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들여다 본 내 모습 : E.ARIP

싱어송라이터 이아립

싱어송라이터 이아립
어느 날 들여다 본
내 모습

이아립은 내게 목소리로 기억되는 가수였다. 그녀가 아무리 곡을 쓰고, 기타를 열심히 연주해도, 화장을 예쁘게 해도, 내게는 언제나 목소리만 들렸다. 그러다 오늘은 그녀의 이야기와 친구들의 악기소리, 그리고 그들 주변을 채우는 이야기, 여행이라든지 연애, 그런 것들의 소리를 어렴풋이 듣게 되었다.

이 밤,
우리들의
긴 여행이
시작
되었네

“기차에서 하는 건 무리겠죠?” 인터뷰를 진행했으면 하는 장소가 있냐고 물었을 때 이아립은 내게 그렇게 물었다. 달리는 기차 안, 창가에 무표정으로 앉은 여자와 그 옆에 잠든 또 다른 한 사람을 그리듯 설명하더니 그 모습이 이번 앨범 1번 트랙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비록 기차에서 촬영이 진행되진 않았지만, 내 머리 속에 그려진 기차 안의 이미지는 우리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나갔다.

이번에 앨범이 새로 나왔죠? 3년 3개월 만에요.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요?

사실 앨범에 들어갈 곡들은 이미 작년에 만들어 졌어요. 그런데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가 이제야 앨범으로 완성이 됐네요. 해봐야지, 마음을 먹어도 행동으로 이어지질 않더라고요. 원래는 그렇게 잘 안될 때 무리해서 진행하는 성격인데, 이번에는 그러기 싫었어요.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게 될까, 제 자신을 지켜봤죠. 물론 이런 적이 처음은 아니에요. 그런데 이번엔 잘 안 끝나더라고요. ‘이렇게까지 시간이 길어지나?’ 물음표를 찍으면서 시간을 보냈어요.(웃음)

작업을 더디게 하는 어떤 사건이 있었나요?

음, 그런 것이라기보다 ‘이건 아니다.’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앨범을 내지 못하는 자신을 얘기하는 건가요?

아니요. 앨범을 내기 이전에 든 생각이에요. 어느 날 문득, 저를 감싼 포장지를 봐버렸어요. 그런데 그게 너무 마음에 안 들었어요. 물론 누구나 조금씩 포장하며 살겠지만, 저를 감싸고 있던 건 정말 별로였어요. 생선을 싼 비닐에선 생선 냄새가 나고, 꽃을 담았다면 꽃 향기가 나야 하는데, 제 경우엔 그렇지 않았어요. 제 진짜 모습과 하나도 닮아있지 않더라고요. ‘누구를 위한 포장지일까?’ 그런 질문을 자연스레 하게 됐어요. 어떻게 해서든 벗겨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생활패턴을 바꾸고, 습관도 바꾸려고 했어요.

포장지를 벗기니 그 다음부터는 앨범작업이 잘 되던가요?

아니요. 이제는 천천히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포장지가 벗겨진 자신을 멍하게 봐야 했어요. 게다가 보기 싫을 땐 그냥 다른 데를 봤죠. 예전처럼 밀어붙이고 싶지 않았어요. 

아립 씨 앨범을 소개하는 여러 매체의 기사에서 ‘솔직함’이라는 단어를 자주 봤어요. 조금 이해가 되네요. 

다시 싼 포장지가 그나마 안 쪽과 닮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 자신이 계속 변하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솔직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단지 현재의 내 모습과 포장지가 서로 닮아 있다는 얘기에요. 물론 이마저도 오해와 착각일지도 모르지만.(웃음)

지금 상태에서 다시 예전 앨범들을 보면 어때요? 공기로 만든 노래, 누군가 피워 놓은 모닥불, 앨범 제목들이 좋았어요.

공기로 포장을 잘 했죠.(웃음)

 

후회되나요? 

아니요. 그땐 그게 최선이었어요. 후회하진 않아요. 다만, 어떤 망각은 있어요. 이제까지 했던 걸 최대한 지운 상태에서 이번 앨범을 만들었으니까요. “예전 걸 잠시 잊고 들어봐.” 친구가 있다면 그렇게 얘기해 주고 싶어요. 예전 앨범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발매된 뒤에도 종종 듣게 된다는 거예요. 녹음할 때 정말 많이 들어야 하니까 막상 녹음이 끝나고 나면 잘 안 듣게 되거든요.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의 곡들 중에 1번 트랙(이 밤, 우리들의 기나긴 여행이 시작되었네)을 가장 좋아해요. 앨범 제목이기도 하죠?

