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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을 마주하는 처음
앨범사진 한 장에
담긴 이야기
음반을 마주하는 처음
세계적인 명반은 곡뿐만 아니라 앨범 재킷 사진도 주목받는다. 곡을 대변하는 첫 모습인 재킷 사진은 곡만큼 중요하다. 그렇게 멋있어 보이기만 하는 사진 한 장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Abbey Road
The Beatles | 1969
비틀스 음악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 사진을 모를 리 없다. 얼핏 보아도 비틀스의 여러 앨범 재킷과는 다르게 조금은 쉽게 촬영된 사진처럼 보인다. 처음 이 앨범이 나왔을 때, 그룹의 이름이나 앨범 제목이 적혀 있지 않았다. 오직 비틀스의 스튜디오가 자리한 애비 로드Abbey Road의 한 횡단보도에서 네 명의 멤버가 걷고 있는 모습뿐이었다. 존 레논John Lennon의 친구이자 사진작가인 이아인 맥밀란Iain Macmillan이 촬영한 사진인데, 당시 촬영 시간이 단 10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앨범 재킷 사진이 되었다. 앨범이 발매된 이후, 이 횡단보도는 명소가 되었다. 수많은 패러디가 생겨났고, 많은 사람들이 이 거리에서 줄지어 사진을 찍었다.
앨범 커버가 공개되고 나서 이상한 괴담이 떠돌았다. 이 사진은 ‘폴이 죽었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폴만 구두를 신지 않고 담배를 들고 있으며 혼자만 스텝이 다르다. 멤버들 뒤로는 차량번호가 ‘LMW 28IF’인 폭스바겐 비틀이 한 대 보인다. 여기서도 루머는 생겨난다. LMW는 ‘Linda McCartney Widow’의 줄임말로 폴의 와이프인 린다 매카트니가 미망인이 되었다는 뜻이고 28IF는 ‘만약 폴이 살아있다면 28살이 되었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런 요소를 찾아낸 사람도 대단하지만, 팬들 입장에선 충분히 소문을 믿을 법했다. 이후 폴은 말도 안 되는 소문에 재치 있게 응답했다. <Paul Is Live>란 앨범을 발표하고 같은 애비 로드 횡단보도에서 개와 함께 걸어가고 있는 사진을 커버로 사용한 것이다. 뒤에 세워져 있던 폭스바겐 비틀의 번호판은 앨범 발매 이후 도둑맞았다고 한다. 차량은 1986년 한 경매에서 2,530파운드에 팔렸고 현재 독일의 아우토슈타트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횡단보도는 현재 자리가 살짝 옮겨졌지만, 여전히 명소로 남아있다.
The Freewheelin
Bob Dylan | 1963
밥 딜런Bob Dylan이 얼마 전 대중음악가로는 처음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팬은 물론 세계인이 주목하고 열광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 이미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킨 밥 딜런은 우리 엄마 시대의 ‘오빠’다. 앳되고 귀여운 얼굴의 딜런은 수많은 소녀들을 녹였다. 단순한 노랫말이 아닌 한 편의 시가 된 가사와 곡만큼 그의 많은 앨범 커버도 항상 화제였다. <The Freewhee-lin’ Bob Dylan>은 그를 최고의 포크송 가수로 만들었으며, 앨범 재킷 사진 또한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CBS의 사진작가 돈 허스타인Don Hunstein이 촬영한 이 사진은 행복하고 소박해 보이는 연인의 모습을 담고 있다. 실제로 밥 딜런의 팔짱을 끼고 있는 여인은 밥 딜런의 연인인 수지 로톨로Suzie Rotolo다. 사진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유다. 사진 촬영의 배경도 실제로 그들이 살고 있는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로, 하나의 거짓도 없는 사진인 것이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연인의 사진은 앨범에 담긴 소박한 노래와도 잘 어울려 후에 많은 포크 가수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안타깝게도 앨범 발매가 되고 얼마 후 둘은 결별했다. 하지만 수지 로톨로는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강의를 하고 디자인 서적을 출판하는 등 아티스트로서 활동하며 밥 딜런이 시대를 대변하는 가사를 쓰는 데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알려진다. 이 사진은 영화감독 카메론 크로우가 영화 <바닐라 스카이>의 한 장면을 통해 톰 크루즈와 페넬로페 크루즈를 등장시켜 오마주하기도 했다.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The Beatles | 1967
비틀스의 수많은 유명 앨범 중에서도 최고 성공작으로 꼽히는 앨범이다.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는 노래뿐만 아니라 당시 유명인사들이 한곳에 모여있는 듯한 앨범 커버로도 유명하다. 미국 매거진 《롤링 스톤Rolling Stone》이 선정한 ‘위대한 앨범 500’과 ‘위대한 앨범 커버 100’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이 모든 유명인들의 얼굴을 사용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이 들어갔을지 짐작이 간다. 팝 아티스트인 피터 블레이크Peter Blake가 앨범 제목처럼 멤버들을 서전트 페퍼스 밴드로 꾸미고 꽃이 핀 공원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담자고 제안하여 탄생한 커버다.
