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곁에 두는 마음으로

고우리·김주홍 — 샐러드셀러

이태원의 샐러드 가게 ‘샐러드셀러’를 운영하는 우리와 주홍의 찻자리는 조금 독특하다. 하루 열 시간 넘게 서서 일하는 부부는 텀블러에 차를 우리고 틈틈이 들이켠다. 집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휴일엔 피처 린서에서 차를 내려, 주홍은 머그에 우리는 작은 잔에 담는다. 이들의 차 생활은 엄숙하기보다 편안하고 자유롭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지속하려면 ‘꼭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부부에게서, 편안하게 담을 넘는 마음을 배운다.

가게 휴무일에 집으로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오늘 같은 날은 보통 어떻게 보내세요? 

우리 일요일, 월요일이 샐러드셀러 휴무일이에요. 일요일 오전은 각자 시간을 보내는데요. 저는 출근하는 마음으로 꼭 도자 공방에 가요. 차 도구를 직접 만들어 쓰고 싶어서 2년째 공방에 다니고 있어요.

주홍 저는 일요일 아침을 달리기로 시작해요. 우리가 도자 공방에 가 있는 동안 저는 서울에 계시는 부모님을 찾아뵐 때가 많아요. 그리고 오후에 우리와 다시 만나 나들이나 전시회를 같이 가죠. 

우리 월요일 오전에는 매장에서 일을 좀 하고, 남은 시간엔 친구들을 만나거나 쉬어요.

 

오늘은 월요일이라 오전에 매장에 다녀오셨겠네요?

주홍 에디터님이 오실 예정이라 집에서 먼지 청소를 했어요(웃음).

 

부엌에 차 내리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고 들었어요. 

우리 맞아요. 여긴 원래 집이 아니라 차를 마시거나 요가를 하는, 온전한 휴식 공간으로 사용할 계획이었어요. 매장이 지금의 이태원이 아니라 한남동에 있던 시절에는 집이 가게 바로 옆이라 일과 쉼을 분리하기가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여기 부암동에 공간을 마련하게 됐죠. 당시 인테리어 업체가 저희 이야기를 듣고, 주방에 차 마시기 편한 공간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저기 피처 린서는 보통 차 내릴 때 많이 쓰는 도구는 아닌데요. 수도가 가까이 있고 배수도 가능해 차 마시기 편할 것 같아 두게 됐어요.

별장처럼 쓰던 이곳은 어떻게 지금의 집이 되었어요? 

우리 주말에 MT 오듯 음식을 바리바리 싸 와서 이틀 자고 가는 게 아쉽더라고요. 매장 이전을 준비하면서 몇 달 동안 운영을 쉬게 됐는데, 그때 여기서 지내며 이사를 결심했어요.

주홍 평일에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일하던 분위기와 완전히 분리되는 느낌이 좋아요.

 

두 분은 오래전부터 차를 즐겨 마셨다고 들었어요. 차 생활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우리 주홍이 커피를 잘 못 마셔서 예전부터 전통찻집을 좋아했어요. 그러다 2016년에 같은 한남동에 있던 ‘산수화 티하우스’ 사장님이 저희 가게에 손님으로 오셨어요. 그 인연으로 찻집에 놀러 가다 보니 차에 푹 빠지게 됐죠. 르 꼬르동 블루 서울 캠퍼스에서 차 마스터클래스를 수강하면서 공부하듯 차를 마시던 시기도 있었고요. 나중에는 그냥 즐기면서 마시는 게 가장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 편하게 차를 찾기 시작했어요.

 

차 마스터클래스라니… 차가 단순한 취미는 아닌가 봐요.

주홍 그때도 지금처럼 차가 재밌어서 더 알고 싶은 정도였어요. 수업에 갔다가 놀랐던 게, 저희만 취미로 차를 배우고 있었고 다른 분들은 대부분 현업에 종사하거나 사업을 준비 중이셨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그분들이 저희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기억이 나요.