네 맞아요. 이 곡은 제목이 먼저 생각났어요. 앨범 타이틀로 어떤 게 좋을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문장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이 문장 하나로, 더 이상의 가사 없이 곡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럴 때 있거든요. 확신은 없었지만, 일단 기타를 잡긴 했죠.

기분이 좋았을 것 같아요. 혹시 곡에 관련된 사연은 없나요? 

좋았어요. 정말 설레는 말이잖아요.(웃음) 사연이 있지만 자세히 말하고 싶진 않아요. 촬영장소 얘기를 나눌 때 제가 했던 얘기 기억나세요? 기차가 철컥철컥 달리고 주변은 어두워요. 새벽으로 가는지, 밤으로 가는지는 알 수 없죠. 제가 창 밖을 보고 있고 누군가 옆에서 자고 있어요.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면서 그 둘은, 아니 창 밖을 바라보던 여자는 지금 무언가가 시작되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거죠. 좋은 것 나쁜 것에 관한 얘기는 아니고, 그저 무언가가 시작되었다는 걸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이는 장면이에요. 

여행을 좋아하나요? 

노래 안에 차분한 여행의 설렘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저는 물론 종종 여행을 떠나고 싶고, 이미 여행이 시작되었다고 노래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비행기 티켓을 끊자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그저 여기에서 저기를 말하고 상상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도착하는 곳이 어딘지 모른다는 것, 그럼에도 함께 여행하는 누군가가 내 옆에서 잠들어 있다는 것, 저는 그런 게 참 좋아요. 두려움과 설렘이 함께 있죠. 그런데 만약 옆에 누군가가 없었다면 저는 여행이 시작되었다고 선언하지 못했을 거에요.(웃음)

더 얘기해 줄 수 있나요? 

아니요. 여기까지.(웃음)

이번 앨범에 참여한 사람들이 몇 명 되지 않는데, 그래도 주목하게 돼요. 아립 씨는 워낙 독립적인 이미지였잖아요. 홈레코딩을 자주 했고, ‘열두폭 병풍’이라는 개인 레이블도 만들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팬에게는 큰 변화로 다가와요. 이번 앨범에 도움을 받은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지긋지긋 했어요.(웃음) 제가 좋아하는 기타 진행, 멜로디, 뭐 그런 것들이요. 제 경험에 비춰보면 곡이라는 건 생명을 가지고 있고 나름의 운명도 있어요. 그래서 일단 만들어 놓고 나면 신경을 쓰지 않아도 각자 알아서 잘 살아가는데, 이번에는 저한테 약간의 요구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야, 여기서는 조정치가 기타를 쳐야 돼.”, “이호석이 피아노를 연주하면 어때?” 뭐 그런 식으로 말을 걸어왔어요.(웃음) 예전에 어떤 인터뷰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도움을 받는 걸 어른의 모습에 빗대어 얘기한 적 있어요. 하지만 사실 그렇게 엮기보다는 그저 곡들이 부탁했다고, 그런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것도 어떤 면에선 솔직해지려는 노력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작업하실 예정인가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해서 좋았는지 묻고 싶어요. 

어쩌면 동료가 필요했던 걸지도 모르죠. 이번 타이틀곡 ‘뒷일을 부탁해’ 뮤직비디오 보셨어요? 아무도 없는 방에서 전등을 끄는데, 잠시 후에 제가 촛불을 켜면 모두들 나타나요. 앨범작업을 여태 혼자서 했고, 지금도 역시 많은 부분을 감당하고 있지만, 음악작업이든 삶이든 앞으로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해나가고 싶어요. 좋은 동료들 주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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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만드는

마음

 

자신도 모르게 줄지어 써내려 간 가사 안에서 마음 속 깊이 담아두었던, 차마 꺼내지 못했던 얘기를 발견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도 노래에 담긴다. 어쩌면 노래를 만든다는 건 나를 더 깊이 관찰하는 일 아닐까? 그 과정에서 위로를 받는다는 건 참 신기하고 뭉클한 얘기다.

리버피닉스(1970년 생 미국의 영화배우로, 23세에 사망) 얘기도 들었어요. 음악을 하게 해준 배우라고. 이번 앨범 마지막 곡 제목이기도 하잖아요.

