, 결심을 확신했던 그 순간이 궁금해요.
확신이라기보다 운 좋게 기회가 주어졌고, 그때 별다른 망설임은 없었던 것 같아요. 사진은 스물두 살 때부터 취미로 찍어왔는데 독학으로 익힌 것이라 어떤 대상을 찍을 때 겁이 없었어요. 그냥 찍고 싶은 대로 찍었죠. 그래서 지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었어요.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스스로 세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건 용납이 안 됐어요. 아마추어 주제에 프로의 작품과 비교하며 혼자 비관하고 그랬죠(웃음). 제 생각에 취미와 직업의 경계를 가르는 건 의심 같아요. 내 역량의 한계를 집요하게 의심할수록 쓸데없는 불순물(감정)을 거르기 쉽죠. 어떤 분야든 계속 파다 보면 추구하는 철학과 자기반성이 생기는 시점이 오기 마련이고 그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잖아요. 이걸 생계로 삼을지 말지. 뭐가 됐든 기회가 왔을 때 덥석 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해요. 불확실성에 지지 않는 멘탈, ‘못 먹어도 고!’ 같은 무모함이요. 결심한다고 누구나 해피엔딩일 순 없겠지만 적어도 본인이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후회는 없을 테니까요.


22 에디터, 사진가 장우철
12호(2014년 4월), 〈Don’t tell me lie – 거짓말하지 마〉

2017년 8월 18일, 당신이 편애한 것을 여기에 기록해주세요.
도시의 이름입니다. 런던이니 아오모리니 함평이니 토리노니 하는 그런 이름들에는 딱히 뭔가를 생각하기 전부터 나를 웃게 만드는 것들이 있습니다.

23 사적인서점 대표 정지혜
29호(2015년 11월), 〈I am with a bookstore – 책을 다루는 마음〉

순수한 독자에서, 편집자로, 서점 직원으로, 지금은 ‘사적인서점’의 주인으로 일하게 됐어요. 모두 책을 둘러싼 일이네요. 그 과정 속에서 가장 중요했던 책이 있나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바다의 뚜껑》이에요. 주인공 마리는 고향의 쇠락한 해변으로 돌아가 빙수 가게를 열어요. 오래도록 고심한 끝에 좋아하게 된 것들로 채운 작은 빙수 가게를요. 제가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지금의 ‘사적인서점’이 될 공간을 발견하고 두 달 뒤 서점을 열기로 결심한 직후였어요. 책을 읽는 내내, 곧 현실이 될 저의 공간을 떠올리며 가슴이 두근거렸죠. 서점을 열고 난 지금도 이따금 이 책을 꺼내보며 자신만의 공간을 꾸려가는 마음가짐에 대해 곱씹어보곤 해요. 이 책에는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곳’에 있다는 충만함이 가져다주는 비할 데 없는 행복이 담겨 있거든요.


24 도자기 공방 히어리 도예가 김은지
39호(2016년 10월), 〈재료의 민얼굴을 만난 곳〉

도예 작업을 하거나 가르치다가 우연히 혹은 사소하게,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 잦을 것 같아요. 요즘 발견한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해주세요.
요즘 발견한 아름다움에 대해서 생각해보다 저와 함께 수업을 만들어가는 수강생이 쓴 글을 보았어요. “도자기를 만드는 건 사계절을 겪는 기분이에요. 말랑말랑한 봄의 흙을 만지고 뜨거운 가마에서 여름을 보내고 아름다운 색으로 가을을 물들이고 견고한 겨울을 보내는 당신의 계절을 구경하는 기분.” 이런 따뜻한 말과 생각을 지닌 사람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작업의 시간이 제가 발견한 아름다움인 것 같아요.