 

주홍 씨가 아까 커피를 잘 못 마신다고 하셨죠. 카페인이 몸에 잘 안 맞나요?

주홍 우리가 촌스럽다고 어디 가서 밝히지 말라고 하는데요(웃음). 커피 맛이 제 취향이 아니에요. 그래서 요즘 차가 점점 활성화되는 게 좋더라고요. 우리나라는 공원이나 벤치처럼 바깥에서 대화를 나눌 공간이 많지 않아서 카페가 많이 생겨났잖아요. 그런데 막상 카페 메뉴는 커피 위주라 저는 핫초코 같은 것만 마시곤 했어요. 이제는 차 메뉴가 다양해지고 선택권이 넓어져서 좋아요.

 

많은 종류 중에서도 오늘 마실 차를 고르는 기준이 궁금해요.

우리 몸 상태나 날씨, 계절을 고려해요. 최근에는 발치한 부위가 잘 아물지 않아서 염증에 좋다는 백차를 계속 마셨어요. 오늘처럼 날씨가 흐릴 땐 진한 보이차를 찾고요. 같은 보이차라도 여름에는 생차, 겨울에는 숙차를 마셔요. 평소에는 잘 찾지 않는 녹차도 여름에는 항상 냉침해 옆에 두고 마시고요.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차를 찾게 되는 이유가 뭘까요?

주홍 질리지 않아서요. 차는 녹차, 백차, 청차 등을 포함해 크게 여섯 가지로 나뉘는데 그 안에서도 종류가 정말 다양해요. 계절이나 몸 상태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고, 언제나 새로워서 재밌죠. 무엇보다 맛있어서 계속 마시게 돼요. 

우리 저는 마시는 걸 좋아해요. 바텐더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고, 조주사 자격증을 따서 집에서 칵테일을 만들어 먹기도 했죠. 예전에는 와인이나 위스키를 좋아해서 자주 즐겼는데, 차를 좋아하게 된 뒤로 술이 많이 줄었어요. 와인, 위스키는 차와 닮은 점이 많거든요.

 

술과 차는 어떤 점이 비슷한가요?

우리 와인처럼 차도 ‘떼루아’(와인이 생산되는 자연환경으로 인한 고유 풍미)가 중요해요. 같은 차라도 언제 생산되었고, 언제 마시냐에 따라 맛이 다르기도 하고요. 저희는 차를 로스팅하면서 생기는 향을 좋아하는데, 싱글 몰트 위스키도 ‘피트 향’이라 말하는 강한 훈연 향이 나기도 해요. 호불호가 갈리지만 저희는 그런 향이 싫지 않아요.

주홍 실제로 차와 위스키의 풍미가 비슷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우롱차가 특히 그래요. 우롱차는 맛이 위스키와 비슷한데 계속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는 점이 좋죠(웃음).

우리 씨가 마실 것을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셀러리 코너Celery Corner’라는 이름으로 아침을 여는 주스 가게를 운영하신 적도 있죠. 

우리 맞아요. 셀러리 코너는 주스 가게이면서 동시에 제 아침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였어요. 새벽에 가게 문을 열어두고 요가를 다시 시작했죠. 아침을 여는 신호처럼 여기며 잠시 운영하다가, 샐러드셀러 이전을 준비하면서 중단하게 됐어요. 지금은 같은 이름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매일 아침 마신 음료 사진을 기록하고 있어요. 음료 기록을 보면 제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이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떠올라서 좋아요. 아까 말씀드렸듯 저는 마시는 걸 좋아해요. 하루에 13-14시간 서서 일하다 보니 먹는 것보다 마시는 게 편하거든요. 콩물도 늘 만들어 두고 식사 대신 마셔요.

 

오랫동안 서서 분주하게 일하면 차는 언제 즐기세요?

주홍 평일에 가게를 운영할 때는 천천히 차를 내릴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바쁘게 일하면서 차를 마셔요. 저희 가게에도 차 메뉴가 있는데요. 손님이 차를 주문하시면 저도 텀블러에 찻물을 넣어두고 갈증이 날 때마다 마셔요.