커버에는 말 그대로 많은 ‘유명인사’들이 등장한다. 비틀스 멤버들이 고른 각 분야의 유명인들이다. 마릴린 먼로, 에드거 앨런 포, 아인슈타인 등 60명이 넘는 유명인들을 선정하면서 많은 에피소드가 생겼다. 음반회사 EMI는 저작권을 고려해 살아있는 인물들에게 허락을 받아야만 했다. 비틀스의 매니저였던 브라이언 엡스틴Brian Epstein이 일일이 연락을 취해 동의를 구하러 다녔다. 그런 와중에 돈을 요구해 커버에서 탈락된 사람도 있고, 앨범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겐 멤버들이 직접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했다. 존 레논은 히틀러와 예수를 추천했는데, 비난의 우려가 있어 제외되었다고 한다. 이 사진은 마치 유명인의 이름을 맞추는 퀴즈 같기도 하다. 많은 유명인 사이에서 서전트 페퍼스 밴드인 비틀스가 중심에 자리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Wish You Were Here
Pink Floyd | 1975
핑크 플로이드 최고의 앨범으로 꼽힌다. 걸작이라 칭송받는 앨범 <The Dark Side Of The Moon>을 성공시킨 뒤 핑크 플로이드는 굉장한 압박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렇지만 결국 그들의 최대 히트곡인 ‘Shine On You Crazy Diamond’가 담긴 이 앨범을 발표했다. <Wish You Were Here>는 부재, 불안, 공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어떠한 관계가 끝을 보일 때 나타나는 심리적인 상처에 대해서 노래하는 것이다. 사실 핑크 플로이드 멤버들은 밴드가 결성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아픔을 겪었다. 리더였던 시드 바렛Syd Barrett이 정신병을 앓게 되어 떠난 것이다. ‘Shine On You Crazy Diamond’도 그에게 바치는 노래다.
심오한 주제는 앨범 재킷 사진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불에 타는 남자와 악수하는 또 다른 남자. 초현실주의적인 사진으로 보는 순간 머리에 각인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두 남자는 전형적인 현대 비즈니스 남성들의 공허한 제스처를 보여주기도 한다. 머리와 몸이 불에 타고 있는 남성은 실제 스턴트맨이다. 그에게 붙은 불도 그래픽이 아닌 진짜 불이었다. 그는 정장 안에 방화복을 입고 가발을 쓴 상태이긴 했지만, 촬영 도중 바람이 세게 부는 바람에 수염으로 불이 번지는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앨범도 사진도 결과는 성공적이었지만,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Nevermind
Nirvana | 1991
너바나는 록 세계에서 얼터너티브 록, 그런지 록, 시애틀 록의 전설로 불린다. 너바나의 음악은 기존의 록과는 달리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그중 <Nevermind>는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앨범이다. 이 앨범이 발매된 당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Dangerous’가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네버마인드가 그 자리를 빼앗아 1위에 오른 사실만 보아도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전설적인 노래만큼이나 앨범 커버도 주목받았고 수많은 패러디를 낳았다. 이 사진의 탄생은 너바나의 멤버인 커트 코베인Kurt Cobain부터였다. 그는 아트 디렉터에게 물에서 태어나는 아기나 원숭이 사진을 커버에 넣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음반 제작사인 게펜Geffen의 아트 디렉터인 로버트 피셔Robert Fisher는 좀 지나치다고 생각해 물에서 수영하는 아기의 사진을 쓰자고 얘기했다. 그런 사진에 코베인이 갈고리를 넣자고 했고, 갈고리에 고기, 생선, CD 등 다양한 것을 걸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끝에 미국 지폐로 최종 결정되었다. 정작 코베인은 이 커버에 대해서 어떤 말도 하지 않았지만, 피셔가 그럴듯한 해석을 내놓았다. 벌거벗은 아기는 코베인의 순진함이고 물은 그가 맞을 외계 환경이며, 갈고리에 걸린 돈은 록 세계로 들어가는 코베인의 창조적인 삶이라고 말이다. 사실 이 사진을 보자마자 가장 궁금한 건 사진 속 벌거벗은 아이였다. 아이의 이름은 스펜서 엘든Spencer Elden이다. 아기는 당시 앨범 재킷 사진작가인 커크웨드의 지인의 아들이었다. 생후 5개월이던 아이가 얼마 전 성인이 된 모습으로 이 사진을 다시 찍었다고 한다. 현재는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앨범 발매 25주년을 기념해 패러디 사진을 찍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에디터 정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