25 식물도감 작가 이소영
19호(2014년 12월), 〈식물 그리는 사람 –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여행을 갈 때마다 그 나라의 식물원을 소개해주셨잖아요. 최근엔 어느 나라 식물원을 보았나요?
몇 주 전에 도쿄에 다녀왔는데, 마지막 날에 신주쿠정원에 들렀어요. 보통 신주쿠에는 쇼핑이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지만 복잡한 신주쿠 중심에서 몇 백 미터만 벗어나면 거대한 나무들이 가득한 신주쿠정원이 보여요. 전 도쿄에 가면 꼭 반나절은 신주쿠정원에 가서 거대한 나무 사이를 걷고 벤치에 앉아 책을 보기도 하고 잔디에 누워 저만치 보이는 도쿄의 큰 건물들을 쳐다보기도 해요. 신주쿠정원엔 특히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크기의 튤립나무가 많은데, 크기가 큰 만큼 꽃도 많이 피어요. 튤립 모양의 잎과 그 사이사이 핀 연두색과 노란색의 둥근 튤립을 보고 있으면 그 어느 꽃집의 꽃다발 부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정원에서 나와 조금만 걸으면 도쿄에서 제일 큰 화방이 있고 또 조금만 더 걸으면 대형 서점이 있어요. 정원에 들렀다 그림 재료와 식물 책들을 사고 숙소로 돌아오는 코스를 좋아해요.

26 일러스트레이터 보나
38호(2016년 9월), 〈귤 드시러 옵서예 – 제주도 감귤〉

계절별 제주도의 귤을 소개하고 싶었는데, 사진이 없어서 난감했거든요. 그림으로 예쁘게 그려줘서 고마웠어요. 요즘에는 어떤 그림을 그려요?
제주의 귤 일러스트는 간단한 일러스트였지만 저에게 의미 있는 작업이었어요. 이전에는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주로 했었는데 제주의 아날로그적 느낌을 살리기 위해 수채화를 병행했죠. 처음 시도해보았는데 느낌이 좋더라고요. 그때의 감을 살려서 요즘도 컴퓨터 작업과 수작업을 같이 하고 있어요. 점점 핸드드로잉의 맛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27 카우니스 코티 대표 서동희
42호(2017년 1월), 〈저마다의 삶을 사는 사람들 – 미니멀 라이프와 맥시멀 라이프〉

지금도 여전히 북유럽 빈티지 가구를 수집하나요?
그렇죠. 내년쯤에 카우니스 코티 컬렉션에 관한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빈티지 컬렉션과 저의 개인적인 취향에 관한 책이죠. 그리고 현재 운영하고 있는 아파트먼트 쇼룸이 아닌 새로운 쇼룸을 기획하고 있어요.


28 화가 호상근
20호(2015년 1월), 〈성실한 관찰자 – 호상근〉

사람들의 기억을 주로 듣고 그림을 그리잖아요. 본인의 기억을 기억하는 방식은 어떤가요?
저는 좀 산만한 편이라, 길을 걸을 때도 두리번거리며 걸어요. 산만하게 보았던 것을 산만하게 기억합니다. 그중에서도 아무래도 기억나는 사람이나 장면을 그리게 되고요.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 그 모습들을 끄집어내 펼쳐 놓고자 해요.


29 배우 한예리
5호(2013년 5월), 〈어라운드가 만난 사람 – 배우 한예리〉

서른 살에 만났어요. 당시 마음은 여전히 스무 살에 멈춰 있는 것 같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어때요? 아직도 당신의 마음은 스무 살에 멈춰 있나요?
아직도 스물 즈음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한 스물여섯쯤(웃음)? 나이를 먹어도 마음만은 늘 청춘이었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꿈을 잊지 않고 항상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라고 느끼며 살기를 바라요.


30 젠틀몬스터 비주얼디렉터 하예진
43호(2017년 2월), 〈전에 없던 전시장 – 젠틀몬스터〉

계속 주기적으로 매장 콘셉트를 바꾸고 있나요? 여전히 바쁠 것 같은데, 그때 공개적으로 채용공고를 하셨잖아요. 새로운 팀원이 생겼나요?
이전 인터뷰에서 혹시 젠틀몬스터의 적은 젠틀몬스터라는 말씀을 드렸던지요? 소비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지금은 조금 더 이후에 선보일 공간에 관해 고민하고 야심 찬 기획을 준비 중이에요. 그리고 공개적인 채용은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팀원분들이 충원되었지만, 회사 내부적인 시스템이 많이 변해서 동시다발적으로 더 많은 인원을 채용하고 있어요. 재능 있는 분들의 많은 지원 부탁드릴게요(웃음).