우리 저도 가게에서는 차를 에너지 드링크처럼 마셔요. 아침에 차를 내리고 밤까지 못 마실 때도 있지만, 한 번 만들어 두면 틈틈이 목을 축이게 되더라고요. 여유가 있을 때도 가만히 앉아 차만 마시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성격상 멍하니 있는 게 어려워서 계속 할 일을 하면서 차를 마셔요.

 

두 분이 고요하게 차 내리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텀블러라니 신기해요.

주홍 저도 처음 차를 알아갈 때는 각 나라의 차도를 지키는 게 중요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희가 찻집을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형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때부터 차 생활이 훨씬 자유롭고 편해지더라고요.

 

그럼 두 분의 차 취향은 어떻게 다른가요?

우리 맛 취향은 비슷한데, 마시는 스타일이 달라요. 주홍은 물 마시듯 빨리, 많이 마시고요. 저는 느리고 적게 마셔요. 그래서 집에서 차 마실 땐 주홍은 머그잔을, 저는 작은 잔을 준비해요.

주홍 작은 잔으로는 계속 마시기 번거로워서 머그를 써요(웃음). 무엇보다 맛있는 차는 많이 마시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우리는 차를 약간 진하게 마시는 걸 좋아하고, 저는 조금 연하게 마셔요.

 

차인들과 교류하면서 차에 대한 관심을 키우기도 할 것 같아요.

우리 산수화 티하우스 사장님의 출장길에서 만나 찻집, 골동품 상점, 음식점 등을 함께 다닌 적이 있어요. 지금 다니는 도자 공방도 사장님께 소개받은 곳인데, 차 도구를 주로 만드는 공방이에요. 도자 선생님은 개인 차실을 두고 차를 물처럼 드시는데, 제가 공방에 가면 항상 차를 내려주세요. 또 도자 선생님의 차 선생님을 만날 기회도 생겨서 자연스럽게 다른 차인들과도 계속 연결되고 있어요.

주홍 차는 식생활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기호식품이다 보니 취미의 영역에 속하기도 하더라고요.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이나 새롭게 발견한 맛있는 차를 서로 나누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친밀해지는 것 같아요.

우리 얼마 전 도자 선생님의 친구들과 차회를 하러 중국 여행을 갔어요. 그분들은 차를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사람처럼 많은 차를 소장하고 계셨는데, 모두 친구와 함께 즐기기 위해서라고 하더라고요. 하루 종일 함께 차를 마시며 놀고 싶은데, 좋지 않은 차는 오래 마실 수 없으니 최고의 차를 모으는 거라고 했죠. 저희도 집에 차가 꽤 있는데, 같은 이유로 수집해요.

주홍 보통 친구들이 집에 모이면 술을 마시다가 마지막에 차로 마무리해요. 평소 차를 잘 마시지 않는 친구들도 속이 따뜻해지고 술도 조금 깨는 느낌이 들어 좋다고 하더라고요.

 

차 생활을 시작한 이후에 각자에게 생긴 변화도 있나요?

우리 일상에서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다만 예전에는 책이나 종이 모으는 걸 좋아했는데, 이제는 차나 다구를 수집하는 습관이 생겼죠.

주홍 특히 여행 모습이 많이 바뀌었어요. 찻집이나 차 시장 등을 찾아다니게 되면서 관심사가 생겼고, 여행에서 할 거리도 늘어났다는 점이 재밌어요.

그러고 보니 대만으로 여러 번 차 여행을 떠나셨죠? 그때 이야기가 궁금해요.

우리 7-8년 전쯤 가게를 함께 오픈한 친구가 출산 후 육아 생활이 답답하다며 여행을 제안했어요. 그렇게 처음 대만에 가서 찻집과 박물관만 돌아다녔는데 인상적인 경험이었어요. 그래서 다음에는 주홍이랑 대만에 한 번 더 갔죠.