네, 맞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허공에의 질주Running on Empty, 2006>에요. 그 영화에서 리버피닉스라는 배우를 봤죠. 영화를 다 보고 나자마자 생각했어요. ‘그럼 난 뭘 하지? 저 사람은 연기를 해서 저렇게 멋진데, 나는 그럼 뭘 해야 하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저 사람을 만나려면 뭘 해야 할까?’ 어쩌면 그런 생각이었을 수도 있어요.(웃음) 꿈을 찾아 나서는 내용의 영화가 절대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걸 본 저는 당장 무언가를 하고 싶었어요.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 음악을 해야겠다는 거였어요. 영화배우가 제 인생을 바꿨죠.

미국의 젊은 영화배우가 당신을 여가수로 만들어 줬네요.

그래서 제 음악이 좀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경계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재미가 있기도 해요. 음악을 하는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었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그저 어떤 판단을 하는데 있어, 그가 중요한 의미를 제게 던져줬죠.

사실 영화와 배우 모두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얼마 전에 갑자기 떠올랐어요. 다시 한 번 큰 고마움을 느꼈고, 잊지 않으려고 노래로 만들었죠. 

주로 영화를 보며 영감을 받나요?

아니요. 주변 모든 게 영감을 줘요. 내가 보고 있는 모든 것. 길과 풀, 바람, 내가 만나는 사람들, 그들 사이에서 느끼는 것들이요. 또 전 남자친구.(웃음)

어떤 곡은 만들기 전에, 혹은 만들고 나서 꼭 들려주고 싶은 사람이 있지 않나요?

있어요. 보고 싶은 사람, 들려주고 싶은 사람이 언제나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저는 막상 찾아가거나 곡을 들려주진 않고, 결국 감정을 누르고 말아요. 그런 마음이 생기는 자체는 좋은데, 실제로 만나면 끝나 버리잖아요. 그게 싫은 거에요. 조용히 지켜보면서 그저 붙들고 있는 거죠. 좀 독하다고 생각하긴 해요.(웃음)

이번 앨범에서 유독 기억에 많이 남거나, 자주 듣게 되는 곡이 있나요?

‘서라벌 호프’라는 곡이 있어요. 가사와 멜로디가 생각나, 신기하게도 단 한 번에 녹음한 곡이죠. 갑자기 술집 안의 모든 풍경이 머릿속에서 그려졌어요. 두 남녀가 마주 앉아있고, 서로 아무 말 없지만 여자는 관계가 끝났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거예요. 주변의 소리도 들리지 않고, 순간에 집중해 있어요. 그래서 지금을 기억해 두려고 눈을 깜빡여요. 사진을 찍는 것처럼. 

서라벌 호프는 어디에 있어요?

사실 그런 곳 없어요.(웃음) 저도 황당한 나머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경북 영주에 딱 한 곳이 있더라고요. 왜 떠올랐는지 알 수 없어요. 뭐, 제 안에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도 모르죠. 곡을 녹음한 후에도 이 노래는 자주 들었어요. 보통 그러지 않거든요.

그런데 아립 씨는 술도 잘 못 마시잖아요. 

네. 술도 잘 못 마시면서 음주 유발 노래를 만들고, 여행을 꺼려하면서 긴 여행이 시작되었다고 선언했네요.(웃음) 제가 노래하는 여행, 술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단어가 아닌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을 가지고서 얘기하는 거죠. 어쩌면 그저 뉘앙스일지도 몰라요. 

노래를 듣고 있으면 머릿속에 공간이 그려져요. 제가 생각하는 호프의 분위기가 있는데, 그것과 아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열심히 일하는 아주머니가 있고 아주 멋지게 꾸며지지 않았지만, 구석구석 생활이 느껴지는 곳. 물론 어둡고, 조명은 붉어요. 젊은 사람은 좀처럼 들어오지 않는 곳이요. 

요즘에는 ‘조끼조끼’ 같은 데가 다 없어졌죠? 정말 좋아하는데.(웃음) 세련된 곳이 많아졌죠. ‘호프’라는 말도 잘 쓰이지 않잖아요.

저는 그 단어를 좋아해요. 세로로 적혀 있으면 읽으면서 잠시 갸우뚱하게 되죠. 언젠가는 호프라는 단어가 들어간 노래를 만들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아무래도 그래서 ‘서라벌 호프’가 순식간에 만들어졌나 봐요. 튀어나왔다고 해야 하나.(웃음) 

곡을 만드는 순서나 방식 등이 궁금해요. 