31 시공미디어 도서기획팀 장인영
40호(2016년 11월), 〈My favorite picture book – 내가 사랑한 그림책〉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으로 고흐의 그림이 담긴 《Sunflowers are mine》을 골랐어요.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 세상의 모든 책을 다 불 질러버리고 싶을 때도 있어요?
책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물건 중 하나예요. ‘북 컬렉터’는 아니지만, 왜 사람들이 전집을 구매하고 싶어하는지 공감해요. 물론 이따금 ‘나무야 미안해’스러운 책도 종종 있지만…. 책을 다 불 질러버리고 싶을 때가 있냐고요? 책은 아니고 원고를 불 질러버리고 싶을 때는 아아아주 많아요(웃음). 모니터를 하루 종일 보고 있으면 활자가 이상하게 보이면서 난독 증상이 올 때가 있거든요. 난독증도 산재 처리가 가능할까요?


32 일러스트레이터 배중열
32호(2016년 2월), 〈아무도 몰랐던 테이블 – Your unknown table〉

《어라운드》와 여러 작업을 함께 했어요.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하나를 콕 짚어내기가 어려워요. 《어라운드》 일러스트만큼은 항상 즐겁게 작업했거든요. 원고를 보고 제가 표현하고 싶은 부분을 자유롭게 담아낼 수 있도록 해주셔서 무척 좋았어요. 매번 《어라운드》를 볼 때마다, 특유의 맑은 기운과 여유를 느껴요. 지금 제주에 살고 있는데 여유와 맑음이 제주와 닮아서, 좀 더 쉽고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33 칼럼니스트 이숙명
47호(2017년 6월), 〈채식의 성지, 우붓에서 보낸 한철〉~50호(2017년 10월), 〈우리 지금 만나 – 당신의 주거지가 우정에 미치는 영향〉

《혼자서 완전하게》의 저자이자 정말로 혼자서 완전한 이숙명 작가님, 요즘 작가님을 가장 즐겁게 하는 혼자만의 놀이는 뭔가요?
너무너무 바빠서 따로 놀 시간이 없어요. 8~10시간 자고 밥 먹고 차 마시고 청소하고 세수하고 잠깐 멍하게 있으면 하루가 다 가요. 가끔 시간이 생기면 밀린 책과 영화를 보고 다음에 할 일을 정리하고요. 사람들이 어떻게 짬을 내서 회사까지 다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굳이 집중하는 놀이라면 물건 처분하기? 당장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을 때는 찬찬히 방 안을 둘러보고 이 물건이 없으면 내 삶이 어떻게 될까 곰곰이 생각해보고 없어도 살겠다 싶으면 중고로 팔거나 누구에게 줍니다. 그러다 보면 물건과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게 다음 책의 주제이기도 해요.

34 tvN 마케터 한창헌
42호(2017년 1월), 〈저마다의 삶을 사는 사람들 – 미니멀 라이프와 맥시멀 라이프〉

집에 있는 LP가 모두 몇 장이라고 했죠? 그런데 LP뿐만 아니라 모든 물건이 많았죠….
LP는 듣고 싶은 게 있으면 사는 편이고, 스스로를 수집가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몇 장인지는 세어보지 않았어요. 물리적인 양보다는 그 음반을 샀을 때의 공기나 분위기가 더 중요하니까요. 사고 나서 한 번도 안 듣는 앨범도 있긴 합니다만…. 새로 들인 물건은 크게 없어요. 큰 테이블을 아는 동생에게 주고 원형 테이블을 산 정도네요. 아! 가장 좋아하는 술인 진Gin은 꾸준히 사고 있어요. 여행 다닐 때마다 현지의 진을 여권에 도장 찍듯 구하고 있어요. 지금은 방콕인데 운 좋게 로컬 디스틸러Distiller에서만 파는 진 한 병을 구했어요. 그저 그뿐입니다.