주홍 같은 해 샐러드셀러 직원들과 대만으로 워크숍도 갔어요. 단순한 친목 여행보다는 주제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비건 만두 경험하고 돌아오기’를 여행 주제로 삼았죠. 그때는 만두 가게도 해보고 싶었거든요. 종교적인 이유로 비건 메뉴가 있는 식당이 많았고 음식도 맛있었어요. 찻집도 여러 곳 방문했고요. 저희만큼 차를 즐기지 않는 직원들도 그때를 재밌게 기억하고 있다고 해요.

우리 그 이후로 동남아에 갈 일이 있을 때면 반나절이라도 대만을 경유해요. 잠깐 들러 맛있는 차도 사고 찻집도 가죠. 최근에 대만에 갔을 때도 딱 24시간만 머물렀어요.

 

자주 방문할 만큼 대만이 기억에 남은 이유가 뭔가요?

우리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차 마시는 사람들을 볼 수 있거든요.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타이어 위에 쟁반을 올려놓고 차 내리는 장면을 마주쳐요. 투박해 보이지만 막상 차를 마셔보면 정말 맛있어요.

주홍 저는 콩을 좋아하는데, 대만은 고온다습한 기후라 양질의 콩을 1년에 세 번 수확한대요. 그래서 콩을 사용한 맛있는 음식이 많아요. 사람들도 친절해서 여러모로 즐거웠어요. 현지 차를 비교적 저렴하게 마실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차를 주제로 다른 여행지에 가본 적도 있으세요?

주홍 중국 원저우에 가본 적 있어요. 신기하게 프랜차이즈 식당 세트 메뉴 음료 옵션에 차가 있더라고요. 주문하면 투박한 플라스틱 통에서 찻잎을 조금 꺼내, 맥주잔처럼 큰 잔에 넣고 뜨거운 물을 확 부어줘요. 과연 맛있을까 싶었는데 정말 좋아서 놀랐어요. 차가 생활과 밀착된 문화를 경험하는 게 즐거웠죠.

우리 중국은 차를 워낙 일상적으로 소비해서인지, 저희가 갔던 도시에는 생각보다 찻집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찻집은 방문하지 못했고, 절이나 현지인 집, 차 선생님 작업실 같은 곳에서 차를 경험했어요.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다들 그렇게 집에서 마신다고 하더라고요. 시골 사찰을 빌려 열린 차회에 참석하기도 했고요. 고금 연주회에 갔을 때도 한 사람이 연주하는 동안 다른 연주자들은 차를 마시고, 관객들도 연주를 기다리며 둘러앉아 다구를 펼쳐 놓고 차를 즐겼어요. 그런 장면들이 참 재미있었죠.

 

여행에서 돌아와 차를 대하는 마음이나 방식에서 달라진 점이 있는지 궁금해요.

우리 땅이 넓은 중국에서는 장시간 운전을 하면 지치고 몸이 붓기도 하니까, 큰 텀블러에 백차를 많이 우려 운전하면서 계속 마신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여행을 다녀온 뒤로는 차를 더 편하게 마시고 싶어졌어요. 일하느라 차 마실 정신이 없을 때도 있고, 모아둔 차를 몇 달 동안 마시지 못할 때도 있었거든요. 그런 일상을 지내다 보니 중국 사람들이 언제나 편하게 차를 마시는 모습이 더 좋아 보였죠.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인데, 차만큼 물도 많이 마셔줘야 한다면서요.

우리 이뇨 작용이 있어서요. 차에도 카페인이 꽤 들어 있어서 많이 마시면 어지럽거나 울렁거리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차를 마시면서 디저트를 많이 먹게 돼요. 직접 만들기도 하고요. 대홍포랑 치즈케이크를 같이 먹으면 정말 맛있다는 걸 알게 된 뒤로 치즈케이크를 자주 굽기 시작했어요.

주홍 이따 시간 되면 같이 드셔보시죠(웃음).

