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 삶이 되는 곳

어라운드 빌리지

어라운드는 100권이 넘는 매거진을 통해 나에서부터 시작해 주변의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건네왔다. 일상의 사소한 순간 속에 숨어 있는 의미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 그것이 어라운드가 오래도록 귀하게 여겨온 라이프스타일이다. 우리는 그 시선을 책 속에만 두고 싶지는 않았다. 어라운드가 추구하는 삶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 이곳은 어라운드 빌리지다.

빌리지의 시작, 어라운드 캠핑 페스티벌

2012년, 어라운드는 한 권의 책을 펴냈다. 주된 소재는 캠핑이었지만,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건 우리 주변의 작은 것에 귀 기울이고 그 안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일. 매거진을 덮은 이들이 익숙한 일상이 품은 빛을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길, 늘 같은 마음으로 읽고 써 내려가던 단어들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길어 올리게 되길 바랐다. 그 바람은 책장을 넘어 현실의 공간으로 이어졌다. 이듬해, ʻ어라운드 캠핑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매거진에 등장했던 뮤지션과 작업자, 브랜드, 캠퍼들을 한자리에 초대한 것. 양평의 드넓은 공원에 세워진 여러 텐트 사이로 음악이 흐르고, 사람들은 책 속 이야기들을 직접 만나고 경험했다. 독자와 어라운드, 취향과 시선이 자연스럽게 맞닿는 풍경이었다. 이후 어라운드 캠핑 페스티벌은 장소를 옮기며 세 차례 더 이어졌다.

어라운드는 작고 평범한 일상의 의미를 발견하는 우리만의 축제를 지속하기를 원했고, 그 터를 찾아 나섰다. 그렇게 우리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 ʻ어라운드 빌리지’가 조금씩 모습을 갖춰갔다.

축제의 터가 된 오래된 분교

2015년, 어라운드 빌리지가 자리를 잡은 곳은 충북 보은이다. 많은 사람들이 텐트 아래 둘러앉아 자연과 어울릴 공간을 찾다 보니, 시선은 자연스레 수도권 너머로 향했다. 전국 어디에서든 크게 멀지 않은 거리 덕에 여러 도시에서 보은으로 모여든다.

이곳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학교를 닮은 단층 건물과 널찍한 잔디밭이 눈에 들어온다. 과거 분교로 쓰이던 건물은 체크인이 이루어지는 본관이 되었고, 아이들이 뛰놀던 운동장이 캠핑장이 된 것이다. 어라운드 빌리지를 찾은 이들은 공간을 캠핑장에 맞게 인위적으로 바꾼 흔적보다,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장소의 결을 먼저 느끼게 된다. 부러 없애지 않은 목재식 복도와 창문에 붙은 88올림픽 마스코트 ʻ호돌이’ 스티커 그리고 화목 난로는 시절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이 공간은 당초 캠핑 페스티벌의 장으로 기획되었기에, 그 연장선에서 축제는 ʻ어라운드 빌리지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보은에서도 꾸준히 이어졌다.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게임과 아이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 모닥불 곁에서 즐기는 공연이 축제를 구성했다. 이어 팬데믹으로 캠핑 붐이 일었고, 어라운드 빌리지는 축제보다 자연 속 휴식에 충실한 장소로 조금씩 변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방문객들은 캠핑 페스티벌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여유와 즐거움을 누린다. 독자들이 매거진 《AROUND》의 활자 사이를 거닐듯, 이곳을 찾은 이들은 텐트와 거대한 플라타너스 그리고 어라운드의 시선 사이에 느리게 머문다.

잔디밭에서 경험하는 주변의 시선

어라운드 빌리지에서 보내는 시간은 분명 흔한 캠핑장과는 다르다. 공간 구성만 놓고 보면 글램핑존과 캠핑존으로 나뉜다는 점에서 여느 캠핑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캠핑존의 풍경은 조금 다르다. 일반적인 캠핑장이 차와 텐트를 나란히 설치해 각자의 시간을 보장하는 방식이라면, 어라운드 빌리지는 주차 공간을 따로 두고 잔디 광장을 중심으로 텐트들이 둥글게 자리한다. 어라운드 캠핑 페스티벌에서 텐트가 무대를 둘러싸던 풍경에서 출발한 배치다. 그 덕분에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시선이 오가고, 아이들은 건너편 텐트로 다가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돌아온다. 나를 중심에 두고, 언제든 주변의 세계로 한 걸음 내딛는 어라운드의 시선과 닮은 구조다. 둥글게 놓인 텐트들이 마을을 이룬 듯한 이곳에서 별과 하늘을 올려다보고, 오래된 나무를 찬찬히 바라보는 일은 어라운드 빌리지에서만 가능한 경험이다. 그 느릿한 시선을 가지고 도시로 돌아올 때, 익숙하던 일상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앞으로 어라운드 빌리지는 기존의 캠핑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어라운드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매거진이 제안해 온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경험하는 장소라는 점은 변함없다. 다가오는 봄, 이곳에 어떤 이야기가 더해질지 찬찬히 귀 기울여주길.

A. 충북 보은군 탄부면 사직1길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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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차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