35 일러스트레이터 손은경
43호(2017년 2월), 〈보다 그린 조각상 – 일러스트레이터 손은경〉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던 그 목표는 잘 지키고 있나요?
그림의 쓰임이나 목적에 따라 ‘일러스트레이터 손은경’에게 거는 기대를 만족시켜야 하는 상황이 그때보다 더 많아졌어요. 주로 외주 작업이나 드로잉 수업을 할 때요. 계속해서 누군가를 의식하며 그리고 있어요. 그렇지만 이런 상황들마저도 기분 좋은 자극이 되는 요즘이라 ‘눈치를 본다’는 게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대신 개인 작업을 할 때만큼은 제 감정과 취향을 온전히 반영하려고 노력해요. 저 자신에게 더욱 집중해서 작업할 힘도 조금씩 기르고 있고요. 그렇게 나오는 작업물들을 선보일 기회를 틈틈이 엿보는 중입니다.

36 스튜디오 빌리빈 아트디렉터 강민정
46호(2017년 5월), 〈지금, 당신에게, 이 단어, 여성 – 자기만의 방에서 만난 열 명의 사람〉
여성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볼수록 성별로서의 구분은 점점 무의미한 것 같다고 했어요. 개인이 존재할 뿐이라고요. 요즘 민정 씨 ‘개인’을 위해서 하는 일이 있나요?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일기는 오로지 저를 위한 기록이고 정리인 것 같아요. 블로그에 주로 쓰는데, 별것 아니지만 정말 솔직하게 기록하고 싶어서 혼자 몰래 쓰고 있어요.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 생각했던 것들, 느꼈던 것들. 일기 덕분인지 이번 한 달을 아주 열심히 보낸 기분이 들어요.


37 사진작가 니나 안
1호(2012년 9월), 〈Camping at rooftop〉

《어라운드》 1호의 화보를 찍었습니다. 만약 지금 《어라운드》에서 다시 화보를 찍는다면, 어떤 사진을 찍고 싶나요?
《어라운드》 창간호를 통해 국내에서 첫 화보 작업을 했어요. 아직도 그때 모인 스태프들의 흥분과 열정, 그리고 충분하지 않았던 예산과 이를 극복할 날이 올 거라며 더 나아질 미래에 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밤이 떠올라요. 음, 예산을 생각하지 않고 다시 사진을 찍는다면, 분명 많은 사람을 캐스팅하고 싶어요. 모두 한껏 멋을 낸 모습으로 갈고리를 채우듯 손에 손을 잡고 새벽 푸른 바닷가를 둥글게 걸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다가 수평선을 향해 달리기도 하고요. 그렇게 밤을 보내고 낮을 여는 춤을 추는 것 같은, 그런 모습을 담아보고 싶어요.


38 사진작가 구본창
45호(2017년 4월), 〈흘러 모여든 순간에게 – 사진작가 구본창〉

최근 사진에 대한 대중의 선호가 조금 더 옛날 시절의 감성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필름카메라에 찍히기만 하던 세대가 다시 필름카메라를 찾기 시작하고, 필름카메라 느낌이 드는 핸드폰 어플리케이션도 인기를 끌고 있고요. 왜 사람들이 조금 더 낡고 오래된, 그래서 조금은 촌스러운 분위기로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시나요?
디지털카메라는 보기에 완벽한 사진이 나올 가능성이 커요. 실수의 여지가 없죠. 하지만 필름카메라는 빛이 잘못 들어가기도 하고, 마지막 장에 흠이 생기기도 하고, 심지어 필름 넣는 걸 까먹기도 해요. 단순히 사진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 자체가 인간적이고 온기가 느껴지거든요. 필름사진의 획일적이지 않은 점과 예상할 수 없는 성질이 사람들의 그리움을 돋우는 것 같아요.

39 6699press 이재영
34호(2016년 4월), 〈손길과 눈길이 닳고 닳은 자리 – 느릿느릿 배다리 씨와 헌책 수리법〉

34호에서 ‘Recycle’을 주제로 헌책을 수리하는 배다리 아저씨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었어요. 1년이 지난 지금, 요즘의 6699press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6699press는 지난 1년 동안 두 권의 책을 냈어요. 하나는 남한으로 탈북한 소녀의 또 다른 그리움을 담은 《보고 싶은 친구에게》예요. 또 하나는 ‘한국에서 여성 그래픽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11개의 대화를 그대로 담은 책, 《한국, 여성, 그래픽 디자이너 11》이에요. 또 즐겁고 새로운 것을 준비하며 오늘을 보내고 있답니다.