 

와, 기대돼요(웃음). 한 인터뷰에서 우리 씨가, 차 생활을 지속하기 위한 방법은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지금도 그 생각은 같나요?

우리 네. 좋아하는 게 일이 되면 힘들어진다고 많이들 이야기하잖아요. 저한테 차가 한때 그랬어요. 내 시간을 갖고 싶고, 사둔 차도 마시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안절부절못했죠. 마음이 조급해지고, 내가 왜 이걸 좋아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지금은 즐길 수 있을 때 편하게 즐기고, 자주 찾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차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요가가 그래요. 좋아하지만 아예 못 하고 있어요. 그래도 정말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주홍 관계도 편해야 오래 지속되잖아요. 정말 친한 친구는 1-2년 만에 연락해도 서로 부담 없고 기분 좋은 것처럼요. 차도 그런 것 같아요. 부담이 없어야 언제 마셔도 편하고 맛있어요.

차를 일상에서 쉽게 접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팁이 있을까요?

우리 집에서 차를 마시려면 도구가 몇 가지 필요하니까, 우선 가벼운 마음으로 찻집부터 가보길 권해요. 찻집 분위기가 나와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물론 엄숙한 분위기의 공간도 있어요. 하지만 다 그런 건 아니니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보면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주홍 저는 경험이나 재미 차원에서의 차도 얼마든지 좋다고 생각해요. ‘평소 커피를 많이 마시니까 오늘은 다른 차를 마셔볼까?’ 하는 마음으로요. 실제로 우리 뇌도 평소와 다른 행동을 했을 때 새로운 자극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차에 성큼 다가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낯선 용어에 대한 부담일 것 같아요. 차 생활을 시작하면서 그런 낯섦을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주홍 누군가 좋아지면 계속 알아가고 싶은 마음과 비슷했어요. 차가 맛있으니까 자연스럽게 더 궁금해졌죠.

우리 저도 차를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모르는 게 많다 보니 계속 질문했어요. 지금 마시는 차가 무엇인지, 어떤 특징이 있는지요. 그런데 찻집에서 설명을 들어도 금방 잊어버릴 때도 많고, 누군가에게 지금 마시는 차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할 때도 있어요. 사실 커피도 마찬가지잖아요. 산지나 로스팅을 따지며 마시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요. 차의 생산자나 ‘떼루아’에 관심 있는 분들은 깊이 공부하실 거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그냥 즐기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어느 날 정말 입에 맞는 차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더 알아보게 될 거예요.

주홍 (우리를 바라보며) 진짜 그렇네. 좋아하는 음식도 재료의 산지나 특징을 다 알면서 먹지는 않잖아요. 사람들이 차에 심리적인 장벽을 느끼는 이유도 그런 고정관념 때문일 것 같아요.

 

식생활과 건강 이야기로 조금 옮겨볼게요. 샐러드 가게를 운영하시면서 먹는 것과 건강의 관계를 많이 고민하게 될 것 같아요.

우리 샐러드셀러를 운영하면서 ‘건강한 식사’를 내세운 적은 없어요. 흔히 말하는 슈퍼푸드를 재료로 쓰지만, 저희는 그걸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음식 만드는 사람으로서 건강을 전혀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죠. 손님들이 재료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더 좋은 재료와 방식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다만 여전히 건강한 음식을 표방하는 건 익숙하지 않아요. 어떤 음식도 모두에게 좋을 수는 없거든요. 저희는 저마다 맞는 음식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택지를 다양하게 마련하고 손님의 취향을 세심하게 살피려고 해요. 다만 가게를 운영하면서 사용하고 싶지 않은 재료는 대체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죠.

 

가게와 개인적인 식생활에서 맛과 건강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는지도 궁금해요.