매번 달라요. 이 곡의 경우에는 혼자 기타를 안고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가사가 술술 나오는 거에요. ‘아니, 여기서 이런 가사가!’ 스스로 놀라면서 끝까지 만들었어요. 이를테면 가사 중에 울림이 없는 소리라는 부분이 있는데, 울림이 있는 소리라고 쓸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때 저도 모르게 그렇게 쓰게 되더라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했어요. 생각나는 대로. 

이 노래를 유독 자주 들었다고 했잖아요. 슬픈 가사의 노랜데, 어떤 마음이 있었나요?

분명 슬픈 노랜데, 만들고 나서 많이 위로 받았어요. 어떤 노래는 그 다음 날 싫어지는 노래도 있는데, 이건 계속 듣게 되더라고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노래를 만들고 난 후에 생긴 특별한 일은 없나요?

제가 평소에 소통에 유연하지 못한 면이 있거든요. 표현도 제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고. 그런데 노래는 속도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앞서가고 있다는 느낌도 종종 받곤 하죠. 노래로 만든 일이 몇 개월 후에 실제로 일어난 적이 많아요. 누군가는 시를 속일 수 없다고 한 것 같은데, 저는 노래를 속일 수 없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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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일상

우리는 종종 벽에 닿는다. 한계의 벽, 외로움의 벽, 지루함의 벽, 관계에 있어서도 수많은 벽을 만난다. 막막하고 어둡다. 하지만 벽을 더듬다 보면, 창문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리로 넘어서며 자신에게 한 발 더 다가가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 앨범 작업하면서 느꼈던 것들, 택했던 방식들 중에 ‘다음 앨범 작업할 때도 꼭 기억해야지’ 생각했던 것들이 있나요? 이번 앨범이 어쨌든 만족도가 높으니까. 

딱히 그런 건 없어요. 그때 또 느끼는 게 있겠죠. 그런 걸 따라가고 싶어요. 아마 저는 계속 변할 거에요. 살아있습니다.(웃음)

좋아하는 시간이 있나요? 요즘에.

그런 거 별로 없어요. 굳이 말하자면 이런 게 있어요. 지금 사는 곳이 17층인데, 문을 열고 나오면 서강대 운동장이 바로 보이거든요. 가끔 축구를 하는 남학생들이 보이는데 그걸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내려가서 구경하기도 해요. 골을 넣기 위해서 맹목적으로 뛰어다니는 모습이 멋지잖아요. 골이 들어가면 저도 소리를 질러요. 그런데 문제는 편들지 않고 골이 들어가면 무조건 소리를 지르다 보니 저를 보며 갸우뚱 하는 학생들도 종종 있어요.(웃음)

내일 당장 어떤 하루가 열렸으면 좋겠어요?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다면.

연애죠.(웃음) 손을 잡고 여러 길을 걸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또 공연하고 싶어요. 연인과 헤어져서 갈 데도 없고 계속 울기만 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서 ‘서라벌 호프’와 ‘두 눈에 비가 내린다’를 불러주고 싶네요. 다 모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공연이라는 것 자체가 그런 성격을 띠고 있긴 하죠.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앨범을 낼 때마다 기분이 다를 것 같아요. 이번이 가장 좋은가요?

이번 앨범 준비할 때, 마음가짐을 떠나서 이전과는 상황이 좀 달랐어요. 눈을 떴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침이 있었죠. 낯선 아침 식사, 점심 식사, 햇살, 공기, 갓 태어난 느낌이 들었어요. 모든 게 낯설었죠. 분명 늘 해오던 작업이었는데 처음 앨범을 만드는 사람처럼 굴었어요. 맞아요. 이번이 제일 좋아요. 그리고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아요.(웃음)

“사람들이 모두 노래를 만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인터뷰가 끝날 때쯤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떤 노래는 생각보다 쉽게 만들 수 있다며 활짝 웃던 모습도 기억난다. 자신의 노래도 단순한 곡이 많기 때문에, 그 노래를 들으며 ‘나도 한 번 만들어 볼까’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그럼 가수가 필요 없잖아요. 인터뷰는 또 뭐래요. 이런 건 안 해도 그만이에요.”

그런 말도 덧붙였다. 듣고 있던 나는 그래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며 고개를 살짝 저었지만, 그녀의 말에 사실은 동의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노래를 귀 기울여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고, 조용히 목소리를 내보는 것, 그건 어렵게 생각하면 어렵지만, 얼마든지 간단하게 여길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하지만 그래도 어려운 게 하나 있다면, 보다 솔직해 지는 것, 내가 나를 노래할 때의 어색함을 외면하지 않는 것, 그런 건 조금 괴로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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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전진우

포토그래퍼 전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