40 패션 콘텐츠 에디터 윤진
47호(2017년 6월) 〈당신의 아침은 안녕한가요 – 아침을 채우는 방법〉

그때 윤진 씨의 아침 식사 스타일로 아침을 몇 번 챙겨 먹어봤는데, 매일이 조금 달라졌어요. 요즘에 즐겨 먹는 시리얼은 무엇이죠?
즐겨 먹진 못하지만, 아껴 먹는 게 있어요. 포틀랜드에서 사 온 그래놀라인데요. 보통의 시리얼처럼 푸르티Fruity하거나 너티Nutty하지 않고 시즈닝이 가미되어 있어요. 짭조름함과 고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죠.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 아껴 먹고 있어요(웃음). 시리얼이라는 세계는 익숙해질 때쯤 항상 새로운 게 등장해 질릴 틈이 없네요.


41 사서 여수정
1호(2012년 9월), 〈비에이를 향한 세 개의 시선〉

에디터로 《어라운드》의 시작을 함께했어요.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여기에 꺼내 줄 수 있나요?
많은 순간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질문을 받은 뒤부터 계속 떠오르는 때는 지원서를 낸 뒤 당시에는 파주에 있던 작은 사무실을 찾아갔던 순간이네요. 저와 《어라운드》의 첫 만남이었으니까요.

42 페르마타 디자이너 최혜진
46호(2017년 5월), 〈당신과 나누고 싶은 세 개의 브랜드 – 페르마타·율이에·젬앤페블스〉

실장님이 꿈꾸고 있는 삶, 그러니까 ‘삼시 세끼 밥을 해 먹고 주말에는 온전히 쉴 수 있는 삶’에는 얼마나 가까워졌나요?
질문을 들으니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짓게 되네요. 지금 삶에 대한 깊은 반성의 웃음이기도 하고, 바쁜 일상에서 스스로 늘 되새김질하는 질문이기도 해서 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받으니 기분이 묘해요. 지난 4월 인터뷰 후 저는 그동안 제가 꿈꿔온 삶을 살기 위해 용인 시골 마을로 이사했어요. 용인이지만 외곽에 있어 가장 가까운 슈퍼를 가려면 30분을 걸어야 하죠. 현재는 일 때문에 서울로 출퇴근을 해 삼시 세끼가 아닌 이른 아침 한 끼 정도지만, 마당에서 키운 채소로 건강한 식사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쉬는 주말에는 텃밭을 가꾸며 마당에서 강아지와 고양이랑 시간을 보내고, 미친 듯이 자라는 잡초와 잔디랑 전쟁을 하며 올해 새롭게 유행하는 옷이 아닌 해충에 대해 공부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일이 아닌 다른 것들에 관심을 두며 지내고 있습니다. 《어라운드》와 인터뷰를 하고 시간이 지나 제 삶이 변한 것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제가 원하는 삶에 차근차근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43 만화가 이슬아
46호(2017년 5월), 〈지금, 당신에게, 이 단어, 여성 – 자기만의 방에서 만난 열 명의 사람〉