우리 기본적으로 건강하게 먹어야 한다고 보지만, 먹고 싶은 건 먹어야죠. 건강을 위해 모든 즐거움을 다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주홍 음식은 즐겁고 행복하게 먹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서, 개인적인 식생활에서는 맛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우리 먹을 때 정신적인 부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을 마치고 들어와 고된 몸을 일으켜 세워 힘들게 요리하기보다는, 간단하고 빠르게 만들어 먹으면서 얻는 행복감이 더 클 때가 많아요. 

주홍 실제로 저희는 배달 음식도 자주 시켜 먹어요. 다만 가게에서는 손님이 음식을 먹은 다음 날에도 몸 상태와 기분이 좋길 바라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어요.

 

아까 샐러드셀러가 건강한 음식을 표방하는 건 아니라고 하셨죠. 그렇다면 샐러드셀러를 시작한 건 건강한 음식을 손님에게 제공하겠다는 목표보다, 다른 계기가 있었겠어요.

주홍 예전에 어떤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일 망고를, 저는 매일 천혜향을 먹고 싶어서 시작했다.”고 말한 적 있어요. 채소와 과일을 굉장히 좋아하니까, 샐러드 가게를 하면 제철 재료를 마음껏 맛볼 수 있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한 거예요.

 

그럼 지금까지 샐러드셀러를 이어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 그리고 보람을 느낀다는 점이 가게를 지속하게 하는 힘이에요.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내가 하는 일이 사람과 세상에 이로운 일인가 하고요. 적어도 남을 힘들게 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 가게에서 일하다 보면 먹여 살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종종 들어요. 지금 샐러드셀러는 사람을 먹이고 이롭게 하는 일이니까, 거기에서 오는 행복감이 있어요. 죄의식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주홍 제가 매일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보람도 커요. 저는 10년 넘게 저희 가게 음식을 거의 매일 한두 끼씩 먹고 있거든요. 맛있고, 질리지 않고, 몸에 무리가 없는 음식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 좋아요.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 꼭 지키는 규칙이 있나요?

주홍 나름 확실한 루틴이 있어요. 일어나서 양치를 하고 물 한 컵을 꼭 마셔요. 그다음 올리브 오일과 들기름을 먹고요. 가벼운 스트레칭과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여유가 있는 날에는 산이나 거리를 뛰기도 해요. 작년에는 우리와 태국 치앙마이에서 산을 뛰는 대회를 다녀오기도 했어요.

 

아침마다 들기름을 챙겨 드시는 이유는요?

주홍 생선을 즐기지 않다 보니 부족해질 수 있는 오메가3를 보충하려는 거예요.

우리 주홍은 150살까지 건강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에요(웃음). 저는 몸보다 정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아침에 음료를 마시면서 하루를 깨우는 순간을 만들어 두려고 해요. 차 도구를 만드는 일도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되고요.

 

‘건강을 위해 이것만은 피한다!’도 있을까요?

우리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으려고 해요. 계획을 세우고 예측할 수는 있지만 조바심을 느끼지 않으려는 거죠. 반면 주홍은 정말 걱정이 없는 사람이라 가끔 부럽기도 해요(웃음). 또 하기 싫은 일은 가능한 한 하지 않으려고 해요.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얻는 만족감보다, 하기 싫거나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억지로 해내며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내 옆에 또 하나의 영혼이 있다고 상상하면, 그 영혼이 제3의 눈으로 내가 해야 하거나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잘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저 자신을 조금 떨어져 바라보며 판단하려고 하죠. 내 상태를 알아차리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대화를 마치고 부부가 내어준 치즈케이크. 비 내리는 창을 곁에 두고 대홍포까지 곁들이니 그야말로 호사다. 이런 즐거움은 좀처럼 다시 오지 않을 거라 여기다,
이내 아쉬움을 접어두었다. 일상의 작은 틈을 최고의 쉼과 취미로 채우려 애쓰는 일은 오히려 불편할 수 있으니까. 아끼는 시간일수록 부담 없이 마주하고, 가볍게 곁을 내어줄 방법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좋아하는 마음과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 이대로의 일상도 충분하다는 기분을 안고 부암동 골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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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차의진

포토그래퍼 김혜정