슬아 씨가 등장한 46호 표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무척 사랑받았어요. 슬아 씨가 생각하는 사랑스러운 여자는 어떤 여자일까요?
미란다 줄라이Miranda July의 소설 속 인물들이 먼저 생각나요. 그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이지만 특유의 무구함과 미숙함 때문에 자주 곤란해진다는 점은 비슷해요.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놀라고 쉽게 상처받는데 피해 가거나 방어할 요령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 그래서 고생하는 사람들. 그들의 고생은 장면은 맘 아프고 안타까운데 왠지 계속 계속 읽고 싶은 고생이에요. 상처받는 게 실은 아주 용감한 일이라는 걸 미란다 줄라이 소설에서 배웠어요. 우리 엄마의 머리카락은 까맣고 굵고 두꺼워요. 엄만 통통한 볼과 입술과 어깨와 가슴과 엉덩이를 가졌고, 우렁찬 트림과 방귀를 자주 내뿜고는 꼭 엄청 크게 웃어요. 그러다 텔레비전 속 어떤 할머니 할아버지의 저녁 식사를 보면서 금방 울어요. 실수를 저지르면 눈썹을 이마까지 올리면서 놀라요. 그리고 열심히 정말 열심히 사과하지요. 매일 다른 실수를 만드는데 매번 처음인 것처럼 곤란해하는 걸 보면 엄마는 아침마다 다시 태어나는 사람 같아요. 엄마가 잘 땐 뒤에서 꼭 안아보는데 그럼 조금 달큰한 살냄새가 나요. 그 냄새 맡으며 생각해요. 나를 낳은 여자는 이렇게나 생생하구나. 그녀를 닮아 저도 쉽게 웃고 쉽게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제가 울 때마다 엄마는 말했어요. 가장 건강한 마음은 쉽게 상처받는 마음이라고. 그럴 수 있다는 건 무지 강한 거라고요. 다시 미란다 줄라이를 떠올리면 그 말을 믿을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이렇게 약하고 강하고 우스꽝스럽고 사랑스러운 엄마 옆에서 저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매일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잡니다.

44 에세이스트 한수희
11호(2014년 3월), 〈우아하게 소비하는 법 – 굿바이 쇼핑, 굿바이 신용카드〉~50호(2017년 10월), 〈당신의 이름은 – 언노운 걸, 노동의 배신〉

《어라운드》 50호 동안 한수희 작가님만의 시선으로 수많은 책과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책과 영화와 가까운 삶을 사는 것이 한수희 작가님 삶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궁금해요.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 둘을 키웠는데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었어요. 책 속으로 탈출하는 것밖에는 길이 없더라고요. 지금 제가 책을 읽는 이유는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어서라고 생각해요. 더 좋은 글을 쓰려면 잘 살아야 한다고 믿는데, 책을 읽을수록 더 잘 살게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알고는 있었지만 자꾸 까먹게 되는 중요한 진실을 다시 마주하게 되죠. 무엇보다 책을 읽을 때마다 복잡한 생활에서 잠깐 떨어져 오롯이 혼자가 되는, 아늑한 공간을 찾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영화에 관해서라면 20대 초반에 좋아하는 몇몇 감독의 영화를 열심히, 진지하게 보았는데 주로 ‘알프레드 히치콕’이나 ‘코엔 형제’, ‘브라이언 드 팔마’의 스릴러 영화 같은 것이었어요. 책에서처럼 영화에서도 삶의 방식을 배우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고 느끼는데, 그 사실이 즐겁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돼요.

 

45 중학생 주우빈
40호(2016년 11월), 〈My favorite picture book – 내가 사랑한 그림책〉

작년에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에 관해 인터뷰 할 때는 6학년이었는데 이제 중학교 1학년이에요. 뭐가 달라졌어요?
딱히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은데요, 초딩 때는 솔직히 숙제를 해 가든 말든 아무도 저한테 신경 안 썼는데 중딩이 되니 벌점 같은 불이익이 있더라고요. 등·하교 시간도 완전 다르고…. 좋은 건 교복 입으니까 확실히 아침에 옷 걱정이 없어요. 사이즈도 적당해요.

 

46 Magnetic5 박린
39호(2016년 10월), 〈할머니의 요리책 – Grandma’s recipe〉

《할머니의 요리책》 인터뷰 이후, 각자의 할머니가 보고 싶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곤 했어요. 할머니는 요새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가을에 생각나는 할머니의 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것도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할머니는 더운 여름 별 탈 없이 잘 보내셨어요. 거동은 여전히 불편하시지만 휠체어 타고 가족들과 함께 산책을 가기도 해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에는 할머니가 해주신 따뜻한 국물의 수제비가 더 생각나곤 해요.

 

47 사진작가 최랄라
43호(2017년 2월), 〈전시하는 사람 – 사진작가 최랄라〉

이름만 밝은 최랄라 작가님, 요즘 작가님을 가장 즐겁게 하는 건 뭔가요?
나를 느끼는 것이요. 나 이외의 것들에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나만 느끼는 것. 예를 들면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이 얼굴에 닿거나 요리하다 음악을 바꾸는 그런 소소한 순간에 나를 느끼는 거예요.

48 만화가 이윤희
40호(2016년 11월), 〈불어오는 그림, 어디 멀리에선가 – 만화가 이윤희〉

윤희 씨 그림 속의 환상 속에 발을 담근 일상 속 사람들은 안녕한지 궁금해지는 요즘이에요. 최근에 본 것 중 가장 이상했던, 하지만 그리고 싶었던 장면을 묻고 싶어요.
이번 여름이 막 시작될 때 후쿠오카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모모치 해변이란 곳을 가게 됐는데 인공으로 만든 해변이라고 들었습니다. 바닷물과 물결치는 파도, 모래들이 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어울리지 않게 지어놓은 스튜디오와 동화에 나올 것 같은 성들을 보며 걷는데 거기 있는 사람들도 모두 이곳에서 여행자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아닐까 하는 상상에 잠겼습니다. 하와이안 풍으로 만든 카페에 앉아 창문 밖을 바라보는데 흔들리는 인조 야자수와 해변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이 꽤 즐거워 보였습니다. 야자수를 흔들고 있던 바람과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진짜였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어느 순간 아름답게 느껴져 꼭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49 건축가 이상묵
34호(2016년 4월), 〈Zero place design lab, Z-Lab – 공간을 재활용하다〉

그때 크래프트베이스 옆 건물인 오래된 여관을 개조할 예정이라고 하셨죠. 어떤 공간으로 변했어요?
시대여관은 1940년대에 지어진 건물로 창신동 쪽방촌에 자리 잡은 여관으로 사용하던 건물이에요. 그러던 곳이 최근 7년동안 폐가로 방치되어 있었죠. 창신숭인 뉴타운 계획 및 건축 규제로 인해 그동안 개발되지 못했어요.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통개발 및 난개발이 보편적인 가치로 생각되는 요즘 시대에 시대여관은 얼마 남지 않은 1970~80년대 서울 구도심의 쪽방촌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유산이죠. 현재 시대여관에는 20개가 넘는 쪽방이 있어요. 남아있는 쪽방이 현재는 사람이 살기 힘든 상황이라 이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입히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각 방은 예술가들의 생각을 담아내는 가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죠. 기존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70~80년대 쪽방의 모습을 잘 살려서 앞으로 전시 및 소규모 공연을 할 수 있는 대안 공간으로 지역사회에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해요.


50 뮤지션 권나무
31호(2016년 1월), 〈노래를 만드는 마음 – 권나무, 물〉

나무는 한자리에 있는 생물이에요. 사람은 다르죠. 《어라운드》도 50호를 달려오면서 많이 변했어요. 나무 씨는 노래를 시작한 이래로, 변한 게 있나요?
아직 저는 제 삶이 제일 중요한 듯해요. 모두가 인정하는 거장의 삶을 들여다보면 음악이 삶을 집어삼키기도 하는데 저는 그럴 수는 없는 것 같거든요. 아직도 내가 바라보는 세상,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내 음악을 결정하고 있고, 사실 저는 그게 좋아요. 단지 나는 내 삶의 주인이고 싶고, 내가 내보이는 것 자체로 불리고, 보이고 싶어요. 낭만이겠죠? 마음 주던 사람들은 자꾸만 변하고, 자꾸 변하다 보니 그게 사랑인지도 잘 모르겠고. 여전히 그런 삶이에요. 하지만 재미있는 건 보고 싶은 사람은 언제나 한결같다는 거예요. 지금 내가 사랑한다는 것과 아직도 보고 싶다는 것 그건 뭐가 다른 걸까요. 나는 누군가에게 보고 싶은 사람일 수 있을까요. 올바른 것은 어렵다고 하잖아요. 쉽게 얻어지는 것은 제게 대부분 경기를 일으켜요. 다른 건 모르겠고 저는 더 애쓸 겁니다. 애써 애쓰려고요. 매일 나름대로 정직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 밖에는 제가 아는 길이 없습니다. 언젠가는 내가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으로부터도 자유로운 날을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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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건태, 이현아, 정혜미, 김혜원, 이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